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화 〉 003 수해??
* * *
야영할 때 깊게 잠이 드는 것은 금물이다. 그것이 숲에서 비박을 하는 경우라면 더욱 더.
지구, 그중에서도 안전한 편이라고 하는 한국의 산에도 야생동물이 많다.
호랑이와 늑대는 멸종했다지만 정부가 꾸준히 방생하고 있는 반달곰도 있고 멧돼지, 하다못해 고라니나 야생화한 들개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환인은 고등학생일 때 뒷산에 산책을 나갔다가 예민해진 들개와 마주친 적이 있었다.
그 들개는 환인의 몽둥이질에 죽었지만 아무튼.
아버지와 함께 비박을 다니고 홀로 비박을 하며 배우고 익힌대로 귀를 곤두세우고 선잠으로 시간을 얼마나 보냈을까.
‘…….’
환인은 피부를 타고 흐르는 묘한 느낌에 한쪽 눈만 살며시, 가늘게 떴다.
그리고 보았다. 엉킨 나무뿌리 너머로 샛노란 눈 하나가 지나가는 것을.
섬찟, 등골을 타고 흐르는 감각에 눈을 감았다. 숨도 멈췄다.
바늘 떨어지는 소리도 들을 수 있을만큼 소리와 기척을 죽인채 귀를 열었다.
고요하다. 새소리도, 벌레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사박…… ……사락….
적막 사이로 젖은 나뭇잎이 밟히는 소리가 희미하게 이어진다.
‘몬스터의 발소리 치고는 너무 가볍다. 맹수일 가능성이 높아.’
근처를 배회하고 있는 건가? 맹수라면 완벽하게 지우지 못한 체취, 숲과 이질적인 자신의 냄새를 쫓아왔을 수도 있다.
품에 안고 있던 돌도끼의 자루를 꾸욱 쥔 환인은 조심스럽게 한쪽 눈을 떴다. 하지만 달빛조차 내려쬐지 않는 숲속 밑바닥을 보는 것은 무리였다.
보이는 것은 칠흑같은 어둠 뿐.
그때 굵은 나무뿌리 사이 좁은 틈으로 노란 불빛이 다시 나타났다.
노란 빛의 눈동자는 자신이 숨은 곳이 아닌 다른 곳을 응시하고 있는 것을 눈치챈 환인이었지만 재빨리 눈을 감았다.
‘눈높이가 허리정도였어.’
해가 지기 전의 풍경을 생각해봤을 때 저 샛노란 눈의 높이는 자신의 허리께. 낮에 조우한 녹색의 그 괴물보다 낮았다. 거기다 사부작거리는 발소리는 사족 보행 특유의 리듬.
맹수가 틀림없다.
‘덩치가 호랑이 수준이겠군.’
맞서 싸우는 것은 자살행위다.
스륵…… 사륵…….
……흐르르르…….
길고 구불구불한 원통 속으로 바람이 지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맹수의 숨결일까 아니면 그로울링일까.
포식자의 소리를 지근거리에서 듣고 있자니 긴장한 심장이 쿵덕거리며 산소를 급격하게 소비하기 시작한다.
나무뿌리는 매우 두껍고 단단했다. 설령 곰이라도 한 번에 박살내지 못할만큼 엉켜있기도 하다.
환인은 맹수가 틈에 머리를 들이밀 경우 돌도끼로 미간을 찍어버리는 동작을 머릿속으로 반복하며 바깥의 동태에 온 신경을 쏟았다.
그러기를 잠시. 환인의 귀에 사부작거리는 소리가 점차 멀어져갔다.
‘589…… 599…… 600.’
정말 실낱같이 숨쉬며 속으로 숫자를 600까지 셌을 때 우엉 우엉 하는 새소리가 돌아왔고 찌륵거리는 풀벌레 소리도 숲을 채우기 시작했다.
‘……날 찾지 못한 건가.’
냄새가 심한 나무뿌리 속에 숨어있고 흙범벅이 된 코트로 몸의 전면을 덮은 덕분이겠지. ……아니면 목적이 달랐을 수도 있고.
천천히 숨을 고르다가 문득 손이 저린 것을 느낀 환인은 돌도끼 자루를 너무 힘껏 쥐고 있는 것을 깨닫고 손에 힘을 풀었다.
얼마나 긴장하고 있었는지 손바닥에 땀이 흘러내리고 손가락이 저릿저릿했다.
위기는 가셨지만 환인은 손바닥을 나뭇잎에 문지르며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뜬 눈으로 시간을 보내다가 검푸른 새벽이 다가올즈음 선잠으로 부족한 수면을 보충한 환인은 사방이 환해지고나서야 나무구덩이 속을 조심스레 빠져나왔다.
우두둑.
“으음.”
사람의 관절이 이렇게 굳을 수도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된 환인은 나무토막처럼 느껴지는 몸을 조심스럽게 움직여 스트레칭을 시작했다.
쪼그려앉은 자세로 6시간을 넘게 꼼짝하지 않은 것은 아무래도 바보같은 짓이었나보다.
처음에는 근육이 비명을 지르는 듯 온몸에서 뿌득거리는 소리가 났지만, 스트레칭을 반복할수록 점차 열이 올라오며 움직이기 편해진다.
몸의 컨디션이 양호해진 것을 느낀 환인은 소리나게 피식 웃었다.
26년간 살면서 느낀 감정보다 이곳 밀림에서 하루동안 느낀 감정이 더 강렬하다니.
꾸르륵
육체가 활성화되니 열량을 요구해온다. 배 속에서 나는 소리를 들으며 환인은 우선 어젯밤 맹수가 남겼을 흔적을 찾기 시작했다.
“……흠.”
그리고 발견한 발자국.
약간 젖은 흙에 남은 고양이과 동물 특유의 발자국을 발견하곤 그곳에 발을 가져다 대보았다.
발볼록살. 육구paw pad 하나 하나가 환인의 발 치수에 맞먹는 사이즈다.
이정도면 호랑이보다 서너배는 큰 사이즈.
조심스럽게 발자국의 흔적을 쫓다보니 어젯밤의 맹수는 자신을 찾는 것이 아니라 그저 지나가는 길이었음을 깨달았다.
나뭇잎이 쌓이지 않은 맨땅에 일정 간격으로 발자국이 이어져있었던 거다.
불행 중 다행이었다. 그런 괴수에 가까운 맹수, 그것도 타고난 사냥꾼이라 할 수 있는 고양잇과 동물이 노린다면…….
무의식중에 입술을 매만지려던 환인은 수분 부족으로 입술이 갈라지고 있는 것을 깨달았고, 그 순간 상당한 허기와 함께 갈증이 밀려와 눈앞이 살짝 어지러워졌다.
지금은 이정도로 끝났지만 잠시 후에는 다리가 풀리고 식은땀과 오한, 구역질이 치미는 극심한 공복이 찾아올지도 모른다.
점점 죽음에 가까워져가는 신호다.
시선이 자연스럽게 코로나 바이러스를 닮은 주황색 열매로 간다. 얼핏 잡초가 아닐까싶을 만큼 주변에 널린 열매 덤불들이다.
푸스슥!
그때 환인과 적당히 거리가 떨어진 덤불에서 코끼리와 토끼를 섞은 듯한 다람쥐 크기의 동물이 튀어나왔다.
순간적으로 돌도끼를 움켜쥔 환인은 그 작은 생물의 모습을 가만히 주시하기 시작했다.
전체적으로는 토끼지만 섬세한 갈색털로 뒤덮인 귀는 코끼리처럼 넓적하다. 뒷발만큼이나 긴 앞발은 무언가를 잡기 쉽게 발달되어있었으며 뭉툭한 주둥이 끝에 자라난 미세한 수염은 공기의 진동을 감지하는 기능인듯 쉴새없이 흔들린다.
“…….”
덤불을 나온 토끼다람쥐는 시력이 좋지않은지 환인을 발견하지 못한 것처럼 두발로 서서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코를 연신 킁킁거린다.
잠시 후, 적은 없다고 여겼는지 날랜 움직임으로 주황색 열매를 고르더니 그중에서 가장 색이 진하고 큰 열매 하나를 힘껏 잡아당긴다.
푸스슷, 틱
가벼운 소리와 함께 덤불이 작게 흔들리며 열매는 토끼다람쥐의 손에 들어갔다. 그리고 토끼다람쥐는 한 팔로 열매를 옆구리에 끼더니.
타다다다닷
능숙하게 나무를 타고 오르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10여미터를 뛰어올라간 토끼다람쥐는 가장 가까운 나뭇가지에 도착하더니 앞발로 주황색 열매의 겉에 달린 돌기를 능숙하게 벗겨내기 시작한다.
후두둑.
주황색의 돌기 껍질이 한동안 떨어지다가 멈추었다.
깔끔하게 껍질을 제거한 열매의 과육을 토끼다람쥐는 찹찹거리면서 맛있게 먹는다.
그 모습을 전부 지켜본 환인은 열매 덤불로 시선을 내렸다.
여기가 지구였다면 저 열매는 ‘비교적’ 안전하게 섭취할 수 있는 음식이었을 거다. 하지만 이곳은 지구가 아니었고 저 열매가 토끼다람쥐에게는 식량일지라도 자신에게는 독극물일 수 있다.
외형만 보면 불길하게 생긴 열매를 잠시 응시하던 환인은 토끼다람쥐가 골라간 열매와 비슷한 것을 하나 뜯었다.
토끼다람쥐는 주둥이를 써가면서 껍질을 벗겼으니…….
“…….”
감촉은 벨벳 원단을 만진것처럼 보들보들하다. 껍질을 벗겨내기 위해 돌기를 잡아당기니 생각보다 잘벗겨진다.
내용물은 살짝 데쳐 껍질 벗긴 토마토와 비슷했다. 멀티툴로 절반을 잘라보자 들깨 크기의 씨앗이 서너개 눈에 들어온다.
‘냄새는 감귤 주스와 비슷하군.’
잠시 고민하던 환인은 나이프로 과육을 조금 뜯은 뒤 혓바닥 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혓바닥을 굴리며 잠시 기다렸지만…….
‘괜찮나.’
혓바닥이 저리다거나 마비되는 듯한 느낌은 없다. 그사이 혀 위로 맛이 번져나가는데 맛은 그냥 무난했다.
약간 떫은맛과 조금 신맛, 그리고 적당한 단맛.
개량하지 않은 야생 열매에서 이정도로 단맛이 난다는 것에 조금 감탄한 환인은 혀 위에 올려놓고 있던 과육 조각을 삼켰다.
‘268…… 279…… 299…… 300.’
독이 든 열매, 과일등을 먹으면 5분내에 증상이 나타난다고 아버지에게 배웠었다. 그래서 시계를 보며 5분을 기다렸지만 배가 아프다거나 위장이 조여든다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혹시몰라 씨앗은 모두 제거하고 과육을 통째로 입에 넣고 씹으니 과즙이 팡, 터지며 입안에 단맛을 퍼트린다.
맛있다. 약간의 떫은 맛과 신맛이 단맛을 강조해주는 느낌.
다시 5분을 기다렸지만 배앓이나 배탈의 징조는 찾아오지 않았다. 환인은 내심 안도의 한숨을 쉬며 스마트폰을 꺼내 토끼다람쥐가 골라갔던 열매와 비슷한 것 하나를 더 찾아 사진을 찍어놓는다.
“스마트폰을 바꾼지 얼마 되지 않아서 다행이군.”
새로 산 후 대용량 사제 배터리로 직접 교체까지 했다. 배터리를 먹는 옵션은 어제 걸으면서 모두 OFF로 돌려놓았고 밝기 또한 0으로 고정해놓았다. 소리도 무음과 진동 없음으로 설정했으니 아껴쓴다면 6일은 갈 거다.
그후 환인은 야자잎과 비슷하게 생긴 큰 이파리를 확보, 돌아다니면서 코로나 베리corona berry라고 이름붙인 주황색 열매를 따서 모았다.
이 숲은 코로나 베리의 자생지인 것 같으니 당분간은 식량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코로나 베리를 10개 정도 먹어 갈증은 물론 허기를 면한 환인은 다시 길을 떠났다.
일단 목표는 인적을 찾는 것이다.
물론 존재하지 않을 수 있지만 생존을 위해서라면 어쨌든 사람과 비슷한 지성체를 찾는 것이 급선무다.
외지인, 타지인을 적대하는 부족일 수도 있지만 그것은 일단 인적을 찾은 뒤에 생각해볼 일.
어제보다 좀 더 면밀하게 땅을 살피는 한편 무수히 많은 나무도 살피며 길을 나아가던 환인은 모습이 조금 이상한 수풀을 발견하곤 그것을 뚫어지게 응시했다.
“안좋군.”
모양이 이상한 것은 그 맹수의 발자국이 수풀을 뭉갠 흔적이었다.
새로 발견한 짐승의 발자국에 발을 대고 비교해보니 이쪽 발자국의 크기가 조금 더 작다.
주위를 둘러보자 언덕 지형으로 들어왔는지 평평한 지형은 얼마 보이지 않고 굴곡진 지형이 시야를 채우고 있다.
코로나 베리 덤불도 곳곳에 눈에 띈다.
다행인 점은 3시간 가량 걸어왔음에도 코로나 베리가 자생하고 있다는 것이고, 불행인 점은 어젯밤 스쳐지나간 맹수가 여러마리일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이었다.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저 앞의 유달리 커다란 나무에 시선을 주었다가 그 나무에 가까이 다가갔다.
“나무도 탈 수 있나.”
나무를 타고 오르다가 미끄러지기라도 했는지 나무에 세로로 길게 난 6줄의 발톱자국을 물끄러미 응시하던 환인은 주위를 다시 살피며 중얼거렸다.
“방패라도 만들까.”
구상한대로 만든다면 방패라기보다는 초소형 뗏목이지만, 어쨌든 넙적한 것에 손잡이를 달고 들면 방패다.
생각과 구상을 끝낸 환인은 빠르게 움직였다.
일단 어제 만든 몽둥이 정도 굵기의 나무 장작을 닥치는대로 모았다. 나무판자가 방패로 만드는데 좋지만 멀티툴로 할 수 있는 일은 작고 세밀한 작업 한정이다.
돌도끼로 나무를 패서 판자로 만들 수 도 있겠지만, 중요한 무기를 그런 일에 소모할 수는 없다.
나무 장작을 넉넉하게 모은 뒤에는 코로나 베리 덤불을 뜯어 노끈 대용으로 쓸 줄기를 확보했다. 그리고 돌도끼로 두꺼운 나무장작의 들쭉날쭉한 길이를 반듯하게 맞추었다.
그런데.
쾅!
다듬다가 실수로 바위를 찍었는데 돌도끼에 흠집이 나긴커녕 바위가 패여나갔다.
“……이건 대체 뭘로 만든 거지.”
돌도끼에 찍힌 바위가 패여나간 것을 보며 중얼거린 환인은 작업을 다시 진행했다.
어쨌든 우연한 기회에 돌도끼가 매우 튼튼하다는 것을 알게된 환인은 약간이지만 위안을 얻을 수 있었다.
튼튼하고 단단한 무기라면 꽤 오래 쓸 수 있을테니까.
그후 길이를 적당히 다듬은 나뭇가지를 세로로 나란히 늘어놓고 잔뜩 확보한 덤불 줄기를 얼기설기 엮어 네모난 방패를 만들었다.
2시간동안 뚝딱거린 결과물은 구상했고 예상했던 그대로였다.
굵고 곧게 뻗은 나뭇가지가 많았던 덕분에 화살이라도 막을 수 있을만큼 촘촘하다. 뾰족뾰족한 나뭇가지도 틈에 일부러 끼워 고정해놓았으니 녹색 괴물 정도라면 이걸로 후려칠 경우 단번에 피범벅이 될 것이다.
물론 이 조악한 나무방패로 대형 맹수의 공격을 막겠다는 생각은 환인의 머릿속에 없었다.
이 방패는 어디까지나 견제용, 그리고 입질을 할때 주둥이에 박아넣고 틈을 만들어내기 위한 용도.
죽더라도 그냥은 죽지 않겠다는 환인의 의지다.
완성된 급조 나무방패의 안쪽 띠에 팔목을 끼우고 이리저리 움직여보았다.
크기는 상체를 간신히 가릴 정도였기에 움직임에 지장은 없다.
‘방패술에 관련된 책을 좀 봐둘걸 그랬나.’
파울루스 헥토르 마이어, 중세 독일 공무원이 횡령까지 해가며 만들었다는 무술교본을 흥미삼아 본 적은 있지만 그외에는 아무런 지식도 없는 환인이었다.
무지하지만 일단은…… 중세 결투 게임에서 보았던 자세를 잡아본다.
이러면 방패가 상체와 무릎 위쪽을 전부 가려줄 것 같은데. 다리는 적당히 사선으로 벌려서 앞쪽에서 오는 충격을 대비하고…….
‘이 자세면 맞은편에서는 눈 위쪽과 무릎 아래만 보이겠지.’
이 상태로 돌도끼를 휘둘러보는데.
툭.
방패를 내민채 돌도끼를 휘두르긴 어려울듯 하다. 내려치는데 팔이 나무방패에 걸린다.
‘공격할때는 방패를 살짝 젖혀야겠군.’
후려치려면 방패를 다 젖혀야하니 공격방식은 내려치기 위주. 돌도끼를 양손으로 휘두르는 것도 어렵다. 한손으로만 휘둘러야하는데 돌도끼의 무게 중심이 매우 저질이라 손목에 부담이 많이 간다.
돌도끼의 짧은 리치도 신경쓰이고 무작정 인파이팅을 벌이기에는 방패의 부실한 내구도 눈에 밟힌다.
이리저리 움직이다보니 단점이 많이 보여 환인은 몽둥이를 하나 더 만들었다.
이번에는 나뭇가지가 아니라 약 1.5m 길이의 나무 막대기다. 수십년을 자라다가 모종의 이유로 부러진 듯 두께가 어른 허벅지만하다.
그것을 돌도끼로 가공해서 손잡이를 만들고 덤불 줄기의 껍질을 멀티툴로 벗겨 부드러운 부분으로 손잡이 부분을 칭칭 감았다.
“이정도면 미끄러지지 않겠지.”
한 손으로 쥐고 서너차례 휘둘러본 환인은 묵묵히 손잡이 부분을 더 가공해 두 손으로 잡을 수 있게 했다.
회사를 다니며 헬스장을 꾸준히 다닌 덕분에 한손으로도 휘두를 수 있지만, 아무래도 무게 중심이 돌도끼 버금가는 수준이라 두 손으로 휘두르는 것이 좋아보였기 때문이다.
왼팔에는 나무방패, 오른손에는 돌도끼. 등에는 양손 곤봉.
“흠.”
부실하지만 무기와 방어구를 갖추었더니 팔과 다리 보호구를 만드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잠시 생각하던 환인은 고개를 저었다. 그런걸 제작할 손재주도, 기술도 없고 시간도 많지 않다. 환경도 안전하지 않고.
‘전투를 생각할게 아니라 회피와 생존을 생각해야지.’
양손 곤봉을 짊어진 환인은 다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