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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276화 (277/1,419)

〈 276화 〉 277.검신劍神이라는 칭호는 잘 받아가겠네.

북해빙궁의 성문을 지키는 위사이자 개폐를 담당하는 수문위사 백당기는 무척 당황스러운 감정을 느꼈다.

현재 북해에서는 외부인의 출입을 엄격히 막고 있었다.

숙청의 바람이 불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십여 년 전 흉마 주도산과 마귀대가 북해빙궁으로 쳐들어왔었다.

당시 북해빙궁은 궁주를 비롯한 주 전력들이 모두 비어있는 무주공산이나 다름없는 상황이었는데 악랄한 그들은 그 틈을 노리고 쳐들어온 것이었다.

남아있는 북해빙궁의 무인들은 힘을 모아 그들에게 처절하게 대항을 하였으나 결국 그들의 마귀와도 같은 힘에 무너져내릴 수밖에 없었다.

마귀대도 마귀였지만 절대고수인 흉마 주도산을 막을 이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빙궁의 모든 무인들은 그들에 의해 숙청을 당하게 되었고 그들은 북해빙궁을 완전히 점령을 하게 되었다.

북해 빙궁을 점령한 그들이 가장 먼저 한 일은 마을에 있는 모든 한혈마들을 죽여버리는 것이었다.

마을 사람들이 도망가는 것을 막기 위한 방편이었다.

한혈마가 없이 빙궁 밖을 나가는 것은 자살 행위나 다름없는 일이었기에 결국 마을 사람들은 흉마와 마귀대의 지배를 받을 수 밖에 없게 되었다.

북해빙궁을 차지한 흉마와 마귀대는 숱한 악행을 저지르며 마을 사람들을 수탈하였다.

흉마는 초야권이라는 것을 제도로 도입하였는데 혼인을 치르기 위해서는 신부의 첫날밤을 그에게 바쳐야만 하였다.

그리고 마귀대는 그 정도가 흉마보다 더욱더 흉악하였는지 길가다 마음에 드는 여인이있다면 유부녀건 처녀건 노인이건 할 것 없이 그대로 근처 민가로 끌고 들어가 덮쳐버리기 일쑤였다.

흉마의 지엄한 명에 의해 사람을 죽이는 것을 자제하긴 하였지만 수틀리면 사람을 죽이는 버릇은 여전했고 이십여 년 동안 기백에 가까운 인원들이 그들의 심심풀이로 목숨을 잃게 되었다.

마을 사람들에게 그들은 악마였다.

그리고 미치도록 죽이고 싶은 원수이기도 하였다.

모두가 복수를 갈망하였지만, 그 누구도 선뜻 나서는 이가 없었다.

복수하기엔 그들은 너무나도 강대했기 때문이었다.

마귀대의 마귀들은 한 명 한 명이 절정이 넘는 강자들이었고 대주인 흉마의 경우 절대지경에 이른 절대고수였다.

그런 그들에게 무공 한 자락 익히지 않은 마을 사람들이 대항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게다가 그들은 북해빙궁을 드나드는 상인들에게 마을 사람들의 노동력을 멋대로 팔았고 결국 마을 사람들은 흉마와 외래 상인들의 노예로 전락하는 신세가 되었다.

장장 이십여년이라는 세월 동안 말이다.

그런데 그 노예라는 목줄이 끊어지게 되었다.

혜성같이 등장한 위대한 영웅에 의해서 말이다.

어느 날 마을에 아리따운 여인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백설과 같은 새하얀 머릿결과 백옥처럼 매끈한 피부가 눈길을 끄는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마을 안으로 들어 온 그녀는 스스로를 북해빙궁의 온전한 주인이라고 주장하였다.

그리고 북해빙궁을 되찾기 위해 왔노라 선언하였다.

그녀의 말을 들은 마을 사람들은 사색이 되었다.

순찰중인 마귀대의 마귀가 이 말을 듣는다면 마을에 난리가 날 것이 뻔하였기 때문이었다.

마을 사람들은 그녀를 호되게 질책하였다.

죽으려면 혼자 죽을 것이지 어찌 자신들을 끌어들이느냐고 말이다.

그리고 경고까지 해주었다.

어디 가서 함부로 그런 말을 하고 다니면 안된다고 말이다.

마을 사람들의 말을 들은 여인은 가벼운 미소를 짓고는 품 안에 있는 작은 패를 들어보였다.

그리고 그 패를 본 마을 사람들은 경악하게 되었다.

그 패는 북해빙궁의 궁주임을 상징하는 한령패寒囹牌였던 것이다.

마을 사람들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한령패는 흉마와 마귀대들이 차지하고 있는 북해빙궁 깊고 깊은 곳에 고이 모셔져 있는 물건이 아니던가

그런데 어찌 눈앞의 여인이 그 패를 가지고 있다는 말인가?

의문에 찬 마을 사람들에게 여인은 말하였다.

현재 북해빙궁에 있는 모든 마귀들에게 죽음을 선사하였다고 말이다.

그리고 그 말을 들은 마을 사람들은 불신에 찬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비록 흉마를 비롯한 마귀대의 주전력이 빙궁을 빠져나가긴 하였지만 남아있는 이들 또한 만만치 않은 강자였다.

특히 부대주인 서필의 경우 초절정에 이른 초절의 고수가 아니던가

그런데 어찌 그들을 모두 죽일 수 있다는 말인가?

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이어지는 여인의 행동에 그녀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여인이 손짓하자 웬만한 전각은 저리 가라 할 정도로 높다란 얼음기둥이 솟아올랐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마을 사람들은 누군가를 떠올렸다.

이십여 년 북해를 지배하였던 북해빙궁의 절대자.

빙마氷魔를 말이다.

마을 사람들은 그대로 땅바닥에 엎드린 후 새로운 지배자를 맞이하였다.

그들의 인정을 받은 여인은 큰 소리로 선언하였다.

숙청의 바람이 불 것이라고 말이다.

그리고 지시하였다.

숙청의 바람이 끝나는 동안 그 누구도 들이지 말고 그 누구도 내보내지 말라고 말이다.

마을 사람들은 그녀의 지시를 찰떡같이 알아듣고는 그대로 수행하였다.

그간 흉마와 결탁하여 마을을 수탈한 이들에게 크나큰 벌을 내리겠다는 뜻을 이해하였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수문위사인 백당기 또한 그녀의 명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었다.

그녀가 명을 내린 지 벌써 사흘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그간 그 어떤 이들의 출입도 허가하지 않은 것이다.

수많은 이들이 불만을 토로하였고 협박하는 이들 또한 더러 있었지만, 그는 굴하지 않았다.

북해빙궁의 적폐세력들을 몰아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날려버릴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흘째가 되는 오늘도 그는 그녀의 명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었다.

오늘은 상당히 대규모의 상단 무리가 북해빙궁을 방문하였다.

그들은 돈을 줄 테니 성문을 열어달라고 간곡히 부탁을 하였다.

하지만 백당기는 그들의 간곡한 부탁에도 불구하고 성문을 열어줄 수 없다며 거절의 의사를 밝혔다.

지금 궁안은 숙청의 바람이 불고 있었다.

함부로 외인을 들일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백당기의 단호한 거절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돈을 더 줄 터이니 문을 열어달라고 재차 간청을 하였다.

그리고 그들의 말을 들은 백당기는 모욕을 받은 것과 같은 느낌이 들었다.

성문을 지키겠다는 자신의 사명감이 저들에게는 돈을 더 얹어달라는 것처럼 보였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백당기는 더욱 크게 언성을 높이며 그들의 제안을 거절하였다.

하지만 그들은 포기치 않았고 백당기는 종국에는 귀를 막아버렸다.

대화를 이어가고 싶지 않다는 무언의 행동이었다.

결국 그를 설득하던 이는 마차가 모여있는 곳으로 돌아가 버렸고 백당기는 만족스러운듯한 미소를 지었다.

결국 그들도 포기하고 돌아가 버린 것이다.

그렇게 안심하고 있을 때였다.

푹 푹 푹 푹

앞쪽에서 발이 눈밭에 빠지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의아함을 느낀 백당기는 시선을 올려 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내 성문을 향해 걸어오고 있는 한 남자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모습을 본 백당기는 당황하였다.

분명 자신이 성문을 열지 않겠다고 선포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어찌 저리 막무가내로 걸어온다는 말인가?

푹 푹 푹 푹

남자가 점점 성문쪽으로 다가오기 시작하였다.

"멈추시오!"

백당기는 성문으로 다가오는 남자를 바라보며 큰소리로 외쳤다.

푹 푹 푹

하지만 남자는 백당기의 외침에도 불구하고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내 분명 오늘은 방문객을 받지 않겠다고 말하지 않았소!"

백당기는 다시금 큰 소리로 외쳤다.

푹 푹 푹

하지만 남자는 여전히 걸어들어올 뿐이었다.

그리고 이내 남자의 걸음이 성문 코앞에서 멈춰 서게 되었다.

쿵 쿵 쿵

성문 앞에 멈춰선 남자는 주먹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이내 성문을 몇 번 두드리기 시작하였다.

"망할 자식이!"

그 소리가 시끄러웠던 것인지

백당기는 인상을 잔뜩 찌푸린 채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별안간 이게 뭐하는 짓이란 말인가?

혹여 성문을 열어주지 않는다고 시위를 하는 것이란 말인가?

"두껍군."

그때 성문을 두드리던 남자의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그의 목소리를 들은 백당기는 반색하였다.

"크하하하하 혹여 성문을 부술 생각을 한 것이냐? 포기하거라! 북해빙궁의 성문은 한철과 강철을 합금하여 만들었다. 네놈이 아무리 무공의 고수라고 해도 부술 수는 없다는 말이다!"

백당기는 비웃음이 가득한 얼굴로 남자를 내려다보며 호탕한 웃음을 터트렸다.

스르릉

그때 남자가 옆구리에 차고 있던 검대에서 길다란 검 한 자루를 천천히 빼 들었다.

"뭐..뭐하는 짓이냐!?"

그 모습을 본 백당기는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되물었다.

"벨 생각일세."

백당기의 물음에 남자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답하였다.

"말도 안 되는 짓거리 하지 말거라! 어찌 검으로 한철이 섞인 철문을 베어낼 수 있다는 말인가!"

"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법이지."

백당기의 물음에 남자는 담담한 표정으로 말을 내뱉었다.

"어디 할 수 있으면 해보거라! 어차피 네놈의 검만 상하게 될 것이리라!"

남자의 고집스러운 말을 들은 백당기는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소리쳤다.

아무리 봐도 객기로 밖에 보이지 않는 모습이었다.

어찌 한철이 섞인 철문을 베어낸다는 말인가?

이십여 년동안 북해빙궁을 점령하였던 흉마조차 성문을 통과하기 전까지 순한 양처럼 굴지 않았던가?

흉마가 해내지 못한 일을 저 남자가 해낼 수 있을 리 없었다.

백당기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남자는 검을 위로 치켜들었다.

그리고 성문을 향해 빠르게 검을 휘둘렀다.

그 모습을 보던 백당기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분명 검을 휘둘러졌다는 사실은 알 수 있었다.

검의 위치가 바뀌어져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백당기는 남자가 휘두른 검이 어떻게 움직였는지는 보지 못하였다.

움직임을 완전히 놓쳐버렸기 때문이었다.

`이...대체..무슨..`

꿀꺽

백당기는 침을 꿀꺽 삼켰다.

자신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언성을 높였던 남자가 실은 무림의 고수라는 사실을 알아차렸기 때문이었다.

백당기는 천천히 아래로 시선을 내렸다.,

시선을 아래로 내린 그는 성문을 살펴보았다.

다행히 성문에는 티끌의 상처조차 보이지 않았다.

`후우`

백당기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무림의 고수라는 사실에 식겁하긴 하였지만 역시 한철이 섞인 철문을 베기에는 부족한듯싶었다.

이내 백당기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기 시작하였다.

분명 속으로는 어마어마하게 창피할 것이다.

객기를 있는 대로 다 부려놓고 생채기 하나 내지 못하였으니 말이다.

"하하하하하하하 보았느냐! 북해빙궁의 철문은 결코 베이지 않는다! 네놈이 검신劍神이라도 되지 않는 이상 말이다!"

백당기는 남자를 바라보며 더욱더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아마 속이 부글부글 끓고 있을 것이다.

유쾌하였다.

온갖 허세를 부리다 창피를 당하는 남자의 꼴이 너무나도 우스웠다.

그런 백당기의 조롱에 화가 난 것일까?

남자는 그대로 몸을 돌렸다.

백당기는 생각하였다.

이제 저 남자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려갈 것이라고 말이다.

성문으로 천천히 걸어오던 것과는 완전히 상반되게 말이다.

푹 푹 푹 푹 푹

뒤를 돌아본 남자는 꽤나 먼거리를 이동하였다.

그리고 마차와 성문의 중간쯤 되는 거리에서 멈춰 섰다.

멈춰선 남자는 다시금 몸을 돌려 정면을 바라보았다.

"검신劍神이라......나쁘지 않은 울림이구먼."

몸을 돌린 남자는 백당기를 바라보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응?"

남자의 말을 들은 백당기는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게 대체 무슨 소리란 말인가

그것보다 어떻게 저렇게 먼 거리에서 자신에게 말을 전달할 수 있다는 말인가?

그것도 이렇게 선명하게 말이다.

수많은 의문들이 그의 머릿속을 온통 휘젓고 있을 찰나였다.

쿠우우우웅

갑자기 무척이나 이질적인 소리가 백당기의 귓가를 자극하기 시작하였다.

순간 백당기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대체 이게 무슨 소리란 말인가

백당기는 재빨리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으로 시선을 내렸다.

그리고 그는 볼 수 있었다.

앞으로 튀어나오고 있는 반쪽짜리 성문을 말이다.

쿠우우우우우웅

이내 앞으로 튀어나오던 반쪽짜리 성문이 그대로 바닥에 추락하였다.

콰콰콰쾅

철문이 바닥에 떨어지자 어마어마한 진동과 함께 귀가 따가울 정도의 폭음이 터져 나왔다.

"허....아..."

그리고 백당기는 그 비현실적인 모습을 멍한 표정으로 바라볼 뿐이었다.

"대...대체...이게..무슨?"

비현실을 목격한 백당기는 황당한 표정으로 말을 더듬으며 입을 열었다.

"그저 베었을 뿐이라네."

그때 그의 귓가에 다시금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백당기는 재빨리 고개를 들어 남자를 쳐다보았다.

"검신劍神이라는 칭호는 잘 받아가겠네."

남자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백당기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남자를 바라보는 백당기의 동공이 심각하게 떨리기 시작하였다.

이 말도 안 되는 일을 저지른 남자에 대한 공포가 올라왔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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