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16 옛사랑에게 안식을 #2
“우와아! 어떻게 했어요?”
입을 크게 벌린 채 침을 흘리는 메릴.
땅에 살짝 떠있던 상태의 유리아가 장난스런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였다.
“내 능력이야.”
“엄청 부러워요! 높게 날 수도 있어요?”
“물론이야. 같이 날아볼래?”
“네!”
“이리와.”
유리아가 팔을 벌리자, 메릴이 폴짝폴짝 뛰면서 다가가 등을 돌렸다.
앞으로 안아달라는 의미. 유리아가 피식하며 메릴의 목과 등을 감쌌다.
메릴은 자신의 몸이 서서히 뜨기 시작하자 긴장한 듯 침을 삼켰다.
하지만 유리아의 따스한 손길을 느끼고는 금세 헤롱해져선 볼을 부비적거렸다.
“메릴, 얌전히 있어. 움직이면 안 된다?”
“알았어요.”
두 사람은 점점 높이 올라갔다.
산속의 가장 큰 아름드리나무보다도 더 높게, 뾰족한 고성의 성탑보다 더 높게.
“우와아아...”
공중에 높이 뜬 메릴이 고성 주변을 보며 감격했다.
그건 유리아도 마찬가지였다.
높은 곳에서 보는 타이라트의 고성과 그 주변이 무척 아름다웠기 때문.
옆엔 풀벌레 소리가 감도는 산, 그리고 그 뒤엔 달빛이 내리쬐는 바다가 보였다.
경치가 끝내줬다. 날개 달린 마물이 성 위를 돌아다니는 것도 나름 분위기가 있었고.
여기서 살고 싶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유리아 님! 저기가 저희 집이에요!”
산의 전경을 감상하던 메릴이 손가락으로 산 중턱을 가리켰다.
정신을 차린 유리아가 물었다.
“바로 갈래? 아니면 조금 더 있다가 갈래?”
“우웅... 더 있을래요!”
“알았어.”
생긋 웃은 유리아는 메릴을 달고 공중을 천천히 날아다녔다.
까르르 거리는 웃음소리. 메릴이 무척 좋아하니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 유리아였다.
한참동안 고성을 날아다니던 두 사람은 중턱에 안착했다.
내려와서 보니 빼곡한 초목이 새로운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었다.
땅에서 올라오는 흙냄새와 산 특유의 고요함, 그리고 주변에 쫙 늘어진 철쭉은 마음을 평화롭게 만들어주었다.
이 마계에 점점 동화되어간다.
그리고 예전과는 달리 지금 이 마음을 부정하고 싶지 않다.
“유리아 님! 이쪽이에요!”
흥분해선 방방 뛰는 메릴의 외침.
어서 집에 초대해주고 싶은 것 같다.
“메릴, 다른 마물들도 자야 되잖아. 조용히 해야지.”
“아, 맞다. 알았어요.”
찔끔한 메릴이 검지를 세워 입술에 가져갔다.
깜찍한 모습. 유리아의 입꼬리가 절로 올라간다.
메릴의 집은 중턱에서도 눈에 띄는 큰 고목 아래에 위치했다.
성인 남자 한 명이 몸을 비벼야 겨우 들어갈 수 있을 만한 땅굴이 뿌리 근처에 있었다.
들어가려면 기어야 할 것 같아서 조금 곤란했다.
타이라트가 새로 준 드레스에 흙이 묻으면 어떡하지 싶었다.
하지만 메릴의 집을 조사해야 하니까... 어쩔 수 없다.
나중에 새로 달라고 하면 되겠지.
“내가 먼저 들어갈게.”
“왜요?”
“그 침입자가 또 와서 자고 있으면 큰일이 날지도 모르니까 그래. 넌 나무 위에 올라가있어.”
“우웅... 알았어요. 위험하면 소리 질러요. 제가 구하러 갈게요.”
약한 주제에 누굴 구하겠다고 하는지...
진심만큼은 제대로 느껴졌기에 유리아는 생긋 웃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메릴이 폴짝 뛰어 높은 나무의 나뭇가지에 올라간 후, 유리아는 한 차례 심호흡을 하고는 자세를 낮출 준비를 했다.
그런데...
“그럴 필요 없다.”
뒤에서 타이라트 특유의 중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깜짝 놀란 유리아가 소리를 질렀다.
“꺄아악!”
그러자 메릴이 잽싸게 내려와 눈을 질끈 감고 타이라트의 다리를 마구 때리기 시작했다.
“이얍! 얍!”
제법 큰 기합소리도 내고 있었지만... 싸움 한 번 해보지 못한 약한 마물이 뭘 할 수 있겠는가.
타이라트의 몸은 당연히 미동도 없었다.
“메릴, 나다.”
“이야압! 어? 마왕님?”
눈을 뜬 메릴이 주먹질을 멈추고 고개를 갸웃했다.
왜 여기 있냐는 표정. 타이라트가 그녀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해결했으니 돌아가자꾸나.”
가슴에 손을 올린 채 나무기둥을 짚은 상태로 심호흡을 하던 유리아가 발끈했다.
자신을 놀라게 해놓고 태연한 타이라트가 미웠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삐친 거라고 봐야 옳았다.
그녀가 입술을 뾰로통하게 내민다.
“사과는 안 해? 간 떨어질 뻔했잖아!”
“겁이 상당히 많은 편이로군?”
“그게 아니라...”
따지려던 유리아가 입을 앙다물었다.
타이라트와 말싸움을 하면 항상 졌다.
괜한 반항심에 개겨보아도 매번 태연한 얼굴로 반박하니... 괜히 힘을 빼긴 싫었다.
“아... 됐어. 내가 말을 말지... 근데 해결했다니? 무슨 소리야?”
“말 그대로다. 새벽에 너희들이 눈을 붙이는 동안 조사를 끝내놓았다.”
“너는 나서지 않겠다면서?”
“할 일도 없어서 직접 처리했다. 침입자도 잡았고, 현재 감옥에 가둬놓았지.”
“당연히 사형이겠지?”
그 말에 타이라트가 아리송한 얼굴을 했다.
“글쎄. 네가 사형을 반길까 모르겠구나.”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이만 돌아가자.”
말을 마친 타이라트가 메릴에게 손을 뻗었다.
그러자 메릴이 놀란 낯으로 타이라트를 올려다보더니, 이내 헤헤 웃으며 그의 손을 맞잡았다.
그 모습을 본 유리아는 무슨 생각에서였는지 후다닥 달려가 메릴의 남은 손을 잡았다.
그렇게 세 사람은 고요한 산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마치 가족 피크닉을 온 금슬 좋은 부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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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릴을 성에 들여놓은 두 사람은 감옥으로 움직였다.
그리고 유리아는 감옥으로 가는 도중 타이라트에게 침입자의 신상정보를 들었다.
“인간 남성에... 20대라고...?”
묵묵히 고개를 주억거리는 타이라트.
유리아는 잡힌 사람이 누구인지 정확하게 알아차렸다.
산속에서 발견된 20대 인간 남성이라? 딱 한 명뿐이지 않은가.
답은 곧바로 나왔다.
“아론... 이야?”
“그렇다.”
역시 아론이 맞았다.
포탈을 탄 후 뭔가 잘못돼서 산속을 떠돌아다니다가, 우연히 메릴의 집을 발견해 거기서 하루 묵은 모양이었다.
사형을 반길지 모르겠다는 타이라트의 말이 이제야 이해된다.
아론은 자신과 결혼을 약속했던 사이였으니까. 정이 남아있다고 생각했을 터였다.
하지만 유리아는 아론이 뒈지든 말든 전혀 상관이 없었다.
다만 그리워했었던 사람인만큼 자신의 손으로 죽이고 싶지 않았을 뿐이었지.
“그렇구나...”
“정말 봐도 괜찮겠느냐?”
“난 괜찮아. 이상한 오해는 하지 말아줬으면 좋겠어.”
곧 감옥에 도착한 그들은, 간수의 안내에 따라 계단을 내려갔다.
중간에 복도를 지나치면서 왕국의 백성들이 타이라트와 같이 있는 유리아를 보며 의아해하긴 했지만, 협상을 하고 있다 생각해서였는지 난동은 피우지 않았다.
그렇게 지하 9층으로 간 유리아는 이상한 소리를 들었다.
크으으... 크으으으...
짐승과 인간이 반반 섞인 것 같은 울음소리.
유리아가 9층 복도에 멈춰 서서 물었다.
“아론을 심하게 다룬 거야? 정신이 나간 건가?”
“그냥 발견하고 무력화시킨 뒤 잡아놓기만 했다.”
“그래...?”
“들어가지.”
앞장을 선 타이라트. 유리아가 황급히 그의 뒤를 따랐다.
가장 구석의 옥에서 멈춘 타이라트가 유리아에게 턱짓했다.
한 번 살펴보라는 뜻. 유리아가 다가가 옥 내부를 보았고, 살짝 놀랐다.
속옷 한 장만 입은 산발머리의 광인이 옥 안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벽을 긁고 있었기 때문.
흙과 말라붙은 피가 덕지덕지 묻어있음에도 흐려지지 않는 잘생긴 얼굴... 분명 자신이 알던 아론이 맞았다.
“크으으...! 으으...”
유리아는 좀비처럼 목적없이 돌아다니던 아론과 시선을 마주쳤다.
그 순간, 아론이 달려들어 철창을 잡고 마구 흔들었다.
덜컹!
충혈 되어있는 그의 눈에선 욕정이 분출되고 있었다.
입에서는 침을 질질 흘리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무척 더럽고 불쾌하다고 생각한 유리아였다.
강인하던 기사가 왜 저렇게 변했을까? 타이라트가 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고 했는데...
유리아는 아론을 동물원 원숭이 보듯 바라보며 타이라트에게 물었다.
“왜 저래?”
“욕망에 미쳐있는 상태다.”
“그러니까 왜 욕망에 미친 상태냐고.”
그 말에 타이라트가 상체를 살짝 숙여 유리아와 눈을 맞추었다.
“뭐, 뭐야...? 왜 그래...?”
당황한 유리아가 고개를 살짝 숙였다.
대답하지 않고 유리아의 얼굴을 자세히 바라보던 그가 다시 상체를 꼿꼿이 세웠다.
“괜찮아 보이는구나. 말해줘도 되겠어.”
“괜찮다고 했잖아...”
“좋다. 저놈은 몽마를 겁탈했다. 몽마와 합의하지 않은 상태로 몸을 섞으면 서서히 미쳐가게 되지. 놈은 수십 번이나 강제로 몽마의 속살을 탐했고, 그래서 완전히 돌아버린 거다. 이젠 그냥 광인일 뿐이지.”
타이라트의 입에서 나온 충격적인 소식.
유리아가 눈을 부릅떴다.
아론이 광인이라는 것에 대해 놀란 게 아니다.
몽마를 겁탈했다는 대목에서 놀란 것이었다.
“.... 뭐라고...? 겁탈?”
“산속에서 마물들을 도륙하다가 점점 정신이 피폐해져갔고, 그에 따라 욕구를 참지 못해 생김새가 인간과 비슷한 몽마를 고꾸라뜨린 듯싶다.”
“.....”
“겁탈을 당했던 몽마는 죽음을 원했다. 불쌍한 녀석이니만큼 내 손으로 안식을 내려주었지.”
유리아의 얼굴이 숙연해졌다.
마물들의 생활상에 깊이 공감하고 있던 상태의 그녀는 몽마가 죽은 것이 너무나도 안타까웠다.
동시에 아론이 너무나도 한심했다.
마물을 그토록 증오하는 인간임에도 마물에게 욕구를 풀다니.
그것도 합의하에 한 게 아니라 겁탈이다. 횟수도 수십 번이란다.
구역질이 나지 않는다면 이상한 일.
“놈은 욕구를 푼 뒤 산을 돌아다니며 수십의 마물을 더 죽였다. 만약 메릴이 집에 있었을 때 저놈이 침입했다면?”
“더, 더 이상 말하지 마!”
유리아는 머리를 마구 털어냈다.
메릴이 죽는 모습은 상상조차 하기 싫었다.
“앞길이 탄탄대로에 육체도, 정신도 나름 강했던 기사단장이다. 그럼에도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했고, 분노에 몸을 맡긴 채 살육을 즐겼지. 인간의 정신력은 딱 저만큼이다. 보잘 것 없는 존재라는 뜻이야.”
저 말에 진심으로 공감한 유리아가 동의했다.
“그래... 네 말이 맞아.”
유리아는 이 순간, 어머니를 설득할 마음을 버렸다.
마물이 되기 전의 어머니가 말했던 사상에 마음속 깊숙이 동의한 것이다.
그녀의 뇌리에 쓰레기 같은 인간들보다 마물이 훨씬 더 고귀한 존재라는 인식이 완전히 박혔다.
꽉 쥔 유리아의 주먹이 부들부들 떨렸다.
자신이 인간인 것이 창피하다. 고개를 들 수 없을 정도다.
“크아아아...!”
저 아론의 추잡스런 모습을 보라.
인간도 아니고, 마물도 아닌... 그냥 괴물이지 않은가.
저런 괴물이 메릴의 집에 침입하다니. 유리아의 눈에서 불똥이 튀었다.
그런 그녀의 상태를 파악한 타이라트가 물었다.
“어떻게 생각하지?”
“살아있을 가치가 없어. 내가 직접 처리할래.”
자신의 손으로 죽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다.
메릴이 위험할 뻔했다. 분노에 치가 떨린다.
꼭 내 손으로 죽여야만 화가 풀릴 것 같다.
망설임 따윈 없는 유리아의 대답에 한쪽 입꼬리를 올린 타이라트가 구석에 놓인 검을 들어 유리아의 손에 쥐어주었다.
“이건...”
“미리 준비해놓았다.”
“내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예상했다는 거야?”
“글쎄.”
애매모호한 대답.
유리아는 왠지 타이라트의 뜻대로 놀아나는 기분이 들었다.
옛정을 모두 버리라고 등을 떠미는 것 같다.
그러나 뭐든 상관없었다. 아론은 여기서 죽는 게 맞았으니까.
“크워어...! 크와아악!”
여전히 철창을 잡고 흔들어대는 아론.
유리아는 무심한 눈으로 옛 약혼자의 목을 향해 검을 찔러 넣었다.
푸우욱...
날카로운 검의 끄트머리가 말랑한 목살을 뚫고,
“커컥... 끄르륵...!”
아론의 몸에 힘이 쭉 빠지고, 입에선 피거품을 물었다.
그때, 아론의 충혈 되었던 눈동자가 하얘졌다.
죽기 직전에 원기가 돌아온 모양.
그는 이해할 수 없는 눈으로 자신과 백년해로를 약속했던 유리아를 바라보며 입을 열려고 했다.
“끄륵!”
유리아는 눈살을 찌푸렸다.
죄책감 같은 감정을 느껴서가 아니라, 아론이 아가리를 열면서 튄 인간의 피가 목에 닿았기 때문이었다.
‘불결해...’
그리 생각한 유리아는 생명의 빛이 점점 꺼져가는 아론의 눈을 바라보았다.
절망감이 가득한 눈빛. 슬픔도 가득하다.
사랑하는 약혼녀가 자신을 죽이려고 하니 억울한 듯했다.
반면 유리아는 그 따위 시시콜콜한 감정은 느끼지 않았다.
오히려 모기를 잡은 것 같은 시원한 감정만 느꼈을 뿐.
나중에 혹시라도 인간이 더 있나 산을 뒤져봐야겠다.
만약 있다면 메릴과 마물의 안전을 위해 모두 죽여 놓자.
그리 생각한 유리아는, 아직 빛이 꺼지지 않은 아론의 눈동자를 통해 자신의 얼굴을... 정확히 말하자면 눈을 볼 수 있었다.
짙은 보라색으로 빛나는 홍채와 세로로 쭉 찢어진 동공이 보인다.
당황스럽지만 자연스럽기도 하다. 지금 이 눈이 원래 자신의 눈 같다.
유리아는 검의 손잡이를 쥔 손에 힘을 잔뜩 주고 아론의 목을 완전히 찔렀다.
스거억...
목뼈가 깔끔하게 잘리는 소름끼치는 소리와 함께, 아론의 고개가 괴이하게 꺾였다.
버둥거리던 몸은 축 늘어져 미동도 없어진 상태.
유리아는 더러운 인간의 피가 검신을 타고 흘러내려 자신의 구두를 적시자, 짜증이 가득한 표정으로 목에서 검을 빼내고 아무렇게나 던졌다.
찰그랑!
그리고는 언제부턴가 생긴 구석의 거울에 다가가 자신의 얼굴을 살펴보았다.
‘뭐지?’
분명 보라색이었는데 정상으로 돌아와 있다.
에메랄드 색의 홍채가 그대로. 동공도 정상이다.
혼란에 빠진 유리아가 타이라트를 올려다보았다.
“잘했다.”
그의 칭찬을 들은 유리아의 심장이 두근! 하고 크게 뛰었다.
목소리가 너무나도 달콤하게 들려왔기 때문.
타이라트의 목소리가 분명함에도 지혁의 목소리와 완벽히 똑같게 느껴졌다.
복잡하던 마음이 일시에 씻겨나가면서 무척 시원해졌다.
멍하니 타이라트의 얼굴을 바라보던 유리아가 뺨에 홍조를 띤 채 수줍게 대답한다.
“아, 응...”
만족스런 얼굴로 유리아를 보던 타이라트가 돌연 허공으로 시선을 돌렸다.
“마가렛, 모습을 드러내라.”
그러자 숨겨져 있던 마물 포탈이 아가리를 벌린 채 나타났다.
그 안에서부터 마가렛이 골반을 요염하게 튕기며 걸어 나왔다.
“아이 참... 어떻게 아셨어요?”
“네 기척 정도는 눈치채고 있었지. 어떻게 보았느냐?”
방금 유리아의 살인에 대한 감상을 묻는 것이었다.
당황해하고 있는 자신의 딸을 슬쩍 곁눈질한 마가렛이 킥킥 웃었다.
“사랑했던 연인의 목을 무감정한 눈빛으로 찌르는 딸의 모습... 너무 배덕적이었어요♡ 아래가 축축해졌지 뭐에요.”
“너답구나. 유리아와 함께 씻고 오너라. 먼저 가있겠다.”
“네에~”
타이라트는 포탈을 타고 푹 꺼지듯 사라졌다.
마가렛과 단둘이 남겨진 유리아는, 긴 혀를 날름거리며 자신의 입술을 핥는 어머니를 바라보고 눈동자를 데굴 굴렸다.
씻고 오라니... 말투가 너무 의미심장해서 침이 절로 삼켜졌다.
“엄마는 마왕님의 명령을 따라야 해. 우리 딸도 그럴 거지?”
마가렛의 나긋하면서도 야릇한 말.
유리아는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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