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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541화 (542/1,419)

〈 541화 〉 542. 황보 모녀 갈등

쪼르르르

황보유연은 찻주전자를 들어올린 후 찻잔에 따르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더니 이내 투명한 액체가 찻잔을 가득 채우기 시작하였다.

벌컥 벌컥

그다음 속을 달래듯 빠르게 마시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이내 차를 전부 들이킨 그녀는 탁자 위에 찻잔을 그대로 내리쳤다.

누가봐도 기분이 좋아보이는 모습은 아니었다.

쪼르르

그리고 그녀는 다시금 차를 따라 연거푸 들이키기 시작하였다.

마치 속에서 피어오른 불꽃을 식히고자 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차를 마셨을까

뚝 뚝 뚝

이내 그녀는 찻주전자에 차가 전부 떨어져버렸다는 사실을 인지하였다.

'씨잉!'

그러자 황보유연의 얼굴이 순식간에 울상이 돼버렸다.

아끼고 아껴 마셔도 모자를 용정을 다먹었다는 사실에 서글픔이 치솟았기 때문이었다.

'최악이야.'

그녀는 생각하였다.

최악이라고 말이다.

안그래도 딸의 기행으로 심란해하던 그녀였다.

그런데 아껴마시던 차까지 전부 마셔버리니 그 심란함이 더욱 거세지기 시작하였다.

'짜증나.'

이내 심란함은 짜증으로 바뀌어 그녀의 마음을 뒤숭숭하게 하기 시작하였다.

똑 똑 똑

그때 누군가 방문을 두드리기 시작하였다.

"누구더냐?"

그 소리를 들은 황보유연은 천천히 입을 떼었다.

"어머니, 저 란아예요!"

그러자 바깥에서 사랑하고 소중한 딸, 이소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오거라."

딸의 목소리를 들은 황보유연은 최대한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끼이이익

그녀의 허락이 떨어지자 이내 문이 열리고 귀엽기 그지 없는 미녀, 이소란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부르셨다고 들었어요."

방안으로 들어온 이소란은 어머니인 황보유연에게 활기차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래, 일단 자리에 앉거라."

그녀의 말을 들은 황보유연은 손을 뻗어 맞은편에 있는 자리를 권하였다.

"네에~"

털썩

그 말을 들은 이소란은 흔쾌히 대답을 한 후 의자로 걸어와 착석해버렸다.

"........."

쾌활한 그녀의 태도를 마주한 황보유연은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장선우의 처소앞에서 하염없이 기다리는 이소란을 꾸짖고자한 그녀였다.

그런데 쾌활한 그녀의 모습을 보니 도저히 입이 떼어지지 않았다.

"무슨 일이신가요? 어머니."

그녀가 말이 없자 이소란은 궁금한듯한 표정을 지은 채 황보유연에게 물었다.

".........소문은 들었다."

한참 뜸들이던 황보유연은 이내 본론을 꺼내었다.

질질 끌어봤자 마음만 아프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소문이요?"

황보유연의 말을 들은 이소란은 의아한듯 그녀에게 되물었다.

자신에 관해 도는 소문을 전혀 모르는 눈치였다.

"그래.......요즘 누군가의 처소앞에서 하염없이...기다리고 있다는 소문이 돌더구나..무척이나 애타게 말이다.."

"아....그게...소문이 나버렸군요.....하긴 그렇게 티나게 기다리는데 소문이 안날리 없겠죠.."

그녀의 말을 들은 이소란은 쑥쓰러운듯 얼굴을 붉히기 시작하였다.

자신의 행적을 고스란히 노출시켰다는 생각에 부끄러움이 들기 시작하였다.

"...........그 누군가가.....장선우라는 소문이 있더구나....그게 사실이더냐?"

이내 황보유연은 무척이나 심각한 표정을 지은 채 그녀에게 물었다.

"맞아요! 제가 기다리던 사람은 장 소협이에요!"

그녀는 해맑은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

그리고 그녀의 말을 들은 황보유연은 더할 나위없이 심각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입을 꾹 다물어버렸다.

소문이 사실이라는 것을 확인하니 심란함이 가속화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만두거라."

이내 황보유연은 엄한 표정을 지은 채 단호하게 말을 이었다.

"네에!?"

황보유연의 말을 들은 이소란은 놀란듯 되물었다.

"그의 처소 앞에서 그를 기다리는 것을 멈추라는 이야기이다. 아니 그 뿐만 아니다. 그에 관해 듣지도 보지도 찾지도 말거라. 그에 관해 신경을 쓰지 말라는 것이다."

"하...하지만..어머니....그는...."

그녀의 말을 들은 이소란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입을 열었다.

"긴 말할 필요 없다. 내 말대로 하거라...그저....내말대로 하자꾸나."

황보유연은 이소란의 말을 대번에 차단하였다.

무슨 말을 하던 들어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장선우와 엮여서는 안되었다.

만취해 일을 치른 이후 그를 의식적으로 피해왔던 그녀였다.

만약 또다시 엮였다간 그와 같은 불상사가 다시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딸이 장선우와 엮이고 있었다.

그것도 처소 앞에서 하염없이 그를 기다릴 정도로 진하게 말이다.

어찌 말리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럴 순...없어요."

황보유연의 말을 들은 이소란은 천천히 입을 떼어 거절의 의사를 표하였다.

"뭐라?!"

그녀의 거절을 들은 황보유연은 화가난듯 그녀에게 되물었다.

"이제와서 그만둘 순 없어요......저는 계속 기다릴거에요."

"어미 말을 듣지 않을 셈이더냐!"

황보유연은 언성을 높이며 고함을 내질렀다.

"어머니께서 분명 말씀하시지 않으셨나요!? 화가 풀릴 때까지 끊임없이 사과하라고요! 그런데 왜 이제와서 말을 바꾸는건가요!"

이소란은 이해가지 않는다는듯한 표정을 지으며 반박을 하였다.

이해가 가지 않았다.

분명 소중한 친구에게 끈질기게 사과를 하라며 부추긴 사람은 다름아닌 황보유연이었다.

그런데 어찌 이제와서 이렇게 말을 바꾼다는 말인가

이해가 갈 리 만무하였다.

"그건 그 친구가 장선우라는 사실을 모를 때가 아니더냐!"

황보유연은 고운 아미를 찌푸리며 언성을 높였다.

물론 이소란에게 그런 조언을 하긴 하였다.

인간관계에 있어서 인정하고 사과하는 태도는 무척이나 중요한 것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 대상이 장선우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만약 그 소중한 친구가 장선우라는 사실을 알았다면 황보유연은 끈질긴 사과 대신 이참에 연을 끊으라며 종용하였을 것이다.

자신과 부정을 저지른 그가 딸과 엮이는 것을 원치 않았으니 말이다.

"다른 이들과 뭐가 다르다는거죠! 저한테는 장 소협도 소중한 친구예요!"

"그는 네 적이다! 후계를 사이에 두고 다투는 적이라는 말이다! 적과 거리가 가까워지다니 어불성설이다!"

"비록 그가 이예설을 지지하기는 하나 그는 엄연히 저와 술잔을 나눈 친구예요!"

이소란은 발끈하며 언성을 높였다.

"이예설을 지지하니 적인 것이다! 그와 친해져봤자 좋을 것이 하나 없다!"

"그건 억지예요! "

"긴말 필요없다! 내 말을 듣거라!"

"그럴 수는 없어요! 그럴 수는 없다고요!"

황보유연의 명령에 이소란은 완강히 거부하였다.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비록 후계 경쟁으로 인해 지금은 편이 갈라져있기는 하나 후계 경쟁을 백년만년할 것도 아니었다.

후계 경쟁하는 기간보다 아닌 날이 더욱 많은 것이다.

그런데 어찌 후계 경쟁에서 편이 갈라졌다하여 옹졸하게 평생을 안본다는 말인가

더구나 그는 무림을 뒤흔드는 최고의 후기지수였다.

누가 후계의 자리를 이어받든 그와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하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었다.

그런데 어찌 그와 연을 끊으라고 명을 내리는 것이란 말인가

납득이 갈리 만무하였다.

"어째서 어미의 말을 듣지 않는 것이냐!"

"틀린 말이니까! 잘못 된 말이니까요! 어찌 부모의 말이라고 하여 명백히 잘못된 말까지 따른다는 말인가요!"

"뭐라?!"

"어머니는 잘못되었어요!"

휘익

그때 찰진 타격음과 함께 이소란의 고개가 옆으로 휙 돌아가버렸다.

화끈 화끈

더불어 오른쪽 뺨에서 화끈거리는 통증이 퍼지기 시작하였다.

'.....아..'

순간 멍을 때렸던 그녀는 이내 깨달을 수 있었다.

자신이 뺨을 맞았다는 사실을

그것도 지금껏 단 한번도 손찌검을 한 적 없는 어미에게 말이다.

그렁 그렁

이소란의 안구에서 습기가 차기 시작하더니 이내 물이 그렁그렁 맺히기 시작하였다.

평생토록 손찌검 한 번 제대로 해본적 없는 어머니에게 맞았다는 사실에 눈물이 차오른 것이다.

"어...머..니?"

그녀는 글썽이는 눈빛으로 황보유연을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지...지금...나를 가르치려고 드는 것이냐!?"

황보유연은 분노에 찬 시선으로 이소란을 노려보며 언성을 높였다.

뺨을 때렸다는 사실에 당황하긴 했지만 굽히지 않았다.

여기서 굽힌다면 이소란의 반발심이 더욱더 커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꺾어놔야했다.

그녀의 의지를 말이다.

"어떻게...어떻게..어머니가 저를..."

황보유연의 분노에 찬 시선을 마주한 이소란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손찌검을 해서 미안하다며 사과조차 안하는 그녀의 태도에 두려움과 설움이 치솟은 까닭이었다.

"그..러니...어미의...이야기를...들으라고 한 것이...아니더냐.."

황보유연은 가슴 깊은 곳에 차오르는 슬픔을 억지로 억누르며 말을 이었다.

딸의 상처받은 모습을 보니 가슴 깊은 곳에서 끝없는 슬픔이 차올랐기 때문이었다.

옥이야 금이야 키운 하나 뿐인 보옥같은 딸이었다.

그런 딸에게 상처를 주었다고 생각하니 억장이 무너져내리는듯한 착각마저 일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그녀는 그런 속내를 꽁꽁 감춘 채 일부러 분노만을 표출하였다.

억장이 무너져내려도

딸이 상처를 받는다해도

나쁜 어미가 된다고해도

그렇게 해야만하였다.

선우와의 관계를 끊어내기 위해서는 말이다.

벌떡

"........어머니는......정말.....최악이예요!"

이내 그녀를 바라보고 있던 이소란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버렸다.

그리고는 그대로 뒤로 돌아 문쪽으로 뛰어가기 시작하였다.

"아직 어미의 이야기가 끝나지 않았다! 어서 앉지 못하겠느냐!"

그녀가 바깥을 향하자 황보유연은 당황한듯 소리치며 그녀를 붙잡았다.

다짐을 받아야 했기 때문이었다.

다시는 장선우에게 찾아가지 않겠다는

그와 절대 엮이지 않겠다는

다짐을 말이다.

뚜벅 뚜벅 뚜벅

하지만 이소란은 황보유연의 외침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방문을 닫고 완전히 나가버렸다.

뒤도 한 번 돌아보지 않은 채 말이다.

".............."

이내 방안에는 황보유연만이 홀연히 남아있을 뿐이었다.

이내 황보유연의 얼굴에 슬픔이 떠오르기 시작하였다.

***********

"오늘도 온 것이냐?"

주소양은 오늘도 어김없이 찾아온 이소란을 바라보며 물었다..

"네에.......큰 어머니"

그녀의 물음에 이소란은 축 처진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무슨 일이라도 있는 것이냐? 통 기운이 없구나."

평소와 달리 기운없는 그녀를 바라보며 주소양은 의아한듯 물었다.

언제나 씩씩하게 처소 앞에서 대기하던 그녀였다.

그런데 별안간 기운이 없는 모습을 보이니 의아함이 들었다.

"아니에요...아무 일도 없었어요."

그녀의 물음에 이소란은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말을 이었다.

".....그렇구나."

누가봐도 무슨 일이 있던 태도였지만 주소양은 굳이 캐묻지 않았다.

당사자가 말하기 싫은 것을 캐묻는건 실례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건 그렇고 그를 기다린지 벌써 일주야가 지났다는 것을 너는 알고 있느냐?"

"알고 있어요."

그녀의 말을 들은 이소란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답을 하였다.

"일주야나 처소앞을 지키고 서있었건만 용서는 커녕 눈길조차 안주던 그다. 그런데도 계속 기다리겠느냐?"

"제 대답은 언제나 똑같아요. 기다릴거예요. 그가 저를 용서해줄때까지 말이에요."

이소란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과연 고집불통 황보유연의 핏줄답구나."

그 말을 들은 주소양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쇠고집 부리는 모습이 제 어머인 황보유연과 쏙 빼닮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

어미의 얘기가 나오자 이소란은 입을 꾹 다물었다.

"그에게는 네 얘기를 잘 전해주도록 하마."

주소양은 그런 그녀를 유심히 바라보더니 이내 슬며시 미소를 흘리며 말을 이었다.

"감사합니다. 큰 어머니."

꾸벅

그 말을 들은 이소란은 정중히 허리를 숙이며 감사함을 표하였다.

알게 모르게 신경써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감사할 것까지야...."

주소양은 이소란의 정중한 태도에 손사래치며 입을 열었다.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참으로 요령따위는 모르는 아이였다.

저벅 저벅

이내 주소양은 선우의 처소 안으로 걸음을 떼기 시작하였다.

무척이나 여유롭게 말이다.

이소란은 그런 주소양의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녀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말이다.

********

"선우님~♡"

어느새 처소로 들어온 주소양은 환하게 웃으며 선우를 불렀다.

"어, 왔어?"

선우는 무척이나 편한 자제로 침상에 드러누운 채 그녀를 맞이하였다.

"어머, 오늘은 침상에 있으시네요........성교를 나누고 싶다는 신호로 받아들여도 될까요?"

주소양은 고혹적인 미소를 흘리며 말을 이었다.

"그냥 게을러서 누워있던거야."

"선우님은 게을러도 된답니다. 부지런한 건 저같은 암퇘지로 충분해요.."

주소양은 몽롱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헛소리 말고 바깥 상황이나 보고해봐."

"네에~"

선우의 거친 말을 들은 주소양은 행복하다는듯한 미소를 지으며 귀엽게 답을 하였다.

사십이 넘은 여자로는 전혀 보이지 않는 모습이었다.

"이소란이 오늘도 찾아왔어요."

"뭔가 다른 점은 없었어?"

"흐음....평소와 달리 기운이 없고 뺨이 부어올랐다는 것 빼고는 없었어요."

그녀는 기억해내듯 머리를 살짝 긁적이며 말을 이었다.

"뺨이 부어올랐었다고?"

"네에, 살짝 부풀어올랐더라고요. 누군가에게 맞은 것처럼 말이에요."

"그래? 그렇단 말이지."

그녀의 말을 들은 선우는 이내 만족스러운듯한 표정을 지었다.

슬슬 숙성이 다 되어간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이제 얼마 안남았군.'

선우의 입가에 지어진 미소가 진해지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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