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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277화 (278/1,419)

〈 277화 〉 278.빙마氷魔의 핏줄을 만나다-1

거대하기 그지없는 철문이 반으로 갈리더니 이내 바닥으로 떨어지기 시작하였다.

콰콰콰쾅

얼마 지나지 않아 철문은 바닥에 닿았고 그와동시에 귀가 따가울 정도의 폭음을 발생시켰다.

"허어"

선우는 입을 턱하고 벌리며 탄성을 내뱉었다.

감히 신기神技라고 칭할 수 있도 있을만큼 경악스러운 광경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철문을 베어버렸다.

그것도 한철이 섞여 있는 철문을 말이다.

경악스럽지 않을 수가 없었다.

신기라고 칭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선우 또한 과거 천월궁의 철문을 부순 전력이 있긴 하지만 통짜 강철로 만들어진 천월궁의 철문과 한철이 섞인 빙궁의 철문은 비교조차 안되었다.

검인劍人은 말그대로 철문을 베어버렸다.

자신이 과거 검환을 이용해 철문을 부숴버린 것과는 전혀 상반된 기술이었다.

선우는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절대지경조차 뛰어넘은 검인의 지고한 검술을 말이다.

"뭣들하나? 어서 들어오게!"

그때 저 멀리서 검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번쩍

그리고 선우는 그 목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고 말았다.

지금 그저 감탄하고만 있을 때가 아니었다.

검인이 대형사고를 친 것이다.

"아니 선배님! 지금 뭐하는 짓입니까!"

선우는 검인을 바라보며 언성을 높였다.

대체 이게 뭐하는 짓이란 말인가

출입이 제한되었다고 성문을 베어버리다니?!

마치 전쟁을 하자는 것과 같은 말이 아닌가?

"하하하하 고마워할 것 없네. 내 안 그래도 자네들에게 신세를 져 마음이 편치 않았는데 이렇게 갚게되는구먼."

선우의 외침에 검인은 유쾌한 웃음을 터트리며 말을 이었다.

"그런 말이 아니잖습니까!"

선우는 답답한듯 소리를 질렀다.

아무래도 검인은 상황을 악화시켰다는 생각을 전혀하고 있지 않은듯 하였다.

"어떻게 할까요?"

그때 옆에서 불속 사태가 선우에게 물어왔다.

그녀의 표정은 더할나위 없이 심각하였는데 아무래도 사태의 심각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듯 하였다.

".........."

그녀의 물음에 선우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이 사태를 어떻게 수습해야할지 감조차 안잡혔기 때문이었다.

'썩을'

선우는 속으로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북해빙궁에 겨우 도착했건만 첫단추부터 제대로 꼬여버려 짜증이 치밀어올랐기 때문이었다.

"일단 사과를 하고 배상을 하는 방향으로 가야할 것 같습니다."

선우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누르며 말을 이었다.

"일단 대기하고 있어주십시오. 제가 검인 선배님과 같이 사죄를 하고 오겠습니다."

선우는 그들을 돌아보며 말을 이었다.

"두 분이서 괜찮겠습니까?"

그 때 청송이 걱정스럽다는듯 그에게 물었다.

북해빙궁으로 선전포고나 다름없는 짓을 한 그들이었다.

그런데 그런 북해빙궁 안으로 단 두명만이 들어간다고 하니 걱정이 앞섰다.

"여기서 단체로 우르르 몰려간다면 저들이 위협을 느낄 수 있습니다. 싸울 의사가 없다는 것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소수 인원이 좋을듯 싶습니다.

선우는 나름의 타당한 이유를 대며 청송에게 말하였다.

"그리고 저희 둘이 위험할 정도면 모두가 함께 간다고해도 마찬가지일겁니다. 선배님은 저희 모두가 합친 것보다 강하니까요."

선우는 확신에 찬 눈빛으로 검인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네..네!?"

"그..그게 무슨!?"

"진심입니까!?"

그리고 선우의 확신의 찬 발언을 들은 이들은 당황하였다.

애초에 검인이 철문을 베어버리는 신기를 목격하여 범상치 않음을 어렴풋이 느끼고 있던 그들이었다.

그런데 그런 그가 청성과 아미 그리고 당가의 최정예들을 전부 합친 것보다 강하다는 말을 들으니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진심입니다. 저조차 선배님께는 생채기 하나 내기 힘듭니다."

"허어.."

"...그런"

이어지는 선우의 말에 수색대원들은 다시금 경악하였다.

선우가 누구란 말인가

그 강대하다는 청성제일검마저 단 한 수만에 고꾸라뜨려버린 당가의 신예가 아니던가

그런 그가 생채기 하나 내기 힘들다니

경악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너무 걱정마시고. 여기서 대기하고 계십시오. 금방 돌아오겠습니다."

선우는 그들을 안심시킨뒤 대기를 지시하였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지시하겠습니다."

"그리 알도록 하겠습니다."

선우의 지시에 다들 빠르게 수긍하고는 그대로 마차로 이동하였다.

다들 엎질러진 물이라는 사실을 인지한듯 싶었다.

"후우"

그들이 모두 마차로 사라지자 선우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앞쪽에 해맑게 웃고 있는 검인의 모습을 보았다.

뭔가 한대 쥐여박고 싶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하였다.

이내 선우는 그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일단 더 사고를 못 치게 붙들고 있어야 할듯 싶었다.

푹 푹 푹 푹

선우는 발이 푹 푹 빠지는 눈길을 걸어가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선우는 머지 않아 검인이 있는 곳까지 다다를 수 있었다.

덥석

선우는 검인의 손을 덥석 붙잡았다.

"선배님!"

"왜 그러는가?"

선우의 다급한 부름에 검인은 미소를 지으며 되물었다

"이게 무슨 짓입니까!"

"문을 베었내만?"

"아니 다짜고짜 성문을 베어버리면 어떻게 합니까!"

"어쩔 수 없지 않은가? 열어주지 않겠다는데 베어서라도 들어가야지."

검인은 뭘 그리 당연하다는 것을 묻는냐는듯한 말투로 답을 하였다.

"그게 문제라 이 말입니다! 전쟁을 할 것도 아니고 점령을 할 것도 아닌데 어찌 그들에게 선전포고를 한단 말입니까?"

"그건 너무 걱정말게나, 어디 문 한짝을 베어냈다고 죽이기야 하겠는가? 그저 수리비만 조금 내주면 될 걸세."

"그럴 리가 없지 않습니까!"

선우는 말도 안 된다며 소리쳤다.

그냥 문 한짝 베어낸 것이 아니었다.

검인은 저들을 보호하고 있는 울타리를 베어낸 것이다.

어찌 수리비정도로 끝낼 수 있다는 말인가

"너무 걱정말게. 뭣하면 내가 보호해주겠네."

검인은 선우의 걱정어린 말에 살짝 웃으며 답하였다.

"그..그렇지만!"

"힘이 있는데 남의 눈치를 살피는 짓은 바보같은 짓이지."

검인은 짐짓 진중한 표정으로 선우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나는 자신있다네. 자네들을 털 끝 하나 다치지 않게 보호할 자신이 말일세."

"............"

검인의 자신있는 말에 선우는 할 말을 잃었다.

그리고 선우는 알 수 있었다.

검인에게 있어서 앞을 막고있는 성문을 베어버리는 행위는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라는 것을 말이다.

검인이 아닌 누군가가 저런 말을 했다면 오만이라고 칭했을 것이다.

대체 북해빙궁 안에 누가 있을 줄 알고 저리 말하느냐면서 말이다.

하지만 검인이 저리 말하니 자신처럼 보였다.

누가 뭐라해도 그는 선우가 지금껏 봐왔던 검객들 중 가장 지고한 경지에 이른 이였으니까 말이다.

"일단 가봄세.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구먼."

검인은 살짝 미소짓더니 그대로 선우를 잡아 끌고 가기 시작하였다.

선우는 멍청한 표정을 지은 채 그런 검인의 손에 그대로 끌려가게 되었다.

******

선우는 의아함을 느꼈다.

검인에 손에 이끌려 북해빙궁의 성문 안으로 들어간 그였다.

처음 성문으로 들어갈 때만 해도 선우는 많은 병력들이 그들을 막아설 것이라고 예측을 하였다.

성문을 베어낸 행위자체를 선전포고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의 예상과는 달리 그 누구도 선우와 검인을 제지하지 않았다.

선우는 의아함을 느꼈다.

대체 이게 어떻게 된 것이란 말인가

선우가 의아함을 느끼고 있을 때

앞에서 선우를 잡아끌고 있던 검인이 입을 열었다.

"생각보다 썰렁하구먼"

검인 또한 너무나 조용한 상황에 당황한듯 싶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난리가 날 줄 알았는데....."

검인의 말을 받은 선우는 말끝을 흐렸다.

"뭐, 긍정적으로 생각하세. 조용히 넘어가준다면 오히려 좋은게 아닌가?"

검인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틀린말은 아니긴 하지만..."

선우는 수긍하면서도 꺼림칙한 느낌이 들었다.

조용해도 너무 조용한 것이 신경쓰였기 때문이었다.

저벅 저벅

그들은 그렇게 잘 정비된 대로를 걸어가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선우와 검인은 이내 마을 입구에 다다를 수 있었다.

타타타탁

그때 앞쪽에서 다급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타타타타탁

타타타타탁

그 발소리는 한 둘이 아니었다.

선우와 검인은 의아한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앞으로 바로 보았다.

그리고 그들은 볼 수 있었다.

다급히 달려오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말이다.

그들은 선우와 검인을 보더니 이내 속도를 더욱더 높이기 시작하였다.

선우와 검인의 얼굴에 띈 의문이 더더욱 커지기 시작하였다.

머지 않아 그들은 선우와 검인의 코앞까지 도달하였다.

"하아...하아..하아..하아.."

코앞까지 도달한 일단의 무리들은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뭡니까?"

선우는 그들을 바라보며 물었다.

"하아...하아..저희는...하아...금정상단의 상인들입니다."

선우가 그들에게 묻자 제일 선두에서 달려오던 남자가 입을 열었다.

"금정 상단 말입니까?"

그의 말에 선우는 놀란듯 되물었다.

금정상단이라면 선우도 모르지는 않는 이름이었다.

금정상단은 북문 상단과 마찬가지로 북해의 특산품을 주로 취급하는 상단으로서 당가와도 몇 번인가 거래를 텄던 이들이었다.

"그렇습니다. 대협. 부디 살려주십시오."

선우가 아는듯 되묻자 남자는 최대한 비굴한 표정을 지으며 목숨을 구걸하였다.

"아니 살려달라니? 그게 무슨 소리오?"

그의 물음에 선우는 모르겠다는듯 입을 열었다.

"지금 북해빙궁에서 피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저를 비록한 중원에서 온 상인들이 너도나도 죽어나가고 있습니다."

"뭐라!?"

남자의 말을 들은 선우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을 전해들었기 때문이었다.

북해빙궁에서 갑자기 사람을 죽이고 있다니?

대체 그게 무슨 소리란 말인가

북해빙궁은 기본적으로 무역이 없으면 생계를 유지하는게 힘들 정도로 열악한 곳이었다.

때문에 북해빙궁까지 찾아온 상인들에게는 융숭하게 대접하기로 소문난 곳이었다.

그런데 어찌 그런 곳에서 상인들을 잡아죽이고 있다는 말인가

"지금 북해빙궁은 완전히 미쳐버렸습니다! 어서 빨리 도망가야합니다."

남자는 선우를 바라보며 다급히 말을 이었다.

그는 무척이나 두려운지 온몸을 벌벌 떨고 있었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 차근차근 말해보게나."

"그럴 시간이 없습니다! 그녀가! 그녀가 온단 말입니다!"

선우의 물음에 남자는 답답하다는듯이 언성을 높이며 소리쳤다.

"그녀?"

선우는 의문스럽다는듯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녀라니?

대체 어떤 여자가 온다는 말인가

휘이이이이이잉

그때 갑자기 어마어마한 설풍이 불어닥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불어닥친 설풍은 선우와 검인 그리고 금정상단의 상인들 주위를 감싸기 시작하였다.

"으아아아아아 제가 빨리 도망가야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주위에 설풍이 둘러싸이자 남자는 비명지르듯 소리쳤다.

털썩

그리고는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아버렸다.

"틀렸습니다...저희는 모두 죽을 겁니다.."

남자의 얼굴에는 공포와 절망만이 가득 서려 있었다.

선우는 의문이 들었다.

대체 이 설풍이 무엇이길래 산전수전 다겪었을 것이 분명한 상인마저 두려움에 떤다는 말인가

선우가 의문을 품고 있을 때였다.

사박 사박

어디선가 사박거리며 눈을 밟는 소리가 들려왔다.

사박 사박

그리고 그 소리는 점점 선명히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뭐지?'

의아함이 든 선우는 청력에 집중을 하였다.

그리고 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찾기 시작하였다.

이내 선우는 소리가 정면에서 들려오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이들이 두려워하는 누군가가 말이다.

스르릉

선우는 천천히 검대에서 검을 뽑았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사박 사박

사박 사박

그리고 들려오던 발소리가 이내 코앞에서 멈춰섰다.

선우는 알 수 있었다.

설풍 바로 앞에 이들이 말하는 그녀가 서있을 것이라고 말이다.

휘이이이이잉

이내 그들을 감싸고 있던 매서운 설풍들이 점점 옅어지기 시작하였다.

휘이이잉

휘이잉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그들 주위를 감싸고 있던 매서운 설풍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말았다.

처음부터 아무것도 없었던 것 마냥 말이다.

그리고 선우는 볼 수 있었다.

이 산전수전 다 겪은 금정상단의 상인들을 벌벌 떨게 만들었던 이의 모습을 말이다.

선우는 생각하였다.

이 무협지 속의 세상은 미쳐돌아가고 있는게 분명하다고 말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눈앞에 있는 여인의 존재가 설명되지 않을테니까 말이다.

선우는 생각하였다.

지금껏 만난 여인들 중 가장 아름다운 이는 능소화일거라고 말이다.

하지만 아무래도 그 생각을 수정해야할 듯 싶었다.

바로 눈앞에 능소화와 비견되는 여인이 있었으니 말이다.

선우는 입을 턱하니 벌렸다.

추하기 짝이 없는 모양새였지만 그녀의 아름다움은 표정관리가 안될 정도로 초월적이었다.

"너희도 그들과 한패인가?"

그녀의 입에서 옥구슬이 굴러가는듯한 아름다운 옥음이 울려퍼졌다.

선우는 정신이 아득해지는 것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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