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한 세이브로 따먹다-5화 (5/235)

〈 5화 〉 005 데우스 엑스 마키나 시스템

* * *

*

아카데미 내부 의료실, 새하얀 병실에는 다양한 기기들이 몸에 연결된 상태였다.

통증이 살짝 남아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대한민국의 최고 헌터 아카데미라는 이름 값은 있는지 의료진은 확실한 모양이다.

휴유증이 생기진 않을 것 처럼 보였다.

다른 누군가에게 있어서는 고작 몇 분도 안되는 짧은 시간일지도 모르지만, 내게는 아니었다.

신체의 일부가 잘려나가는 기억도, 민지와 짧게 했던 그 시간들도 아직은 선명했다.

불가능하다고 생각되는 일이었지만, 결국 끝이났다.

“조금 적적하네.”

계속 민지와 함께 했는데, 이제와서 떨어져 있으려니 어딘지 모르게 적적한 기분이 들었다.

"살아 남았으면 된거겠지.. 튜토리얼은 끝났어?"

백날 천날 그 시간을 반복 할 수는 없는 법이다. 그정도 반복했으면 끝날 때가 오긴했다.

솔직히 중간에 정신을 잃어버려서 아직도 상황판단이 잘 되지 않고 있었다.

[ 알림을 확인하시겠습니까? ]

“알림?”

[ 튜토리얼을 클리어하신 것을 환영합니다. 사용자 김시우 님. ]

민지가 어떻게든 날 끌고 밖으로 나온 모양이었다.

그래도 스켈레톤 나이트를 잡겠다고 그 난리를 부렸는데, 의미 없는 일은 아니어서 다행이었다.

"민지는 살아 있지?"

[ 강민지님이 김시우님을 끌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

"목소리가 왜 그래?"

안쪽에서 들려오던 딱딱한 목소리와는 다른 나긋나긋 하면서도 매혹적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 사용자의 취향을 반영한 목소리 입니다. 마음에 들지 않으십니까? ]

"아니 그런건 아닌데."

목소리가 달라져서 그런지 완전히 다른 기분이 들었다.

마치 예쁜 누나랑 대화하는 기분이라고 해야하나?

기왕 목소리를 그렇게 변경할 거면 말투도 바꾸면 안되나?

“말투가 좀 아쉬운데?”

[ 노력해 보겠습니다. ]

“뭐 그건 중요한게 아니긴 하지.”

[ 퀘스트 : 살아남아서 탈출하기 ]

[ 완료되었습니다. 보상을 수락하시겠습니까? ]

그 동안 했던 고생에 대한 보답을 받을 시간이었다.

솔직히 저 던전에서 몇 번이나 죽었던가.

“다 내놔!”

[ 인벤토리 기능이 해금되었습니다. ]

[ 뽑기 기능이 해금되었습니다. ]

[ 일일 임무가 해금되었습니다. ]

[ 상점이 해금되었습니다. ]

[ 커스텀 마이징 기능이 활성화되었습니다. ]

정신없이 올라가는 안내창을 보고 있으니 지금까지 고생한 게 헛수고는 아니었다는 걸 깨달았다.

“뭐가 이렇게 정신없어.”

[ 운명 포인트 165p ]

생각보다 보상으로 들어오는 운명 포인트가 많았다. 세부 사항을 확인을 위해 상태창을 조작했다.

운명을 비틀거나 바꿀 경우 얻을 수 있는 포인트.

[ 생존에 성공했습니다. : 10p ]

[ 자신의 운명을 비틀었습니다. 10p ]

[강민지의 운명을 비틀었습니다. 110 p ]

[ 강민지와 관계도가 변경되었습니다. 35p ]

“… 이거 수치가 왜 이래?”

[ 운명의 등급에 따라 보상이 달라집니다. ]

민지의 운명을 비튼건 110p 인데, 왜 나는 10p 밖에 되지 않는 거지?

아니면 뭐 내 목숨보다 민지의 목숨이 11배는 중요하다는 의미인가.

그렇게 고민하고 있던 중 가슴에 비수를 꽂는 말이 들려왔다.

[ 정확합니다. ]

“...”

[ 세상은 공평하지 않습니다. 사람마다 운명의 등급이 다릅니다. ]

“나는 뭔데?”

[ F 등급입니다. ]

“그럼 민지는?”

[ A등급입니다. ]

F등급인 내 인생을 바꿔봐야 얻을 수 있는 게 거의 없어 보였다.

“이거 중요도가 변경되기도 하나?”

[ 보통은 변경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당신이라면 운명을 바꿀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

“…”

중요도는 어떻게 정해지는 거지?

태어날 때부터 정해지는 건가?

‘난 태어날 때부터 F였던 거야?’

[ 그렇습니다. ]

단순히 강민지의 호감도가 올라도 보상으로 포인트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럼 내가 백날 노력하는 것보다, 등급이 높은 여자들하고 엮이는 게 더 많은 포인트를 얻을 수 있는 건가?

[ 그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퀘스트를 통해 포인트를 얻을 수도 있습니다. ]

선택지는 다양한 모양이다.

시간을 되돌리는 경험을 해본 이상, 이 시스템이 말도 안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건 알 수 있었다.

그럼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의문이 있었다.

“마키나 시스템.. 너는 뭐야? 목적은 뭐고?”

[ 자세한 정보는 드릴 수 없습니다. 저희의 목적은 운명을 바꾸는 것입니다. ]

“무슨 운명을 바꾸려는 건데?”

[ 멸망하는 미래를 바꾸는 것. ]

“멸망? 이 세계가 망한다는 거야?”

[ 그렇습니다. ]

저걸 저렇게 아무렇지 않게 말할 수 있는 말인가?

순간 뇌 정지가 올 뻔했지만, 이미 여러 차례 죽음을 넘어왔다.

죽는 거나 멸망이나 다르게 있겠는가.

“아직 시간은 있는 거지? 어차피 자세한 정보는 줄 수 없을 거고?”

[ 그렇습니다. ]

지금까지의 내용을 요약하면 간단했다.

운명 포인트를 모아 세상을 구한다. 그걸 위해서는 다른 여자 애들을 공략해야 겠다.

[ 멸망을 막을 수 있다면 방법은 상관없습니다. ]

생각해 보면, 마키나 시스템은 말도 안되는 힘을 가지고 있다.

내 능력도 이 시스템에서 나오는 거고, 그럼 굳이 내가 아니어도 멸망을 막는건 쉬운 일이 아닌가?

[ 저희는 직접 간섭할 권한이 없습니다. ]

‘강민지의 호감도를 올린 건? 그건 직접 간섭한 거 아닌가?’

[ 사용자의 행동으로 인한 결과는 상관없습니다. ]

그 후로도 질문을 던졌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없었다.

'솔직히 나쁜 건 없어.'

어차피 나는 죽을 운명이었다. 데우스 엑스 마키나 시스템을 각성하지 못했다면 내 인생은 저 던전에서 끝나는 거였다.

잘나가는 헌터들도 한번 실수하면 죽는 게 헌터들의 현실이다.

‘튜토리얼 보상으로 얻은 사기 스킬.’

[ 세이브 로드 : LV1

세이브 포인트를 지정하고 로드할 경우 해당 시점으로 돌아갑니다.

사망할 경우 가장 마지막에 저장한 지점을 로드합니다.

­ 현재 지정 가능한 세이브 포인트 : 1개

­ 포인트 갱신은 지정 후 일주일 후 가능합니다. 로드시 쿨타임도 되돌아갑니다.

­ 갱신 가능까지 남은 시간 : 00 : 00 : 00

나한테는 말도 안 되는 사기 스킬이 있으니 이제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신중해야 한다. 세이브 포인트를 잘못 설정할 경우 동굴에서처럼 무한 지옥이 반복될 수도 있었다.

"뭐 대충 궁금한 점에 대해서는 대답을 들었으니까."

튜토리얼 클리어 보상으로 얻었던 기능 들을 확인할 차례였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커스터 마이징이었다.

"일단은 스텟부터 확인해 볼까?"

또 동굴에 들어가는 일은 원치 않았다. 지금 이 순간을 세이브 포인트로 지정했다.

어색한 조작법을 익히며 스텟창을 열자 내 능력치가 나타났다.

==============

이름 : 김시우

근력 : 5

체력 : 6

민첩 : 5

정력 : 12

마력 : 3

내구성 : 5

[ 스킬창 ]

남은 포인트 : 165p

===============

예상은 했지만 처참한 스텟이었다. 의외로 정력이 가장 높았다.

“흠.. 전부다 20을 찍으면 얼마나 들어가는 거지?”

지금 가지고 있는 운명 포인트는 165p 적어 보이는 수치는 아니었지만, 신중하게 사용해야 했다.

“84p? 좋아 일단 올리자.”

일단은 전부 20으로 올렸다.

==============

이름 : 김시우

근력 : 20

체력 : 20

민첩 : 20

정력 : 20

마력 : 20

내구성 : 20

[ 스킬창 ]

남은 포인트 : 81p

===============

“확실히 몸이 달라진 거 같은데.”

몸 상태를 확인해 보고 싶었지만, 병원이라 확인할 수가 없었다.

힘이 넘치는 느낌과 함께 강해진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실제로 싸워봐야 알겠지.

‘나중에 강민지랑 대련해 봐야지.’

다음은 커스터 마이징 시스템을 확인해 보니 나와 똑같이 생긴 캐릭터가 알몸으로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이건 아무리 봐도 게임에서나 볼법한 모습인데, 혹시 내 마음대로 변경이 가능한건가?

[ 그렇습니다. ]

"모든걸 다 변경 가능한거야?"

[ 현재 모습과 너무 갑작스런 변화는 추천 하지 않습니다. ]

갑작스럽게 변경하는 경우에는 어느 정도 리스크가 있는 모양이었다.

너무 달라지면 주변에서 이상하게 생각하는 문제도 있긴 하지만, 다른 문제도 있는 모양이다.

신체를 변경하는 행위니까 혹시 고통이 동반되지 않으려나.

일단은 키도 좀 키우고, 얼굴도 좀 수정해 볼까?

일단은 테스트를 위해 조금씩만 변경했다. 175cm에서 176cm로 늘렸다.

얼굴 같은 경우는 이목구비를 조금씩 변경 시켰다. 미묘하긴 하지만, 조금씩 변경하면 미남이 되겠지.

'자존심도 키울까?'

자존심 길이도 1cm 늘여 15cm로 변경했다.

[ 모두 합쳐서 21p입니다 변경 하시겠습니까? ]

"변경시켜줘."

조금 더 수정할까 고민이 되었다. 겉으로 들어나는 모습은 자존심과 연관이 된다고 하지 않던가.

‘딱 20p만 더 쓰자, 그래도 40p가 남으니까..’

장인 정신을 발휘하여 조금씩 더 수정했다. 아주 미묘한 차이지만 결과물이 만족스러웠다.

“뭔가 잘생겨 보이는군.”

만족스러운 결과였다. 구석에서 반짝거리는 표시가 하나 있었다.

아까부터 신경 쓰여서 눌러서 확인했다.

[ 초심자 무료 뽑기 : 5회 무료]

이미 스킬 뽑기에서 봤던 익숙한 UI가 기다리고 있었다.

첫 뽑기의 보상은 '특별한 정액'과 '고통 내성'로 거의 꽝이나 다름없는 스킬이었다.

'그래도 주는 건 해보는 게 맞겠지.?'

박스를 열 기회는 총 5번.

"뭐 한 번에 다 까야지"

박스가 빛나기 시작했다.

* * *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