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화 〉16화
인터넷에서 보니까 남자 성기의 평균 크기를 재기 위해서 두루마리 휴지 하나만 있으면 된다고 한다. 발기를 시킨 후에 두루마리 휴지 안에 그걸 쏙 넣으면 된다나. 그렇게 해서 귀두가 살짝 튀어나올 정도면 평균 크기. 꽉차기는 하는데 그렇다고 비좁을 정도가 아니면 평균 두께 정도.
아침에 일어나서 샤워를 하다가 그 생각이 문득 들어서 어젯밤 김서아와 몸을 맞부디댔던 장면들과 진아영과의 딥키스를 생각하면서 발기시켰다. 풀발까지 시키려면 약간의 손장난도 필요했다.
다쓴 휴지 두루마리에 고추를 끼워보는 순간, 나는 어제 김서아가 내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김서아는 내걸 빨기 전에 크다고 했었지.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갔다. 내 딱딱해진 성기는 두루마리보다도 한참 앞서 있었다. 귀두가 전부 빠져나왔고 몸통의 초입부분이 살짝 드러날 정도.
이 정도면 얼굴이랑 키, 지능지수 빼고는 좋은 유전자를 물려받았다. 아, 그냥 장점이 꼬추만 큰거라고 바꾸는게 빠르겠다.
내가 평균보다 크다니. 스물아홉 살면서 이렇게 기분 좋았던 적이 있을까? 수능 등급도 애매하게 평균 3등급이라 공부하는 놈들 중에서는 평균 이하에 속했는데 공부 잘할 바에 고추가 큰게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싱글벙글거리면서 출근하니까 카운터에서 신이설이 기분 나쁘다는 표정을 지었다. 카운터 옆에 달려있는 거울에 얼굴을 비춰보니 이렇게 음흉할 수가 없다. 하긴 고추 큰 것 때문에 기분이 좋아졌으니 조금은 음흉해 보일 수도 있겠네.
“또 무슨 이상한 장난하려고...”
“이상한 장난이라뇨. 제가 언제 이설 씨한테 장난친적 있어요? 내가 알기론 없는데.”
“하. 됐고. 오늘 알죠? 스케줄 두 개 잡혀있는거. 하나는 박유영 님. 하나는 원장님이랑 같이 들어가는 포핸드.”
“아참. 그분 성함이 어떻게 되요?”
“누구요. 이미경 님? 아니, 고객 이름도 여태 모르고 있었어요?”
“안 알려줬는데 어떻게 알아요.”
한동안 신이설과 티키타카를 주고 받았다. 어제 무슨 일이 있어서 날 찾았는데 없었다느니. 문자는 또 왜 이렇게 늦게 확인을 하냐느니 등등. 까칠하긴 하지만, 궁금해하는 내용으로 미뤄봤을 때, 샵에서 내가 뭘하고 있는지 제일 궁금해 하는 사람은 다름아닌 신이설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어제 진아영에게 여자들의 화법에 대한 교육을 받은게 확실히 효과가 있다. 여자들은 어떤 상황에서 설레는가. 자기의 마음을 어떻게 표현하는가.
지금 신이설은 딱 관심단계에 있었다. 물론 내가 과한 해석을 한 것일 수도 있지만, 나에게 일말의 관심도 없으면 이렇게까지 대화를 길게 이어나갈 이유는 없을 거다.
나는 능글맞게 웃으면서 알았다, 알았다 하며 가볍게 신이설의 팔을 스킨십했다.
“미안해요. 내가 다음에 커피 살테니까.”
“참내. 나는 스벅 아니면 안 먹어요.”
“여기 주변에 스벅 없어요~ 그냥 믹스 커피 타줄테니까 그거 먹어요. 내가 손맛이 아주 좋거든.”
“아니... 믹스 커피는 그렇다 치는데 그거랑 손맛이랑 뭔 상관?”
“믹스는 마지막에젓잖아요. 나는 그거 손가락 넣어서 돌리는데?”
“아, 씨. 뭐에요? 그럼 어제 나 마시라고 줬던 믹스는...”
나는 장난스레 검지를 들어올리며 종종 걸음으로 직원 휴게실로 향했다. 뒤에서 뜨거운 눈길이 느껴졌지만, 개의치 않고 미닫이문을 열어 안으로 들어갔다.
출근 시간보다 좀 일찍 와서 그런지 아직 아무도 없다. 한쪽 구석에 앉은 다음, 주머니에서 폰을 꺼내 밀린 문자들을 확인했다.
- 신이설 : 다시는 준현 씨가 타주는 커피 안 마셔요
- 진아영 : 오늘 날씨가 추우니까 따뜻하게 입어요. 1
- 김서아 : 답장 좀 해줘. 7
- 머발에스 단톡방 : 오늘 스케줄표입니다. 다들 확인하시고 문자 남겨주세요 1
- 이연두 : 그럼 토요일 8시에 합정에서 보는 걸로 해요...
어제 김서아가 나한테 샵 주소를 물어봤었다. 답장한다는 걸 깜빡하고 잠이 들었는데 이왕 이렇게 된거 한 12시간은 더 골려줘도 괜찮을거 같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날 지나가는 곱등이처럼 생각했던 김서아가 이제는 실시간으로 내 답장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이연두의 문자는 그날 확인만하고 답장은 하지 않았다. 매일 샵에서 얼굴 마주볼 사이인데 혹여나 너무 문자를 많이 하고 친해지면 오히려 오프라인에서 마주쳤을 때, 불편할 수 있다. 더군다나 지금 내 인생에 여자들이너무 많이 생겨나고 있어서 천천히 하나하나씩 공략을 해나갈 생각이다.
나는 다른 문자들은 확인하지 않고 단톡방에만 들어가서 지시사항에 따른 답변을 남겼다.
그때 마침 최원재도 문을 열고 들어왔다. 최원재는 내 얼굴을 보더니 헤벌쭉 웃었다.
“좋은 아침!”
“좋은 아침입니다, 원장님.”
“일찍 출근했네요?”
“네. 뭔가 좀 도움이 될만한 일이 없을까 해서요.”
“하하하. 강준현 씨를 보면 꼭 나 어릴 때가 생각나요. 진짜 열심히 했었는데, 그때는. 지금은 뭐랄까. 그때의 그 열정은 다시 없을 것만 같다고 할까요.”
최원재는 콧노래까지 부르며 싱크대에 놓인 머그컵을 뽀드득 소리가 나게 닦았다.
어제밤 혹은 오늘 아침에 발기찬 일이 있었나보다. 그런 모습을 보니 나도 모르게 뿌듯함이 샘솟았다.
“아, 맞다. 박유영 씨 담당하게 됐다면서요. 얘기 들어보니까 이설 실장이 입김 좀 불어줬다던데.”
“예... 뭐, 그렇게 말하던가요?”
“아니에요?”
“하하. 사실 맞습니다. 제가 좀 부탁했어요.”
“사회생활은 당연한 거예요. 나한테 그런 모습 부끄러워할 필요없어. 뭐가 됐든 하려는 의지만 볼 수 있으면 난 무조건 환영이에요. 하지만 대충할 생각은 아예 하지 말아요. 물론 강준현 씨가 대충할 거라는 생각은 전혀 안 들지만.”
“넵!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가 내 경직된 어깨 위에 손을 얹었다.
“혹시 여자분들 나체 보면 흥분하거나 굳어버리지는 않죠?”
“네?”
갑작스런 질문에 당혹감을 금치 못했다. 오솔길 걷다가 차 타고 고속도로를 마구 가로지르는 듯했다. 최원재도 자기 말이 얼마나 민망한지 알고 있는지 목소리를 낮게 깔았다.
“참관수업 때는 다들 가릴 때 적절하게 가리고 속옷도 착용하고 했지만, 박유영 씨는 전신피부 관리를 받으셔야 하는 분이라서 완전히 다 벗고 들어오실 거예요.”
머릿속으로 무수히 많은 생각들이 지나갔다.
어제 김서아에게 장난처럼 홀딱 벗으라고 한 것보다 더 노출이 심하다는 얘기다.
“뭐, 걱정할 건 없어요. 배드에 엎드려 계실거고 엉덩이도 절반 밑은 가릴거니까. 마사지는 하던대로 똑같이 하면 되는데 손이 안 닿는 곳 없이 구석구석 꼼꼼하게만 해주면 되요.”
상상이 안 됩니다.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주세요.
를 속으로 외치면서 겉으로는 다 알아들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최원재가 자랑스럽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
“이따가 이미경 님 포핸드 때 봅시다. 알죠? 스.페.샬.”
***
말은 믿는다고 했어도 불안했는지 최원재는 나에게 박유영이 오기 전, 직원들 중에 하나를 연습삼아 마사지 해보라고 시켰다.
똑같은 환경, 똑같은 상황 속에서의 마사지다.
VIP실에서 직원이 준비하는 동안나는 천천히 숨을 골랐다. 혹여나 여기서 실수라도 하면 박유영은 다른 사람에게 마사지를 받게 될 수도 있다. 여기서 내 실력을 입증해야 한다.
‘1분 정도 기다렸다가 들어가라고 했지.’
나는 시간을 확인하고 들어갈 준비를 했다. 베테랑 김지연이 있을까? 아니면 그나마 한가한 이연두? 누가 됐든 배드에 얼굴을 쳐박고 있을 것이다. 끝나고 얼굴을 들 때까지는 누군지 모른다는 얘기다.
그런 사실을 알면 마음이 조금은 편해질줄 알았다. 그런데 막상 들어가보니 새삼 놀라게 된다.
배드 위에는 예상했던 대로 직원 하나가 나체 상태로 엎드려 누워있었다. 옆가슴이 그대로 드러났고 봉긋 솟은 엉덩이가 은은한 조명을 받아 빛나고 있었다.
나는 최대한 자연스럽게 보이기 위해 또박또박 말했다.
“오일 발라드릴게요.”
오일이 들어있는 병을 들고 배드 쪽으로 이동하는데 계속해서 시선이 곱게 뻗은 등과 엉덩이쪽으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곱게 뻗은 종아리. 맨질맨질해서 만질 때마다 모양이 변할 것처럼 부드러워 보였다.
오일을 뿌리고 손을 얹었다.
캬. 감촉 뒤지고.
오일을 펴바르면서 붉은점들을 찾아서 공략하자 부드러운 피부가 파르르 떨었다. 배드 밑으로 뜨거운 숨결을 내뱉는 소리가 들린다. 아무래도 이 여자도 내 마사지에 몸이 녹아내리는 듯하다. 핑크색 점이나 푸른점은 따로 없었다.
‘와, 근데 대체 누구지? 누군데 이렇게 몸매도 좋고 살결이 보들보들하냐.’
직원들 머리야, 염색한 사람이 없으니 죄다 흑발이다. 몸매는 항상 펑퍼짐한 검정색 티와 칠부 바지를 입으니 확인할 길이 없다.
옆가슴쪽을 마사지할 때는 생각보다 안쪽 깊숙이 들어가도 된다고 배웠다. 꼭 무슨 애무하듯이 말랑거리는 안쪽까지 철저하게 오일을 발라야 했다. 가슴께를 쓸어내리면서 가슴과 배드 사이에 손끝을 밀려들어가듯 들어갔다 나와야 했다. 그렇게 몇 번을 반복. 말이 마사지지 사실 이건 가슴을 대놓고 만졌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확실히 수건으로 주요부위를 가렸을 때랑 다르다. 훨씬 야릇하고 조심스럽게 된다.
후면부 마사지를 끝냈다. 최원재는 우선 후면부만 하라고 했었기 때문에 여기까지.
“고생하셨습니다.”
내 말에도 아무 대답이 없다. 넋이 나갔는지 팔이 축 늘어져서 흔들거린다. 만족하지 못했다고 하면 거짓말일 거다. 진짜 마사지 스킬은 없을지언정 몸을 노곤노곤하게 만들고 확 개운하게 만드는 건 내 전문이니까.
나는 인사하고 밖으로 나갔다.
이제 박유영을 마사지할 준비는 다 됐다고 생각했다.
‘그나저나 누굴까.’
누군지 이름이나 알고 싶었다. 아니면 여기 직원들 하나하나씩 공략해서 속살을 한번씩 다 봐버릴까. 이 생각까지 이르자 나도 모르게 절로 미소 짓게 됐다.
카운터로 나갔는데 신이설이 없고 다른 직원이 있었다.
“이설 씨... 아니, 이설 실장님은 어디 갔어요?”
“실장님이 잠시 교대해 달라고 하셔서요. 어디 가셨는지는 말씀 안 하시던데요? 아마 샵 안에 계실거에요. 잠깐 쉬러가셨을 수도 있고. 용건 있으세요?”
“아니... 그, 이따 예약 손님 때문에요. 확인문자 보내셨나해서.”
“그거라면 아마 보내셨을 거예요. 걱정하지 마세요.”
“아, 예...”
그렇다면 신이설이 확정인가. 와, 신이설 그렇게 안 봤는데 몸매 끝내주는구나.
나는 그녀의 뒤태를 다시금 떠올리며 혀를 내둘렀다.
직원 휴게실로 갔더니 원래 지금쯤이면 몇 명 있어야 할 시간인데 아무도 없었다. 고개를 한번 갸우뚱하고 벽쪽에 기대고 서 있는데 아주 조금 있다가 깔깔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미닫이문이 열리고 신이설이 다른 직원과 함께 들어왔다.
벌써 옷을 갈아입었나 싶었다.
“언니! 저 쌤이야. 내 커피에 손꾸락 넣었다고 했던 사람이.”
“아, 정말? 준현쌤이 그랬어?”
“응응. 진짜 어이없지.”
“완전 웃긴데? 준현쌤 생각보다 위트 있으시네.”
“아, 언니가 저 사람 몰라서 그러는데 진짜 손가락 넣고 비비적거렸을 사람이라니까.”
“뭐 그건 그렇고 아까 원장님이 나한테...”
..?
얘기를 들어보니 방금 내 마사지를 받고 나온 것 같지는 않다. 아까까지 앉아서 수다 떨다가 들어온 느낌이 물씬 풍겼다.
그렇다면 이연두인가?
“실장님.”
“오, 웬일이에요? 날 실장님이라고 다 부르고.”
“혹시 연두쌤 지금 마사지 들어가셨어요?”
“아마도요? 근데 왜요?”
신이설은 가자미눈을 뜨고 날 째릿 노려봤다.
“혹시 연두쌤한테 관심 있어요?”
“아뇨. 저번에 교육해주셨는데 물어볼게 있어서요.”
“흐음.”
이연두도 아니라고?
하긴... 이연두는 아무리 검은티를 입은 모습만 봤다고해도 눈에 띌 정도로 가슴이 작다. 배드에 누워있던 여자의 옆가슴 마블링은 결코 A컵의 마블링이 아니었다. 물론 정확하지는 않다. 내가 뭐, 가슴을 많이 만져본 것도 아니고. 사실 컵에 대한 구분도 잘 모르고 심지어 A컵 가슴은 만져본 적도 없다.
확실한 건 김서아보다도 뽀얗고 탱글한 피부라는 점이다. 그런 속살은 섹스할 때 어떤 느낌일까? 내 콜렉션에 저장하고픈 욕구가 마구 쏟아진다.
대체 누굴까..?
“어, 시간됐다. 나 가볼게요, 언니. 강준현 씨는 지금 바로 VIP실 들어갈 준비하세요. 박유영 님 아까 VIP실로 준비하러 들어갔어요.”
나는 알겠다고 대답을 하고 복도 쪽으로 걸어나갔다. 연습을 그렇게 했지만, 여전히 떨린다. 아무래도 첫 고객이니까. 일단 연습할 때의 그녀는 잊고 박유영에게 집중해야 했다.
마침 복도 맞은편에서 유니폼을 갖춰입은 이연두가 걸어오다가 나와 눈이 마주쳤다. 그녀는 무슨 잘못이라도 했는지 고개를 떨구고 내 옆을 지나치면서 작게 말했다.
“안녕하세요오...”
“?”
뭔 일 있었나? 싶어서 총총 걸음으로 걸어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빤히 바라봤다.
방금 이연두의 행동으로, 그 보드라운 몸매의 소유자의 정체는 더욱 미궁 속으로 빠져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