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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241화 (242/1,419)

〈 241화 〉 242.사태 파악을 하다-1

"무슨 생각이십니까?"

선우는 인상을 굳힌 채 불허 사태를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무슨 말이신지요?"

그의 물음에 불허 사태는 모르겠다는 듯 그에게 되물었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작전 통제권을 당가에게 넘긴다는 이야기를 하셨냐는 말입니다!"

그녀의 물음에 선우는 언성을 높인 채 고함을 질렀다.

"그게 맞으니까요."

선우의 물음에 불허 사태는 당연한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가장 강한 이가 수색대를 이끄는 것이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그게 무슨!"

"저는 이번 수색에서 아미의 제자들이 다치길 원치 않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장 소협께서 작전통제권을 가지는 것이 옳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녀는 선우를 바라보며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망할`

그녀의 말을 들은 선우는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예상외의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설마하니 불허 사태가 저런 식으로 나올지는 상상도 못 하였다.

"저는...그런 그릇이 안 됩니다."

선우는 말을 더듬으며 말을 이었다.

"여기 그릇이 될만한 이가 어디 있겠습니까? 다들 산속에 틀어박혀 무공에만 파고든 세상 물정 모르는 이들입니다. 저는 그런 이들보단 세태를 좀더 빠르게 판단할 수 있고 상황을 직시할 수 있는 장소협같은 인재가 수색대를 맡아주셨으면 합니다."

불허 사태는 눈을 반짝이며 말을 이었다.

그 눈빛에는 심히 부담스러운 감정이 담겨 있었다.

그건 바로 존경의 빛이었다.

`조졌네.`

선우는 느낄 수 있었다.

무언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처음에는 불허 사태가 먼젓번에 있었던 일에 대한 보복으로 자신을 곤란하게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뜬금없이 자신을 수색대의 작전 통제권을 줄 리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의 존경 어린 눈빛을 보고 선우는 알 수 있었다.

그녀의 말들이 모두 진심이라는 것을 말이다.

생각해보면 오줌지리게 쥐어팼던 일을 숨기라 말했지.

무공 수위를 숨겨달라는 말을 하진 않았다.

그 실수가 이 사달을 낸듯하였다.

선우의 미간이 깊게 찌푸려지기 시작하였다.

지금 상황에서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게 무슨 소리야, 가장 강하다니?"

그때 옆에 있던 불속 사태가 의아한 듯 불허 사태에게 물었다.

그녀는 이해가 안 되었다.

눈앞에 있는 불허도 바람을 쐬고 오겠다며 나간 운적자도

모두 화경을 코앞에서 바라보고 있는 고수들이 아니던가

그런데 어찌 그런 고수들을 제치고 저 젊디 젊은 청년이 더욱더 강하다고 말할 수 있냐는 것이다.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말그대로다. 불속, 장 소협은 수색대에 있는 그 어떤 자들보다 강하다."

그녀의 물음에 불허는 담담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말도 안 돼"

그녀의 말을 들은 불속 사태는 말도 안 된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운적자와 불허 사태보다 강하다면 적어도 화경을 바라보는 경지에 이르렀다는 것이 아닌가?

고작 이립도 안된 나이에 말이다.

말도 안 되었다.

그토록 어린 나이에 어찌 그런 지고하기 짝이 없는 경지에 올라설 수 있다는 말인가?

"어째서 말이 안된다고 보는거지?"

그녀의 말을 들은 불허 사태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고작 이립도 안된 나이에 그런 경지에 오르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너도 그 경지에 오르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잘 알거 아니야?"

불허의 말을 들은 불속은 발끈하며 입을 열었다.

비록 그녀가 불허 사태보다 경지가 일천하긴 하였지만 엄연히 무인이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경지를 넘어서는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말이다.

그런데 고작 이립도 안된 나이에 그런 경지를 뛰어넘은 것은 물론 그 위까지 바라본다니

믿을 수 있을 리 없었다.

"불속"

불허 사태는 그런 불속을 담담한 어조로 불렀다.

"무공을 익히면 익힐수록 느낀 것이 있었다."

그녀는 불속을 올곧은 눈으로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깨달음이라는 것은 결코 세월에 비례하여 쌓여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이다. 깨달음에 나이는 중요하지 않아. 세상에는 소위 말하는 천재들이 존재한지. 그런 천재들의 행보는 우리같은 범인들이 결코 이해할 수 없는 불가해에 가까운 영역에 들어서있지."

"................"

"천무맹주인 이재원이 그러하였고 검황 양태산이 그러하였지. 그들 모두 이립도 안된 나이에 지고하기 그지없는 경지에 다다랐으니까 말이다."

"..........."

"이해할 수 없다고 배척하거나 부정하면 안 돼, 그들이 이룩한 것은 결코 거짓이 아니니까."

불허 사태는 불속을 바라보며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녀의 말을 들은 불속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구구절절 맞는 말이기도 하였고 폭급한 성정을 가진 불허가 저런 속 깊은 말을 하는 것이 적응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 아미에도 있잖아. 불가해의 천재가 말이야."

".........설향."

"너는 그 아이의 성취도 말이 안 된다면서 부정할 거야?"

그녀의 대답을 들은 불허는 은근한 목소리로 그녀에게 말하였다.

절레 절레

그녀의 말을 들은 불속 사태는 고개를 좌우로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런 일을 할 수 있을 리 없었다.

그녀가 십년 간 이루어낸 성취를 하루하루 눈으로 직접 확인한 그녀였다.

그렇게 노력으로 쌓아온 설향의 성취를 부정할 수 있을 리 없었다.

"그럼 답은 나왔네."

불허 사태는 깔끔히 상황을 정리하였다.

말을 마친 불허 사태는 다시금 시선을 선우한테 돌렸다.

그리고 눈을 맹렬히 깜빡이기 시작하였다.

마치 칭찬을 바라는 강아지처럼 말이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선우는 인상을 와락 찌푸렸다.

뭘 잘했다고 저런 표정을 짓는단 말인가?

무공을 애써 숨기려고 하였건만 저렇게 구구절절 자신이 천재라는 것을 설명하면 어떻게 한단 말인가?

선우는 골머리가 아파오는 것을 느꼈다.

`후우`

선우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어차피 엎질러진 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 계속 부정해봤자 꼴만 우스운 사람이 되리라

선우는 생각했다.

이렇게 된 이상 무공을 조금 더 드러내자고 말이다.

작전 통제권에 관해서는 조금 더 얘기해보아야겠지만 말이다.

움찔

"그럼.....음?"

선우가 천천히 말을 이으려는 순간이었다.

움찔

막사 바깥쪽에서 거대한 기운들이 일렁이는 느낌이 들었다.

벌떡

선우는 화들짝 놀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기운이 희미하게 퍼지는 것을 보면 거리가 어느 정도 있는듯하였다.

"느끼셨습니까?"

그때 옆에 있던 불허 사태가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선우를 바라보았다.

"가봐야 할 듯 싶습니다."

말을 마친 선우는 그대로 몸을 돌렸다.

그리고 그대로 막사 밖으로 나갔다.

불허 사태는 그런 선우의 뒷모습을 바라보더니 이내 그의 뒤를 따라갔다.

불속 또한 그런 그녀를 따라 막사 밖으로 향하였다.

***********

밖으로 나온 선우는 기운들이 일렁이는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다.

방향을 보니 중앙 공터가 있는 쪽이었다.

선우는 불안감이 드는 것을 느꼈다.

혹여 적습이라도 받았을까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기 때문이다.

선우는 내력을 집중한 뒤 그대로 폭발시켰다.

굉음과 함께 선우의 신형이 그대로 앞으로 쏘아져 갔다.

가히 빛살과도 같은 속도였다.

쇄애애애애액

바람 가르는 소리와 함께 그의 신형이 더욱더 가속하기 시작하였다.

상승 경지에 이른 풍진보의 묘리가 발동된 것이다.

타타타탁

타타타탁

그렇게 얼마나 달려나갔을까

`응?`

선우는 순간 의아함을 느꼈다.

중앙 공터에서 느껴지는 거대한 기운들이 무척이나 익숙한 기운들이었기 때문이다.

두 기운 모두 자신이 겪어본 적 있는 기운들이었다.

바로 설향의 무상금광기와 운적자의 만상귀일기였다.

무상금광기와 만상귀일기는 서로 맹렬히 부딪히며 충격파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선우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누가봐도 아군끼리 부딪치고 있는 꼴이 아니던가

선우는 속도를 더욱 높였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지만, 정황을 확인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

.

.

그렇게 얼마나 달렸을까

어마어마한 굉음들이 선우의 귓가를 어지럽히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중앙 공터가 시야에 들어오는 것이 느껴졌다.

선우는 안력을 돋우어 중앙 공터 쪽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는 경악을 금치 못하였다.

중앙 공터에는 구월신니의 제자이자 아미파 역사상 최고의 천재라 불리우는 설향과 청성파 최고의 고수이자 청성제일검이라 불리우는 운적자가 검을 맞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무척이나 맹렬하게 말이다.

`뭐야, 시발`

선우는 저도 모르게 속으로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무슨 바람이 들어 저들끼리 별안간 검을 왜 맞대고 있냐는 말이다.

선우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주위 사람들 모두 하나같이 심각하기 그지없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도저히 예측이 안 되었다.

그러는 사이 그 둘의 비무가 더욱더 격렬해지기 시작하였다.

마치 생사대적을 만난 것 마냥 말이다.

선우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 사태에 관해서 물어볼 만한 사람을 찾기 위해서였다.

정확한 정황을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다짜고짜 그들을 말릴 수는 없었다.

명분으로 움직이는 무림답게 남의 싸움을 말리는데도 명분이 필요하였다.

그들 사이를 끼어들 수 있는 명분을 말이다.

개인간의 은원일 경우 함부로 끼어들었다간 질타를 받기 마련이었기 때문이다.

이내 선우는 구석퉁이에 있는 자신의 마부인 당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선우는 그대로 그가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당판님."

선우는 당판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네..네?!"

선우의 부름에 놀란 당판은 화들짝 놀라며 답하였다.

"지금 이 상황이 어떻게 된 건지 알 수 있을까요?"

선우는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그에게 물었다.

"아...저...그..그게.."

그의 물음에 당판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을 더듬었다.

이 상황을 어디서부터 말해야 할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만약 여기서 모든 전황을 사실대로 말했다가는 선우가 가만히 있을 리가 없었다.

최악의 경우 저들 사이에 끼어들어 참전을 하게 될 것이다.

당판은 식은땀을 줄줄 흘리기 시작하였다.

말 한마디 잘못했다가는 일이 더욱더 커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그를 감쌌기 때문이다,

`어떡하지...어떡하지...어떡하지!!`

그는 그저 속으로 궁구할 뿐 그 어떤 말도 내뱉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당판의 태도는 선우를 답답하게 하였다.

소리만 들어도 싸움이 더욱더 치열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전황을 알아야 상황을 정리할 수 있을 것이 아닌가?

그런데 입을 꾹 다물고 있으니 답답할 수밖에 없었다.

"제가 말해드려도 되겠습니까?"

그때 뒤편에서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선우는 익숙한 목소리에 재빨리 몸을 돌렸다.

그리고 그곳에는 이마에 피를 줄줄 흘리고 있는 한 남자의 모습이 보였다.

"아니 제가 말하게 해주십시오. 장소협."

남자의 정체는 청송이었다.

"아니 이마에...피가!."

선우는 이마에 피를 줄줄 흘리고 있는 그를 보며 기겁하며 소리쳤다.

별안간 이게 무슨 꼴이란 말인가?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소협."

선우의 걱정에 청송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을 이었다.

"그것보다 지금 이 상황을 설명하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침착한 눈으로 선우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럼 설명을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어찌하여 설 소저와 운적자께서 싸우고 있는 것입니까?

선우는 의문이 담긴 표정으로 그에게 물었다.

"후우"

그의 물음에 청송은 한숨을 내쉬었다.

막상 자신들의 치부를 당사자에게 말하려고 하니까 부끄러움이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일단 말하기에 앞서 장소협에게 심심한 사과를 보내는 바이오."

청송은 허리를 깊게 숙이며 선우에게 사과를 건네었다.

"아니...대체..무슨 일이길래..저한테 사과를 한단 말입니까?!"

선우는 갑작스러운 그의 사과에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손사래를 쳤다.

명문대파의 삼대제자인 그가 누군가에게 허리를 숙인다니 상상할 수 도 없는 일이었다.

애초에 목숨보다 명예를 중히 여기는 것이 바로 무림인들이었다.

그리고 그런 무림인들 중 최정상의 서 있는 이들이 바로 명문대파이고 말이다.

그들은 일반적인 무림인들보다 훨씬 높은 자부심과 자존심을 가지고 있었다.

명예를 위해서라면 목숨 따위는 초개처럼 버릴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그런데 그런 명문대파의 제자가 허리를 숙였다.

그것도 당가의 데릴사위에 불과한 자신에게 말이다.

선우는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졌다는 것을 예감하였다.

"정말....정말....죄송합니다."

청송은 허리를 깊게 숙인 채 사죄를 하였다.

그리고 선우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은 채 그를 바라볼 뿐이었다.

"설 소저와 운적 사숙께서 싸우게 된 발단은 모두 저 때문입니다."

"네?"

"제가 설 소저와 장 소협이 야밤에 같이 자리를 비웠다는 말만 안 했더라도 이런 사달이 벌어지진 않았을 것입니다."

청송은 후회막심한 표정을 지은 채 슬픈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리고 그런 그의 말을 들은 선우의 표정은 더없이 심각하게 변하기 시작하였다.

대체 이게 뭔 개 같은 소리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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