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1377화 (1,378/1,419)

천궁天宮

중국 최대 극비라고 할 수 있는 존재.

차원을 넘어온 천인天人이 머물고 있는 비밀스러운 장소.

그 비밀스러운 장소에 중화인민공화국의 주석, 섭군평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무척이나 긴장 어린 표정을 지은 채로 문앞을 서성이고 있는 것이다.

'...망설여지는구나.'

설득하고 말겠다며 자신있게 밀어부치긴 하였지만

막상 마주하려니 망설임이 생겼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거절에 대한 두려움

그 두려움이 발목을 붙잡은 채 문앞을 서성이게 만든 것이다.

'만약 거절당한다면...오히려 반감을 얻게 된다면...'

희망적인 생각이 아닌 부정적인 생각만이 무럭무럭 치솟기 시작하였다.

망설임이 불안을 낳았고

불안이 부정의 경지에 다다르게 된 것이다.

악순환의 연속이었다.

'....아니 해야한다.'

하지만 이내 그는 굳게 마음을 먹고 결단을 내었다.

이대로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었다.

그저 그녀가 떠나가는 걸 지켜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난 15억의 인민을 책임지고 있는 위대한 영도자이다, 고작 거절따위가 두려워 망설이다니! 어불성설이다!'

인민을 위해서라도

조국을 위해서라도

자신을 위해서라도

망설여선 안되었다.

실패의 두려움을 딛고서 나아가야하는 것이다.

쿵 쿵 쿵

곧이어 결심을 마친 섭군평은 문을 두드리기 시작하였다.

"들어오시지요. 섭군평 주석."

자신의 기척을 느낀 것인지

그녀가 자신의 이름을 불렀다.

꿀꺽

섭군평은 마른 침을 꿀꺽하고 삼켰다.

끼이이이익

그리고 천인의 거주지, 천궁 안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

"차라도 드시겠습니까?"

섭군평을 마주한 세실리아는 차분한 어조로 입을 떼었다.

"부탁드리겠소이다."

섭군평은 정중하게 부탁을 하였다.

마음같아선 당장에라도 본론에 들어가고 싶었지만

무슨 일이든 순서가 있는 법.

다급히 일을 치르려다간 오히려 역효과가 날 게 뻔하였다.

조급함은 오히려 독이 될뿐일테니

'지금 필요한 건 여유와 차분함이다.'

섭군평은 애써 마음을 진정시켰다.

명경지수를 몇 번이고 되뇌이면서 말이다.

"여기 있습니다."

그때 차 한잔에 눈앞에 놓여졌다.

"아, 고맙소이다."

섭군평은 곧바로 차를 받들었다.

그리고 향을 음미하며 가벼이 홀짝였다.

고급진 찻잎을 구비해둔 덕택인지

몰라도 차맛은 상당히 일품이었다.

'긴장이 덜해지군.'

그 덕택인지 몰라도 긴장되었던 마음이 서서히 풀리기 시작하였다.

"차맛이 실로 훌륭하오, 본토인이 탔다고 해도 믿을 만큼 말이오."

섭군평은 화색을 띈 채 입을 떼었다.

"칭찬 감사합니다."

세실리아는 담담히 감사를 표하였다.

"다른 이들에게도 맛보여주고 싶을 정도이외다."

"기회가 된다면 그리 하지요."

"하하하하, 내 언젠가 날을 잡도록 하지."

섭군평은 너털웃음을 터트리며 호방하게 말을 이었다.

"기대하겠습니다."

그리고 그 말에 세실리아는 짤막히 답하였다.

".........."

".........."

이내 방안에는 침묵이 자리잡기 시작하였다.

'어렵군..어려워.'

섭군평은 난감하다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대화가 이어지지 않고 뚝뚝 끊기니

말을 잇는 게 실로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이대로 가다간 본론도 제대로 못꺼낼 것이다.'

무언가 분위기를 풀만한 이야깃거리가 필요하였다.

대화거리가 없나 슬며시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리고 이내 볼 수 있었다.

철장에 갇혀있는 새파란 펭귄를 한마리를

-뭘 꼬라봐, 영감탱이.

옆으로 누워있는 귀여운 펭귄, 세라스는 눈을 부릅뜨며 입을 떼었다.

귀여운 외모와 달리 껄렁하기 그지없는 말투였다.

"버릇이 없구나. 한낱 미물주제에."

섭군평은 눈살을 찌푸렸다.

미개한 괴물따위에게 무시당했다고 생각하니 짜증이 치밀어오른 까닭이었다.

-지랄하고 있네, 한입거리도 안되는 늙다리새끼가.

"뭣이!"

-어쩌게? 들어오게? 드루와! 일루 드루와! 눈깔에 있는 먹물을 쪽 빼서 빨아먹어버릴라니까.

세라스는 인터넷 강국이자 욕설의 본고장, 디시아웃사이드에서 배운 욕설 실력을 가감없이 발휘하기 시작하였다.

"저...저어어..."

그리고 그 찰진 욕설에 섭군평은 할말조차 잃은 채 부들부들 떨기 시작하였다.

참을 수 없는 모욕감이 차오른 까닭이었다.

자신이 누구란 말인가

15억 인구 위에 군림하는 위대한 영도자이자

세계 최강국, 중화인민공화국 최고의 권력자가 아니던가

그런 자신에게 저런 저급하기 그지없는 욕설을 내뱉다니

실로 모욕적일 수밖에 없었다.

"네놈이 정녕 죽고 싶구나! 미물!"

섭군평은 언성을 높이며 고함을 내질렀다.

그리고 품속에서 호신용으로 들고 다니던 권총 한자루를 꺼내들었다.

철장 속에 세라스를 향해 겨누기 시작하였다.

당장에라도 쏘아버리겠다는듯이 말이다.

-해보던가, 곰돌이 닮은 병신새끼야.

세라스는 히죽거리며 말을 이었다.

주인을 쏙 닮은 얄미움이 절로 묻어나는 모습이었다.

방아쇠에 손을 걸었다.

진심으로 쏘아보낼 심산이었다.

철컥 철컥 철컥

그때 이변이 일어났다.

겨눠져있던 권총이 멋대로 움직이더니 그대로 분해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만하시지요."

뒤이어 세실리아의 목소리가 귓가로 파고들기 시작하였다.

직감할 수 있었다.

그녀가 권총을 분해해버렸다는 사실을

"이 미물이 나를 모욕하였소!"

섭군평은 나름 억울하다는듯 항변을 하였다.

한낱 미물따위에게 무시당한 게 무척이나 자존심이 상한 까닭이었다

"그분은 미물이라고 불릴 정도로 하찮은 분이 아니십니다. 얼음 대륙을 지배하고 있는 절대자이자 판테시아를 군림하는 일곱지배자 중 하나이시니까요. 어찌보면 일국의 왕보다 위대한 존재라고 볼 수 있지요."

세실리아는 차분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런 분을 미물이라고 폄하하시는 건 더할 나위없는 모욕입니다. 주석."

그리고 세라스를 두둔하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먼저 시비를 건것은.."

"누군가 말없이 쳐다본다면 그건 무척이나 실례가 되는 행동일 것입니다. 특히 세라스님처럼 프라이드 높은 분이라면 더더욱 말입니다."

결국 섭군평의 잘못이라는 소리였다.

와락

섭군평의 안면이 사정없이 구겨지기 시작하였다.

기어이 저 새대가리 편이었다.

같은 판테시아 출신이라고 객관성을 잃고 그저 감싸기 바쁜 것이다.

어찌 짜증이 치밀어오르지 않을 수 있으랴

까드득

이가 절로 갈렸고 살의가 피어올렸다.

마음같아선 저 새새끼랑 저 건방진 계집 둘다 총으로 쏴죽기 싶은 것이다.

'...참자..참아...대의를 위해서..'

하지만 이내 마음을 다잡았다.

대의를 위해선 인내가 필요하였다.

이대로 망칠 수는 없는 노릇인 것이다.

"듣고보니 틀린 말이 아닌듯 합니다. 저같아도 누군가 빤히 쳐다보면 기분이 나쁠테니 말입니다."

섭군평은 애써 마음을 가라앉힌 차분히 말을 이었다.

"세라스님, 사과하겠습니다. 저의 무례를 용서하시지요."

곧이어 고개를 숙여 사과를 하였다.

대의를 위해 스스로 낮추기 결심한 것이다.

-지랄 이단옆차기하고 있네, 안면쳐바꾸지 말고 꺼져 곰돌이 새끼야.

물론 세라스는 여전히 싸가지 없는 대응으로 일관하였다.

"세라스님도 그쯤하시지요, 주석께서 친히 사과하고 있지 않습니까?"

보다 못한 세실리아가 중재에 나섰다.

-네가 뭔데? 명령질이야. 뒈질래? 한번 이겼다고 뵈는 게 없냐? 살풀이 한번 더 할래?

"원한다면 얼마든지 해드리겠습니다, 대신 이번엔 목숨을 걸어야할 것입니다."

세실리아는 싸늘하게 눈을 반짝이기 시작하였다.

-크음...흐음...음...오늘은 몸이 안좋으니까...다음에 하자구, 다음에.

그 싸늘한 눈빛을 마주한 세라스는 어색하게 헛기침을 내뱉으며 슬쩍 돌아 누웠다.

한눈에 봐도 기싸움에서 패배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모습이었다.

"이정도면 잡담은 넘칠만큼 한듯 싶군요, 주석."

이내 세실리아는 섭군평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러니 슬슬 본론을 말씀해주셨으면 합니다."

"..........내 너무 시간을 오래 끌었던 것 같소, 미안하오."

"아닙니다, 어색하니 그런 거겠지요."

세실리아는 대수롭지 않다는듯 가벼이 손사래를 쳤다.

"그럼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소."

섭군평은 사뭇 진지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이번 전승절 때 세실리아, 당신의 위대한 업적를 대대적으로 알리고 내 직접 치하하고 싶소이다."

"저의 존재를 드러내겠다는 말씀이신가요?"

"그렇소."

"혼란이 야기할 수 있다며 극비이길 바라시지 않으셨나요? 이제와서 말을 바꾸시니 의문이 드는군요."

"주머니 속 송곳은 아무리 감추려해도 소용이 없는 법이지요, 시간이 지나면 당신의 존재는 결국 드러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만약 그리된다면 더 큰 혼란이 야기되겠지요."

"그래서 미리 선수를 치자 이 말씀인가요?"

"그렇습니다, 미리 당신의 존재를 드러내고 우호적인 입장을 표명한다면 차원 너머에 있는 이계인에 대한 적대감과 혼란을 기하급수적으로 감소하게 될 것입니다."

"본디 사람은 자신과 다른 존재에 대해 반감을 품는 법이지요, 과연 저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저희 중화인민공화국은 다민족국가있소이다. 공식적으로는 55개의 소수민족으로 구성되어있지, 변방에 흩어져있는 이들까지 전부 합친다면 아마 그 이상일 수도 있을테지."

섭군평은 잠시 숨을 가다듬고 말을 잇기 시작하였다.

"이렇듯 인종도, 문화도 다른 수많은 민족들이 서로 집단을 이뤄 중화인민공화국이라는 하나의 국가를 구성하고 있소, 인민들 모두가 타 민족을 수용할 수 있는 넓다란 마음을 가진 덕택이지요, 다른 국가라면 모르겠지만 저희 중화인민공화국만큼은 이계인인 당신을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

".....확실히 다민족으로 구성된 중화인민공화국이라면 저라는 사람을 받아들일 수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세실리아는 동의하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섭군평의 논리가 나름대로 들어맞는다는 생각을 한듯 보였다.

"분명 그럴 것이오. 중화인민공화국의 인민들이 가진 시민의식은 세계 그 어떤 나라보다 성숙하니 말이오."

".....하지만 여전히 망설여지는군요, 어차피 떠날 제가 구태여 전면에 나설 필요가 있는지...의문이 들기도 하구요."

"결국 떠나야하니 더더욱 전면에 나서야한다고 생각하오."

"그게 무슨?"

"그대는 중화인민공화국을 구한 위대한 영웅이오. 무고한 인민들을 학살한 악룡을 베어 그 악행을 단죄하였지, 그런 훌륭한 업적이 이대로 덮어둔 채 그대를 떠나보내는 건 영웅에 대한 예우가 아니라고 생각하오, 아니 누구보다 공명정대한 중화인민공화국의 크나큰 수치될 것이오. 어찌 국가 수장으로서 그런 수치를 감내할 수 있겠소? 어불성설! 말도 안되는 소리지."

섭군평은 단호하기 그지없는 어조로 말을 이었다.

"부디 예우를 지킬 수 있도록 도와주셨으면 하오, 언제나처럼 공명정대한 중화인민공화국으로 남을 수 있도록 도와주시오, 용사여."

섭군평은 고개 숙인 채 정중히 부탁을 하였다.

한 나라의 수장.

그것도 초강대국 중국의 주석이 머리까지 숙이며 부탁을 하였다.

그 무게는 감히 측량조차 할 수 없으리라

세실리아는 그런 섭군평을 말없이 응시하였다.

"후우우.."

그리고 이내 천천히 한숨을 내쉬었다.

"제가 졌습니다, 그만 고개를 드시지요. 주석."

"예의를 지킬 기회를 주는 것이오?"

"그리하겠습니다, 그러니 부디 고개를 들어주세요."

세실리아는 어쩔 수 없다는듯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감사하오, 정말 감사하오!"

섭군평은 환한 미소를 지은 채 연신 고개를 주억거렸다.

일이 성사되었다는 기쁨에 드높은 자존심따윈 저 멀리 내던져버린 것이다.

"그만, 그만하세요!"

세실리아는 난감한 표정을 지은 채 그를 만류하였다.

"하하하 알겠소, 내 그만하리다."

섭군평은 너털 웃음을 터트리며 말을 이었다.

그의 얼굴에는 기쁨이 가득 차 있었다.

"내 자세한 일정은 비서를 통해 전해주도록 하겠소."

"알겠어요, 기다리고 있도록 할게요."

"내 장담하겠소, 그대 인생에 평생 잊을 수 없는 최고의 하루가 될 것이라고."

"예에...기대하겠습니다."

"그럼 이만 가보도록 하겠소, 내 여러가지 준비할 게 많아서 말이오, 하하하!"

"예에, 살펴가시지요."

세실리아는 차분히 답을 하였다.

그리고 섭군평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대로 바깥으로 나가버렸다.

혹시라도 마음을 바꿀까 싶어 걸음을 서두른 것이다.

-덩치값 못하는 새끼, 꼴갑을 떤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세라스는 히죽거리며 입을 떼었다.

뻔히 보이는 속내가 우습게 느껴진 까닭이었다.

"확실히 덩치에 비하면 무척이나 소심한 인간이긴 합니다."

세실리아는 동의한다는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틀린 말이 아니라 느낀 까닭이었다.

-그나저나 너 연기 잘하더라, 오히려 용사보다는 배우가 더 적성에 맞는 거 아니야?

어차피 받아들일 거면서

고심하는 표정을 지으며 훌륭히 내면 연기해낸 그녀였다.

이정도 연기력이라면 용사가 아니라 배우를 했어도 한 몫 단단히 챙겼으리라

"저도 놀랐습니다, 설마 이렇게 연기를 잘할 줄이야, 어색한 부분이 있을 줄 알았는데 말입니다."

세실리아는 스스로 감탄을 하였다.

그녀 자신 또한 이렇게 연기력이 뛰어날 줄은 예상치 못한 까닭이었다.

-아주 완벽했어, 넌 장차 훌륭한 거짓말쟁이가 될 거야, 용사.

"그리 기분 좋은 칭찬은 아니군요."

정의로운 용사에게 훌륭한 거짓말쟁이라니

그리 좋은 칭찬은 아니였다.

"그보다 세라스님도 연기도 훌륭하였습니다. 찰진 욕설로 주석의 감정을 동요시키다니"

-그거 연기아닌데?'

".....예에?"

-그거 진짜 욕한 거야, 영감탱이가 꼬라보니까 아니꼽더라구.

세라스는 히죽거리며 입을 떼었다.

"..........."

세실리아는 그런 세라스를 말없이 바라보며 생각하였다.

눈앞에 작은 펭귄이 상상이상으로 쓰레기같은 생물체가 아닐까하고 말이다.

-뭘 봐?

"아닙니다, 밥이나 먹도록 하지요."

-난 한국식 짜장곱배기, 고추가루 팍팍 뿌려달라고 해, 그리고 리뷰쓸테니까 군만두 서비스로 달라고 하고.

"...그리 하겠습니다."

실로 알뜰살뜰한 절대자였다.

리뷰 이벤트까지 챙기는 걸 보면 말이다.

***********

"축하드립니다! 결국 해내셨군요!"

범군청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축하인사를 건네었다.

결국 천인을 계획대로 꾀여내었다는 소식을 들은 까닭이었다.

"하하하하, 당연히 해내고 말고! 내가 누군가? 위대한 중화인민공화국의 주석 섭군평이 아닌가! 그런 어리숙한 계집따위 꾀여내는 건 일도 아니란 말일세!"

섭군평은 너털 웃음을 터트리기 시작하였다.

"저는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주석."

범군청은 감격 어린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그래, 그래 자네라면 날 믿고 있을 줄 알았네, 아암, 그렇고 말고. 하하하하"

섭군평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연신 웃음을 흘렸다.

한번 기분이 좋아지니

웃음이 끊이지 않은 까닭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웃었을까

"그래, 비서실장, 전승절 준비는 잘되었는가?"

가장 난관이라고 여기고 있던 천인을 섭외하였으니

이제 남은 건 데뷔무대가 될 전승절 행사의 준비뿐이었다.

그 어떤 때보다 성대하고 화려해야하는 것이다.

"물론입니다! 여기 대략적인 행사 스케줄까지 준비해두었습니다!"

범군청은 공손히 스케줄표를 건네주었다.

"....흐음..그래..이렇게 되었구만...아주 좋아...으음."

섭군평은 흡족스러운듯한 미소를 지으며 스케줄표를 읽어내려가기 시작하였다.

군대 행진부터 시작해 천인의 적절한 등장순서까지 완벽하게 짜여져있는 스케줄표였다.

흡족스러움이 들 수밖에 없었다.

"이건 뭔가? 천인에 관한 꿈나무들의 질의응답시간?"

그때 섭군평은 의아한듯한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이해안되는 스케줄이 눈에 띈 까닭이었다.

"미리 섭외해둔 소수민족의 아이들로 하여금 천인에게 우호적인 질문을 공세를 가할 생각입니다....그리 한다면 이방인에 관한 배타적인 이미지가 어느정도 상쇄될테니까요."

"구태여 질문자를 아이들로 섭외할 필요가 있는가?"

"어른을 섭외한다면 반감이 생길 것입니다. 짜고치고 있다는 게 티가날테니까요."

"확실히 그렇긴 하겠군."

섭군평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확실히 틀린 말이 아니란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역시 자네는 한수 앞을 내다보는구만."

"하하하, 영명하신 주석을 본받았을 뿐입니다."

"원참, 자네는 혓바닥도 그리 매끄럽구만, 하하하."

섭군평은 기분 좋은 웃음을 흘리기 시작하였다.

싹싹한 범군청의 태도가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었다.

"내 자네만 믿도록 하겠네, 부디 최고의 전승절이 될 수 있도록 해주게."

"저만 믿으십시오. 주석."

범군청은 자신감 어린 어조로 말을 이었다.

"결코 실망하는 일따윈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청명하기 그지없는 눈빛을 반짝이기 시작하였다.

씨익

섭군평은 그런 범군청을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아무래도 비서실장 하나만큼 제대로 잘 뽑은듯 싶었다.

이리도 믿음직스러운 걸 보면 말이다

'그래, 모두 잘될 것이다. 이 섭군평과 범군청이 있는 한 말이야.'

섭군평의 미소가 한층 더 진해지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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