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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번째 스킬
화장에 대한 이야기를 한참 하다가 어느 정도 이야기를 정리하고 방 안으로 들어왔다.
일단 스킬을 찍어야지. 뭐가 나왔나도 보고.
침대에 편하게 누워서 스킬 표 종이를 꺼내고 스킬 창을 열었다.
벌써 티어12. 대체 이 스킬들은 언제까지 생기는 걸까?
하나씩 스킬을 보면서 확인해본다. 패시브는 아까 찍어서 됐고, 어디 보자…. 뭐가 있나.
스킬이 여섯 개. 근데 뭔가 심상치 않은 게 두 개 있다.
스킬 이름. 지옥.
와. 살벌하네. 뭔 스킬인데 이름이 이 모양이야?
궁금해서 바로 눌러봤다. 그리고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
['지옥' 스킬은 '망자의 지대', '역병' 스킬을 배우지 않아 배울 수 없습니다.]
씨발? 지금 내가 뭘 본거지?
망자의 지대랑 역병?
독무랑 늪지대 생성을 찍으면 배울 수 있는 망자의 지대.
그리고 질병 해제가 있어야 배울 수 있는 역병.
그 두 가지가 다 있어야 할 수 있는 지옥.
아. 궁금하다. 대체 무슨 효과인데 스킬 트리가 이 꼬라지야.
근데 스킬 이름과 들어가는 스킬들을 따져보면 대충 어느 정도는 예상할 수는 있을 것 같다.
망자의 지대 자체의 느낌도 있는데 거기에 역병까지?
지옥이라고"?
하. 여기서 더 얼마나 끔찍한 모습을 볼 수 있는 거야?
다음 스킬은 절멸.
이것도 어처구니가 없다.
공간 절단과 심연, 성역을 배워야 하는 스킬.
미친놈들인가? 갑자기 컨셉이 과해지는 데?
그래도 스킬 트리가 확실하니 어떤 스킬인지 감을 잡을 수 있는 건 좋다.
공간을 절단하는데 그게 심연이랑 성역도 가능한 건가?
뭔가 말이 되는 거 같긴 한데. 어떻게 적용될지는 궁금하네.
어쨌든 이런 건 찍을 자신도 없고 언제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그냥 있나 보다 하고 넘어갈 뿐이다.
나중에 스킬을 찍고 찍고 찍은 다음 더 찍을 게 없을 때나 찍어보는 스킬이 되겠지?
원격 트랩.
어…. 모르겠다. 알 것 같기도 한데 모르겠다.
뭘 원격으로 한다는 거지? 발동? 설치? 효과?
일단 트랩류는 신경 끄는 게 나을 것 같아. 잘 모르겠어.
효과 공유.
앞에 공유 붙은 스킬이 있었지. 시야 공유와 그냥 공유. 거기에 효과 공유라는 게 생겼다.
스킬 트리도 이어지고…. 근데 효과 공유라고?
설마 스킬 효과를 공유하는 건가?
좋아 보이긴 하는데…. 굳이 이럴 필요가 있나? 잘 모르겠다. 뭔가 좋은 게 있긴 있겠지. 뭔지 감은 안 잡히지만.
암시.
암시라니…. 자기 암시 뭐 그런 건가?
웃긴 건 바로 배울 수 있다는 거다. 그냥 딸랑 나올 스킬은 아닌거 같은데.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뭔가 스킬 트리 조건을 갖춘 거 같아. 뭔지는 모르겠지만.
예상해본다면 매혹? 근데 매혹은 이미 스킬 트리가 있는데? 모르겠네. 뭘까?
근데 이거…. 최면 같은 거 아닌가? 궁금하네. 써보고 싶긴 하다.
암시면 그런 거잖아. 은근하게 뭔가를 하게끔 유도하는 거.
너는 빨간색 사탕을 먹고 싶다고 계속해서 암시를 걸어버리면 정말로 빨간 사탕을 먹게 되는 거. 그거잖아?
근데 그 암시가 맞겠지? 설마 어두운 곳을 보는 나이트 비전의 암시는 아니겠지?
아마 그런 스킬이었다면 천리안 스킬 트리를 찍었어야 한다고 나오지 않았을까?
그리고 가장 골때리는 스킬. 기억 삭제.
기억 읽기를 익혀야 배울 수 있다고 뜨는 거 보니 대충 예상이 가능한 스킬이다.
기억을 읽고, 원하는 부분을 지운다.
씨발…. 존나 좋네?
이것만 있으면 매혹이 엄청나게 좋아지는 거 아냐?
매혹을 걸고 쓸 만큼 쓴 다음에 매혹당한 기억 자체를 지워버리면 없는 일로 만들 수 있다는 건데.
게다가 이게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잘 쓰면 안 좋았던 기억들을 다 지워버릴 수 있는 거 아냐?
강간당했던 기억이나, 배신당했던 기억, 소중한 사람을 잃은 기억….
근데 문제는 지우는 것만 가능하다는 거다.
기억은 함부로 건드리면 안 되는 거 아냐? 잘못 건드리면 좆 될거 같은데.
정말 사람의 머리를 주물럭거리겠다는 소린데…. 과연 기억을 잘못 건드리면 사람이 멀쩡할까?
어쨌든 스킬은 이렇게 나왔다.
좋아 보이는 것, 궁금한 것은 많지만 어쨌든 지금 당장 이거다 싶은 건 없네.
일단 찍을 거 다 찍은 다음에야 하나씩 테스트해보면 될 거 같다. 어쨌든 지금은 아냐.
순간 이동.
이걸 찍기 위해 블링크를 찍은 건데 블링크 자체에 대만족 해버린 스킬.
어쨌든 이것도 어떤 원리인지는 모르지만, 이름값이라는 게 있으니 실망은 안 시킬 거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스킬을 찍어본다.
['순간 이동' 스킬을 배우는데 30만 코인이 소모됩니다. 배우시겠습니까?]
당연히 예스.
스킬 창에 생긴 순간 이동 스킬.
자. 이제 바로 써봐야지. 과연 얼마나 좋은 스킬일까?
일단…. 벙커의 거실을 생각하고 스킬을 써본다.
"순간 이동!"
[저장된 지역이 없어서 순간 이동을 할 수 없습니다.]
와. 이렇게 친절한 메시지는 처음 보네.
이 새끼들 스킬 실패면 그냥 아무 설명 없이 쌩까는 거 아니었어?
이건 이렇게 메시지도 나오네? 와. 고맙네? 씨발?
근데 저장된 지역이라고? 아. 그래. 대충 이해했어.
순간 이동은 원하는 곳으로 가는 게 아니고 저장된 위치로 가는 거구나. 그래서 별도의 저장이 필요 한 거고.
그럼…. 저장은 어떻게 하지? 일단 외쳐봐?
"저장!"
[현재 위치를 저장하시겠습니까?]
메시지가 나오면서 리스트가 하나 떴다.
총 네 줄. 그중의 하나가 활성화되어있고 비어있다.
그리고 예/아니오를 묻는 창.
와. 이런 게 뜨는 스킬은 처음이네. 이 새끼들이 이렇게 정성을 쏟은 건 처음 보는 거 같아.
일단은 예를 눌렀다.
그러자 아무리 봐도 좌표처럼 보이는 수치가 맨 위 칸에 촤르르 적혀졌다.
이게 현 위치 좌표인가? 신기하네. 그럼…. 써봐야지?
근데 이 창은 어떻게 닫지? 종료라고 외치면 되나?
"종료!"
오. 닫혔다. 역시 이정도야 뭐…. 우습지.
이제 스킬을 써볼 시간.
어디 한번 성능의 효과를 볼까?
"순간 이동!"
스킬을 쓰자 눈앞에 방금 그 리스트가 떴다.
아. 이렇게 고르는 건가 보네.
1번을 고르자 뭔가 스킬이 써진 거 같다. 근데…. 제자리였잖아? 내가 바보네.
몇 걸음 움직여서 다시 순간 이동을 썼다.
저장한 위치에서 나타나는 나의 몸.
크…. 신기해! 신기하다!
이번엔 거실로 나가서 순간 이동을 썼다.
다시 방으로 이동하는 몸.
이야…. 좋다. 정말 좋아.
내가 어디에 있든 원할 때면 집에 올 수 있다는 뜻이잖아?
캬. 이제는 이틀씩 밖에서 밤샐 필요 없겠다.
날마다 밤에 집에 와서 자면 되잖아!?
그럼 이제 지금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250번을 쓰고 중급으로 올리는 것.
그래야 저장 포인트가 하나 더 생기겠지? 그래야 진짜 제대로 된 순간 이동이 되겠지?
250번 따위야 순식간이지. 포션 7개 따위.
금방 스킬을 반복 해서 중급을 찍었다.
순간 이동을 쓸 때마다 뜨는 리스트 두번째 줄이 활성화 되있는게 보인다.
그렇다면…. 바로 저장해야지?
내 방은 1번. 2번은…. 벙커의 거실로 저장해 봤다.
그리소 순간 이동을 써봤다. 방에서 거실로, 거실에서 방으로.
이야. 미쳤다. 이건 미친 거야.
페이즈 아웃을 쓰고 밖으로 나간다.
비행과 반사 투명화를 키고 조금 멀리 나가봤다. 근데, 이거 공중도 되나?
"저장!"
오. 되나 봐? 미쳤네.
벙커 위 허공을 2번에 저장한 다음 내 방에 갔다가 다시 2번으로 순간 이동을 하니 공중에 떠 있게 되었다.
캬. 진짜 좋네. 근데 비행 안 쓰고 2번 순간 이동하면…. 그대로 추락이네?
가급적이면 저장은 지상에다가 하자. 괜히 위험을 무릅쓸 필요는 없지.
진짜 맘에 드는 스킬이다.
하나는 내 집, 하나는 펜스, 하나는 청평, 하나는 캐슬.
이렇게 저장만 해도 왔다갔다 하는 건 일도 아니게 될거다.
게다가 지금 같은 경우는 SG 센터 앞으로 해놓으면 된다.
오전 10시까지 늦잠을 자다가 바로 가서 사냥하고 밤 열 시에 시마이 한 다음 집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는 거니까.
미쳤어. 그래. 이거지.
더는 길바닥에서 시간 보낼 필요가 없다. 아니지. 한번은 가야겠구나? 위치 저장하러.
스킬 1,000번. 빨리 써야겠다.
포인트가 하나 더 늘면 수원 비행장 옆에도 찍어 놓을 수 있겠네.
하고 싶을 때 언제든지 가서 할 수 있게 되는 거야.
맘에 든다.
정말 맘에 드는 스킬이야.
그렇다면…. 다음 스킬은 게이트가 되려나?
게이트는 이거랑 똑같지 않을까? 다만 나만 가는 게 아니고 문을 여는 거겠지? 다른 사람도 이용할 수 있게.
역시 사람 죽이는 스킬도 좋지만, 이런 편의 스킬은 정말 훌륭하다.
정말 맘에 들어. 블링크와 순간 이동은 정말 찍어 두는 게 무조건 좋은 거 같다.
하하. 그럼 이제 할 일은 하나밖에 없지.
숙련이다! 미친 듯이 회복 포션을 처먹고 멀미에 토 나올 때까지 숙련하자!
그렇게 새벽 세시까지 회복 포션을 먹었더니…. 몸이 납덩이같이 무겁다.
고급 22퍼센트. 이젠 스킬 배우면 그 자리에서 고급 찍는 건 일도 아니긴 하지.
근데 부작용이 너무 심하다. 뒤지겠네.
그래도 뭐 어때. 늦잠 잔다고 누가 뭐라고 하는 건 아닐 건데.
수면이나 쓰고 자자. 힘들다.
눈을 뜨니 오후 두 시.
수면은 이게 문제야. 브레이크가 없어.
아니지. 내가 이틀씩 몰아 자니까 이러는 거겠지? 슬슬 몸이 씹창이 돼가는 게 느껴진다.
하지만 이제 그런 삶은 끝이다. 이젠 날마다 집에 와서 잠 잘 수 있어.
건강하고 규칙적인 생활! 순간 이동과 함께합니다!
순간 이동을 테스트할 생각에 집에서 밥만 대충 먹고 허둥지둥 나왔다.
승희가 왜 맨날 그렇게 급하냐고 나보고 투덜거렸지만, 나는 그녀의 어깨를 잡고 웃으면서 말했다.
"이젠 느긋해 질 거야."
그런 나를 의아하게 바라보는 승희. 걱정 마. 이따가 바로 알게 될 거야.
밖으로 나와 비행으로 수원을 향해 날아간다.
마스터 블링크의 범위는 620미터. 두번만 써도 1킬로가 넘는다.
비행으로 계속 앞으로 나가며 블링크를 섞어 쓰니 수원까지 정말 금방 도착했다.
수원 비행장 근처, 누가 절대 오지 않을 만한 곳에서 저장을 외치고 위치를 저장했다.
자. 그럼 잘 되나 봐야지?
"순간 이동!"
1번을 선택하자 내 방에 도착해 있다. 다시 순간 이동을 써서 2번을 선택하니 수원의 비행장 근처다.
크크크크크 미치겠다. 존나 좋네.
바로 날아서 이번엔 청주로 향한다.
신나는 마음에 블링크가 저절로 써진다. 빨리 가야지. 금방 가서 저장부터 하자.
SG 센터. 밑에 잔뜩 나다니는 먹잇감들은 잠시 놔두고 한가한 곳에 가서 저장했다.
그리고 순간 이동.
집과 수원, 청주. 순식간에 왔다 갔다 하는 게 가능해졌어.
"캬캬캬캬캬!"
벙커의 내 방에서 크게 웃자 갑자기 문이 쾅 열리더니 세아가 나를 보며 황당한 얼굴을 한다.
"뭐야!? 나간 거 아니었어!? 언제 또 들어왔데!?"
너무 신난 나는 세아를 끌어안고 빙글빙글 돌았다.
어처구니없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면서도 딱히 뿌리치지는 않는 세아.
승희와 미나, 안나도 나를 향해 다가와서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봤고, 나는 그녀들도 끌어안고 계속 돌았다.
"오빠…. 괜찮은 거 맞죠?"
미나의 걱정어린 눈빛과 목소리.
나는 그런 그녀들에게 순간 이동 스킬에 대해서 말해줬다.
내 이야기를 다 들은 여자들의 표정이 황당함과 신기함으로 물든다.
당연하지. 순간 이동이라니. 말도 안 되는 스킬이잖아.
내 말을 전부 들은 그녀들은 순간 이동의 활용에 대해서 서로 토의하기 시작했다.
나랑은 원활한 대화가 가능하지만, 아직 여자들끼리 의사소통은 버벅대는 안나만 내 옆에서 나를 바라본다.
"그럼 러시아 같은 곳도 한 번만 가면 계속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거죠?"
그래. 안나가 말하고자 하는 게 뭔지 안다.
나는 그런 그녀를 바라보고 웃으며 말했다.
"응. 조만간 가능할 거야. 그러니 준비하고 있어."
"네."
그렇게 말하고 웃는 안나.
평소와 다름없는 환한 웃음이지만, 오늘은 그 안에 약간의 섬뜩함이 들어있는 느낌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