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40화 〉 541. 사과를 하러 찾아가다.
"미안하구나. 아무래도 장 소협을 만나는 것은 무리인듯 싶구나"
주소양은 담담한 시선으로 이소란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큰 어머니.....어떻게...안될까요?"
이소란은 애원하듯 말을 이었다.
"그가 비록 내 휘하에 있고 설아를 지지한다고는 하지만 내가 함부로 어찌 할 수 있는 이가 아니란다."
주소양은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말을 이었다.
"......저기...그럼."
그녀의 말을 들은 이소란은 천천히 입을 떼어내었다.
"계속 기다리고 있겠다고...말을 전해주실수는 없나요?"
"나올 때까지 계속 기다릴 셈이더냐?"
".....네에."
"어째서?"
주소양은 의아한듯한 표정을 지은 채 그녀에게 물었다.
"사과를 해야하거든요."
"사과?"
"네에..."
"무슨 일인지 물어봐도 되겠느냐?"
".........죄송해요."
이소란은 정중히 고개를 숙여 사과하였다.
선우와 있었던 일은 그 어떤 누구에게도 말 할 수 없는 중대한 비밀이었기 때문이었다.
".......곤란하다면 구태여 캐묻지는 않으마."
이소란이 거절을 표하자 주소양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일단 말은 전해주마. 하지만 너무 큰 기대는 하지말도록 하거라..그는 지금..무척이나 화가 나있는 상태이니 말이다."
"감사합니다!"
이소란은 씩씩하게 감사를 표하였다.
"그래, 고생하려무나.."
주소양은 그런 이소란을 슬쩍 바라보더니 이내 몸을 돌려 안쪽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이소란은 걸어들어가는 주소양의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녀가 자신의 말을 제대로 전해주길 소망하면서 말이다.
*********
해가 점점 저물어가고 달이 차오르던 때
"아직까지 있던거니?"
주소양은 깜짝 놀란듯한 표정으로 이소란을 바라보며 물었다.
"......네에."
이소란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답을 하였다.
"허어."
그 대답을 들은 주소양은 헛웃음을 내뱉었다.
그녀의 끈기가 상상이상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이른 아침부터 처소앞을 서성이던 이소란이었다.
그런데 해가 넘어갈 때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던 것이다.
어찌 끈기가 넘친다고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오늘은 이만 들어가보도록 하거라."
"하지만....아직.....그를 못 만났는걸요.."
"그는 지금 잠자리에 든다고 하더구나. 밤새 기다려봤자. 무용한 짓일 것이다. 그러니 오늘은 이만 돌아가고 내일 다시 오도록하거라."
주소양은 그녀를 바라보며 타이르듯이 말을 이었다.
".......알겠어요."
그녀의 말을 들은 이소란은 수긍한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선우가 잠든 이상
계속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꾸벅
이소란은 허리를 깊게 숙인 후 인사를 하였다.
그리고는 곧바로 이동하기 시작하였다.
주소양은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그녀의 모습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말이다.
"참으로 끈기가 강한 아이지 않나요?"
이윽고 그녀의 모습이 시야에 완전히 사라지자 주소양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스르륵
"그러게, 설마 지금까지 기다렸을 줄은 몰랐는데."
그러자 선우가 그녀의 옆에서 모습을 드러내며 말을 이었다
그의 표정에는 미안함이 살짝 담겨있었다.
"어떻게 하실 생각이신가요? 이쯤에서 용서할 생각인가요?"
주소양은 궁금하다는듯 선우에게 물었다.
"미안하지만 아직은 안돼. "
선우는 고개를 좌우로 도리질치며 말을 이었다.
"어째서요?"
"아직은 제대로 숙성되지 않았거든"
선우는 입가에 진한 미소를 흘리며 말을 이었다.
"선우님도 정말 나쁜 사람이군요. 저 순진한 아이의 마음을 이리도 농락하다니 말이에요."
"그래서 싫어?"
"아니요, 살떨릴 정도로 좋아요..하아.....미천한..암컷의 처분은....우월한 수컷의...권리이니까요..하아..그..권리를..행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아랫도리가...욱신거린답니다."
주소양은 온몸을 배배꼬며 거친 숨결을 내뱉기 시작하였다.
"너는 내가 네 얼굴에 오줌을 쏴갈겨도 거룩하다고 전부 받아먹을거야."
그 모습을 본 선우는 헛웃음을 내뱉으며 말을 이었다.
"당연하다마다요...이왕이면 제 입 안에 제대로 넣어주셨으면 해요. 얼굴에 쏘시면 몇 방울 놓칠 수도 있잖아요?"
주소양은 손가락으로 입을 가리키며 설명하듯 말을 이었다.
"..........정신이 나간 년."
"맞아요..저는 정신이 나가버렸답니다. 그러니..더..욕해주세요...좀더...천박하게...대해주세요.."
그녀는 길쭉한 혓바닥을 쭉 내밀며 거친 호흡을 내뱉기 시작하였다.
"............"
그녀의 격한 반응을 본 선우는 입을 꾹 다물었다.
그녀 앞에선 농담도 통하지 않다는 것을 새삼 느낀 까닭이었다.
"어쨌든 이제 슬슬 돌아가봐."
선우는 그녀를 바라보며 축객령을 내렸다.
"그냥 오늘...같이....자면 안되나요?"
"안돼."
그녀의 말을 들은 선우는 단호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어째서요오오오."
주소양은 시무룩한 표정을 지은 채 그에게 물었다.
"너는 내 처소를 왔다갔다하면서 이소란을 격려해줘야되거든."
"......언제까지요?"
그녀는 슬픈 눈망울로 선우를 바라보며 그에게 물었다.
"제대로 숙성이 될 때까지."
"언제 숙성이 되는데요?"
"때가 되면 알게 될거야."
"..........너무해요..."
주소양은 선우의 야속함에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피식
그 모습을 본 선우는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나이에 안맞는 귀여운 모습에 미소가 절로 지어졌기 때문이었다.
"일만 끝나면 으스러지게 안아줄테니까....그때까지만 부탁할게."
"싫어요."
선우의 말을 들은 주소양은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거절을 하였다.
'응?!'
순간 선우는 당혹스러움을 느꼈다.
순종적인 암캐로 전락한 그녀가 자신의 말을 부정을 할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기 때문이었다.
'반항기인가?'
선우는 순간 심각한 고민에 빠지기 시작하였다.
주제 넘게 밀당을 하려는 그녀의 버릇을 고쳐야할지 말아야할지에 대해서 말이다.
"선우님은 제 주인님이잖아요? 그런데 어째서 부탁을 하는거죠? 명령해주세요....하아...그쪽이...좀더..꼴려요...구속받은 것 같기도하고...강압적이기도하고 말이에요.."
".............."
아무래도 기우인듯 하였다.
그녀는 나만을 위한 완벽한 암퇘지였다.
"닥치고 내 말 들어 그럼."
"네에에~~♡"
선우의 명령에 주소양은 환한 미소를 지었다.
**********
"오늘도 왔더냐."
주소양은 골치 아픈듯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열었다.
"네에!"
이소란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답을 하였다.
"벌써 사흘째이지 않더냐? 좀더 시간을 두는 편이 어떻더냐?"
"아니에요! 시간을 두다보면 분명 회피하게 될 게 뻔해요."
그녀는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말을 이었다.
"그리 말한다면 말리지는 않으마."
주소양은 그런 그녀를 바라보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그리고는 천천히 처소안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장 소협에게 오늘도 기다린다고 말좀 전해주세요."
"알았다. 내 그리 하도록 하마."
주소양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걸음을 옮겼다.
이소란은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또 다시 기다리기 시작하였다.
하염없이 말이다.
**********
꽃처럼 아름다운 두 명의 여인이 차를 마시며 해맑게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하나같이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아름다운 여인들이었다.
"오늘 용정은 차향이 무척 좋네."
이현경은 감탄하듯 말을 내뱉었다.
"흐음....꽤나 좋은 찻잎을 쓴 것 같아요....제 품격과 무척이나 어울리는 향이군요.."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우아하기 그지없는 자태를 자랑하는 여인, 이화영 또한 감탄하듯 말을 내뱉었다.
"영매랑 나는 취향이 정말 비슷한거 같아. 그치?"
그 말을 들은 이현경은 슬며시 미소를 흘리며 말을 이었다.
"경매는 영광이겠군요. 과거 중원을 지배했던 위대한 모용부의 후손과 취향이 비슷하다니 말이에요."
이화영은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러게 삼생의 영광이라고 생각해."
이현경은 태연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후훗, 오늘따라 경매가 무척이나 마음에 드는군요. 평소와 달리주제 파악을 잘해서 그런것 일까요?"
이화영은 재밌다는듯 웃음을 터트리며 말을 이었다.
"그나저나 제 처소는 어쩐 일로 방문하신건가요?"
"재밌는 소식을 들어서 네게 알려주려고."
"후훗, 독사같은 경매도 한낱 아녀자에게 불과하였군요. 그런 소문이나 퍼나르며 다니다니 말입니다."
그 말을 들은 이화영은 고개를 좌우로 절레절레 저으며 말을 이었다.
"그런 소문을 퍼나를 시간에 무공이라도 한 자락 더 익혀두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지금이라도 열심히 하지 않으면 후계 경쟁 때 낭패를 볼 것입니다."
그녀는 오만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걱정해줘서 고마워, 역시 나를 걱정해주는 건 영매 밖에 없는 것 같아."
"그리 감격할 일은 아닙니다. 위대한 핏줄을 잇는 혈족으로서 당연한 배려입니다. 아 물론 제쪽이 좀더 위대하지만요. 아무래도 당가보다는 모용세가가 더 우위에 서있지 않겠어요?"
"그럼 소문은 듣지 않겠다는 말이지?"
"흐음....그래도..경매가 굳이 제게 찾아왔으니 직접 들어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군요."
"배려해줘서 고맙네."
"그래서 뭔가요? 그 재밌는 소문이?"
"이소란이 한 남자를 향해 연모의 감정을 품었다는거 알아?"
"그 곰탱이 같은 이소란이 말인가요!?"
그녀의 말을 들은 이화영은 놀란듯 그녀에게 되물었다.
이소란이라면 황보세가의 핏줄을 이어받은 둔감하고 멍청한 여자가 아니던가
그런데 그런 그녀가 사랑에 빠졌다니?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놀랍군요. 그녀에게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지능이 있었을 줄이야."
평소 무식하다며 이소란을 한껏 무시하고 다녔던 이화영이었다.
그 면모가 지금도 유감없이 드러나고 있었다.
"그러게요? 사람 일은 역시 모르는게 맞는 것 같지?"
이현경은 그녀의 반응을 즐기며 말을 이었다.
"그래서 상대가 누구라고 하던가요? 어떤 멍청한 인간에게 사랑에 빠진거죠? 혹시 야생 곰인가요?"
이화영은 궁금하다는듯한 표정을 지으며 그녀에게 물었다.
"아쉽게도 야생곰은 아닌듯해."
"그럼 누구인가요?"
"장선우."
그녀의 물음에 이현경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천하제일의 기재야."
"뭐...뭐라고요!?"
그녀의 말에 이화영은 당혹스러운듯 말을 내뱉었다.
설마하니 그의 이름이 나올 줄은 상상도 못하였기 때문이었다.
장선우가 누구란 말인가
용봉들을 단번에 제압한 중원제일의 기재이자 아버지인 이재원 이후 천하제일인의 자리를 계승할거라고 전해지는 신룡이 아니던가
이소란이 그런 남자를 연모하게 될 줄이야.
'......건방진 년이.'
이화영은 인상을 와락 찌푸렸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짜증이 치솟았기 때문이었다.
내심 자신의 신랑감으로 장선우를 점치고 있었던 이화영이었다.
위대한 핏줄을 잇고 있는 자신에게 걸맞는 남자라면 차기 천하제일인이라고 불리우는 장선우 정도는 되어야한다고 생각하였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 멍청하고 순진한 이소란이 건방지게도 장선우를 연모한다고 한다.
주제도 모르고 말이다.
"설마.....장선우도 그녀를 좋아하는건 아니겠지요?"
그녀는 불같은 시선으로 이현경을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혹시나 하는 불안감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아니, 그냥 짝사랑인듯해. 만나주지도 않는 장선우의 처소 앞에서 칠주야 내내 기다리고만 있거든."
"흥, 내 그럴 줄 알았어요. 장선우도 눈이 있다면 그 딴 년이 눈에 찰리 만무할테니까요."
그녀의 말을 들은 이화영은 안심이 된다는듯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을 이었다.
"정말 멍청한 여자군요. 어찌 싫다는 사람을 그리도 집요하게 쫓아다닌다는 말인가요? 여자로서 품격이 떨어져도 너무 떨어지는 것 같군요."
이화영은 불쾌하다는듯이 인상을 찌푸리며 말을 이었다.
그녀는 여자가 남자에게 매달리는 것은 자고로 스스로의 가치를 훼손시키는 일이라고 생각하였다.
자고로 여자라면 남자를 치마폭으로 감싸고 안달나게 할줄 알아야한다고 여기는 것이다.
그런 그녀에게 이소란의 행태는 무척이나 질떨어지는 짓이었다.
"그러게 말이야. 같은 핏줄을 타고났다는게 믿기지가 않아. 그치?"
"무식한 황보세가의 핏줄이 가진 한계가 아니겠습니까? 그리 무식하니 세가 또한 봉문을 당했겠지요."
이화영은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말을 이었다.
"그러게 같은 핏줄인데도 영매와 정말 차이가 나는 것 같아."
"저는 명문정파 모용세가의 핏줄을 이었으니까요."
이화영은 알맞게 부풀어오른 가슴을 쭉 내밀며 말을 이었다.
"그래서 더욱더 안타까운 것 같아."
그 말을 듣던 이현경은 짐짓 안타까운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안타깝다뇨?"
이화영은 모르겠다는듯 그녀에게 반문하였다.
"영매가 잘나면 뭐해, 영매의 명예를 란매가 전부 깎아먹고 있는데.."
"제 명예를요!?"
"어미가 다르다고는 하나 우리는 모두 피로 연결되어있는 자매들이잖아? 그러니 그 란매가 저렇게 품격 떨어지는 행동을 한다면 우리 모두의 수준이 의심을 받지 않겠어?"
이현경은 슬픈 시선을 아래로 내리깔며 말을 이었다.
".......틀린 말이 아니군요. 반쪽이긴 하나 엄연한 자매. 이소란의 모자란 행동으로 인해 저 또한 그 멍청한 곰탱이년과 같은 취급을 받을 수 있겠군요."
"그러니까 안타까운거야......영매는 명문정파에 어울릴 정도로 훌륭한 여협인데 말이야........"
이현경은 안타까운듯 말끝을 흐리기 시작하였다.
벌떡
"안되겠어요!"
그때 그 말을 잠자코 듣던 이화영이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떻게 하려고?"
"이소란을 어떻게든 끌고 와야겠어요! 이러다간 저까지 그 멍청이랑 같은 취급을 받을게 뻔해요!"
"말을 듣지 않을텐데?"
"괜찮아요! 유리검을 데려갈테니까"
이화영은 자신있는 목소리로 언성을 높였다.
"유리검!?"
그녀의 말을 들은 이현경은 화들짝 놀라며 반문하였다.
전혀 예상치 못한 이름이 튀어나왔기 때문이었다.
"영매...꼭 그렇게까지 해야겠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게 어때?"
이현경은 짐짓 걱정된다는듯한 표정을 지으며 그녀에게 되물었다.
"억지로라도 제압해서 끌고 와야해요! 이건 저희 뿐만 아니라 아버지의 명예도 걸려있어요!"
'하지만....."
그녀의 말을 들은 이현경은 말끝을 흐렸다.
내키지 않은 기색이 가득 차 있었다.
"말려도 소용없어요!"
휘익
말을 마친 이화영은 그대로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가버렸다.
그녀의 걸음 걸이에는 거침이 없었다.
이현경은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녀가 완전히 나가가 입꼬리가 쭉 찢어지면서 미소가 지어지기 시작하였다.
뱀처럼 요사스러운 미소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