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법소녀물 야겜 속 최종보스가 되었다-117화 (117/471)

EP.117 번민하는 유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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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의 널따란 욕탕엔 열 명 가까이 되는 여자들이 있었다.

모두 인간, 유리아의 목욕시중을 들기 위해 마가렛이 준비한 노예들이고, 모두 나체인 상태였다.

그녀들은 모두 눈에 초점이 없었다.

저번에 회복마법을 쓴 여마법사처럼 인격이 말소된 것이다.

긴 수건을 두른 채 목욕탕에 들어온 유리아는 그녀들을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재수 없다. 자신과 같은 고귀한 존재가 저따위 수동적인 인간들에게 시중을 받아야 한다니 싫었다.

“왜 그러니?”

뒤따라온 마가렛의 섬뜩한 목소리.

유리아가 흠칫했다.

“어, 엄마... 전 그냥 혼자 씻을래요...”

“그래? 알았어.”

흔쾌히 제안을 수락한 마가렛이 노예들에게 다가가 꼬리를 움직였다.

목 뒤를 찔릴 때마다 몸을 움찔 떠는 노예.

그녀들은 곧 온몸을 축 늘어뜨린 채로 마가렛의 곁에 삼삼오오 모였다.

“엄마는 이것들의 시중을 받을 테니... 씻기 힘들면 부르렴.”

그럴 일은 없다.

하지만 괜히 말대꾸를 해서 마가렛을 분노케 하는 건 바보 같은 행동이었다.

“네...”

힘없이 대답한 유리아는 마가렛의 눈을 피해 멀찍이 떨어진 탕에 몸을 담갔다.

“하아...”

절로 기분 좋은 한숨이 나올 정도로 포근한 온도.

자신의 양 어깨에 물을 치대던 유리아는 탕 한가운데로 가서 바닥에 엉덩이를 대고 앉았다.

턱까지 잠긴 물. 깊이가 적당해서 좋다.

무릎을 모아 끌어안은 그녀가 생각했다.

‘난 변하고 있어...’

아론을 죽였을 때, 시원한 느낌을 받으면서 홍채가 보라색으로 변했었다.

동공도 어머니처럼 사악하게 위로 찢어졌고.

분명 타이라트의 음모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일 터.

하지만 그에게 원망스런 마음은 들지 않았다.

자신은 지금 타이라트를 지혁이라고 확신하는 상태였다.

원수였지만 지금은 아닌,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절대자.

그런 그에게 원망을 할 수 있는 용기 따윈 전혀 없었다.

유리아는 투명한 물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연두색 머리카락, 같은 색 눈, 동그란 홍채.

아름다운 여전사인 비스트 슬레이어의 모습인 상태였다.

악을 처단한다는 마음가짐은 있다.

그 악이란 바로 인간. 예전엔 마물까지 포함했으나... 지금은 마물을 선으로 규정하는 상태다.

아니, 사실 이것마저도 애매모호하다.

선악구분이니 정의니 다 내팽개치고 그냥 지혁이 말해주는 대로 따르고 싶다.

유리아가 잠시 그런 생각을 하던 순간,

스으으...

그녀의 연두색 머리카락이 끝에서부터 서서히 검은색으로 바뀌어갔다.

깜짝 놀란 그녀가 눈을 크게 떴다.

다시 원상태로 돌아와 있는 머리카락.

덜컥 겁을 먹은 유리아의 눈가가 붉어지더니 눈물이 어렸다.

“.... 흑...”

지혁에게 자신에 대한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듣고 싶은데, 자꾸 애매한 말로 대화를 피하니 섭섭했다.

아직 자신이 모르는 무언가가 있기 때문에 그러는 걸까? 모르겠다.

이런저런 생각을 한지 한참, 유리아가 고개를 숙여 물에 얼굴을 담그고 숨을 후 내뱉었다.

그러자 거품이 양 뺨을 타고 보글보글 올라가면서 얼굴을 간질인다.

“푸하...!”

고개를 들고 얼굴에 묻은 물기를 손으로 닦아낸 유리아는, 어머니가 탕 밖에 서있는 것을 발견하고 그녀의 몸을 살펴보았다.

같은 여자가 봐도 완벽한 몸매.

날개와 꼬리가 조금 이질적이긴 하지만 그건 자신의 입장에서 봤을 때의 생각.

음마인 어머니의 입장에서 보자면 더없이 어울리는, 음탕하고 매력적인 신체부위였다.

“왜요...?”

“엄마 샤워 다 끝났는데, 너는 아직이니?”

“전... 아직 안 끝났어요.”

“얼른 끝내. 같이 마왕님을 알현하러 가야 하니까.”

“잠깐 혼자 있고 싶어요. 제가 미덥지 않더라도 부탁을 들어주시면 안 될까요...? 다른 데로 새지 않고 알현실로 갈게요... 꼭이요.”

마가렛이 흐응... 하는 콧소리를 냈다.

딸을 빤히 바라보던 마가렛이 고개를 끄덕인다.

“알았어. 마왕님께 혼이 나겠지만... 우리 딸을 위해서라면 감수해야지.”

“고마워요, 엄마...”

“지금은 네 주제를 확실히 알고 있는 것 같으니까 특별히 허락해주는 거야.”

유리아는 언짢은 기색을 내비쳤다.

아무리 마왕이 딸인 자신보다 더 중요한 존재라지만... 굳이 이런 말을 해서 속을 벅벅 긁어놓다니.

갑작스레 짜증이 확 치밀었다.

지금 지혁은 어머니 ‘따위’보다 자신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을 터다.

어머니야말로 주제를 알아야 했다. 자신을 공격한 것에 대해 애걸복걸해도 모자랄 판인데 저런 태도를 보이고 있다니.

“나가주세요...”

유리아의 독기어린 눈빛을 본 마가렛이 코웃음을 쳤다.

“눈이 표독스럽네? 엄마와 싸우려고?”

“나가라구요.”

“딸에게 핍박을 받다니... 서럽네.”

혀를 끌끌 찬 마가렛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유리아에게서 벗어났다.

유리아는 김이 잔뜩 서린 목욕탕에서 찰싹 하는 채찍소리와 서걱! 하는 소리를 들었다.

화가 난 어머니가 노예들을 죽이며 화풀이라도 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얼마 뒤 고요해진 욕탕. 피비린내가 수증기에 섞여 유리아의 인상을 찌푸리게 했다.

“짜증나...”

지혁에게 어머니를 혼내달라고 한 번 말해볼까 싶었던 유리아가 탕에 다시 얼굴을 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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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을 마치고 나온 유리아는 마물들의 시중을 받았다.

이지가 없는 인간들의 시중을 받기에는 죽기보다 싫었는데, 마물에게 시중을 받는 건 괜찮았다.

여자 마물들이 깍듯한 태도로 머리를 말려주고, 드레스를 입혀주는 모습이 역시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은 마왕의 직속 시종들다웠다.

유리아는 시종이 가지고 온 일자거울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기존의 고혹적인 드레스가 아닌, 프릴이 짧아 맨다리가 훤히 드러나는 노출이 많은 드레스.

색깔은 시꺼먼 검은색. 장갑부터 구두, 장신구까지 모두 같았다.

연두색 머리카락과 눈 색이 드레스의 색과 매칭이 안 돼서 조금 옥의 티긴 했다.

금발이 조금 더 어울릴 것 같은데... 변신을 풀어야겠다.

이제는 비스트 슬레이어 상태를 유지할 이유가 없었으니까.

유리아가 그런 마음을 먹는 순간, 디바이스가 빛을 발하더니 변신이 풀렸다.

원래의 금발과 벽안으로 돌아온 그녀는, 거울 앞에서 자신의 전신을 이리저리 둘러보고 만족스런 얼굴을 했다.

시종들을 죄다 물린 그녀는 한 차례 심호흡을 하고는 알현실로 향했다.

복도엔 아무도 없어 휑하고 적막했다.

마치 지혁과 자신, 둘만 사는 별채 같은 느낌을 받았기에 유리아의 얼굴에 자그마한 홍조가 서렸다.

알현실 문 앞에 도착한 유리아는 문이 굳게 닫혀있자 침을 꼴깍 삼켰다.

여기서 어떤 일이 벌어질까? 오늘 드디어 진실을 들을 수 있는 걸까?

결심이 선 눈빛을 한 그녀가 문을 슬쩍 밀었다.

그리고는 아랫입술을 잘근 깨물고 미간을 구겼다.

“아앙...♡ 마왕니힘! 너무 강해요...!”

지혁이 마가렛과 섹스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풀린 눈으로 교성을 터뜨리는 어머니를 보니 다시금 짜증이 났다.

자신이 왔음에도 저 천한 음마와 교접을 하다니... 중요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허탈해졌다.

지혁의 앞에서 몸을 들썩이는 마가렛.

자지에 찔릴 때마다 꼬리가 뱀처럼 이리저리 휘고, 날개가 펄럭거리는 것이 너무나도 천박했다.

다행히 섹스는 곧 끝날 것 같았다.

지혁이 마가렛의 머리채를 꽉 잡아당겼기 때문.

유리아 자신과 후배위를 할 때, 지혁은 사정감이 찾아오면 머리채를 잡아당기고는 했었다.

지금 저 모습을 보면 분명히 사정하기 직전.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하던 유리아는 돌연 이를 빠드득 갈았다.

지혁이 자신에게 하던 행동을 어머니에게 해서 질투가 났기 때문이었다.

“꺄아아아...♡”

마가렛의 온몸이 빳빳하게 서고, 그녀의 긴 교성이 점점 잦아들었다.

벌린 다리 밑에선 흰 점액이 뚝뚝 떨어졌다.

사정이 끝나자, 마가렛이 몸을 앞으로 움직여 자지를 빼더니 등을 돌리고 무릎을 꿇었다.

그러더니 자지를 입에 물고 청소를 시작했다.

‘진짜 싫다...’

어머니가 밉다. 살심이 솟구칠 정도로.

마가렛의 봉사를 받으며 그런 유리아의 반응을 지켜보던 지혁이 명한다.

“가까이 와라.”

타이라트의 오만한 어투, 그러나 목소리만큼은 지혁의 그것이었다.

얼굴도 유리아 자신이 알던 지혁과 완전히 똑같았다.

말투와 옷차림만 빼면 그냥 송지혁이었다.

어머니의 권속화가 다 되었을 때처럼.

흠칫한 유리아가 조심스럽게 발을 내딛어 옥좌 앞까지 다가갔다.

“아름답군.”

그녀의 전신을 훑어본 지혁의 감상.

유리아가 부끄러움에 고개를 푹 숙였다.

“고... 고마워... 요...”

이젠 타이라트가 지혁임을 확실하게 자각한 상태이니 당연히 존대를 해야 한다.

유리아의 그런 태도에 지혁이 히죽 웃었다.

만족스런 얼굴을 지은 그는, 아래에서 봉사를 하고 있는 마가렛의 찰랑거리는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우움...♡ 하웁...”

그러자 마가렛이 자지를 삼키고 혓바닥을 굴리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입소리가 잦아들자, 타이라트가 유리아에게 물었다.

“내 정체가 궁금하지? 물론 예상은 하고 있겠지만... 직접 듣고 싶지 않은가?”

“아, 네... 대답해주실 수... 있나요...?”

“물론이다. 송지혁은 나, 타이라트가 맞다. 정확히 말하자면 내가 송지혁으로 위장한 것이라고 봐야 옳겠지.”

두근!

유리아의 심장이 크게 박동했다.

확신을 하고 있었음에도 직접 들으니 충격이 컸다.

역시 진실은 무게감 자체가 달랐다.

잠깐 휘청거리던 그녀가 정신을 붙들었다.

“제게... 일부러 접근하신 거에요...?”

“그렇다.”

“어, 언제부터요...?”

“들으면 놀랄 거다. 그것도 아주 많이. 예상하고 있었...”

지혁이 말끝을 흐리면서 눈살을 찌푸렸다.

마가렛이 조용하게 펠라 속도를 높여왔기 때문.

유리아는 그런 자신의 어머니를 혐오 가득한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중요한 이야기를 하는 순간에 방해를 하니, 또 자신이 사랑하는 지혁의 자지를 아이스크림을 먹듯 빨아대니 아까부터 나있던 성질이 폭발 직전까지 온 것이다.

유리아의 그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지혁이 옥좌에 등을 맡긴 채 말을 이었다.

“예상하고 있었던 대답을 들었음에도 힘겨워하는 네가 모든 진실을 전부 감당할 수 있을까?”

“언젠가 알게 될 일이잖아요. 절 평생 속이려고 하시지는 않았을 거 아니에요.”

“그렇기는 하다만...”

“그리고 엄마는 치워주셨으면 좋겠어요.”

“치우라니... 지금까지 마가렛을 아주 많이 그리워했잖느냐. 너는 효녀가 아니었던가? 그렇게 예의 없이 말해도 되나?”

“.....”

“그리고 나는 모녀의 봉사를 받고 싶다.”

그 말에 마가렛의 눈이 호선을 그렸다.

상상만 해도 즐거운 모양.

반면 유리아는 탐탁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

“지금은 중요한 대화를 하고 있었잖아요.”

“그래서?”

“엄마가 방해를 하니까 싫어요. 전 지혁 씨와 단둘이 이야기를 나누었으면 해요.”

유리아의 당돌한 반항에 묵묵히 고개를 주억거린 지혁이 마가렛의 머리를 툭툭 쳤다.

그러자 마가렛이 입에서 자지를 빼냈다.

“그렇다고 하는구나. 잠시 돌아가 있거라.”

“알겠어요♡”

교태 섞인 대답을 한 마가렛은 지혁의 옷매무새를 가다듬어준 뒤 포탈을 타고 사라졌다.

지혁은 잠깐 유리아와 시선을 마주치고 그녀가 결심이 섰는지 확인해보았다.

잠시 그러고 있던 그가 말문을 열었다.

“나는 대전에서부터 네게 접근했다.”

“대전이라면... 세화와 제가 만난 날을 말씀하시는 거죠?”

“아니다. 그보다 한참 전부터지.”

“네...?”

한참 전이라니... 분명 지혁과 자신은 호텔에서 처음 만났는데... 그 전에 접점이 있었나?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이로구나.”

“네... 설명이 필요해요. 모두 듣고 싶어요.”

“말보다는 직접 보는 게 낫겠지.”

그리 말한 지혁이 사악한 미소를 짓더니, 자신의 얼굴에 손을 올렸다.

그러자 괴상망측한 소리와 함께 지혁의 얼굴이 변하기 시작했다.

눈가에 주름이 생기고, 풍성한 수염이 자라나 하관을 덮는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유리아의 눈이 떨려왔다.

변한 지혁의 얼굴은 자신 또한 익히 알고 있는 사내.

바로 글렌 엘레나르, 자신의 아비였다.

‘무슨...?’

갑자기 웬 장난이란 말인가?

이해할 수 없는 표정을 짓던 유리아는, 이어지는 타이라트의 말에 눈을 부릅떴다.

“저런... 괜찮아요? 체라도 한 것이 아닐까 싶은데... 약국이 어디...”

저 대사,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자신이 비스트 슬레이어가 되기 전... 대전에서 살고 있던 무렵, 거리를 걷다가 익숙한 얼굴의 한 중년인을 붙잡았었다.

그는 아버지와 닮은 김태곤이었고, 그때 유리아 자신은 헛구역질을 했었다.

죽은 아버지의 얼굴을 거기에서 보리라고는 상상도 못했기 때문.

저 대사는 분명 그때 들었던 김태곤의 대사였다.

피잉-! 하는 소리가 머릿속에서 들려오는 것만 같다.

어지럽다. 지금 내가 무슨 광경을 보고 있는 걸까?

이성의 끈을 잡기가 힘들다. 정신이 아득해진다.

“이... 무... 이게... 뭐...”

말을 더듬는 유리아.

비소를 지은 타이라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환생이라는 웃기지도 않는 사상을 잘도 믿더구나. 덕분에 아주 쉬웠다. 재미있기도 했지.”

“우... 아...”

영아기 아이처럼 입을 웅얼거리던 유리아는, 지혁이 자신에게 성큼성큼 다가오자 본능적으로 뒷걸음질을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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