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자 >
나와 소라는 바에서 나왔다.
소라는 일단 씻고 온단다. 나도 씻을 겸 집으로 가는데 이세연 전화가 왔다.
- 오빠 어디예요?
"지금 집 가는 중."
- 그래요? 저도 학교 거의 다 왔는데 얼굴이나 봐요.
"어딘데? 도착했어?"
제발 아직 도착하지 않았기를.
내 몸도 땀이랑 술이 범벅이다. 씻어야만 한다.
- 아직요. 한 20분 뒤에 도착할 거 같아요.
"그래? 밥 안 먹었지. 내가 밥 사줄게."
- 웬일이래? 이 오빠가 미쳤나?
"오빠한테 미쳤냐가 뭐야? 하도 오래간만에 봐서 밥 사주려고 한다."
- 키키키. 알았어요. 그럼 나 맛있는 거 사줘요. 곱창 콜? 콜라겐이 많아서 여자한테 좋대요.
"그거 낭설이라던데. 여튼 곱창 먹자."
- 둘이서만 먹기는 조금 심심한데. 선미 언니는요? 아직 안 왔어요?
"응. 다음 주는 돼야지 온대."
- 흐음. 아쉽다. 석훈 오빠는요?
"안 그래도 연락해봤는데 안 받더라. 쳐 자나 봐."
- 설마요. 어디서 여자 뒤꽁무니 따라다니고 있겠죠.
내 이야기 하는 거 아니지? 혹시 CCTV 주인이 너냐?
"그... 그렇겠지?"
- 어? 왜 당황해요?
"아냐 아냐. 전혀 아니야. 당황하기는 무슨."
- 이상하네. 진짜 누구 부를 사람 없어요?
"왜 계속 누구를 부르려 해?"
- 학교 오래간만에 오니깐 사람들 보고 싶어서 그러죠. 이럴 때 진희 있으면 좋은데. 다희랑 소민이한테 연락했더니 오늘은 안 된다고 하고. 아! 저번에 그 후배는요? 왜 술집에서 알바하는 애 있잖아요.
"유소라? 네가 어떻게 알아? 아니 웬일로 후배를 기억해?"
- 그냥요. 이상하게 눈에 들어오는 사람 있잖아요. 걔가 좀 그랬어요. 한 번 불러봐요.
그리워하면 언젠가 만나게 되는 네버 엔딩 스토리 처럼, 두 사람은 만나야만 하는 운명인가?
에라 모르겠다. 그냥 유소라 부르자.
"알았어. 불러볼게."
- 네 그럼 30분 뒤에 학교 앞에서 봐요.
기 센 여자들 있다고 설마 죽기야 하겠어?
그리고 이렇게 예쁜 애들이 내 주위에 있으면 이것도 복이지 뭐. 즐길 수 있을 때 즐기자.
*
복이 맞기는 맞다.
학교 앞 곱창집에 왔는데, 가게 안의 모든 남자가 나를 쳐다본다.
그것도 그럴만하다.
이세연과 유소라 둘 다 자매처럼 짧은 반바지에 민소매 티를 입고 나왔다.
고개를 왼쪽으로 돌리면 이세연 가슴골이, 오른쪽으로 돌리면 유소라 가슴골이 보인다.
천국이네.
"뭐? 그날 일부러 국물 튀겼다고?"
하지만 대화는 지옥이다.
소라는 곱창이 구워지는 동안 죄인이 되어 이세연에게 머리를 조아렸다.
사과한다는 소라의 말은 진심인가 보다. 말 한마디 한마디에 진심을 담았다.
"네. 언니. 사실 그날 아빠가 빚 있다는 사실을 안 날이거든요. 그래서 세상이 원망스러웠어요. 화도 나고. 나만 왜 이렇게 불행한가 생각도 들고요.
그런데 언니가 너무 빛나 보이는 거예요. 그래서 순간 미쳐서 일부로 냄비를 세게 놓았어요. 그러다 보니 언니 옷에 튄 거고. 죄송해요. 언니."
"야!"
진심으로 말해서 이세연이 넘어갈 줄 알았다.
하지만 어림없지. 이세연은 도끼눈으로 소리쳤고 소라는 잔뜩 쫄았다.
"언니. 진짜 죄송해요. 정말 죄송해요. 옷 물려 드릴게요."
"아니. 옷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런 일 있으면 말하지 그랬어? 왜 너 혼자 낑낑대?"
"네?"
"응?"
"오빠. 오빠도 알고 있었지?"
"어... 있었지는 반말인데... 아니, 그게 아니라... 나는 늦게 알았어. 안 지 얼마 안 됐어. 너의 분노를 나에게 향하지 마라."
"뭐래. 여튼 알고 있었단 거잖아. 나한테 말해주지 그랬어. 아휴. 별것도 아닌 일로 소라는 혼자 불편했을 거 아냐? 옷 그딴 게 뭐 중요하다고. 그래서! 이제 괜찮아졌어?"
세연아. 그러지 마. 너 캐릭터랑 안 맞아.
곱창 불판을 엎을 줄 알았는데, 유소라 어깨에 손을 올리고 감싸준다.
그러자 C컵 가슴 두 개와 D컵 가슴 두 개가 일렬로 섰다.
...
보기 좋네! 아차차. 이게 정신 차리자.
여튼 세연이는 선배의 모습으로 소라를 위로했다.
"살다 보면 그럴 수도 저럴 수도 있어. 나도 예전에 왕따 당한 적 있었는데, 그때 모두가 미웠어. 그래서 모두에게 진짜 미친년처럼 행동했었어."
"응. 그때는 진짜 미친년이었지."
"현찬 오빠. 추임새 좀 넣지 말래요?"
"넵."
"여튼 그랬는데. 다 부질없더라. 그렇다고 화가 풀리는 것도 아니고 나만 망가지더라고. 나도 현찬 오빠 덕분에 정신 차리고 이제 안 그러잖아. 너는 그래도 나한테만 했네. 더 못 되지기 전에 멈춰서 다행이다."
"언니..."
"앞으로는 그러지 마. 차라리 힘들 때는 말해."
"와. 우리 세연이가 달라졌네. 너 이세연 아니지? 아!"
"오빠 죽을래요?"
이세연이 내 볼을 꽉 잡아당긴다.
그 모습이 웃긴지 유소라는 긴장을 풀고 웃었다.
머리 쥐 뜯으면서 싸울 줄 알았는데, 다행이네.
이후로는 분위기가 좋았다. 세연이와 소라는 자매처럼 깔깔거리며 웃는데, 자못 잘 어울린다.
나는 두 사람을 놔두고 잠시 담배 피우기 위해 나왔다.
담배를 절반 정도 피웠나? 가게 문이 열리더니 이세연이 나왔다.
"역시 이세연! 오빠 혼자 놔둘 수 없어서 나왔구나!"
"뭐래? 소라 화장실 가서 잠시 나왔어요."
"그런데 네가 웬일이냐? 다른 사람도 챙기고."
"참나. 누가 보면 냉혈한인 줄 알겠어요."
"옛날에는 그랬지. 아뵤! 너 지금 뺨 꼬집으려고 했지? 두 번은 안 통한다!"
"킥킥. 뭐래. 눈치는 빠르네."
"조건 반사 같은 거지. 그런데 진짜 괜찮아 기분 안 나빠?"
"옷에 국물 하나 튀긴 거 같고. 기분 나쁘고 안 나쁘고가 어딨어요? 비싼 옷도 아니고. 그리고 뭐 이야기 들었는데, 나였어도 제정신 아니었을 거 같아요."
...
다른 의미로 미쳤나? 이세연은 온화한 얼굴로 대화를 이었다.
"그리고 이상하게 손이 가요."
"새우깡에?"
"뭐래. 진짜 재미없다."
"알았다. 개그 안 칠게. 소라한테 손이 간다고?"
"네. 뭔가 선미 언니 마음도 이해되는 거 같아요. 내가 선미 언니한테는 소라가 아니었을까 싶어요. 왜 아픈 손가락 같은 사람 있잖아요. 소라를 보니깐 이상하게 안타깝고 챙겨주고 싶어요."
"진짜? 왜? 둘이 닮은 것도 없잖아."
"내게 풍족한 부분이 소라에게 안보여서 그런 걸 수도 있어요. 선미 언니도 그러지 않았을까요? 언니는 내가 가지지 못한 걸 가졌거든요."
"쿨한 거? 아니다. 털털한 거겠다."
"킥킥. 정확하게 아네요."
"너희들 본 지 2년이 다 되어간다. 이제 척이면 딱이지."
"맞아요. 그래서 언니가 나 안타까워서 챙겨준 게 아닌가 싶어요. 나도 비슷하게 소라 챙겨주고 싶고요."
너와 나의 연결 고리!
세 사람 이상하게 엮이네. 그런데 좋은 거야 나쁜 거야?
...
에잇!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자. 쟤네 인연은 쟤네 인연이고 나와의 인연은 나와의 인연이다.
어차피 환생하고 착하게 살 생각은 없다. 저 세사람 사이까지 신경 써서 행동하면 진짜 바보처럼 눈치만 봐야 한다.
나는 나대로, 세 사람은 세 사람대로 알아서 지내도록 하자.
악! 그때 볼에 통증이 느껴졌다.
이세연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나를 보고 있다.
"무슨 생각 해요?"
"너를 어떻게 조질까 생각하고 있다. 내 볼이 무슨 장난감이야?"
"킥킥. 비슷은 한 거 같은데요? 오빠 볼 말랑말랑하고 부드러워서 좋아요."
나도 네 가슴 부드럽고 말랑말랑해서 좋아.
...
나는 섹스오패스인가? 바로 에로모드로 들어가네.
세연이는 내 눈빛을 읽었는지 가슴을 한 손으로 가리며 노려본다.
"야한 생각 했죠?"
"아니거든요."
"그런데 왜 가슴 봐요?"
"보고 싶어서 본 거 아니야. 눈에 자석 달려서 본 거야."
"하여튼. 오빠는 음흉하단 말야. 다음에는 파카 입고 와야겠어."
"진짜로 여름에 파카 입고 온 사람 있어."
"누구요?"
"임석훈. 나랑 선미가 싸웠을 때 시베리아처럼 춥다고 파카 입고 온 적 있어."
"아하하. 석훈 오빠답네요. 그러고 보니 조만간 빌라에 다 같이 모여요. 같이 못 논지 너무 오래됐어요."
"그러자. 선미 오면 다 같이 보자."
"그때 소라도 불러요."
"네가 불러."
"킥킥. 알았어요. 이제 들어가요."
세연이는 먼저 가게로 들어갔다.
그래, 뭐 집에서 안 논 지 오래되기는 했네.
조만간 옛날 멤버 모아서 놀자.
*
유비 관우 장비가 술을 이렇게 퍼먹었을까?
우리는 곱창집에서 소주 8병을 마셨다.
나는 겨우 두 사람을 집에 데려다줬고, 빌라에 들어오자마자 뻗었다.
눈 떠보니 하루가 지난 점심이다.
휴대전화를 들어서 시계를 봤는데 한창민 형에게서 전화가 두 통 와있다.
아. 땅 보러 가야 하지. 어서 전화해주자.
디리리링.
- 현찬 선배님. 일어나셨나요?
"네. 창민 형. 어제 술 많이 마셔서 늦게 일어났어요. 전화 못 받아서 미안해요."
- 괜찮습니다. 오늘 시간 가능하시죠.
"그럼요. 언제 볼까요?"
- 이제 일어나신 거 같지만, 혹시 지금 가능한가요?
엄청 빠르시네요.
"네. 지금 가시죠. 차는요?"
- 저는 형이랑 같이 움직이겠습니다.
"그럼 저는 제 차 타고 갈게요."
- 알겠습니다. 주소 문자로 남길 테니 그쪽으로 내비 찍고 오시면 됩니다. 그럼 나중에 뵙겠습니다.
흐음. 이 양반 왜 이리 급하게 일을 진행하지? 안달이 나 있나 보다.
사람이 좋은 건 좋은 거고, 내 이득은 이득대로 취해야지.
순수하게 한창민이 원하는 대로 이끌려 갈 생각은 없다.
돈 빌려주면 아마 다섯 배 정도로 갚고 끝낼 거다.
다섯 배면 누구나 눈 뒤집히질 투자잖아?
하지만, 그건 도로에 진입로가 생기는지 모르는 사람들 이야기고.
그곳의 미래를 아는데 적당히 만족할 수는 없지.
창민 형. 우리 같이 떼부자 됩시다.
*
한창민이 말 한 주소에 왔다.
흐음~ 맑은 공기가 코에 들어온다.
그만큼 논밭밖에 없다. 누가 여기 개발될 줄 알았겠어?
부모님이 논밭 팔아서 공부시킨 사람은 대학가고 대기업가서 고생하면서 월급 받고, 부모님이 공부는 무슨 농사나 지으라고 한 사람은 땅 부자 돼서 벤츠 타고 다닌다는데. 세상은 정말 요지경이다.
"현찬 선배님 오셨습니까?"
"일찍 왔네?"
고개를 돌리자 한창민과 한상민이 걸어오고 있다.
두 사람은 내 옆에 섰다. 항상민은 땅을 한번 쭉 훑어보고는 나에게 말을 걸었다.
"어때? 여기가 지금은 논밭이지만, 나중에는 전부 아파트 들어올 거야."
"제법 걸릴 거 같은데요."
"한 5년은 걸릴 거야. 그런데 우리는 어차피 그때까지 기다릴 거 아니야. 2년 정도 지나면 투기꾼들 모여들고 그때 팔고 마무리해야지."
"괜찮네요. 저도 오랫동안 묶일 생각은 없거든요."
"뜻이 통했네. 어때? 돈 빌려줄 거야?"
"아니요. 빌려줄 마음은 없습니다."
내 말에 항상민은 당황해하는데, 한창민은 태연하다.
"내가 잘못 들은 거 아니지?"
"네. 아닙니다."
"그럼 우리가 오늘 여기 온 이유가 없잖아. 창민아 어떻게 된 거야?"
"형. 잠시만 빠져 있어 줘. 선배님. 조금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까요?"
정중하게 이야기하는데 왜 이리 무섭냐.
하지만, 돈 걸려 있는데 무서운 게 뭐 중요해? 양잿물도 마실 수 있다.
"돈을 드릴 건데 빌려주는 게 아니라 공동투자로 하죠."
"우리가 왜 그래야 하죠?"
"때 쓰는 건 아닙니다. 들어보시면 납득이 될 겁니다."
"말씀해 주시죠. 들어보겠습니다."
참. 이 형제들도 보통이 아니다. 평범한 사람이면 10억 돈에 바득바득 달려드는데, 오히려 태연하다.
그렇다면 다른 곳에 융통 할 수 있는 곳이 있을 수도 있다.
나보다는 불편하지만, 그래도 최후의 수단으로 사용 할 수 있는 그런 곳.
거기가 껄끄러워서 아마 나한테 온 거 같다. 옵션이 있는 사람에게 베팅을 너무 심하게 하지 말자.
합리적인 의견만 제시하자.
"어차피 아버지 몰래 사는 거잖아요. 그럼 명의가 필요할 거 아닙니까? 그러니 제 명의로 하고 땅을 사는 겁니다. 20억으로 땅을 산 후, 제가 두 분께 절반인 오천 평을 10억에 팔겠습니다."
공동지분으로 가지고 있기도 좀 그렇고, 돈 빌려주기도 좀 그렇다.
내가 무슨 대부업도 아니고. 그리고 나는 콩고물만 먹으라니. 말도 안 되지.
내가 명의자가 되어 20억 치 땅을 사고 형제에게 파는 게 합리적이다.
내 말을 들은 한창민은 한상민을 보며 피식 웃었다.
"형 어떻게 생각해?"
"그렇게 하자."
응? 왜 이렇게 쿨 하세요?
"정말요?"
"응. 그게 합리적이네. 안 그래도 명의 때문에 고민하기는 했거든."
"맞습니다. 이럴 때는 오히려 가족보다 완벽한 남인 현찬 선배님이 더 믿을 만합니다. 잘못되어서 얼굴 붉혀도 다시 안 보면 그만이고요."
"...조금 당혹스럽네요."
"사실 우리가 먼저 제안하려고 했어. 10억이 뉘 집 똥개 이름은 아니잖아. 너도 돈 벌어 가야지. 세배로 30억 줄 생각이었는데, 창민이가 네가 말한 거랑 똑같이 이야기하더라고. 내 생각에도 그게 맞는 거 같아. 나는 불만 없다. 한창민 너는?"
"저도 불만 없습니다. 어차피 각자 돈 내는 거 선배님 말씀대로 하시죠."
이렇게 쉽게 해결되나요?
아무래도 문중 땅이다 보니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나 보네.
여튼 나한테는 이득이다.
나는 두 사람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고, 한상민은 지갑에서 명함을 하나 꺼내 나에게 건넸다.
"여기가 작업해 주는 부동산이야. 그쪽 통해서 아버지랑 연락하면 돼. 안 들키게 말 조심해."
"네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각자 어느 부위를 가질지 정리해야 할 거 같습니다. 말 나온 김에 오늘 하시죠?"
나는 손으로 넓은 땅을 한 번 저었다.
조금 전까지 환하게 웃던 두 형제의 눈에 드디어 욕심이 깃들었다.
"흐음. 그거는 조금 이야기가 다른데. 우리 둘은 절대 관공서 앞은 양보 못 해."
"알겠습니다. 그쪽은 형제 두 분이 가지시죠. 저는 여기 도로 있는데 하겠습니다."
"괜찮겠어? 여기 도로만 있고 아무것도 없어. 게다가 고속화 도로여서 차도 나오지 못해."
"상민 형. 괜찮습니다. 두 사람이 정보를 가지고 저에게 제안해준 건데, 이 정도 손해는 감수해야죠."
"선배님 후회할지도 모릅니다. 나중에 원망하기 없기입니다."
이 사람들아. 너희나 나 원망하지 마.
여기가 지금은 진입 불가능한 고속화 도로지만, 미래에는 IC 생기면서 차 들어오고 나올 수 있게 돼.
나는 두 사람을 향해 씩 웃었다.
"괜찮습니다. 저는 착한 사람이니깐요."
나중에 IC 생기면 '운이 좋았네요' 하면서 돈이나 먹자.
여튼 올해 돈벌이를 위한 첫 투자가 끝났다.
한상민은 껄껄 웃고 한창민은 미안해하면서 차를 타고 떠났다.
나도 집에 가자. 가벼운 마음으로 차에 올라탔다. 운전대를 잡자 휴대전화가 울렸다.
응? 이선미다. 너 한국 온 거니?
"선미야. 국제통화면 끊어라."
- 한국이야. 어딘데?
"네 마음속~~"
- 방금 미친 새끼 때문에 내 마음이 갈가리 찢겼다. 지랄 말고. 어디야?
"나 볼일 보러 잠시 왔어. 그런데 다 다음 주에 온다고 안 했어?"
- 세연이가 올림픽 보자고 빨리 오라던데? 그래서 일주일 당겨서 왔어. 애는 공부 안 하나 몰라.
"그러게 말이다. 하여튼 알았다. 학교 가면 전화할게."
- 응. 나중에 보자.
역전의 놀자 멤버들이 다 모이는구나.
나는 시동을 켜고 학교로 차를 돌렸다.
한 5km쯤 갔나? 어수룩한 길가에 조그마한 임시 건물이 있는 게 보인다.
위에는 성인용품이라는 간판이 붙여져 있다. 왜 성인용품점은 이런 허름한 길가에 하나씩 있는 걸까?
문득 옛날 생각이 난다.
"옛날 은미랑 사귈 때 수갑 사러 간 거 기억나네."
참. 그때가 이 년 전 딱 이맘때였지.
...
잠시만, 이선미 나한테 이용권 하나 줬잖아.
아니 이용권이라고 하니깐 좀 이상하긴 한데. 여튼!
선미 너 죽었다. 큭큭 각오해라.
나는 차를 성인용품 가게로 돌렸다.
< 투자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