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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아가씨와 번뇌의 호위기사-50화 (50/122)

00050  5. 눈꽃 샹들리에가 그대 침실을 빛낼 때   =========================================================================

두어 차례 가볍게 쓸어 올리자 아가씨의 두 허벅지가 살짝 비틀렸다. 이번에는 한 세 번쯤 혀로 쓸어 올려 보았다. 그러자 아예 골반마저 귀엽게 들썩였다. 입 밖으로 새어 나오는 소리도 어찌나 귀여운지.

두 손으로 아가씨의 엉덩이를 받치어 은밀한 부위가 얼굴에 좀 더 가까이 오도록 했다. 찢긴 속옷 사이 분홍빛 여린 살은 단지 마주 보는 것만으로도 황홀하다. 또한, 향취도 얼마나 감미로운지. 한겨울에도 상큼한 과일향을 맡을 수 있는 곳은 오직 이곳뿐이리라. 혀를 길게 빼내어 찢긴 속옷 사이 균열을 아래에서 위로 반복해 핥았다. 그러다가 도드라진 살점을 중심으로 빙글빙글 돌리고 깊이 빨아들였고, 곧 새된 소리가 들렸다.

“아앗!”

“벌써 좋으십니까?”

“어쩜 이리 능숙한 거야?”

하이너는 대답 없이 피식 웃을 뿐이었다. 이런 것을 한 적이 지금껏 몇 번인데. 바보가 아닌 이상 어떻게 하면 그녀가 더 좋아하실지는 알아야 하는 거 아닌가.

그의 혀는 자극을 가하는 걸 멈추지 않았다. 처음에는 하이너의 타액으로 얼룩진 살결이었는데 나중에는 스스로 물을 흘리어 남자의 혀를 진하게 적셨다. 본격적인 행위를 하지도 않았는데 너무나 자주 느껴버린 마리는 점점 주저앉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더니 나중에는 눈밭에 드러누워 바르작거리며 애원했다.

“흐읏, 그만! 넣지도 않고 계속 이러는 거, 일부러 날 괴롭히는 거야? 읏….”

“참으세요. 준비는 충분해야 하니까.”

여태 한 것은 준비가 아니고 다 뭐란 말인가. 마리는 호위기사의 머리를 밀어내려다가 쑥 들어오는 이물감에 온몸을 잔뜩 수축했다. 아무래도 호위기사의 손가락인 듯했다. 축축한 살결에 자리 잡은 기다란 검지는 거센 압력을 받아 좀처럼 움직이기가 쉽지 않았다. 여린 살 어디에서 이런 조이는 힘이 나오는 걸까. 신기해하며 하이너는 다시 도드라진 살점을 빨았다. 그러자 마리가 흐익! 하는 소리를 냈고 그사이 꽉 조이던 것이 조금 느슨해졌다. 그 틈을 이용하여 하이너는 조심스럽게 중지마저 넣어버렸다.

“응, 아앙!”

성기에 비할 수 없지만 쾌감을 자극하는 덴 충분했다. 내부가 꽉 조일 때마다 손가락은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하이너는 아가씨의 숨소리를 봐가며 손가락을 빼고 넣기를 반복했다. 아가씨의 목소리가 걷잡을 수 없이 음란해지고 뜨거워졌다.

“하이, 너! 아앙, 너무 좋잖아!”

애끓는 소리에 흥분한 하이너는 재빨리 치마 밖으로 나왔다. 하지만 여전히 손가락은 그녀에게 있었다. 그의 얼굴을 본 마리는 반쯤 몸을 일으켰고, 하이너는 손가락을 더욱 세게 움직이면서 다른 쪽 손으로는 그녀의 목을 받쳤다. 마리의 고개가 뒤로 젖혀졌다.

“흐읏, 응! 아, 아아! 하이너! 하이너!”

“아가씨, 아가씨….”

이런 때에 서로의 이름을 반복해서 부르는 것만큼 흥분에 불을 지피는 행위는 없을 것이다. 검은 눈동자와 청록색 눈동자는 자석이나 된 듯 떨어지지 않았다. 쾌감에 머리가 저릿해진 마리가 눈을 감을라치면 하이너의 손은 더욱 빨라졌다.

“흐앙… 앗! 아!”

너무 좋으면 울음이 나오기도 한다. 지금 마리의 표정이 딱 울기 직전이었다. 그 표정이 지독하게 야해서 하이너는 거세게 그녀의 입술에 입 맞췄다. 아래에서 쉴 새 없이 가해지는 자극에 숨쉬기가 버거운 그녀는 키스를 받아들이면서 더욱 조여 댔고, 급기야 한순간.

“으읍, 흣, 흐으아앙!”

호위기사의 손바닥이 뜨겁게 적셔졌다. 그 순간 하이너는 치마를 들쳐 안을 보았다. 눈밭을 녹인 액체는 여태 그녀가 흥분하여 쏟아낸 액체와는 그 양이 달랐다. 하이너는 얼떨떨하여 제 손과 아가씨의 얼굴을 번갈아 보았다. 널브러지듯 누워버린 마리가 원망하듯 중얼거렸다.

“하아, 하. 준비가 너무 심하잖아.”

“죄, 죄송합….”

“바보. 사과하란 말이 아닌데.”

숨을 고른 마리가 손을 뻗었다. 나중에는 두 손 다 뻗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얼른.”

“예?”

“나 이런 준비라면 온종일 즐길 수 있을 것 같으니까.”

하이너는 잠시 시선을 내렸다. 말뜻을 알아듣기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아마도 지금 아가씨는 재촉을 하시는 거겠지…….

“그럼….”

덮치듯 키스를 퍼붓기 시작했다. 그들이 한몸이 되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차갑고 딱딱한 바닥은 아무런 장해가 되지 않았다. 드레스가 더러워지는 것도, 하늘 아래 겨울새들이 오가는 것도 신경 쓰지 않은 채 그들은 짐승이 되어 서로를 탐했다.

“앗! 나 이런 자세로 더 잘 느껴서……!”

“후우, 아가씨… 너무 야하잖습니까.”

“앗, 아! 앙!”

그렇게 몇 번이나 체위가 바뀌었다. 해가 중천에 떠오를 때쯤 그들은 녹초가 되어 나란히 누웠다. 머릿속의 모든 것이 쾌감에 새하얗게 지워졌다. 마치 지금 보는 하늘색처럼.

하이너는 불현듯 이래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여기 머무는 이유가 뭐였더라? 아가씨께서 뭘 해야 한다고 하셨더라? 분명 네히트의 실렌틴 광산 소유자를 만나 쇠의 공급에 관해…….

“참, 정화마법 사용할 수 있어?”

하지만 바로 옆에서 들리는 맑고 또렷한 목소리는 언제나 그런 현실적인 생각들을 모조리 날리고 만다.

“네?”

“몸이 너무 지저분해졌어. 이런 추운 날 계곡에서 씻긴 무리잖아?”

“아.”

“괜찮지 않을까? 네 열기 조절 마법은 특히나 수분에 특화된 거로 아는데. 정화마법 가능하겠지?”

하이너는 정화마법을 단 한 번도 써본 적 없었다. 그야 바너에서는 언제나 목욕시설이 최상급으로 갖춰진 곳에 머물렀고, 여기 와서도 눈을 녹여 씻었기에 정화마법을 쓸 생각을 그다지 하지 못했다.

……생각해 보자. 정화마법은 초급 마법 같은데? 명색이 드래곤인 이상 지금 사용 가능한 마법-열기 조절 마법-을 응용하면 못할 것도 없다고 본다.

하지만 해주기가 싫다. 이런 곳에 왔으면 사소한 고생은 각오하셔야 하거늘. 매사에 편히 해결하려는 아가씨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나 할까? 하이너는 솔직하게 대꾸했다.

“불가능하진 않을 거라 봅니다만, 해주기가 싫군요.”

“뭐엇! 어째서?”

“바깥에서 이런 일을 저지르면 그 뒷감당이 얼마나 성가신지 몸소 느끼셔야 할 것 아닙니까.”

“와아! 하이너, 너무하네. 같이 즐길 땐 언제고 뒷감당이라는 단어를 쓰다니. 그나저나 우리 호위기사께서 언제부터 내 지시에 쌀쌀맞게 거절하고 사사건건 가르치려 하셨을까, 응?”

“그러게 누가 드래곤으로 만들라 했습니까?”

마리는 심드렁히 대꾸하는 호위기사를 보고 기가 차서 웃음이 터졌다. 하, 참! 나! 원래부터 시건방진 호위기사이긴 했으나 어째 요새 행동을 보면 육체적으로 조금(?) 가까워졌다고 기어오르는 느낌인데…….

마리는 그의 건방진 태도를 잘근잘근 밟아주고 싶었다.

“이봐, 드래곤 씨. 정화마법을 사용할 줄 모른다면 모른다고 솔직하게 말하지그래? 괜히 내게 잔소리하지 말란 말이야. 정화마법은 수분 온도 조절이 가능하다는 전제만 갖추면 사실 속도전이라 할 수 있어. 오염된 것을 눈 깜짝할 사이에 물로 가열하여 증발시켜 버리는 거지. 알겠어? 그 눈 깜짝할 사이라는 게 번개가 치는 속도보다 몇 배는 더 빨라야 하는 걸 의미하는 거야. 알겠지? 자아. 이제 해봐. 내 피부와 옷에서 물이 가열되어 증발한다는 것을 내가 느낄 새도 없이 빠르게 정화를 해보란 말이야. 실시!”

심드렁하게 하늘을 보던 하이너의 표정이 대놓고 구겨졌다.

‘젠장, 뭡니까….’

정화마법의 이치를 운운하며 가르치는 모습이 마치 아이를 가르치는 듯 유치하여 그만 발끈하게 된다.

“실시!”

“때리고 싶군요.”

“뭐라고?”

“예? 누가 뭐라고 했습니까?”

“실시!”

“실시!”

하이너는 힘차게 외치며 몸을 일으켰다. 그러자 마리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를 올려다보았다. 이 녀석이 왜 이러지? 정화마법을 쓸 땐 굳이 일어날 필요가 없는데…… 그녀가 그런 생각을 하며 어리둥절하게 있는데, 갑자기 하이너가 언덕 아래를 살펴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너 뭐 하니?”

“후후… 아가씨. 특별 정화마법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심술궂은 미소를 지은 호위기사는 정신을 집중하여 열기 조절 마법을 이용했다. 곧 신비로운 일이 일어났다. 마리가 누운 곳에서 언덕 아래로 구불구불한 얼음의 오솔길이 생겼다. 눈밭과 눈꽃이 가득한 사이의 그 길은 마치 매끈한 은빛 뱀이 길게 늘어져 있는 것처럼 보였다. 마리는 누워 있었기 때문에 그 장관을 확인하지 못했는데, 곧 호위기사에게 몸이 밀리고 나서야 깨닫게 되었다.

자신이 그 은빛 뱀을 미끄럼틀처럼 타고 내려가게 되었다는 것을!

“어랏! 으아아아!”

마리의 몸은 언덕을 매끄럽게 내려갔다.

“이런 미친! 나를 어디다가 처박으려는 거야! 앙?”

그사이 하이너는 휘파람을 불면서 천천히 따라 내려갔다. 물론 그는 미끄러질 위험의 오솔길이 아닌 푹푹한 눈밭을 걸었다. 아가씨의 놀란 소리가 점점 멀어졌다.

“미워! 밉다고! 나 무섭단 말이야!”

“그러라고 그런 겁니다만.”

싱글벙글 웃으며 그는 또 한 번 마법을 이용했다. 은빛 오솔길의 끝, 설산의 계곡 물을 미리 따스하게 녹이는 마법이었다. 적어도 아가씨가 계곡 물에 빠질 땐 오돌오돌 떠실 일은 없어야 하지 않는가.

한참 후, 아가씨의 비명은 뚝 끊겼다. 하이너는 그제야 오솔길 위에 섰다.

“자, 그럼 나도 미끄럼틀을 타봐야겠군.”

그의 몸 또한 아가씨의 몸처럼 얼음 오솔길 미끄럼틀에 타고 계곡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얼마 되지 않아 그들은 따끈한 계곡물에 함께 몸을 담갔다. 드래곤이 만든 인조 온천이라니! 수증기가 안개처럼 피어오르는 물은 추위를 모두 날려버릴 만큼 따스하고 그 깊이도 적당하다.

마리는 젖은 옷을 보며 속상하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못됐어, 정말! 나보다 장난이 더 심하잖아! 미워! 미워, 진짜!”

그러고는 물속을 허우적거리며 호위기사에게 다가갔다. 그녀는 한 쪽 팔을 들고서 그의 어깨를 때릴 생각이었다. 하지만 하이너는 그녀를 덥석 품에 안아버렸다. 물에 젖은 그의 가슴팍은 계곡의 따스한 물보다 더욱 따뜻한 느낌이었다. 마리는 그 가슴에 얼굴을 파묻힌 채 허우적거리다가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눈썹이 씰룩였다. 발그레한 뺨도 뾰로통하게 부풀어 올랐다.

“뭐야, 지금? 이렇게 안는다고 내가 가만히 있을 것 같….”

마리는 하이너의 미소에 그만 따지려던 것을 멈추었다.

“너…….”

이상하다. 조금 전에 뜨겁게 몸을 겹칠 땐 몰랐는데, 지금 보니 호위기사의 얼굴이 저 은빛 설산보다 더 눈부시게 느껴진다. 물에 젖은 머리카락이 축 가라앉아 잘생긴 두상을 오롯이 드러내기 때문일까? 아니면 물에 젖은 눈썹 아래 검은 눈동자가 물보다 더 투명하기 때문일까? 눈동자 너머로 보이는 이 남자의 감정이 보이는 듯하다……. 짐승처럼 굴던 조금 전과는 다른 단정한 분위기가 도리어 더 야하게 느껴진다.

마리는 지금 이 얼굴에 현혹되어선 곤란하다고 생각하며 잠시 고개를 흔들었다. 그러다가 하던 말을 이어서 했다.

“어쩜 그렇게 심술궂게 굴어? 만약 내가 얼음 미끄럼틀 밖으로 튕겨나가 어느 바위에 부딪치기라도 했으면!”

그러자 하이너는 마리의 등을 더욱 세게 감쌌다. 곧 그의 한 손이 슬금슬금 올라와 그녀의 가녀린 목을 어루만졌다. 널찍한 손바닥의 느낌이 젖은 솜처럼 부드러워 마리는 그만 눈을 감을 뻔했다. 거친 줄로만 알았던 손이 이렇게 느껴질 때도 있다니.

달콤한 저음이 들려왔다.

“심술 맞긴요. 얄팍한 수의 정화마법보다는 이런 목욕이 더 좋지 않습니까?…… 낭만도 있고.”

“나, 낭만?”

“당신은 늘 낭만 타령을 해도 막상 이럴 때보면 낭만에 둔한 사람 같아.”

하이너는 마리의 이마에 키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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