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49 5. 눈꽃 샹들리에가 그대 침실을 빛낼 때 =========================================================================
네히트.
실렌틴 광산.
눈꽃이 샛노란 새벽 달빛을 반사해 반짝였다. 이따금 차가운 바람이 불어 눈꽃에 쌓인 눈들이 설탕 가루처럼 바닥으로 떨어지기도 하였다. 얼마 후면 이 바람도 따스해져 눈꽃과 함께 설원을 녹이리라.
마리 일행의 근거지인 폐가엔 소년 루돌프만 남아 있다. 마리가 켜놓고 간 마법광구 아래, 소년은 이마에 땀을 흘리며 책을 보았다. 이런 추운 곳에서 공부를 얼마나 열심히 하면 땀이 다 흐르는 걸까! 이제나저제나 소년은 큰돈을 벌어 주인이자 스승인 한스 레 하인첼의 드래곤 링클을 다시 사 드려야겠다는 생각뿐이다. 그러기 위해선 의학 공부에 매진하여 마리 아가씨를 도와야 한다.
한참을 공부에 집중하다가 스승님 생각이 났다.
아아. 스승님의 누룩이 기갑체 사고로 모두 사라지고 말다니. 조수 없이 혼자서 만드신 게 안타깝게도 그리되었다. 스승님은 얼마나 속상하실까? 비록 거래 전에 영주님 측에서 누룩값을 충분히 치러주셨을 테지만, 어쨌든 기갑체 사고는 술 장인의 입장에선 속 쓰린 일이 아닐 수 없다.
‘스승님! 조금만 기다리세요! 제가 반드시 드래곤 링클을 사서 돌아가 다시 스승님을 돕겠습니다!…… 그나저나, 다들 어디 가셨지?’
뱃속에서 꼬르륵 소리가 끊임없이 나왔다. 아가씨를 따라 광산에 은신한 뒤로는 하루 한 끼 밖에 못 먹어서 아쉽다.
‘바너에선 늘 잘 먹었는데. 달콤한 간식 하며….’
아동학대까진 아니더라도 다들 해도 해도 너무한다. 소년 혼자 폐가에 내버려두고 자취를 감춰버리다니. 하지만 이런 생각 또한 마리 아가씨께서 너무 잘해주셔서 드는 배부른 투정일 뿐이겠지? 루돌프는 서운함을 털어버리기로 했다.
***
그 시각 드래콘 마리아 그로스는 어떤 조사를 하고 있었다. 아가씨께서 실렌틴 광산의 소유자가 머무는 장소를 찾으라 하여 동분서주 움직였다. 광산 소유자는 이런 새하얀 설산과는 어울리지 않는 검은 피부의 여인이라 한다.
흑인. 그들은 동한이나 서한보다 더 먼 나라에서 온 이들이다. 타향 출신 여인이 어째서 이 먼 곳의 광산을 소유하게 되었을까? 아니, 정말 소유한 것은 아닐 것이다. 이름만 소유자로 올려놓은 것일지도? 마리는 그 내막이 궁금했고, 그래서 마리아에게 조사를 맡겼다.
마리아가 열심히 일하는 사이, 마리와 호위기사는 폐가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을 거닐었다. 눈꽃 위에 헐벗은 나뭇가지가 가득한 숲은 이 연인이 산책하기 그리 썩 좋은 곳은 아니었다. 아가씨는 폐가에만 지내다 보니 몸이 찌뿌듯하다고 운동하러 가자고 했으나 하이너는 그것을 순전히 핑계로만 여겼다. 왜냐하면, 아가씨는 운동에 그리 열의가 있는 분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 분은 자꾸만 신체적 접촉만 하려 하고 그 외의 체력단련은 조금도 하지 않았다. 하이너는 자꾸만 엉덩이를 쓰다듬는 아가씨의 추행에 급기야 참지 못하고 걸음을 멈추었다.
“운동하자던 말씀은 다 거짓이었습니까? 자꾸 이러실 거면 그냥 저기 가서 기갑체 잔해나 같이 정리합시다. 그러는 게 훨씬 운동이 될 테니 말입니다.”
“아. 그건 내가 정리했어.
하이너는 그 대답이 믿을 수 없었다. 기갑체의 잔해를 가녀린 여자가 정리하기에는 좀 무겁고 위험하니까.
“대체 그걸 어떻게 정리하셨습니까?”
“염력 스크롤.”
딱 듣기에도 비싸 보이는 스크롤. 아가씨의 못 말리는 낭비벽에 하이너의 표정이 거침없이 솔직해졌다. 그는 나쁜 짓을 한 귀여운 강아지를 혼내듯 엄한 표정으로 변했다.
“얼마였지요?”
“이 모임의 대장은 난데 그걸 너한테 알려야 할 의무가 있어?”
“그러시는 걸 보니 값이 꽤 하겠군요. 나, 참! 정말이지 흥청망청!”
“마냥 낭비라고 하기엔 좀 그래. 넌 잘 모르겠지만, 이곳에는 광산 소유주가 고용한 마법사들이 많다고. 그들에게 기갑체 잔해를 들키면 곤란하단 말이야.”
마법사들의 임무는 넓게 보면 광산을 지키는 것이다. 그들은 적들의 물리적 공격에서 광산을 보호하는 일도 하지만, 그것보다 광산의 철을 다른 곳에 도둑맞지 않게 그 기운의 흐름을 파악하는 일을 더 많이 한다. 그러다 보니 마법사들은 광산 곳곳에 감도는 쇠의 기운을 감지하는 데에 능했다. 특히나 광산 바깥에 나온 기갑체의 기운은 더욱더! 마리는 마법사들에게 기갑체를 들키는 일을 막고자 염력 스크롤로 최대한 빨리 정리해버렸던 것이다.
“호오, 그렇다면야.”
하이너는 입을 꾹 다물었다. 무예만 익힌 시골 출신 기사가 광산이 돌아가는 사정을 알기엔 그 시야가 어두운 건 사실이다. 왠지 아가씨에게 지는 느낌이 별로다. 백치 아가씨라고 깔본 적이 있었는데 역시 귀족은 귀족. 지난 시간 동안 가정교사를 불러 공부하신 게 영 헛것은 아닌 모양이다.
하이너가 그러한 생각을 할 때, 마리의 손은 귀여운 도마뱀처럼 그의 엉덩이로 내려갔다.
다시 희롱이 시작된다. 하이너는 인적이라곤 볼 수 없는 이런 곳에서 괜스레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아가씨의 손을 쳐냈다.
“왜 이러십니까, 진짜.”
성가셔하는 말을 하면서도 얼굴을 붉히는 반응에 마리는 능글맞은 웃음을 흘리며 다시 손을 그의 엉덩이로 가져갔다.
“좀 가만있어보라니까.”
“아가씨….”
“네 엉덩이가 시려 보여서 내가 따뜻하게 만져주려는 거야. 얌전히 있어.”
“이거, 추행입니다.”
“흐응, 정말 그렇게 생각해?”
마리의 손가락들이 단단한 엉덩이 사이를 얄망궂게 갈랐다. 겨울의 차디찬 바람에 몸이 얼어있던 하이너는 그 간지러운 감촉의 공격에 그만 몸을 살짝 떨고야 말았다. 아아. 아가씨의 손이 엉덩이 안쪽으로 자꾸만 오는데……. 하이너는 아가씨를 몹쓸 인간 보듯 하며 물었다.
“실은 이런 짓을 하기 위해 여기 오자고 하신 거지요, 그렇지 않습니까?”
마리는 하이너의 귓가에다 대고 속삭였다.
“그야 집에는 루돌프가 있잖니?”
“정말이지 아가씨는… 여행의 대장을 자처하시면서 여행원이 배고프진 않은지 그런 거나 신경 쓰실 일이지. 하여간!”
“쉬잇. 이제 와 잔소리는 재미없어. 어때?”
마리의 손은 이제 하이너의 엉덩이에서 바지 앞쪽으로 옮겨갔다. 예민한 부위에서 왔다 갔다 하는 아가씨의 손이 자극적이다. 이런 음탕꾸러기 같으니. 천진난만한 청록색의 눈동자를 굴리면서 이런 짓을 하지 마시란 말입니다! 하이너는 아가씨의 눈을 지그시 노려보았다.
“이제 나 마법도 끝났는데 넣어주지 않을 테야?”
“넣… 어찌나 이런 저속한 표현을.”
“그게 더 야하잖아?”
이미 마리는 그를 커다란 나무로 밀고 가면서 그의 허리끈도 풀어 내리고 있었다. 하이너는 그녀에게 속수무책으로 밀려가면서도 발끈하여 따졌다.
“이런 장소에서, 그것도 준비도 안 됐는데 넣어달라니까요!”
“아아, 준비라.”
끈을 다 풀어낸 마리가 바지를 벗기기 직전이었다.
“잠깐만요!”
하이너는 아가씨의 손을 잡았다.
“왜 그래?”
“그…….”
사실 아가씨의 손가락이 엉덩이골을 간질일 때부터 그곳이 조금 흥분하고 있었다. 하이너는 이런 것을 들키기가 좀 그랬다. 준비도 안 됐다고 말한 게 거짓으로 들통 나면 조금 부끄럽지 않은가. 물론 자기가 말한 준비가 안 됐다는 말은 사실 이런 장소에서 할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말이지, 몸의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말은 아니다.
이토록 남자의 몸이란 건 사랑하는 이의 육탄 공격에 무력할 뿐이다. 아니, 어쩌면 자신의 몸만 이러한지도. 무의식적으로 자신을 경건하고 금욕적인 기사로 그려온 그는 자신을 질타하는 느낌에 휩싸였다.
그는 아가씨가 바지를 완전히 벗기기 전에 헤츨링의 열기 마법을 이용하여 하체에 감도는 열기를 조절했다. 그의 물건 또한 흥분을 감추었다. 마리가 무릎을 꿇으며 그의 바지를 완전히 내렸다.
“하이너. 머뭇거릴 시간 없다고. 자아, 준비라면 내게 맡겨.”
추위에 모습을 드러낸 그것은 아직 완전히 팽창하지 않았지만, 그래서 더 예뻐해 주기 좋다. 마리는 그것을 단숨에 삼켰다. 흥분한 상태가 아니어도 한 입에 다 들어가지 않는 그것은 그녀에게 좀 버거워 보였다. 그래도 그녀는 열심이었다.
“맛없지 않으십니까?”
맛없긴. 맛이 있고 없고를 논할 수도 없이 깨끗하다. 설산의 눈을 녹여 매일 목욕을 열심히 하는 호위기사의 것은 늘 그렇다. 마리는 그런 대답 대신 더욱 열심히 핥기만 했다.
“하아.”
하이너는 자기도 의식하지 못한 사이에 아가씨의 머리를 만지려 했다. 그러다가 주먹을 지그시 잡고 허리 옆으로 떨어뜨렸다. 아가씨의 머리를 잡아버리면 이대로 누워 큰일을 저지를 것만 같았다.
“흐읏, 후우.”
그는 문득 설산을 둘러보았다. 새하얀 눈들이 전부 설탕같이 달콤하다. 아가씨가 주는 감촉이 극히 다디달기 때문이리라. 그만 눈을 감았다.
‘이러려고 한 것은 아니었는데.’
어쩌다 보니 아가씨에게 이런 일을 당하다니. 이렇게 된 이상 빨리 흥분하는 것은 부끄럽다. 흥분에 서투른 척 더 연기하는 수밖에 없겠다. 헤츨링의 열기 조절 마법을 끊임없이 사용했다.
“우웁, 웁…….”
그러다 보니 마리가 아무리 애써서 준비(!)를 해주려 해도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흐음, 왜 이러지?’
으슥한 실내가 아니라 실외라서 호위 기사가 좀처럼 집중할 수 없는 것인가? 그렇다면 더욱더 열심히 해줄 수밖에……. 그렇게 열심히 하던 마리가 어느 순간 멈추었다.
‘이상한데? 보통 이 정도 자극 받으면 바로 서야 하는 거 아니야?’
의혹의 답은 호위기사의 표정에 있었다. 올려다보니 평소와는 다른 표정이다. 온전히 쾌감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마치 천국과 지옥을 동시에 느끼는 것 같다. 혀와 입술의 감촉엔 달콤해 죽으려 하면서, 한편으로는 그 감촉에 흥분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경계하는 표정. 마리는 뒤늦게야 그 이유를 깨달았다.
“어머! 세우지 않으려고 나 몰래 용의 마법을 사용했나 보군! 미워라!”
삐친 마리는 그린 듯 상냥한 미소를 지으며 호위기사의 바지를 추켜올렸다.
“끈은 알아서 묶도록 해.”
그러곤 몸을 일으켜 뒤돌아섰다. 그녀가 이렇게 토라지는 것을 처음 본 하이너는 당황하며 그녀의 팔을 잡았다.
“아가씨!”
“흐응. 이거 놓으라고.”
“일부러 그런 건 아닙니다!”
“됐어! 난 삐쳤다고!”
“아가씨, 진짜 그게 아니라…….”
백번의 핑계보단 행동이 낫겠지? 하이너는 대뜸 아가씨의 몸을 나무쪽으로 밀었다. 어째 형세가 조금 전에 자신이 아가씨께 당한 것과 같아졌다. 놀란 마리가 호위기사를 올려다보자 호위기사는 갑자기 무릎을 꿇었다.
“뭐하는 거야?”
하이너는 솔직하게 고백했다.
“사실 전 아가씨라면 언제나 준비되고 마는 몸입니다. 그런… 쉬운 몸입니다. 다른 이들도 다 이러는지, 아니면 제가 유혹에 약한 몸이라서 이런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가끔은 부끄러울 때도 있어요. 죄송합니다. 절대로 아가씨에게 장난한다고 마법을 쓴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니 아가씨.”
하이너의 두 손이 그녀의 치마를 천천히 올렸다.
“저는 그만 용서해주세요. 이제는…….”
“어맛!”
“아가씨께서 준비하셔야 할 차례니까.”
하이너는 치마 안쪽으로 완전히 들어가 버렸다. 나란히 서 있는 가느다란 두 다리를 양쪽으로 쫙 벌리고 속옷에 손을 가져갔다. 치마 바깥에서 아가씨가 잔뜩 긴장하여 숨을 거칠게 들이쉬었다.
“후우, 좋아. 용서해주겠어.”
“감사합니다.”
하이너는 마리의 허벅지 안쪽 여린 살갗에 입술을 문질렀다. 그 느낌이 이루 말할 수 없이 야릇하여 마리는 그만 이 추위도 다 잊을 것 같았다. 벌써 이렇게 몸이 달아오르는데 나중엔 어떻게 될까? 호위기사의 입술이 더욱 안쪽으로 느릿느릿 옮겨갔다. 마리는 두 손바닥을 등 뒤의 나무에 갖다 대며 살짝 골반을 내렸다. 이윽고 들리는 소리. 가장 은밀한 부분을 감싸는 천이 찢기는 소리. 그리고 흥분하여 갈라진 호위기사의 그윽한 음성.
“…… 또 비싼 속옷을 찢습니다. 다음 달 급여는 주지 않으셔도 돼요.”
“읏! 아…….”
뜨거운 혀가 마리의 가장 예민한 곳을 쓸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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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 덥군요. 더위 무탈하게 잘 보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