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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 세이브로 따먹다-4화 (4/235)

〈 4화 〉 004 게이트 밖으로

* * *

*

내 스킬에 강화된 민지가 주먹을 휘두를 때마다 해골들이 박살 나기 시작했다.

"..."

방금의 기억 때문인지 민지가 얼굴을 붉히고 있긴 했지만, 그래도 그동안의 전투 경험 때문인지 침착하게 주먹을 휘둘렀다.

'조금 있으면 저 새끼가 움직이겠지.'

나는 민지가 놓치는 해골 놈들의 머리를 부수며 체력을 아껴두었다.

해골 병사들은 신체 강화 효과가 적용된 민지를 상대하기 힘들어 보였다.

"지..진짜로 믿어도 돼??"

스켈레톤 나이트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민지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어봤다.

"나만 믿어."

"찐다 주제에..."

민지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쉬지 않고 몸을 움직였다. 가장 약한 몬스터에 속하는 스켈레톤답게 민지의 주먹에 힘없이 부서졌다.

내 정액으로 강화된 민지는 아직 지치는 기색은 없어 보였다. 해골의 숫자가 계속해서 줄어들자 드디어 스켈레톤 나이트가 움직였다.

단숨에 달려와 민지의 빈틈을 노리는 공격.

"꺄아아악!"

그러나 뒤에 있던 내가 민지를 공격하게 놔두지 않았다.

손목에 느껴지는 묵직한 충격을 버티며 바로 검을 움직였다.

다음 공격이 어디로 이어질지 이미 알고 있기에 한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움직인다.

'오른쪽에서 아래로 휘두르고 이어지는 찌르기 공격.'

내 신체 능력은 놈보다 떨어질지 모른다. 그러나 놈의 공격을 막아내기에는 부족하지 않다.

어떻게 움직일지 모두 알고 있으니까.

"조심해!!"

곧장 이어지는 찌르기 공격을 완벽한 타이밍에 막아 흘러 버렸다. 그 뒤로 이어지는 놈의 공격에 쉴 틈 없이 검을 휘둘렀다.

방어밖에 못 하긴 하나, 계속 자신의 공격을 막아내는 날 보며 당황한 듯한 기분이 들었다.

"나는 신경 쓰지 말고 나머지 놈들만 쓰러트려 줘!!"

"그렇게 말해도..!"

계속해서 공격을 이어나가던 놈이 여유를 부리듯 빈틈을 보여줬다.

저게 의도적으로 보여준 빈틈이라는 건 이미 경험을 해서 알고 있었다.

저기에 반응해서 공격하는 순간 왼팔을 노리고 공격할 거다.

'그 정도는 감수한다!'

달려든 순간 놈의 검이 내 왼팔을 노리고 들어 왔으나 나는 피하지 않았다.

뼈를 내주고 살을 취한다.

갑옷을 고정하는 어깨의 끈이 잘려 나가고, 놈의 갈비뼈 사이로 놈의 약점이 드러났다.

[ 고통 내성에 의해 통각이 감소합니다. ]

"시우야!!!!"

왼쪽 팔에 칼이 박혀서인지 강한 고통이 느껴졌지만 나는 멈추지 않고 다음 공격을 이어 나갔다.

설마 칼이 박힌 상태에서 빼지 않고 달려들지는 몰랐는지 놈의 대응이 조금 느렸다.

뒤늦게 칼을 뽑아내는 해골 기사, 강한 고통이 느껴졌지만 나는 망설이지 않았다.

과연 하급 헌터 학살자답게 바로 공격 자세를 취하는 모습이었다.

이대로 달려들었다가는 분명 해골 기사의 검에 꼬챙이가 될 게 분명해 보였다.

그걸 알고 있음에도, 나는 멈추지 않고 달려들었다.

"죽어!!!!!!!!!!"

복부 부분에서 강렬한 고통이 느껴졌지만, 내 검이 놈의 심장에 닿았다.

덜덜 떨리는 해골 기사의 얼굴, 이렇게 무식한 인간은 처 음보겠지.

"민지야.. 부탁할게.."

"김시우!!!!!!!!!!!"

나는 그대로 의식이 끊어졌다.

*

게이트 밖에는 한 여성이 가만있지 못하고 초조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그녀의 정체는 전 A급 랭커 강민아. 현재는 은퇴 후 아카데미에서 교수로 활동하는 중이었다.

갈색 웨이브 헤어에 큰 가슴과 큰 골반이 매력적인 언제나 차분함을 유지하는 미녀 교수로 유명했다. 하지만 지금 만큼은 차분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그녀는 손톱을 물어뜯으며 자신의 앞에 있는 게이트를 바라볼 뿐이었다. 그 앞에는 연구복을 입은 남자들이 게이트 주변을 확인하고 있었다.

게이트의 정체는 강민지와 김시우가 들어갔다가 갇힌 게이트였다.

아카데미 내부에서 관리하는 실습용 던전으로 별로 공격적이지 않은 몬스터들이 나와서 이미 많은 학생이 이용하는 게이트였다.

하필 오늘, 말도 안 되는 확률로 게이트 믹싱 현상이 일어났다. 게이트 믹싱은 이미 존재하고 있는 게이트 좌표에 다른 게이트가 열리면서 생기는 현상으로 두 게이트가 서로 섞인다.

"아직도 안정화가 안 된 겁니까?"

"네.. 아직 불안정해서 도저히 진입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아마 3~40분은 더 기다려야 할 것 같습니다."

"어떻게 더 빨리 해결할 수 없는 겁니까? 지금 저 안에 학생들이 있습니다!"

"솔직히 방법이 없는 거 교수님도 아시지 않습니까.."

3~40분도 말도 안 되는 속도라는 걸 그녀도 알고 있었다. 아카데미 내부의 있는 최고의 기술자들이 없었다면 더 오랜 시간이 걸려도 안정화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가슴으로는 이해할 수 없었다. 게이트 안에 있는 강민지는 그녀의 동생이었다.

둘의 외모는 비슷한 부분이 많았기 때문에 강민지가 입학한다는 소식을 듣고 머리를 갈색으로 염색하고 파마도 했다. 거기에 안경도 쓰고 조심 또 조심했다.

멀리서 지켜만 봐도 좋은 자신의 동생이었다. 힘든 걸 보고 도와줄 수 없어서 얼마나 가슴이 아팠던가.

그녀는 강민지가 가족이라는 사실을 철저하게 비밀로 했다. 물론 알 사람은 알고 있었기에 강민지에게 그 어떤 도움도 줄 수 없었다.

괜히 도움을 줬다가 그 사실이 밝혀지면 강민지도 강민아에게도 좋아질 게 하나 없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피폐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우리 사랑스럽고 예쁜 민지.. 설마 죽는 건 아니겠지? 아닐 거야 그럴 리 없어..'

강민아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를 뿐이었다.

___ 교수님한테 저런 모습도 있구나.

___ 나 게이트 믹싱 이번에 처음 봐, 저게 일어나긴 일어나는 일이구나?

___ 강민지랑 그 전교 꼴찌였나 그렇게 두 명 들어가 있다던데

___ 민지 불쌍해서 어떡해..

주위에서 수군거리는 소리에 신경이 날카롭게 변하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화를 내서 좋아질 게 없다는 건 그녀도 잘 알고 있었다.

그녀가 할 수 있는 건 기다리는 일 밖에는 없었다.

'진정하자.. 진정하자..'

입이 바싹 마르고 숨쉬기가 힘든 기분이 들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우리 민지는 뭐든 해내는 아이니까 이번에도 괜찮을 거야!'

시간이 지나갈수록 불길한 생각이 뒤덮기 시작했다.

F+ 랭크 수준인 강민지와 각성을 못 한 일반인인 김시우가 D­ 급으로 추정되는 게이트에서 살아남을 확률은 제로, 거의 0%에 가까웠다.

'아니야.. D­랭크도 근삿값이고 확실한 건 아니니까, 김시우가 챙겨간 장비면 시간을 끄는 건 가능하겠지?'

게이트에 들어가기 전에 장비를 모두 검사받는다. 김시우는 능력을 각성하지 못해서 생존을 위한 장비를 꼭 하나씩 챙겨 다녔다.

하지만 그 정도 장비로 오랜 시간을 버티는 건 불가능하다.

'안돼 이런 생각 하면 안 돼!'

강민아는 초조한 감정을 잊기 위해서 계속 자신의 손톱을 물어뜯었다.

"저 교수님 손에서 피나는데 괜찮으십니까?"

"아.. 죄송합니다. 별로 좋지 못한 모습을 보였군요."

강민아는 손수건으로 피를 닦고 손가락을 손수건으로 감쌌다. 그리고는 아무렇지 않은 척 평소의 표정을 지었다.

얼마 남지 않았다. 점점 게이트가 안정되어 가는 모습이 보였다. 그러자 구조대들이 게이트로 진입할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강민아도 구조대에 자원했다. 2명이 자신의 담당 학생인 만큼 명분은 충분했다.

'그 남자보다는 민지를 우선시하는 거야. 들어가자마자 몬스터의 흔적을 쫓으면 바로 찾을 수 있어.'

이제는 시간이 생명이었다. 그녀의 주위로 바람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카데미의 보안 담당 김지환은 바람의 이상을 감지했다. 들어가기도 전에 사고가 터질 것 같았다.

남자는 눈이 작은 편이었는데 강민아를 노려봐서 그런지 거의 눈을 감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교수님 조금 진정 좀 하시는 게 어떻습니까?"

입구에서 정신 사납게 하는 강민아에게 큰소리치고 싶었지만, 김지환의 신분상 그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후우.. 자꾸 추태를 부리는군요. 죄송합니다."

강민아는 본인의 행동이 잘못되었다는 건 잘 알고 있었다. 강민지가 자신의 동생이라는 사실을 숨겨야 하기에 이렇게 행동해서 좋을 게 없었다.

하지만 그것보다는 생존이 먼저 아니겠는가, 만약 게이트에서 사망했다면 이 모든 건 의미 없는 일이 될 거다.

"솔직히 교수님도 잘 알지 않습니까, F랭크 한 명에 언랭크가 지금까지 살아 있을 리가 없다는 걸요."

"그게 무슨 의미죠? 지금 학생들이 죽길 바라시는 건가요!"

"무슨 말을 그렇게 하십니까? 현실이 그렇다는 겁니다. 현실이."

"이제 1분 남았습니다!"

".."

강민아에게 1분이 마치 1년 같았다. 그러건 말건 김지환은 입을 크게 벌리고는 하품을 했다.

영원히 지나가지 않을 것 같은 1분이 흐르고 게이트로 달려가려는 순간 안쪽에서 누군가가 걸어 나왔다.

"..어?"

"뭐야?"

강민지와 강민지의 등 뒤에 업혀있는 김시우, 말도 안 되는 기적이 일어났다. 둘은 흙바닥을 뒹굴었는지 지저분한 모습에 장비들이 피에 젖어 있었다.

"강민지 학생!"

"어.. 언.. 아니 교수님?"

"많이 다친 거야? 괜찮니?"

"나는.. 아니 저는 괜찮아요! 시우좀 살려주세요!!"

당장이라도 게이트 속으로 뛰어들려 가려 했던 강민아의 힘이 쭉 빠지는 느낌이었다. 안도감과 함께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얘 상태가 안 좋아요! 치료 좀 해주세요!!!"

대기하고 있던 의료진이 김시우를 들것에 옮기기 시작했다. 붕대로 대충 감긴 했지만, 아직 출혈이 멈추지 않았는지 지금까지도 피가 흐르고 있었다.

"학생은 괜찮습니까?"

"크게 다친 곳은 없는데.. 혹시 씻을 수 있을까요?"

강민아는 강민지를 부축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몰랐는데 걸음걸이가 어딘지 모르게 이상했다.

혹시 던전에서 다친 건 아닌가, 말투를 유의하며 강민지에게 물음을 던졌다.

"민지 학생 혹시 다리를 다쳤나요?"

"..."

강민아의 물음에 강민지는 입을 다물 뿐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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