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058 1059. 당가주께 갈 것이다.
"정말 감사해요....대협덕분에 속이 후련해졌어요."
이화영은 고개를 주억거려며 감사 인사를 하였다.
"아닙니다. 제대로 된 해결책도 제시해주지 못했는 걸요."
선우는 손사래치며 말을 이었다.
실질적인 해결책을 제시해주진 못하였다.
그저 공감해주고 맞장구 치며
당진설과 요랑을 탓했을 뿐
감사할만한 일이 아닌 것이다.
"아니에요...제 탓이 아니라고 말씀해주신 것만으로도 저에겐 크나큰 힘이 되었어요..."
이화영은 고개를 가로 저으며 말을 내뱉었다.
최악의 상황
세상에 홀로남겨졌다는듯한 기분이 들었을 때
눈앞의 남자는 자신의 편을 들어주었다.
잘못이 아니라며
당진설과 요랑의 잘못이 분명하다며
공감과 위로를 해주었다.
이화영에겐
그것이면 충분하였다.
공감과 위로만 있다면
충분히 마음을 다독일 수 있는 것이다.
"정말 감사해요. . 덕분에 저 스스로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었어요."
곧이어 이화영은 눈을 빛내기 시작하였다.
선우의 독려 덕에
그녀는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자신이 틀리지 않았다는 확신을 말이다.
"소저께서 도움이 됐다니 다행이군요."
선우는 부드러이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훈풍이 절로 느껴지는 부드러운 미소였다.
화아악
이화영은 얼굴을 잔뜩 붉혔다.
훈훈한 미소를 마주한 순간
알 수 없는 부러움과 민망함
그리고 뜨거움이 전신을 휘감은 까닭이었다.
"언제고 도움이 필요하시면 말씀해주십시오. 힘이 닿는데까지 도와드리겠습니다."
선우는 한없이 친절한 어투로 말을 내뱉었다.
".....네에...그렇게 하도록 할게요."
그리고 이화영은 부끄러운듯 살포시 고개를 주억거리며 답을 하였다.
".............."
".............."
곧이어 두 사람 사이에는
어색한 침묵이 흐르기 시작하였다.
슬슬 자리를 파해야하는 상황이건만
누구 하나 먼저 자리를 뜨는 이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저는...이만..가보도록 할게요. 일이 밀려있기도하고...더..자리를 비웠다간 또 한 소리 들을 게 뻔해요."
이내 이화영은 잔뜩 상기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더 있다간 부끄러움에 심장이 터질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오늘은 반차를 내고 쉬는 게 어떻습니까? 아직 많이 심란하실텐데....."
"괜찮아요...많이 후련해졌으니까요.."
이화영은 고개를 맹렬히 좌우로 내저으며 입을 떼었다.
마음에 맺혀있던 응어리는 이미 해소된 상황이었다.
따로 마음을 정리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알겠습니다...그리 말씀하시니 구태여 강요치는 않겠습니다...하지만 무리다싶으면 언제고 쉬도록 하십시오. 소저의 정신적 건강을 위해서 말입니다."
"........끝까지 제 걱정을 해주시네요."
이화영은 환한 웃음을 지었다.
끝까지 자신을 걱정해주는 선우의 배려에
마음이 절로 따스해진 까닭이었다.
"....대협의 말대로 할게요...무리하지 않고 할 수 있을 때까지 하도록 할게요."
"그리 말씀하신다니 안심이 되는 군요."
선우는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마주 웃어주었다.
훈훈하기 그지없는 미소를 지은 채 말이다.
"대협.......나중에.....언제 시간 한 번 내주실 수 있나요?"
이화영은 그런 선우를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떼었다.
".....시간 말입니까?"
선우는 의아한듯한 표정을 지은 채 물었다.
"네에...오늘 너무 고마워서...꼭 보답을 하고 싶어요...나중에 분위기 좋은 곳에서...밥이라도..아니 술이라도 한 잔 대접해드리겠습니다."
이화영은 붉게 달아오른 얼굴로 선우를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그저 마땅한 일을 한 것 뿐입니다. 구태여 보답하실 필요는.."
선우는 손사래치며 거절의 의사를 표하였다.
"아니요..꼭 보답드리고 싶어요! 도움을 받고 모르쇠 일관한다면 모용가의 핏줄이 울고 말거예요."
이화영은 번뜩이는 눈빛으로 선우를 응시하며 말을 이었다.
그 눈빛 속에는 확고한 의지가 가득히 담겨있었다
"......그리 말씀하시니 저도 어쩔 도리가 없군요. 알겠습니다. 언제고 초대받을 날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선우는 가벼이 미소를 흘리며 말을 이었다.
거듭 거절하는 것도 도리가 아니란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헤헤헤헤."
선우의 수락에
이화영은 기분 좋은 웃음을 흘렸다.
보답을 할수 있게 된 것이 꽤나 흡족스러운 까닭이었다.
"보답하겠다는 분이 받는 사람보다 되려 기분이 좋아보이시는 군요."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선우는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아.."
그 말을 들은 이화영은 순간 웃음을 멈추었다.
화아아악
그리고 붉은 홍시마냥 얼굴을 잔뜩 붉히기 시작하였다.
좋은 티를 너무냈다는 것을 깨달는 까닭이었다
보답을 주겠다는 사람이
실상 받는 사람보다 더 좋아하다니
'우우..'
부끄러웠다.
어쩜 속내를 이렇게
티나게 드러낸다는 말인가
"저..이만 가보도록 할게요."
휘익
곧이어 이화영은 몸을 돌렸다.
그리고 빠르게 뛰어가기 시작하였다.
너무 부끄러워 당장에라도 자리를
파하고 싶은 것이다.
타타타탁
타타타탁
다급한 발소리가 울려퍼졌고
이내 정원에는 선우만이 홀로 남게되었다.
"흐흐흐흐흐흐"
홀로 남은 선우는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은 채 사악한 웃음을 흘리기 시작하였다.
요랑이나 당서윤이 본다면
악당 같다면서 학을 뗄
기분 나쁜 웃음을 말이다.
'아주 순조로워'
모든 계획이 무척이나 순탄하기 그지없었다.
어떠한 방해도 없이
순조롭게 흘러가는 것이다.
어찌 웃음이 나오지 않을 수 있겠는가
'자아, 그럼 요랑에게 가보자구.'
선우는 그대로 발걸음을 돌려 걸음을 떼기 시작하였다.
다시금 요랑을 충동질 하기 위해서 말이다.
**************
"뭐? 이화영을 또 갈구라고?"
장난스러운 인상을 가진 절세가인, 요랑은 눈살을 찌푸린 채 입을 떼었다.
"응, 순탄한 일처리를 위해선 그녀를 좀더 심적으로 힘들게 만들 필요가 있거든."
선우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을 이었다.
본디 여자를 꼬실 최적의 타이밍은
여자가 심적으로 힘들 때였다.
마음이 가혹해질 수록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은 마음이
절로 커지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부탁을 하는 것이다.
요랑이 그녀를 갈굼을 통해
그녀가 심적으로 고통받는 상황을 만들기 위해서 말이다.
"너무 가혹한 거 아니야? 지금도 너무 갈궈놔서 심적으로 불안할텐데.."
요랑은 걱정 어린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안그래도 미안함을 느끼고 있던 그녀였다.
까마득한 부사수 앞에서
자존심을 완전히 짓뭉갠 채
갈궈버린 게 마음에 걸린 까닭이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그녀를 더 갈구라니
천마天魔도 울고 갈정도의 인성이 아닐 수 없었다.
"괜찮아, 심적 불안은 어느정도 해소해놨으니까."
선우는 태연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적극적인 공감과 위로를 통해
멘탈 케어는 물론
가스라이팅까지 완벽히 이룩한 상황이었다.
더 갈군다한들
그전처럼 심각한 충격을 받진 않을 것이다
오히려 반발심을 키웠으면 키웠지.
".....그래도.."
요랑은 내키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
자신을 강아지처럼 졸졸 따르며
존경심과 동경심을 품고 있는 이화영이었다.
그런 그녀를 건수잡아
갈굴 생각을 하니 괜스레 불편한 감정이 들었다.
"모든 건 재경각의 안정과 평화, 더 나아가 당가의 안정을 위해서야. 당진설과 이화영, 상반되는 두 여인을 동시에 품기 위해선 불가피한 일이야."
선우는 고민하는 요랑을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떼었다.
이미 당진설과 이화영을 품기로 결심한 당가였다.
그런 당가입장에서 리스크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선
두 여인을 강제적으로라도 화합시킬 수밖에 없는 것이다.
교접 화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통해서 말이다.
그게 아니라면
재경각은 매일매일이 전쟁통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흐음."
요랑은 고심스러운 표정울 지었다.
명분은 충분하였다.
재경각주로서 입장에서 보면
두 여인의 마찰보단
이런 모략을 통한 화합이 오히려 나은 방향성일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내키지 않는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비록 영물인 요랑이었지만
인간의 마음을 어느정도 학습하게 된 그녀였기 때문이었다.
"요랑, 날 믿어, 결국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도록 할게요."
선우는 한없이 진지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결과적으로 모두가 행복해질 것이다.
결국 한 남자를 섬기는 가족이 될테니까 말이다.
"후우....알았어...그렇게 하도록 할게."
요랑은 곧이어 고개를 주억거리며 답을 하였다.
결국 수락하기로 한 것이다.
모두를 화합시키기 위해선
선우의 인성 터지는 계획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음을 인지한 까닭이었다.
'그래, 어차피 도화선에 불은 붙었어.'
이미 계획은 시작 되었다.
이제와서 물려봤자
이도저도 아니게 되는 것이다.
"수락해줘서 고마워, 요랑."
선우는 흡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녀의 수락에 무척이나 마음에 든 까닭이었다.
"대신 할 거면 확실하게 해, 어정쩡한 결과는 원치 않아."
요랑은 눈을 반짝이며 말을 내뱉었다.
"걱정마, 이왕지사 이렇게 된 거 대충할 생각은 없으니까."
선우는 확신 어린 눈빛을 반짝이기 시작하였다.
계획이 시작된 이상
대충할 생각은 없었다.
최선을 다해 원하는 바를 이룩할 심산인 것이다.
'어디 시작해보자구.'
선우의 눈빛에 열의가 가득 차오르기 시작하였다.
*********
"딸...일어나야지."
흔들 흔들
모용란은 자고 있는 딸을 가벼이 흔들기 시작하였다.
출근 시간이 다가오는데도
여전히 미동이 없는 딸, 이화영을 말이다.
"흐으음...으음......더...잘래요."
하지만 이화영은 잔뜩 피곤한 목소리로 말을 내뱉었다.
"출근 시간이 다가오는데....더 잔다니.....그런 말이 어딨니? 어서 일어나려무나.....부사수도 생겼는데 모범을 보여야지."
모용란은 단호한 어투로 말을 내뱉었다.
이제 막 재경각에 인정받은 딸이었다.
지각과 같은 불성실한 태도로
벌써부터 평가를 깎아내려선 안되는 것이다.
"......알겠어요."
그 단호한 태도에
이화영은 간신히 말을 내뱉었다.
그다음 천천히 몸을 일으켜세웠다.
터벅 터벅
그리고 천천히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보는 이로 하여금 절로 기운이 빠지는 걸음걸이로 말이다.
"딸, 잠시만, 어미 좀 보자꾸나."
그 모습을 본 모용란은 잠시 이화영을 불러세웠다.
"......왜 그러시나요?"
그 부름에 이화영은 퀭한 표정으로 모용란을 바라보며 물음을 던졌다.
"요즘 무슨 힘든 일이라도 있는 거니?"
모용란은 걱정 어린 표정을 지은 채 그녀에게 물음을 던졌다.
평소에는 자신이 깨우지 않아도
재깍재깍
자리를 털고 일어나
빠르게 출근 준비를 끝마치던
완벽한 딸이었다.
그런 딸이
출근시간이 다가와도 몸을 가누지 못하고
준비조차 간신히 하는 걸 보니
의아함이 들었다.
대체 무슨 일이 있길래 저리도
무기력하게 행동한다는 말인가
"......아무 일도 없어요."
"거짓말을 하는 구나, 어미가 딸에 대해 모르겠느냐? 가감없이 말해보도록 하거라. 대체 무슨 일이 있길래, 이리 무기력하게 구는 것이더냐?"
모용란은 짐짓 엄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분명 무슨 일이 있는 게 확신하건만
자꾸만 숨기려 드는 딸의 태도에
부아가 치밀어오른 까닭이었다.
"......정말 아무일도 없어요."
이화영은 단호히 부정하였다.
휘익
그리고는 그대로 몸을 돌려 바깥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더 할 말 없다는듯이 말이다.
"기다리거라! 아직 어미 말이 끝나지 않았다!"
그 모습에 모용란은 다급히 딸을 불러세웠다.
"늦었어요...다음에..다음에 얘기해요."
끼이이익
쿵
하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이화영은 자신의 말을 무시한 채
곧바로 바깥으로 나가버린 까닭이었다.
"......어찌..."
모용란은 믿기 힘들다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착하디 착한 딸의
반항 아닌 반항이
도저히 믿기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어찌 하늘같은 어미의 말을 저리도
단번에 무시할 수 있다는 말인가
듣는 척조차 안 한채로 말이다.
'분명 무슨 일이 있는 게 분명해.'
모용란은 의심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분명 무슨 일이 있는 게 분명하였다.
그렇지 않고서야
착하디 착한 딸이
저런 반응을 보일 리 만무하지 않겠는가
'한 번 알아봐야겠어.'
모용란은 곧바로 몸을 돌렸다.
그리고 그대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사랑스러운 딸에게 일어난 일을 알아보기 위해서 말이다.
************
"뭐라? 당진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고?"
모용란은 놀란듯한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그렇습니다. 고모님."
모용계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답을 하였다.
"어찌 일개 부사수가 바로 윗사수를 괴롭힐 수 있다는 말이더냐?"
모용란은 믿기 힘든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그게...며칠 전에 큰 마찰을 빚은 적이 있었는데......."
모용계는 며칠 전 일어났던
이화영과 당진설의 싸움에 대해 소상히 설명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그 당시 재경각주인 요랑의 판단까지 전부 말이다.
"그날 이후부터 기세등등해진 당진설이 멋대로 행동했다고 합니다. 뭐만 하면 시비를 걸고 꼬투리를 잡고 영매를 무시면서 말입니다."
"아니 대체 재경각주는 뭘 하는 것이더냐! 한낱 신입 각원이 그리 멋대로 행동하는 데 , 중재조차 하지 않고!"
그 말을 들은 모용란은 즉각적으로 반발하였다.
"그게 아무래도 출신 성분이 출신 성분이다 보니 별다른 제재를 가하지 않는듯합니다. 죄를 짓고 재경각에 배정되었다고는 하지만 엄연히 당가 적통의 핏줄인지라...."
모용계는 면목없다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으드드득
그리고 그 말을 들은 모용란을 거칠게 이를 갈기 시작하였다.
딸을 피폐하게 만든 원흉
당진설에 대한 분노가 차오른 까닭이었다.
'네년이..감히.'
벌떡
이내 모용란은 곧바로 몸을 일으켜세웠다.
"알려줘서 고맙구나."
휘익
그리고 곧바로 몸을 돌려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무척이나 빠른 걸음 걸이로 말이다.
"어..어딜 가실 심산입니까?"
그 모습에 모용계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내 딸이 겪는 불합리를 고칠 것이다."
고개를 살짝 돌린 모용란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안됩니다 고모님! 아무리 부당해도 재경각을 뒤엎어버리면 영매의 입지가 흔들립니다!"
모용계는 다급한 어조로 그녀를 말리기 시작하였다.
승질대로 다 뒤엎버린다면
이화영은 입지는 완전히 사라지게 될 것이다.
다시는 재경각에 얼굴을 내보일 수 없는 것이다.
"누가 재경각에 간다고 하더냐?"
모용란은 담담한 어조로 입을 떼었다.
"재경각에 가는 게 아닙니까?"
모용계는 의아한듯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재경각에 가는 게 아니라니
그럼 대체 어디를 갈 심산이란 말인가
"내 당가주께 갈 것이다."
모용란은 차분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공명정대하신 그분이라면 내 말을 들어주실터이니."
그녀의 눈빛이 더할나위없이 반짝이기 시작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