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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240화 (241/1,419)

〈 240화 〉 241.운적자, 검을 들다-2

설향의 황금빛 강기와 운적자의 푸른 강기가 부딪히며 엄청난 굉음을 내기 시작하였다.

검이 부딪힐 때마다 어마어마한 굉음과 충격파가 퍼져나갔다.

다시금 설향의 검과 운적자의 검이 부딪혔다.

"크으윽!"

설향은 저도 모르게 신음성을 내뱉었다.

검을 타고 들어오는 운적자의 검력이 만만치 않음을 느낀 탓이었다.

"강하구나."

그때 앞에서 운적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미 초입은 넘어선 듯 하구나."

그의 목소리에는 경탄의 빛이 어려있었다.

비록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그녀에게 달려든 운적자였지만

순수한 무인으로 그리고 선배로서 그녀의 재능에 감탄하였다.

이제 겨우 약관에 이른 나이로 초절정 중경의 경지라니

이는 마치 이십여 년 전 정파의 결전병기이자 구파의 모든 무공을 전수받은 양태산과 같은 성취가 아니던가

그는 감탄하고 또 감탄하였다.

초월적인 재능을 가진 미래의 절대고수에게 말이다.

한편 그의 말을 들은 설향은 인상을 찌푸렸다.

자신은 대답할 여유조차 없거늘

어찌 저리 여유롭게 상대를 한다는 말인가?

중경과 상경의 차이는 이토록 많이 났던가

수많은 상념들이 그녀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흐읍!"

이내 그녀는 검에 더욱더 힘을 주어 운적자의 검을 튕겨내었다.

그리고 곧바로 순간적으로 무방비가 된 그의 가슴팍을 베어 들어갔다.

운적자는 가슴팍을 베어 들어오는 검을 느꼈다.

"흥!"

그는 그녀의 공격에 코웃음을 치고는 그대로 손바닥을 뻗었다.

그의 손바닥과 그녀의 검이 맞부딪히며 굉음과 함께 엄청난 충격파가 퍼져나갔다.

주르르륵

"으윽"

설향은 그 충격파를 견디지 못하고 그대로 뒤로 밀려나게 되었다.

".......어떻게"

그녀는 의문이 담긴 눈빛으로 운적자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분명 자신은 강기가 서린 검을 휘둘렀다.

그런데 어찌 장력으로 그것을 튕겨낸다는 말인가?

"구하천풍장(九河天風掌)은 강기공을 튕겨낼 정도로 어마어마한 위력을 자랑하지."

그녀의 물음에 운적자는 담담히 답하였다.

그는 날아드는 검을 향해 청성의 비전 장법인 구하천풍장(九河天風掌)을 시전하였다.

구하천풍장은 청성에 존재하는 모든 장법 중 그 위력으로는 엄지를 치켜들 정도로 강하기 짝이 없는 장법이었다.

강기공 따위를 튕겨내는 것 따위는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대단하군요."

그녀는 경탄 어린 말을 내뱉었다.

비록 지금은 적이 되어 싸우고 있지만, 그녀의 말에는 더욱더 높은 경지를 이룩한 선배에 대한 경외가 담겨있었다.

강기공과 강기공을 막을 정도의 위력을 가진 장법을 동시에 구사한다는 것은 그녀로서도 요원한 일이었다.

초절정 상경과의 격차가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자, 이제 수준 차이를 알았다면 내 뜻대로 해주는 것이 어떻겠느냐? 네가 비록 초월적인 재능을 가진 아이라고는 하나 나는 이길 수 없다."

운적자는 담담한 표정을 지으며 조언하듯 그녀에게 말하였다.

그의 말을 사실이었다.

비록 설향이 초절정 중경이라고 불리우는 초극의 고수라고는 하나 운적자를 이기는 것은 무리였다.

경지의 차이도 경지의 차이지만 경험의 차이 또한 무시하지 못하였다.

사십 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오로지 검만을 파고들며 수많은 검수들과 직접 맞붙었던 그였다.

그런 그가 자신의 절반도 안 되는 삶을 살아온 설향에게 질 리가 없었다.

물론 훗날에는 모르는 일이지만 현재로써는 무리였다.

"글쎄요. 이기고 지는 건 해봐야 아는 일 아닌가요?"

설향은 그런 운적자의 말을 상큼하게 무시한 채 검을 치켜들었다.

사실 그녀도 안다.

모든 것이 운적자에게 모자란다는 사실을 말이다.

힘이면 힘

검술이면 검술

임기응변이면 임기응변

보법이면 보법

무엇하나 앞서는 것이 없었다.

선우와 싸울 때는 너무나 아득히 먼 경지였기에 크게 실감이 나진 않았지만 한 단계 위에 고수인 운적자와 싸우니 확실하게 체감이 되었다.

고작 한 단계 위였지만 그와의 경지는 어마어마하게 차이가 났다.

과연 화경을 바라보고 있는 초극의 고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다시금 검을 치켜들었다.

어마어마한 격차가 나는 고수지만 포기할 수는 없었다.

그의 뜻대로 되게 할 수는 없는 것이다.

"흥"

그녀의 말을 들은 운적자는 그대로 그녀에게 달려들었다.

쾌속한 그의 검이 그녀에게 날아들었다.

그녀는 가까스로 검을 들어 그의 검을 막았다.

강기와 강기가 부딪히며 굉음이 울려 퍼졌다.

부웅

칼이 막히자 그는 다시금 검을 회수한 후 재빨리 팔을 베어 들어왔다.

설향은 이번에도 한 끗 차이로 그의 검을 막을 수 있었다.

운적자의 검이 쉴 새 없이 그녀에게 날아들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그녀는 검이 날아들 때마다 방어만 간신히 이어갈 뿐

반격의 기회를 노릴 수가 없었다.

운적자의 검이 눈으로 인지하기 어려울 만큼 빨랐기 때문이다.

"으으윽!"

그녀는 신음성을 내뱉었다.

운적자의 검이 그녀의 왼팔에 스쳐 지나갔기 때문이다.

간신히 궤도를 바꾸기는 하였으나 완벽히 막지는 못한듯싶었다.

그녀는 재빨리 발을 들어 올려 그대로 운적자를 걷어차 버렸다.

순간 몸통을 제대로 가격당한 운적자는 뒤로 물러서게 되었다.

"하아...하아..하아."

간신히 운적자와 거리를 벌린 설향은 왼팔을 바라보았다.

왼팔에는 피가 줄줄 흐르고 있었다.

탁 탁 탁

그녀는 혈도를 몇 군데 점하여 피를 멈추었다.

그리고 다시금 검을 들어 운적자에게 겨누었다.

"포기하는게 어떻겠느냐? 너는 날 못 이긴다."

운적자는 혀를 차며 말을 이었다.

어찌 저리도 멍청하다는 말인가?

그저 여기서는 청성의 체면을 잠시만 차려주면 되는 것을 어찌 고집을 부린단 말인가?

"말하지 않았나요? 해보기 전에는 모른다고요."

운적자의 타박에 설향은 새침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어리석구나."

운적자는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고개를 절레 절레 저었다.

그리고는 검을 치켜세운 후 다시금 자세를 잡았다.

우우우우웅

이내 그의 검에 어마어마한 양의 기운들이 일렁이기 시작하였다.

꿀꺽

그 모습을 본 설향은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척 보기에도 심상치 않은 기운들이 온몸에 느껴졌기 때문이다.

`후우`

그녀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다시금 운적자와 부딪힐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걱정이 앞섰기 때문이다.

운적자의 검은 눈으로 인지하지 못할 만큼 빠르고 강력했다.

이대로 가다간 몸에 바람구멍이 뚫리고 말 것이다.

`어쩔 수 없지.`

생각을 마친 설향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

비밀로 하라던 스승님의 얼굴이 스쳐 지나갔지만 그녀는 개의치 않았다.

비밀이고 뭐고 살아야 지킬 것이 아닌가?

"뭐하는 짓이지?"

그때 앞쪽에서 운적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보다시피 눈을 감았답니다."

그녀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자포자기를 한 건가?

"아니요, 이 상태로 상대할 심산입니다."

그녀는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말을 이었다.

"죽고 싶은 건가?"

"아니요."

"아니면 나를 우습게 보는 것인가?"

"그것도 아니에요."

"그런데 어찌 그런 객기를 부리는 것이지?"

운적자는 이해가 안 된다는 듯 그녀에게 물었다.

그녀가 지금 하고 있는 행동은 객기였다.

무인에게 있어서 눈이라는 것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한 요소였다.

누가 먼저 움직임을 포착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판가름날 정도로 말이다.

그런데 그런 중요한 눈을 감아버리다니?`

그것도 상위 단계의 고수인 자신을 상대로 말이다.

객기가 아닐 수 없었다.

"객기가 아니에요.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수입니다."

여전히 눈을 꼭 감고 있는 그녀는 단호한 음색으로 말을 이었다.

"내 검이 무정하다 원망치 말거라."

그녀의 말을 들은 운적자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을 이었다.

타탁

그리고는 그대로 땅을 박차고 앞으로 튀어나갔다.

쇄애애액

그의 신형이 바람을 가르며 빛살처럼 쏘아졌다.

청성의 고절한 신법인 송서초상비(松鼠草上飛)가 발휘된 것이다.

운적자는 머지않아 설향의 코앞까지 다다를 수 있었고 그대로 검을 휘둘렀다.

노리는 것은 왼팔이었다.

쇄애애애액

운적자의 검이 그대로 설향의 왼팔을 향해 날아들었다.

`끝이다!`

운적자는 속으로 승리를 예감하였다.

하지만 그때 예상치도 못한 일이 벌어졌다.

그의 검이 설향이 휘두른 검에 의해 속절없이 막히고 만 것이다.

`뭣!`

순간 운적자는 당황하여 눈을 동그랗게 떴다.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분명 방금 전 공격은 자신이 발휘할 수 있는 최속의 공격이었다.

내력을 있는대로 끌어모아 송서초상비(松鼠草上飛)라는 청성의 절세 신법을 발휘하였다.

눈을 감고 막을 수 있을 정도로 녹록한 공격이 아니란 소리였다.

그런데 그런 자신의 공격이 속절없이 막히게 된 것이다.

그것도 눈을 감고 있는 설향의 검에 의해서 말이다.

그 말인즉슨 눈을 감은 상태로 자신의 검을 인지했다는 말과 일맥상통하였다.

`그럴 리 없어!`

운적자는 고개를 빠르게 좌우로 저은 뒤 상념을 날려보냈다.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어찌 눈을 감은 상태로 날아드는 검을 인지한다는 말인가?

맹인의 경우 청각이 극도로 발달한다고는 한다지만 그녀는 맹인이 아니지 않은가?

혹여 맹인이라 하더라도 자신의 검을 그토록 쉽게 막아설 수는 없었다.

부웅

운적자는 다시금 검을 휘둘렀다.

그의 검에는 상당한 내력이 스며들어 있었다.

하지만 그의 검은 다시금 속절없이 막히고 말았다.

운적자는 인정할 수 없다는 듯 더욱 빠르게 검을 휘둘렀고 설향은 그의 검을 무리 없이 받아넘기기 시작하였다.

운적자는 인상을 찌푸리고는 그대로 거리를 벌렸다.

"어떻게 된 것이더냐."

그리고는 그녀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대체 무슨 요상한 사술을 부렸기에 눈을 감은 채 자신의 검을 막아낸단 말인가?

"다 들려요."

그의 물음에 설향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뭐라!?"

"눈을 감으면 다 들려요. 만물의 소리가 말이에요. 사람의 호흡, 바람의 호흡, 검의 호흡 모든 것들이 말이에요."

그녀는 여전히 눈을 감은 채 말을 이었다.

"너는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느냐!"

그녀의 말을 들은 운적자는 소리쳤다.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란 말인가?

만물의 소리라니!?

인간이 그딴 것을 들을 수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운적자는 그녀의 말을 헛소리라고 일축하였다.

"어쩌겠어요. 이렇게 타고난 걸요."

설향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만물의 소리라고 하니 오글거리는 느낌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달리 다른 말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저 다 들렸다.

그 어떤 미세한 소리마저 말이다.

그렇기에 운적자의 검을 피할 수 있었다.

점점 커지는 발자국 소리

검에서 뿜어져 나오는 바람의 소리

일렁이는 내력의 소리까지

무엇 하나 피하지 못할 요소가 없었다.

운적자는 말없이 눈을 감고 있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내가 너를 너무 얕본 것 같구나."

그리고 이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운적자는 반성을 하였다.

운적자는 지금껏 그녀를 그저 버릇을 고쳐줄 후배로밖에 보지 않았다.

동등한 호적수로 보지 않은 것이다.

그렇기에 운적자는 반성하였다.

최선을 다하지 않은 자신을 말이다.

"기뻐하거라. 너라면 자격이 있다."

우우우우웅

그의 주위로 무섭도록 무거운 기운들이 퍼져나갔다.

"으읍"

그 기운에 노출된 설향은 저도 모르게 신음성을 내비쳤다.

그간 보였던 기운들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농밀하고 무거운 기운이었기 때문이다.

"청운적하검靑雲赤霞劍을 볼 자격이 말이다."

그의 말을 끝으로 농밀하고 무거운 기운들이 모두 검에 모여들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검에 모인 푸른 기운들이 그 농도를 더해가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농도가 짙어진 그의 검은 휘황찬란한 푸른 빛을 발하고 있었다.

그 빛이 어찌나 밝은지 설향의 무상금광기가 상대적으로 빛이 바랠 정도였다.

꿀꺽

설향은 저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눈을 감고 있어 제대로 보이진 않지만, 그녀는 느낄 수 있었다.

운적자의 주위로 어마어마하게 내력들이 휘몰아치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절로 긴장이 되었다.

`막을 수 있을까?`

그녀는 걱정이 앞서는 것을 느꼈다.

인지하고 있는 것과 막을 수 있는 것은 별개의 문제였다.

알고 있다해도 막을 수 없는 공격이 존재하는 것이다.

`후우`

그녀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고민해봤자 소용없었다.

자신은 검을 뽑았고 그에 걸맞은 책임을 져야 했다.

그녀는 무상금광신공을 극성으로 운용하였다.

그녀의 몸 주위로 어마어마한 무상금광기가 일렁이기 시작하였다.

이내 무상금광기가 검을 겹겹이 휘감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얼마 지나지 않아 휘황찬란한 황금빛의 검강이 형성되었다.

설향은 그대로 자세를 잡았다.

그리고 청력을 극한까지 끌어올려 운적자의 공격에 대비하였다.

두근 두근 두근

심장이 맹렬하게 뛰는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녀는 개의치 않았다.

지금은 심장 소리보다 운적자의 모든 소리에 집중 해야 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들려왔다.

땅을 박차는 소리가 말이다.

휘이이잉

이번에는 몸체가 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십보...칠보...사보...일보!

그녀는 그대로 검을 휘둘렀다.

콰쾅!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중앙공터에는 커다란 굉음이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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