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멸망한 세상의 수면술사-350화 (35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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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표

목가적인 살육의 나날이었다.

이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소설에 나오는 문구다.

흑 사자와 용의 이름을 가진 남자가 자신의 복수를 위해 뱀 인간들을 잡아 죽이면서 살아가는 소설.

거기에 나오는 문구.

전혀 상반된 단어를 사용하며 그걸 평온하고 담담하게 표현하는 한 줄의 문장.

그 문장이 떠올랐다. 과연 나도 저렇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럴 리가 없다.

나에겐 복수라던가 합당한 이유 같은 건 없다.

그저 미래의 위협이 될지도 모르는 자들을 미리 처리한다는 핑계로 살인하고 있을 뿐이다.

거기에 대해선 아무런 변명을 할 수는 없다. 나는 내가 하는 살인에 또 다른 이유를 붙이지 않는다.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쉽고 하기 편한 행동을 하는 것뿐이다. 논리적으로도, 수학적으로도.

그렇기에 사람을 죽이면서 어떠한 슬픔도 느끼지 않는다.

죄책감도 안타까움도 없다.

심지어 세상을 이렇게 만든 놈들에 대한 원망 또한 없다. 그런 건…. 사치다.

내가 하는 선택의 원인을 남에게 돌릴 필요는 없다.

이 살인은 내가 내 손으로 저지르는 짓이야.

수납에서 떨어지는 승합차가 또다시 차 한 대를 내리찍는다.

왜 이놈들은 열이면 열, 차를 몰고 다닐까?

그렇다고 자신들의 안전을 확신하는 것도 아니다.

내가 공격한 놈들 중에 제대로 반격하는 놈들은 정말 손에 꼽힐 정도 였다.

다들 그런 생각은 안 하나? 누군가가 자신을 습격 할 수 있다는 거?

차를 타고 가는 데 누가 공격할 것을 대비해서 빠르게 차를 벗어나는 연습을 한다거나.

누군가 나를 미행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이중 미행이라도 붙인 다거나.

최소한의 안전장치, 길 돌아가기, 막다른 길, 비밀 통로, 외통수, 스킬이 아닌 장치들.

안 쓰는 거야? 정말로?

모르겠다. 다들 왜 이렇게 세상을 편하게 살까?

불안하지 않나? 나는 그렇다. 나는 불안해.

아무도 쉽게 들어올 수 없는 벙커를 찾아 그 안에서 몸을 말고 자면서도 수면에서 깨어나 아침에 일어날 때 몸이 꽁꽁 묶인 채 입이 틀어막혀있으면 어떻게 하나? 라는 생각을 하며 살던 나였다.

탐지를 배우고 나서도 강력한 해방감을 느꼈지만, 그만큼 불안감을 느꼈다.

내가 쓸 수 있는 것은 남도 쓸 수 있다.

내가 보고 있는 것은 남도 보고 있을 수 있다.

그런 것들은 페이즈 아웃을 배웠을 때 극에 달했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페이즈 아웃이 티어4 스킬이란 점.

그리고 스킬 이름이 생소해서 쉽게 선택하기 힘들 거라는 점.

하지만 그런 것들을 생각하더라도 불안하긴 마찬가지였다.

목 언저리에 칼이 겨눠지고 있는 느낌. 그걸 무시하고 살기란 그리 쉽지 않았다.

그래. 그렇게 살아왔던 나였다. 그리고 그건 지금까지도 진행 중이다.

하지만 지금 이놈들을 보면 한숨이 나온다.

왜 이렇게 방비가 없을까?

왜 이렇게 당당할까?

목숨이 스페어로 하나 더 있는 것도 아닌데.

죽자마자 자신의 본진에서 리스폰 되는 것도 아닐 텐데.

그렇기에 화가 났다. 자신의 목숨을 소중히 하지 않는 녀석들.

내게는 그저 시위처럼 보였다. 자신의 목숨을 거둬가 달라고 쑈를 하는 것과 다를 게 없다.

내가 규격 외일까?

아니면 이게 이들이 할 수 있는 최고의 방비일까?

병아리들이 아무리 인상을 쓰고 울어봐야 솔개에겐 그저 삐악삐악하는 소리로 밖에 안 들릴 뿐이다.

그런 걸까?

이들도 나름 대비를 한 걸까? 그냥 내가 너무 압도적이라 방어고 대비고 다 씹어먹는 걸까?

아니다. 내가 봤을 땐 아니다.

내 기준으로는 지금 세상에서 생존할 자격이 있는 건 일산의 남매밖에 없다.

다른 이들은 다 운이 좋은 거라고 볼 수 있지. 뭐, 운도 실력이라고 하면 할 말 없지만.

어쨌든 이런 생각을 하는 거 보면…. 나도 배에 기름이 많이 꼈나 보다.

긴장이 안 된다는 건 나 역시 나태해졌다는 뜻이잖아. 같잖네.

집중하자. 정신 차리고.

항상 주변을 둘러보고 의심해야지.

오늘의 마지막 녀석들을 처리했으니, 이젠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깔끔하게 순간 이동.

따듯한 내 집. 내 여자들이 기다리고 있는 스위트홈.

"와. 이것도 몇 번 보니까 놀라지도 않네."

침대에 누워서 감자 칩을 먹고 있던 세아가 나를 보고 무심하게 이야기한다.

귀여운 녀석. 근데 왜 여기서 과자를 먹고 있는 거야?

세아에게 다가가 과자 봉지를 안을 보니 마지막 한 조각이 남아있다.

날름 빼서 입에 넣었지만 세아는 태연한 표정이다.

분하거나 속상해하는 표정은 없다.

나를 너무 사랑해서 마지막 남은 과자까지 기쁜 마음으로 줄 수 있다…. 는 거면 좋겠지만 세아는 믿는 구석이 있으니까.

빈 봉지를 나에게 내밀며 싱긋 웃는 세아.

나는 바로 회귀를 써줬고 감자 칩은 다시 빵빵한 새것이 되었다.

"나 사랑하지?"

"물론이지! 완전 사랑함."

그런 말은 나를 바라보고 하지 그러니 세아야.

과자 봉지 뜯는 거에 열중하면서 그렇게 말을 해봐야 무슨 소용이 있니?

그렇게 씻으려고 파카를 벗다가 생각 난 게 있어서 다시 입었다.

그런 나를 보고 의아하게 물어보는 세아.

"어? 왜 다시 입어?"

"아. 뭐 생각난 게 있어서."

"뭐야? 다시 나가?"

"금방 다녀올게."

"아잇! 내가 왜 여기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러네? 왜 여기서 과자를 먹고 있었지? 나에게 볼일이 있나?

"왜. 할 말 있는 거야?"

"흥. 나간다며. 됐어."

"네가 나에게 볼일 있는지 몰랐지. 말해봐."

"됐거든. 다녀오세요."

"흐음. 말해봐. 윤세아 씨."

파카를 벗으며 세아의 곁에 누웠다.

자연스럽게 머리 밑에 팔을 넣으며 끌어안자 얼굴은 다른 곳을 보면서도 나에게 안긴다.

하여간, 하는 짓 하나하나가 귀여움 투성이라니까.

"자. 귀를 열고 듣고 있습니다. 세아 님. 말씀해주시지요."

"쳇. 그러지 마. 오히려 기분 나빠."

얼굴표정이 풀리면서 그런 말 해봐야 하나도 안 믿긴다. 요 가시나야.

"괴력. 마스터 했어."

"오. 노력 많이 했구나?"

그러면서 옷 안으로 손을 넣었고, 세아는 나를 째려본다.

"근데 왜 손이 그리로 가는데?"

"아니. 스킬 세 개 마스터 했으니 축하해줘야지."

"이게 축하야? 오빠 좋으려고 하는 거 아니고?"

"왜? 너는 싫어?"

"이 씨…. 진짜…."

말은 저렇게 해도 표정은 이미 내 손길에 의해 살짝씩 풀어지고 있다.

아담한 몸매와 그에 비해 큰 가슴.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사기 중의 사기라고 생각된다.

배덕감과 만족감을 극상으로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여자. 게다가 성격도 맘에 들어.

이 틱틱거리는 게 없으면 재미가 없었을 거야. 진짜로.

능숙하게 옷을 걷어 올리고 입을 가슴에 댄다.

어쩌니저쩌니 해도 세아는 내가 안아주기 시작하면 순순히 따른다.

자기도 좋거든. 싫은 걸 억지로 참는 게 아니다. 그러니 이렇게 나를 기다리고 있었겠지.

한참을 가슴을 빨다가 윗옷을 모두 벗기고 양쪽 겨드랑이에 팔을 끼워 몸을 일으켰다.

"뭐야…. 왜…?"

침대 위에 일어서게 된 세아. 그녀의 바지와 팬티를 벗기니 한껏 젖어있는 음부.

"아…. 왜? 왜 일으킨 건데."

손가락으로 마치 창틀의 먼지를 검사하듯 세아의 음부를 살짝 만졌다.

손에 잔뜩 묻은 애액. 손가락이 닿자 움찔하는 작은 몸.

"진짜…. 뭐하는데…."

"그렇게 다리 조금 벌리고 서 있어봐."

그러면서 나도 옷을 벗었다.

출렁이는 침대에서 알몸으로 다리를 살짝 벌리고 있는 세아는 한껏 부끄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옷을 벗으니…. 나름 즐겁네.

"대체 왜…. 이러고 있어야 하는 건데?"

"내가 좋아서."

옷을 전부 벗은 나는 세아를 안아서 내 허벅지에 앉혔다.

마주 보고 있는 자세. 이게 가장 좋아.

아담한 세아는 이 자세 만큼 좋은 게 없더라고.

번들거리는 음부에 잔뜩 커진 나의 물건을 가져다 대고 머리만 살짝 집어넣었다.

고작 귀두만 들어갔는데도 상당히 몸을 움찔거리는 세아. 하긴. 안 한 지 좀 됐지?

두 손으로 엉덩이를 붙잡고 그대로 당겼다.

"읏…."

짧은 신음과 함께 몸을 꼿꼿하게 세우는 모습.

그리고 딱 좋은 위치에 자리 잡게 된 가슴.

몸을 앞으로 조금 숙여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꼭지를 희롱하는 내 혀와 숨결, 그리고 아래에 꽉 찬 물건 때문에 스위치가 잔뜩 들어간 세아.

이제는 이 자세에서 자신이 어떻게 하면 느끼는지 알아버린 그녀다.

팔을 내 목에 걸고 스스로 허리를 앞뒤로 꾸물거리는 모습.

"아…. 왜 좋냐고…."

좋다는 표현 참 특이하게 하네. 그럼 더 좋게 해줘야지.

사실 따로 특별하게 뭔가를 할 필요는 없다.

무슨 섹스 대회에 나온 것도 아니고 서로 누가 먼저 가버리나 경쟁하는 것도 아니잖아.

내가 조금 빨리 쌀 수도 있는 거고 어떤 날은 싸지 못하고 체력이 먼저 빠지는 경우도 있는 거다.

그저 서로를 만족하게 하며 상대가 좋아할 만한 행동을 하면 되는 거야. 지금처럼.

"거기…. 더 해봐. 방금처럼…."

이제는 자신이 원하는 것도 당당하게 요구하는 모습.

그래. 이런 거다. 섹스는 편안하게 해야지.

예전엔 미처 몰랐던 것들. 이제는 조금이나마 알 것 같은 것들.

오늘만 보고 살 것도 아니고 지금 내 최고 멋진 모습을 보여줘야 할 필요도 없다.

서로가 편안하게, 서로가 기분 좋게. 그렇게 하는 거다. 그게 섹스야.

세아의 안에 기분 좋게 사정하고 역시 느긋하게 몸을 어루만져준다.

굳이 여러 번 할 필요도 없다. 기분 좋게 했으면 한 번만 하더라도 충만함이 넘쳐 흐르니까.

"오빠 손길…. 오늘따라 이상하게 야하네."

"그런가? 네가 민감한 걸지도?"

밑가슴에 손을 가져가며 배와 함께 부드럽게 쓸어내린다.

기분 좋은 듯 내 몸에 바짝 붙는 세아.

그녀의 등이 내 배에 바짝 붙으니 궁둥이에 닿아있는 물건이 살짝 눌린다.

"또 하고 싶어?"

"나야 얼마든지 할 수 있지. 근데 스킬 찍고 싶은 거 아냐?"

내 말에 세아가 살짝 고개를 끄덕거리더니 허공을 손가락으로 누른다.

"비행…. 찍으라고?"

"응. 비행부터 찍는 게 낫지. 어차피 다들 비행은 있고."

"그러네. 미나 언니도 비행은 생겼으니까."

이틀 전 미나도 비행을 찍었기에 이제 세아만 비행을 찍으면 다섯 모두 비행이 가능하다.

순간 이동을 마스터 하면 게이트 말고 파티부터 찍어야 할지도 모르겠네.

어차피 순간 이동만으로도 혼자 돌아다니는 것은 충분하니까.

아니면…. 뭐 둘 다 찍지 뭐.

어차피 내가 포션 먹는 속도는 어마어마하니까. 타이밍 잘 맞추면 가능할 것 같기도 하다.

"찍었어."

"축하해. 한번 써볼래?"

"비행."

앞서 비행을 배운 승희나 안나, 미나의 조언도 있었고, 하는 것들을 봐서 그런지 세아는 능숙하게 비행을 사용했다.

몸을 띄우고 허공에 떠 있는 세아.

보기 좋네. 몸을 앞으로 숙이고 있어서 그런가 큰 가슴이 아래로 쳐져 상당히 보기 좋다.

"신기하다."

"그치? 그러니 조금 더 그러고 있어 봐."

내 말을 들은 세아는 그제야 자신이 알몸이란 걸 자각했는지 그대로 내려온다.

"정말…. 변태 아니랄까 봐."

"솔직히 어떤 남자든 여자가 알몸으로 하늘에 그렇게 떠 있으면 싫어할 사람 하나도 없을걸? 게다가 너처럼 그렇게 보고 있으면 행복감이 드는 몸이면…. 이렇게 되겠지."

꼿꼿하게 서 있는 나의 물건.

그걸 보더니 세아가 피식 웃는다.

"뭐, 언제는 안이랬다고."

그러더니 몸을 살짝 띄우고 공중에 뜬 상태로 다리를 접더니 천천히 내려온다.

"어…? 뭐 하는 거…. 너 왜 이렇게 잘해?"

"가만히 있어 봐. 집중하고 있잖아."

정확하게 내 물건이 세아의 아래쪽에 들어간다.

이야…. 살다보니 이런 것도 보는구나. 비행 섹스는 해봤지만, 이런 식의 삽입이라니.

"생각해봤던 게 있어서…. 암튼 한번 해봐야지…."

그러더니 천천히 자신의 몸을 통째로 움직인다. 위아래로 천천히.

허허…. 얜 뭐야. 알려준 적도 없는데 비행을 이런 식으로 쓴다고? 물론…. 나도 비슷하게 해보긴 했지만 그건 비행을 한참을 써서 충분히 익숙해진 다음이었다.

이렇게 배우자 마자 응용을 하다니. 얘는 정말 센스가 있네.

"아…. 이거 좋아…. 습관 되겠어."

그러더니 기지개를 켜면서 자신의 긴 머리를 두 손으로 잡는다.

손으로 자신의 몸을 지탱할 필요가 없이 비행으로 몸을 움직일 수 있으니 가능한 행동.

정말…. 스킬로 이렇게 열심히 섹스하고 있는 걸 보면 이걸 만든 새끼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설마 지금 이런 것도 훔쳐보고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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