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이요?"
세실리아는 의아한듯한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저런 축약된 설명만으로는 도저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지 도저히 예측할 수 없던 까닭이었다.
"현재 중국이 가장 두려워하고 있는 건 중국 인구의 10%를 차지하고 있는 소수의 민족의 독립이다. 1억이 넘는 인구의 독립과 그에 따른 영토의 분배는 국력 약화를 야기시키기 때문이지."
만약 모든 소수민족이 독립할 경우
중국은 초강대국의 지위를 필연적으로 잃고 말 것이다.
자원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영토 대다수가 갈가리 찢겨나갈게 불보듯 뻔하였기 때문이었다.
자원은 없고 인구만 많은 나라가 어찌 힘이 강할 수 있겠는가
대륙의 쇠락은 예정수순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까 그놈들이 가장 두려워하고 싫어하는 걸 우리가 함께 해내는 거야, 소수민족의 독립을 말이야."
선우는 히죽거리며 입을 떼었다.
"과연...그게 말처럼 쉽게 이룰 수 있을까요?...."
"너랑 내가 힘을 합치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지."
"...혹여 무력으로 갈가리 찢을 생각이신가요? 그런 계획이라면 한번 더 생각하시길 권하고 싶습니다. 라트렐 교단에서도 과거 제국의 식민지배를 받던 소국을 강제로 독립시키려고 했던 사례가 있습니다만....그 결과는 심히 좋지 않았습니다....오히려 반발심을 자극하여 그들끼리 더욱더 똘똘 뭉치게 만들어 완전히 복속시킨 결과를 야기시켰기 때문이지요.."
세실리아는 차분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과거 라트렐 교단은 점점 세를 불리던 제국을 견제하기 위해 복속되어있던 소국을 독립시키려고 했던 적이 있었다.
소국을 독립시켜버린다면 그만큼 영향력이 줄어들게 될 것이라는 계산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라트렐 교단의 야심찬 계획은 완전히 수포가 되었다.
쌍수 들고 환영할 줄 알았던 소국의 국민들이 오히려 반발하며 결사항쟁을 하였기 때문이었다.
오랫동안 진행되어온 제국의 신민화 정책과 신민화 교육.
거기에 외부의 무력적인 위협이 더해져 그들을 더욱더 단단하게 결속시킨 까닭이었다.
결국 제국은 대륙 최고의 강대국으로 성장하였고 라트렐은 그들에게 견제를 받아 세가 줄어들게 되었다.
무력적인 독립 강행이 오히려 역효과를 낳게된 것이다.
때문에 그 또한 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면 다시금 생각하기를 권하고 싶었다.
같은 실수를 반복치 않은 게 역사의 순기능일테니
"나도 동의해, 그런 방식의 독립이라면 오히려 흐지부지되거나 반발심을 일으킬게 뻔하겠지, 결국 중요한 간 당사자들의 의지인 법이니까."
결과적으로 중국의 분열은 소수민족의 독립 의지에 달려있었다.
그들이 독립 의사가 없다면 강제적인 힘을 동원해도 말짱 소용없는 것이다.
"그러니까 독립 의지를 불태울 생각이야."
"독립 의지를 말입니까?"
"아아, 더럽고 역겨운 정부의 뜻을 반발하여 저들끼리 똘똘 뭉칠 계기를 마련해주는 거지."
선우는 사뭇한 진지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게 과연 말처럼 쉽게 이뤄질까요?....결국 사람의 마음일진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건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었다.
고귀하고 순결한 성녀라고 해도
대륙을 구한 위대한 영웅이라고 해도
대륙을 통일한 막강한 제국의 황제라도 해도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없었다.
그만큼 복잡하고 어려운 것이 인간의 마음이었으니
"충분히 가능해, 네가 협조만해준다면 말이야."
선우는 자신 어린 표정을 지었다.
"전 그리 대단한 사람이 아닙니다.."
세실리아는 난감한듯한 표정을 지었다.
기대가 너무 큰 것 같아 오히려 곤란함을 느꼈다.
판테시아에서는 대륙의 희망이라고 불리우며 추앙받는 용사라고는 하지만 이곳에선 그저 다른 차원을 넘어온 이방인일 뿐이었다.
모두의 마음을 움직일 만한 영향력이 있을 리 만무하였다.
"아니, 넌 대단한 사람이야, 특히 그 초월적으로 아름다운 외모는 인간의 마음을 움직이기엔 충분한 마력을 지니고 있지."
선우는 사뭇한 진지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화아아악
"농..농담하지 마세요!."
그 말에 세실리아는 얼굴을 잔뜩 붉히며 언성을 높였다.
이런 진지한 상황에서 저런 부끄러운 농담이라니
"농담이 아니라 진심이다, 세실리아. "
선우는 한없이 진지한 눈빛으로 그녀를 응시하기 시작하였다.
"............."
휘익
세실리아는 그 진지한 눈빛을 차마 그대로 맞대지 못하고 그대로 고개를 돌려버렸다.
농담이라고 하기엔 그의 눈빛이 너무 진지하였다.
진심으로 자신을 아름답다고 여기고 있는 것이다.
'부..부끄러워.'
화끈 화끈
얼굴이 화끈거렸고 열이 올랐다.
외간 남자.
그것도 신격조차 초월한 힘을 가진 우월하기 그지없는 남자의 칭찬이라니
순진한 그녀가 받아들이기엔 너무나 과한 자극이었다.
차마 정면으로 얼굴을 맞댈 수 없을만큼 말이다.
"넌 한없이 아름다운 여자다, 호수처럼 투명하고 푸른 눈빛, 장인이 벼려낸 명검처럼 날카롭고 우아한 콧대, 첫 눈처럼 새하얀 피부, 막 개화한 꽃처럼 아름다운 입술까지 무엇 하나 부족함이 없지."
곧이어 선우는 솔직한 감상을 적나라하게 내뱉기 시작하였다.
'으으으...으으.....저런 부끄러운 말을..저렇게...아무렇지 않게...'
화아아아악
그리고 감상이 이어질 수록 세실리아의 얼굴은 더욱더 붉게 물들어갔다.
평생 용사로서 추앙받으며 살아왔던 그녀에게
여인으로서 아름답다는 말보다는 숭고하고 성스럽다는 말이 더욱더 익숙한 그녀에게
벌꿀을 바른듯 달콤하기 그지없는 선우의 표현은 맨정신으로 듣기엔 혼미할 정도로 강한 자극이었다.
너무나 부끄러웠고 어색하였다.
'그런데...싫지가 않아..'
오히려 더욱더 그 달콤한 말을 듣고 싶었다.
싫은데 좋은
좋은데 싫은
지금껏 단한번도 겪어본 적 없는 복잡미묘한 감정이 들기 시작한 것이다.
"태고적부터 우월한 외모는 어마어마한 영향력을 발휘했지, 작게는 가벼운 이득을 취하는 것부터 많게는 국가의 존망마저 좌우하였으니까 말이야."
선우는 차분한 어조로 말을 잇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현대 또한 마찬가지다, 우월한 외모는 그 존재만으로도 가공할만한 무기가 되지."
우월한 외모는 개연성을 부여하였다.
말도 안되는 일조차 가능케 만드는 확실한 근거가 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확신할 수 있었다.
그녀의 조력이 있다면 쉽사리 분열을 조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그러니 자신을 가져라, 세실리아, 너의 우월한 아름다움은 혁명의 불씨가 될테니까 말이야."
선우는 자신 어린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아니, 내가 그렇게 만들겠다, 그러니 날 믿어라, 세실리아."
선우는 그녀를 향해 두텁고 투박한 손을 뻗었다.
세실리아는 수컷향을 물씬 풍기는 투박한 손을 잠시 응시하였다.
살짝
그리고 이내 살포시 그 위로 손을 올렸다.
"당신을...믿을게요.."
그를 믿기로 결정한 것이다.
"탁월한 선택이다. 세실리아. 결코 실망시키지 않도록 하지."
선우는 흡족스러운듯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자 가지런한 새하얀 이빨이 그대로 드러나기 시작하였다.
푸우욱
그 모습을 마주한 세실리아는 부끄러운듯 고개를 푹 숙였다.
그렇게 선우와 세실리아는 중국 분열을 위한 임시적인 동맹을 맺게 되었다.
무척이나 원만하게 말이다.
**************
쿠우우우웅
거대한 드래곤의 목이 땅에 그대로 떨궈졌다.
우우우우웅
그러자 사방이 진동을 하기 시작하였다.
웬만한 건물보다 거대한 목의 중량이 충격을 야기시킨 까닭이었다.
"허어....."
그 광경을 지켜본 중화인민공화국 최고 지도자, 섭군평 주석은 헛웃음을 내뱉었다.
눈앞에 펼쳐진 비현실적인 광경에 당혹스러움을 느낀 까닭이었다.
산책하던 와중 갑작스레 떨궈진 드래곤의 머리라니
어찌 당혹스러움을 느끼지 않을 수 있으랴
"당신의 청대로 행하였습니다, 섭군평 주석."
그때 드래곤의 목을 바닥에 떨군 당사자.
세실리아가 태연스레 입을 떼었다.
"이게..바로..위구르에 출현한 드래곤인가?"
그 말에 정신을 차린 섭군평은 드래곤을 응시하며 천천히 입을 떼었다.
"맞습니다, 이 드래곤이 바로 위구르를 난장판으로 만든 장본인입니다."
세실리아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입을 떼었다.
"감사하오. 세실리아, 당신이 없었다면 수많은 무고한 인민들이 목숨을 잃거나 다쳤을 것이오....모두를 대표하여 내 진심으로 감사드리오."
섭군평 주석은 머리숙여 정중히 감사를 표하였다.
사실 누군가에게 머리를 숙인다는 건 실로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었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었다.
그녀의 빠른 진압이 없었다면 대대적인 독립운동으로 나라 전체가 혼란에 빠졌을 수도 있었을테니 말이다
"그저 약속을 이행한 것 뿐입니다. 개의치 마시지요."
세실리아는 손사래치며 말을 이었다.
"그렇다해도 고마운 건 고마운 것이오, 혹여 보상으로 원하시는 게 있다면 뭐든 들어드리겠소이다."
"지금 대우해주시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과분합니다."
"아니면 훈장이라도.."
'어차피 전 머지않아 이곳을 떠날 몸입니다, 구태여 훈장이 필요할 것 같진 않군요."
"하지만.."
"과한 호의는 오히려 부담됩니다, 주석, 부디 절 헤아려주셨으면 합니다."
세실리아는 정중히 거절을 표하였다.
딱 잘라 선을 그어버린 것이다.
"미안하오. 내 배려가 너무 없었구만, 그래."
딱잘라 선을 그어버리니
더는 뭐라할 수가 없었다.
여기서 더 나아간다면 오히려 불쾌감을 느낄 수 있을테니
"그럼 전 이만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뒷처리를 부탁합니다. 주석."
세실리아는 차분한 어조로 입을 떼었다.
그리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대로 떠나버렸다.
아무런 미련조차 없다는듯이 말이다.
"쯧."
그 뒷모습을 본 주석은 눈살을 찌푸린 채 혀를 찼다.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다는듯이 말이다.
********
"무언가 고민이 있으신 것 같군요."
비서실장, 범군청은 걱정 어린 표정을 지었다.
중화인민공화국의 위대한 영도자
섭군평의 얼굴이 근심이 가득한 까닭이었다.
"그리 보이는가?"
"예에, 심적으로 많이 힘들어보이십니다, 무슨 일 있으신 겁니까"
위구르에 등장한 재앙급 마물도 퇴치되었고
혹시 모를 독립 운동의 전조 또한 막아낼 수 있었다.
그런데 저리 근심이 가득하다니
절로 의문이 들 수밖에 없었다.
"세실리아, 그 여자 때문이다."
"그녀가 무슨 짓을 벌인 겁니까?"
"아니, 오히려 벌이지 않아서 되려 근심이다."
"무슨 말씀인지.."
"사흘 전 용의 머리를 가져왔을 때 그녀에게 물었다. 무언가 원하는 게 있느냐고, 원한다면 훈장이라도 수여해주겠다고 하지만 일언지하 거절하더군, 어차피 떠날 이방인이라는 말을 하면서 말이야."
섭군평은 속에 품고 있던 불만을 내비치기 시작하였다.
"선을 긋는 걸 보니 괜히 아쉬움이 들더군, 결국 그녀를 떠나보내야한다는 사실이 상기되니 말이야."
그녀는 중국을 미국을 넘어 세계최강으로 만들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재원이었다.
그런 그녀를 떠나보내야한다고 생각하니
아쉬움이 절로 들었다.
영원히 함께할 수 있다면 천군만마가 부럽지 않을테니 말이다.
".....그렇군요, 어떤 마음인지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범군청은 이해한다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처음부터 없었다면 아쉬움조차 들지 않았을 것이다.
내 것이 아니란 관념이 박혀있을테니
하지만 이미 그녀의 압도적인 무력을 경험한 이후였다.
S급 헌터들조차 맥을 못추던 재앙급 괴수를 홀로 토벌할 정도의 무력을 실감하게 된 것이다.
그런 그녀를 떠나보낸다는 게 유쾌할 리 만무하였다.
오히려 줬다뺐는 기분이 들며 아쉬움만 심화될 뿐
"인민화 교육은 어떤가?...잘 진행되고 있는 것 같은가?"
그녀에게 제공되는 정보 매체를 중화사상을 녹여내었다.
은연중 중국에 호감을 갖게 하고 더 나아가 인민화를 이룩하기 위한 포석이었다.
"애석하게도 소용이 없는듯 보입니다, 하루종일 그저 명상만 할 뿐이니"
범군청은 고개를 좌우로 천천히 내저었다.
"하아..그런가.."
섭군평은 아쉬움 가득한 한숨을 내쉬었다.
혹시나 희망을 품었지만 역시나인듯 하였다.
첫 단추조차 끼우지 못하는 걸 보면 말이다.
"죄송합니다, 주석."
범군청은 면목없다는듯 고개를 숙였다.
"죄송할 게 뭐있는가? 미개한 이계인의 잘못인 것을."
섭군평은 손사래를 쳤다.
애초에 큰 기대조차 하지 않았다.
환경과 성장과정, 가치관 모든 게 지구와는 완전히 다른 이계인이었다.
위대한 중화사상이라해도 쉽사리 먹혀들 리 없었다.
"....하아...힘이라도 약하면 강제로 임신시켜 정착을 시킬진대...그게 안되는구만."
섭군평은 아쉽다는듯 중얼거렸다.
애라도 배게하면 일이 한층 더 수월해질텐데
그게 잘안되었다.
힘이 너무 강하여 강제 임신도 어려웠고
중국의 우수한 청년들에겐 관심조차 보이지 않았다.
"실로 아쉬운 일입니다. 주석."
"하아...마땅한 방법이 없구나, 그녀를 중화인민공화국에 품을 수 있다면 좋으련만."
섭군평의 한숨이 더욱더 깊어지기 시작하였다.
"..........."
범군청은 그런 섭군평을 바라보며 가만히 침묵을 유지하였다.
무언가 생각에 빠진 것처럼 말이다.
"저어...주석."
그리고 이내 조심스레 입을 떼었다.
"왜 그런가?"
"한가지 시도해볼만한 방법이 있긴 합니다만."
"무엇이?! 그게 정말인가!?"
"예에.....물론 꼬여낼 수 있다고 확신할 수 없지만...용사로 추앙받던 그녀에게는 꽤나 실효적인 방법일 것이라고 사료됩니다만....."
"그게 무엇인가! 어서 말해보게!"
섭군평은 흥분 어린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그러니까......그게 무엇이냐면.."
그의 재촉에 범군청이 조심스레 입을 열기 시작하였다.
"흐음...아아...그래!....그렇구만!...그래..그거야!"
그리고 섭군평은 연신 맞장구를 치며 언성을 높이기 시작하였다.
그가 듣기에도 꽤나 실효적인 방법인 것처럼 느껴진 까닭이었다.
".....어떻습니까? 주석."
이내 결론을 지은 범군청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아주 마음에 드네, 그런 방법이 있었구만 그래."
"하지만 위험부담이 있습니다..아무래도 그녀를 대대적으로 노출시키는 것이기에..타국에서 그녀의 존재를 알아차릴 가능성도.."
"상관없네."
"예에?"
"중화인민공화국에 그녀를 품을 수만 있다면 그정도 위험부담따위는 얼마든지 감당할 수 있다는 말일세."
섭군평의 눈빛이 반짝이기 시작하였다.
"당장 진행토록 하지, 그녀에겐 내가 직접 말할터이니, 자네는 다른 준비를 부탁하지, 돈을 아끼지말게, 아주 화려하고 거창하게 준비하란 말이야!"
"명심하겠습니다, 주석."
범군청은 고개를 숙인 채 정중히 답하였다.
"흐흐, 좋아...아주 좋아."
이내 섭군평의 입가에는 진한 미소가 지어지기 시작하였다.
계획대로 된다면 그녀를 성공적으로 영입할 수 있는 것이란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씨익
고개를 숙인 범군청 또한 진한 미소를 지었다.
섭군평이 보았다면 기겁하고 놀랄 만큼 음흉하고 기분 나쁜 미소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