소설리스트

멸망한 세상의 수면술사-592화 (592/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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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마음

내 가슴에 엎드려있는 레나. 그런 그녀의 등을 쓸어내리고 있는 나.

누가 보면 사이좋은 연인이라고 생각할만한 모습이다. 물론 실상은 그렇지 않지.

양옆에 쓰러져 있는 두 여자만 봐도 지금 이 상태는 정상이 아니잖아.

"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

내 말을 들은 레나는 내 가슴위에 자신의 두 손을 모으고 그 위에 턱을 얹었다.

화장기 하나 없는 모습이지만 이쁘장한 모습의 여자.

엄밀하게 말하면 내 주변 외모 랭크에서 상위권은 아니다.

하지만 그녀에겐 외모가 다가 아니다. 여유, 분위기, 표정, 시선…. 남자들을 자극하는 알 수 없는 무언가가 더 있어.

"재밌는 걸 물어보네요오?"

몸을 일으키더니 몸을 살짝 들고 내 물건을 만지는 레나.

그리고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다시 몸을 조금씩 움직인다. 허…. 또?

"으응…. 이거 너무 좋다아."

대체 어떻게 생겨먹은 여자야. 머리속에 정말 야한 생각 밖에 안 들어있나?

레나의 움직임은 상당히 섬세했다. 내 물건으로 자신의 안쪽을 빠짐없이 비비려는 듯한 모습.

그저 되는대로 안에 넣고 흔드는 게 아니다.

그냥 마구잡이로 쏘아대는 총알이 아닌 저격수의 예리한 저격? 그런 느낌?

"왜 그런 질문을 하는지가 더 궁금한 데요오?"

"그냥. 궁금해서. 사람이 거울을 보는 이유와 같지. 나 자신이 다른 이의 눈에 어떻게 보이는지 궁금한 거야."

"저에게 물어봤다는 건…. 남자로서의 모습이 궁금한 거죠오?"

"뭐…. 그렇지?"

앞뒤로 움직이다가 골반을 교묘하게 돌린다. 어우. 이게 프로의 솜씨인가?

장난 아니네. 그저 천천히 움직이고 있을 뿐인데도 느껴지는 게 다르다.

이 여자는 오히려 매혹당하고 테크닉이 너프 된 거였네.

매혹 때문에 성욕이 증폭 당해서 저돌적으로 하다 보니 이런 섬세한 테크닉을 할 여유가 없던 거였어.

"흐응…. 자기 외모는…. 으음. 솔직하게 말해요? 듣기 좋게 말할까요오?"

"어이쿠. 이미 그렇게 말한 거면 별로라는 소리를 해버린 거 아냐? 솔직하게 말해도 돼. 내가 뭐 이런 상황에서도 아부하는 소릴 듣고 싶겠어?"

쿡 하고 웃는 레나. 그러면서 몸을 숙여 내 뺨을 한 손으로 어루만진다

"그 정도는 아니에요오. 너무 자신에게 자신감이 없는 거 아니에요오?"

"나도 내 생김새 정도는 객관적으로 판단할 줄 알아. 근데 왜 그렇게 말꼬리를 자꾸 늘리는 거야? 귀엽게 보이려고?"

"어머? 저는 귀엽게 보이려는 게 아니고 정말 귀여운 걸요오?"

그러면서 자신의 입가에 손가락을 가져다 대고 눈을 깜빡거린다.

보통 여자들이 저러면 좀 과하다는 생각이 들 텐데, 이 여자는 굉장히 자연스럽다.

아마 수백. 수천 번을 해왔던 제스쳐겠지.

"어쨌든…. 자기는 그 정도는 아니야. 내가 지금까지 봐온 남자들을 외모순으로 세워놓으면…. 100명 중에 30번째 정도에 서 있을 거 같은 데요오?"

"상당히 디테일 하네. 그래도 상위 30퍼센트면 선방했네. 평균 이상은 되는 건가?"

"흐응…. 이게 문제야. 남자는 외모가 다가 아니라고요오. 자신감이랑 분위기로 플러스알파가 되는 거란 말이에요오."

그러면서 다시 내 가슴에 손을 대고 체중을 실으며 골반을 움직였고 레나의 아래쪽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내 물건을 잡고 빨아들인다.

씹…. 나도 모르게 계집애처럼 소리 지를 뻔했네.

이 여자는 평소에 매혹으로 너프시켜 놓는 게 맞다. 그게 맞아.

날마다 이런 걸 당하면 정말 살이 빠질 수 있을 거 같아.

"자신감이랑 하는 행동까지 더해 보면…. 자기만큼 매력적인 남자는 별로 없죠오. 특히나 이런 세상에선. 아…. 어떡해. 이거 너무 좋아…."

조이며 깊이 넣고 안에서 질 안쪽을 전부 사용해서 휘젓고 다시 조이면서 뺀다.

그리고 그걸 리드미컬하게 반복. 미쳤네. 미쳤어. 초인의 체력을 안 찍었으면 절대 못 버텼을 거 같다.

이게 바로 프로의 테크닉인가. 전문직 종사자라 이거지…. 진짜…. 새로운 세상이 있다는 걸 느끼네. 후아.

"그거 알아요오? 여자들은…. 위기 상황이 오면 주변을 보지 않아요오. 자기 자신을 먼저 보죠. 글쎄요. 자식이 있으면 자식을 먼저 챙길 수는 있겠네요. 어떤 이들에겐 자기 자식이 자신보다 소중할 테니. 이건 이기적이라고 해도 할 말 없어요오. 그게 본능인걸요. 그렇기에 자신을 구해줄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리고 그 사람이 자신에게 모질게 굴지 않는다면…. 그 사람이 나쁜 사람이나 악당이라도 상관 안해요오. 괜히 나쁜 남자에게 끌리는 게 아니라니까요?"

골반을 요염하게 움직이며 천천히 말하는 레나.

움직임이 하도 기가 막혀서 말하는 내용이 귀에 잘 안 들릴 지경이지만, 그래도 전부 이해하긴 했다.

"니 주관인 거야? 객관적인 평인 거야?"

"어머? 저 같은 여자가 어떻게 모든 여자가 그렇다고 말할 수 있겠어요오? 사람마다 생각하는 게 다 다를 텐데에."

"너무 확신하고 말하는 거 같아서."

"적어도 제가 지금까지 봐온 여자들은 다 그랬으니까요오. 안 그런 사람들은 진짜 위기 상황을 못 느낀거고. 아아. 진짜 너무 좋아."

레나의 움직임이 조금씩 빨라졌다.

이 여자도 지금 한두 번이 아닌데…. 체력은 정말 대단하네. 그리고 그걸 받아주고 있는 나도 마찬가지고.

그런 레나의 몸을 잡고 몸을 돌렸다. 침대에 눕게 되자 화사한 웃음을 짓는 여자.

그러더니 팔을 벌리며 나에게 야한 목소리로 말한다.

"난폭하게 해줘요. 절대 잊지 못할 정도로."

그 말에 뭔가 스위치가 켜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레나의 엉덩이가 들릴 정도로 그녀의 안쪽에 물건을 쑤셔 넣는다.

섬세하고 테크닉 넘쳤던 레나의 움직임과는 전혀 다른 섹스.

살과 살끼리 부딪치는 소리가 방안을 울리고 레나의 격한 신음이 거기에 어우러진다.

헉헉거리는 내 숨소리가 거기에 추가되고 한참을 그녀의 안쪽에 찔러넣던 나는 그녀의 안쪽에 마지막으로 사정했다.

"하아…. 하아…. 너무 좋아…."

"후우…."

숨을 고르며 땀에 들러붙은 머리칼을 쓸어넘기는 레나를 바라본다.

그걸 보면서 여자는 정말 모를 생물이라는 게 느낀다.

아니지, 내가 여자에 대해서 쥐뿔도 모르고 있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고 봐야겠구나.

원래 이렇게 어려운가? 복잡하고?

대체 사람들은 어떻게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고 한평생을 같이 살 수 있는 거지?

저 난해한 생물들과 어떻게 살아갈 수 있는 거야? 정말…. 신기하다는 생각 밖에 안 드네.

"또…. 매혹 걸 거죠?"

약간 쓸쓸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레나.

그런 그녀의 눈이 너무 슬퍼서 하마터면 아니라고 말할 뻔했다.

레나와 아키의 차이점은 뭘까?

왜 누구는 매혹으로 부려먹고 누구는 선의와 호의로 대하게 되는 걸까?

아키 역시 그냥 매혹을 걸어버리고 덮쳐버렸으면 진작에 고민할 일 없던 건데.

하루카 역시 마찬가지다. 왜 그녀들에게 그렇게 잘 대해주고 싶은 걸까?

레나는 왜 매혹으로 제어하는 거지? 아키나 레나나 위험도는 똑같다. 아니, 아키가 더 위험할 수도 있지.

그 둘의 차이점을 모르겠다. 레나 역시 처음부터 그런 방법으로 접근하지 않았어도 됐을 텐데.

매혹에 대한 반감 때문일까? 그럴 수도 있겠지. 근데 그게 결정적인 이유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잘 모르겠어. 하아. 나도 내 마음을 제대로 모르는데 여자들의 마음마저 이해하려 하니 정말 어렵네. 힘들어.

"응. 걸어야지."

"아깝네요오. 뭐, 그렇다고 해도 자기를 못 보는 건 아니니까. 될 수 있으면 종종 풀어줘요오. 그럼 지금처럼 기분 좋게 해드릴 테니."

저런 말 때문일까? 뭔가를 노리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의심?

어휴. 됐다. 그만 생각하자. 너무 복잡하다. 머리 터지겠네.

"그럼, 다음에 또 봐요오. 멋진 자기."

그러면서 눈을 감는다. 자신에게 매혹을 걸어달라고 하는 듯한 모습.

스킬 사용 불가 지대가 걸려있기에 그녀에게 반사가 걸려있을 리는 없다.

하지만 나는 그녀에게 무효화를 걸고 매혹을 걸었다.

매혹에 걸리자마자 눈을 뜨더니 나를 보고 씨익 웃는 레나.

"주인님!"

"자라."

그대로 잠들어 버린 레나. 그런 그녀를 잠시 바라보다가 혹시 몰라서 신영이와 가인에게도 매혹을 다시 걸었다.

정액과 애액으로 엉망이 된 시트. 그 위에 알몸으로 잠든 세 여자. 그런 그녀들을 잠시 바라보다가 욕실로 가서 몸을 씻었다.

집으로 돌아가야지. 돌아가기 전에는 꼭 씻고.

다른 여자의 흔적을 집으로 끌고 가고 싶진 않다.

밖은 밖. 집은 집. 마음을 주지 않은 여자들과 마음을 준 여자들.

하아. 모르겠다. 뭐가 됐든 개소린데. 잡생각은 작작하고 씻기나 하자.

그렇게 몸을 꼼꼼하게 닦고 옷을 입은 뒤 집으로 돌아왔다.

모두가 잠들어 있는 집. 조용한 벙커.

침대에 누워 잡생각이 또 떠오르기 전에 바로 나에게 수면을 건다.

다음날.

느긋하게 잠에서 깨어났다. 시계를 보니 시간은 점심.

일어나니 마침 네 여자가 모여 밥을 먹으려 하고 있었다. 나를 보면서 마침 잘 나왔다고 말하는 미나.

"배고프죠? 앉으세요."

아직 덜 깬 상태로 자연스럽게 식탁에 앉았다. 한 남자와 네 여자. 자연스러운 식사시간.

미나가 끓인 듯한 고추장찌개가 입안으로 들어가자 속이 쑤욱 내려가면서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이다.

크흠. 좋네. 역시 이게 한국인의 맛이지.

하루카의 밥이 맛있긴 하지만, 거기엔 이런 한국인의 갬성은 안 들어있잖아?

"아. 밥 먹고 승희 너는 나랑 어디 좀 가자."

"음? 그래요. 알았어요."

"뭐야. 뭔데. 왜 승희만 가?"

"승희가 필요한 일이라서."

"뭐하는데? 나도 따라가도 되나?"

"음…. 많이 가면 눈에 띌 수 있어서 좀 그런데. 아. 세아 너는 작아서 괜찮…."

"캭! 작다는. 말. 하지. 마!"

거의 숟가락을 던질 뻔한 세아.

하지만 미나 앞에서 숟가락을 던지는 짓은 함부로 할 짓이 아니다.

세아도 그걸 깨달았는지 미나의 눈치를 슬쩍 봤고, 묵묵히 밥을 먹던 미나는 그저 세아를 보고 한번 싱긋 웃었다.

다시 얌전히 자리에 앉는 세아. 큭큭. 역시 세아도 미나한텐 못 까불지.

"다 같이 갈 수 있는 거면 오빠가 다 같이 가자고 했겠지."

조용히 말하는 미나. 그리고 그 말에는 묘하게 모든 상황을 다 알고 있는 거 같다는 느낌이 든다.

역시 어려워. 쉽지 않은 일이야.

이 여자들은 역시 내 장식장에 세워둔 피규어가 아니다.

물론 처음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그렇게 생각한 적은 없었지만, 그래도 갑자기 확 느껴진다.

나는 정말 복잡미묘한 생물 넷과 잘도 살아가고 있다고.

그렇게 밥을 다 먹고 나서 모두에게 인사를 한 다음 승희를 데리고 벙커 밖으로 나왔다.

"얼래? 게이트 안타고요?"

"조금 가서."

"음?"

게이트를 열면 그 안쪽으로 경치가 보인다.

그러니 지금은 다른 여자들 앞에서는 함부로 열면 안 되지.

그렇게 벙커를 나와 조금 멀리 떨어진 곳까지 날아온 나는 승희에게 게이트를 열어줬다.

"대체 어딜 가길래 이렇게 비밀스럽게…. 우와아아아!"

게이트를 넘어가자 바로 탄성을 지르는 승희.

나 역시 게이트를 넘어갔고 바로 닫았다.

몰디브. 인도양의 아름다운 바다와 따듯한 날씨.

그림보다 아름다운 해변을 보면서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승희는 입을 다물지 못한다.

"맙소사! 말도 안 돼! 진짜 이뻐!"

몇 걸음 걷다가 신발을 벗더니 수납 안에 넣어버리는 승희.

그렇게 맨발로 바닷가를 걸어가며 새하얀 모래들을 보더니 함박웃음을 짓는다.

"여기 어디에요!? 우와. 진짜 말도 안 돼. 어떻게 하늘이 저렇게 이쁘지? 바다색은 어떻고! 그리고 이건 뭐예요? 집? 숙소? 너무 이뻐!"

"여기가 어디냐고?"

"네! 아무리 봐도 우리나라는 아닌거 같은데!?"

"어디긴. 몰디브지."

"몰디브? 몰디브!? 설마! 그 몰디브!?"

"맞아."

"우와아아…."

승희가 저렇게 좋아할 만하다. 낮에 보는 바다는 밤의 바다와는 완전히 다르다.

왜 에메랄드빛 바다라고 하는지 확실히 알 것 같은 바다. 그리고 말도 안 되게 선명한 하늘.

불어오는 바람마저 몸을 따듯하게 감싸는 느낌이니까.

"세상에…. 바닷물 맑은 거 봐. 어! 저기 물고기!? 엄청 커! 저렇게 큰 물고기가 그대로 보여요!"

"반응 보니까 데려온 보람이 있네."

"당연하죠! 이렇게 이쁜 바다를 보고 누가 안 좋아하겠어요! 어…. 그런데요."

"응?"

"왜 저만 여기 데리고 왔어요? 미나 언니나 세아, 안나는?"

"물론, 걔들도 데려올 거야."

"그럼 왜 저 먼저 데려온 거예요?"

"당연히…. 너랑 둘이 먼저 와보고 싶었으니까."

내 말에 잠시 말을 하지 못하는 승희. 그러더니 나에게 핀잔 주듯이 말한다.

"결국은 다들 알게 될 거라고요. 파티까지 걸어놓고 이렇게 오면 모를 수가 없어."

"뭐, 상관없어. 다들 내 의도를 알면 적당히 모른 척하겠지. 그리고 이런 거 눈치챌만한 건 미나밖에 없을걸?"

"으음…. 그러긴 하네요."

"미나도 따로 챙겨주면 되지."

"하아. 그래요. 미나 언니 좀 챙겨줘요. 그 언니는 너무 꾹꾹 참는 경향이 있어."

"그건 나중 일이고. 오늘은 너랑 둘이서만 있을 거야. 여기에서. 그러니 다른 사람들 생각은 하지 말자고."

내 말에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승희. 그러더니 나에게 와락 안긴다.

"칫. 그런 말 하면 누가 좋아하고 고마워할 줄 알아요? 흥."

그렇게 잠시 있더니 다시 중얼거린다.

"아니에요. 좋아요. 정말 좋아요. 데려와 줘서 정말 고마워요."

하여간…. 귀여워죽겠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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