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9화 〉타락의 완성 (9/200)



〈 9화 〉타락의 완성

다음날 루시는 화사하게 차려입고 밖으로 나가서 친목 활동을 시작했다.

루시는 밝게 웃고 다니고 아는 어른들에게 인사했다.

루시는 친구들한테도 일일이 찾아가서 밥을 사주면서 그동안의 자신의 무례를 사과했다.

루시는 때마침 엘빈과 마주쳤다.

루시가 먼저 엘빈에게 다가가서 사과했다.

“엘빈. 너무 미안해. 내가 그때는 미쳤었나 봐. 트라우마 때문에 제정신이 아니었어.”

촉촉한 눈망울로 자신을 바라보는 루시를 보자 엘빈의 화도 조금씩 가라앉았다.

“루시. 네가 돌아와서 다행이야. 정말 다행이야. 앞으로 같이잘해나가자.”

“알겠어.”

엘빈이 루시의 오른손을 만지려고 할 때였다.

루시가 전기라도 맞은 것처럼 오른손을 팍 피하고 왼손으로 감쌌다.

뭔가를 두려워하는  같았다.

엘빈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루시….”

루시가 사과했다.

“엘빈. 너무 미안해. 사실 7년  사건에서 어머니가 강간당했던 기억이 계속 떠올라. 지금은 나를 믿어줄 수 없을까?”

“알겠어. 믿을게. 너무 무리하지는 마.”

“응.”

엘빈은 아쉬웠지만, 루시가 자신한테 먼저 다가온 것만으로도 고마웠다.

어차피 루시와 결혼하면 스킨십을 할 많은 기회가 있을 것이고 루시의 트라우마는 시간이 해결해주리라.

루시는 이전처럼 숲에 나가서 약초를 채취했고, 가끔은 엘빈과 같이 나가거나 밥을 먹기도 했다.

루시가 옛날처럼 활발한 모습을 보여주지는 않았지만, 엘빈은 루시를 믿기로 했다.

2주가 흘렀는데도루시는 끝까지 엘빈의 스킨십만은 거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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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 동안 루시는 마을광장을 돌아다니면서 마을에 들어온 마법 상인들한테 포션을 선물로 주고 얘기를 하면서 친해졌다.

그리고 루시는 어떤 스크롤의 존재를 찾을 수 있었다.

그 스크롤의 주인은 하멜 제국 마탑에서 직접 찾아온 스크롤 상인이었다.

스크롤 상인은 마을에서 4일간 머무르며 보하크 숲에서만 구할  있는 약초들을 대량 구매하기를 원했다.

루시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약초들을 스크롤 상인한테 싼값에 팔았고, 지인들을 연결해줘서 스크롤 상인이 약초를 마음껏 구매할 수 있게 도와주었다.

스크롤 상인은 루시한테 아무것도 해준 게 없는데 이렇게 도와줘서 정말 고맙다고 했다.

스크롤 상인은 약초를 충분히 챙기자 마을을 떠났다.

스크롤 상인이 떠나고 1시간이 지났을 무렵 루시가 약초 채집하는 복장으로 브래돈 마을 밖으로 나갔다.

루시는 다리에 헤이스트 마법을 걸고 스테미나 포션을 먹고 빠른 속도로 스크롤 상인에게 달려갔다.

20분 정도 뛰어가자 멀리서 상인과 용병 집단이 보였다.

루시가 가까이 다가가자 한 상인이 반갑게 소리쳤다.

“루시님 안녕하십니까! 무슨 일인가요?”

“헉헉. 혹시 스크롤 상인님 계신가요?”

“여기 있습니다요.”

그는 루시가 잘해줬던 스크롤 상인이었다.

루시가 말했다.

“제가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이 아니면 기회가 없을 것 같아서요. 텔레포트 스크롤 2개 살게요.”

스크롤 상인이 입을 떡 벌리며놀랐다.

텔레포트는 마탑주를 포함해서 몇 명만이 가능한 대마법이다.

그들이 용돈 벌이로 제작한 텔레포트 스크롤은 굉장히 비쌌다.

“텔레포트 스크롤은 1개에 1000골드입니다. 이건 아시고 계시나요?”

“네. 알고 있어요. 조금만 깎아주시면 안 될까요? 제발요.”

“하아. 지금까지 저한테 잘 해주셨으니 2개에 1800골드에 드리겠습니다. 이 이하는 절대로  돼요.”

“살게요. 여기 있어요.”

루시는 엘빈과 결혼해서 아이를 낳으면 사용하려고 했던 결혼자금 대부분을 이 텔레포트 스크롤 2개를 사는 데 사용했다.

스크롤 상인이 궁금해서 물었다.

“혹시 어디에 쓰는지 알 수 있을까요?”

“그게 중요한가요?”

“네?”

“헤헤헤. 장난이에요. 사실 제가 숲 깊숙한 곳에 있는 더욱더 희귀한 약초를 캐려고 하는데 조난했을 때 목숨으로 쓰려고요.”

“아 알겠습니다. 정말 비싼 목숨이네요.”

목숨이라고 하니까 스크롤 상인도 어쩔  없었다.

보하크 숲 깊은 곳에는 정말 무시무시한 몬스터들도 있으니까.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정말 비싼 목숨이었다.

1800골드는 조그만 마을의 2층 주택이나 도시의 아파트 방 한 칸을 살 수 있는 돈이었다.

스크롤 상인이 작별인사를 하고 상인집단은 다시 하멜 제국으로 떠났다.

이제 루시가 이 상인들과 가까운 시간 안에 다시 만날 일은 없으리라.

루시는 텔레포트 스크롤 2개를 품속 깊은 곳에 넣고 약초를 어느 정도 캐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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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엘빈은 야간근무를 마치고 저녁 11시에 집으로 돌아갔다.

엘빈은 마당이 딸린 2층 주택에서 부모님과 함께 살았다.

엘빈은 집에 도착해서 조용히 출입문을 열었다.

엘빈의 어머니가 아들을 불렀다.

“아들. 왔니?”

거실에는엘빈의 어머니가 흔들의자에 앉아서 뜨개질하고 있었다.

엘빈이 어머니를 걱정했다.

“엄마. 아직도 안 잤어? 저녁까지 이렇게 뜨개질하다가 눈 망가지면 어쩌려고 그래.”

“그냥. 엄마는 괜찮아. 우리 아들 많이 힘들었지? 목욕물 데워났으니까 씻고 자.”

엘빈의 어머니는 엘빈이  것을 확인하고는 뜨개질을 흔들의자에 놓고 일어났다.

“엄마. 고마워.”

엘빈의 어머니는 엘빈의 뺨에 키스를 해주고 1층의 안방으로 들어갔다.

아버지는 이미 주무시고 계실 것이다.

엘빈이 어머니의 깊은 사랑에 고마움을 느끼며 몸을 씻고 나오자 1층의 안방에서 어머니와 아버지의 코 고는 소리가 들려왔다.

엘빈은 2층의 자기 방으로 올라갔다.

엘빈이 불이꺼진 방문을 열고 마나 스탠드를 킨 순간 어떤 인영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라고 말았다.

“루시! 무슨 일이야.”

엘빈의 침대에는 루시가 눈물범벅이 된 얼굴로 양팔로 무릎을 꽉 안은 상태로 앉아있었다.

루시가 말했다.

“엘빈. 자꾸 무서운 기억이 들어. 그래서 찾아왔어.”

“괜찮아?”

엘빈은 루시에게 다가가서 안아주었다.

이번에 루시는 엘빈의 포옹을 피하지 않고 엘빈의 가슴에 머리를 묻었다.

루시가 자신에게 의지하는 모습을 보며 엘빈은 어떤 책임감을 느꼈고 기분도 좋아졌다.

엘빈이 물었다.

“루시. 나한테 하고 싶은 얘기라도 있어?”

“응. 많이 있어.”

“알겠어 들어줄게.”

엘빈은 루시를 마주 보고 침대에 양반다리로 앉아서 얘기를 들어줄 준비를 했다.

루시가 먼저 사과했다.

“엘빈. 이렇게 막무가내로 찾아와서 미안해.”

“됐어. 네가 막무가내인 적이 이번뿐이냐?”

“사과의 의미로 주스라도 가져왔어. 너랑 나랑 1병씩 마시자.”

“혹시 와인은 없어?”

“와인 먹으면  취해서 제대로 얘기가 안  같아서.”

“알겠어. 주스라도건배하자.”

엘빈은 최대한 루시의 기분을 북돋는 말을 하며 건배를 했다.

엘빈이 주스를 벌컥벌컥 마시고 이제 루시의 말을 경청하려고 할 때 갑자기 시야가 흐려졌다.

“어? 루…. 시….”

엘빈은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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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빈은 누워있는 상태에서 눈을 떴다.

몸이 너무나도 나른하고 힘이 쭉 빠진 상태였다.

주위에는 희미한 촛불 빛이 어른거렸다.

엘빈이 몸을 움직이려는데 단단하게 고정돼서 움직이지 않았다.

“응?”

자신은 탁자 위에 누워있었다.

엘빈이 고개만 위로 들어서 몸통을 보니 알몸인 채로 쇠사슬로 칭칭 감겨있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주위에 촛불들이 켜져 있다.

엘빈은 이곳이 자신에게 익숙한곳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포션과 약재들이 있는 것을 보니 이곳은 루시의 포션 공방이었다.

엘빈은 강력한 도끼전사라서 이 정도 쇠사슬은 간단하게 끊을  있었는데 지금은 몸에 전혀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그때 소리가 들렸다.

“깼구나.”

엘빈이 보자 구석의 의자에 검은 로브를 뒤집어쓴 루시가 앉아있었다.

루시가 천천히 엘빈에게 걸어왔다.

엘빈이 다그쳤다.

“루시! 이게 무슨 짓이야! 빨리 풀어!”

“왜 풀어? 이제 내 소원이 이루어지는데. 헤헤헤”

“몸에 힘이 안 들어가는데 아까 준 주스가 원인이야?”

“이제 알았네? 내가 뛰어난 약사잖아. 그 주스에는  정도의 전사도 힘을 사용하지 못하게 만드는 약이 들어있었지.”

“왜 이러는 거야. 나는 이해가 안 돼.”

“이해가 안 돼? 안된다고?! 네가  짓을 알고도 이해를  한다고?!”

루시가 기괴하고 분노에 찬 얼굴을 하며 알  없는 말을 지껄였다.

엘빈은 루시에게 강한 공포심을 느꼈다.

“정말 몰라. 내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도 모르겠어.”

루시는 갑자기 허공을 보고 혼자서 대화를 했다.

“아. 알겠습니다. 저 더러운 종자가 더 이상 개소리를 못 하도록 혀를 잘라버리겠습니다.”

엘빈의 목소리가 두려움에 떨리기 시작했다.

“루시. 우리 이러지 말자.”

루시는 귀를 막고 엘빈에게 다가오더니옆 책상에 높여있던 집게로 엘빈의 혀를 잡았다.

엘빈이 공포로 신음을 흘렸다.

“으. 으으 으으으!”

루시는 칼로 엘빈의 혀를 싹둑 잘라버렸다.

엘빈은 입에서 피를 흩뿌리며 짐승 같은 비명을 질렀다.

“으아아아아! 으아! 으아! 으아아아!”

엘빈의 눈에서 눈물이 줄줄 흘러나왔다.

‘내가 왜 이런 꼴을 당해야 하지?’

엘빈은 앞으로 이어질 일들을 상상하며 공포로 몸을 덜덜 떨었다.

루시가 엘빈을 나무랐다.

“사람들이 깨잖아. 조용히 해야지.”

루시는 엘빈의 입에 걸레를 쑤셔 넣었다.

루시는 벽을 보면서 괴상한 말을 지껄였다.

엘빈이 벽을 바라보니 괴상한 그림이 붙어있다.

그것은 종이에 검은색 볼펜으로 마구 휘갈긴 어떤 것이었다.

자세히 보니 검은색 볼펜을 아낌없이 휘갈겨서 문어 다리가 수없이 빠져나온 원 형태의 어떤 것을 그렸다.

촉수 몬스터와 비슷해 보였다.

루시는 그림을 보면서 양손을 잡고 기도를 올렸다.

“아 저의 경외하는 신이시여. 더러운 종자를 제물로 당신에게 바치겠나이다.”

이 여자는 미쳤다.

완전 사이비 광신도다.

엘빈이 루시의 눈을 바라보니 광기와 환희로 번들거리고 있다.

엘빈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최근 몇 주간 있었던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였다.

‘이 미친년이  뿔토끼가 죽은 후에 정신병자같이 행동했을 때 바로 손절했어야 했어. 이 미친년한테 물건 받고 끝냈으면 이렇게  일도 없고 돈도 굳었을 텐데.’

엘빈이 생각해보니 최근에 자신한테 친하게 굴었던 것도 이때를 위한 연기인 것 같았다.

‘제길. 계속 무시했어야 했는데. 병신같은 나.’

루시가 웃으면서 엘빈을 바라보며 칼을 위로 들었다.

 웃음은 엘빈을 위한 웃음이 아니었다.

엘빈에게 고통을 줄  있다는 것에 환희를 느끼는 웃음이었다.

루시가 말했다.

“엘빈. 내 어머니를 강간한 너의 더러운 남성기를 잘라줄게.”

엘빈은 다가올 고통에 마구 몸을 비틀었다.

“읍. 읍읍. 읍읍읍!”

루시는 집게로 엘빈의 남성기를 잡은 다음 칼로 잘라버렸다.

샤악

엘빈의 잘린 부분에서 피오줌이 분수처럼 솟구쳤다.

“으으으으으읍!”

이후 루시가 칼로 엘빈을 난자했다.

푹 푹 푹 푹

엘빈이 입이 막혀서 소리없는비명을 질렀다.

“읍! 읍읍!”

엘빈이 고통으로 눈을 번뜩 떴다.

엘빈은 눈의 실핏줄이 전부 터져서 빨갛게 되었고 방광이 풀려서 오줌을 줄줄 흘렸다.

이윽고 엘빈이 움직임을 멈췄다.

루시는 복수의완성이 너무 달콤하고 즐거워서 마구 웃었다.

“하하하하하하하하!”

엘빈을 죽이기까지 루시의 꿈에서 가족들은 소멸이나 엘빈과 관련된 언급은 전혀 하지 않고 평소처럼 행동해주었다.

남동생 카일과는 이제 키스까지는  수 있는 사이가 됐다.

하지만 어제부터 꿈에 가족이 나오지 않았다.

신님에게 물어보니 부모님의 영혼은 이미 소멸했고 남동생의 영혼은 신님이 직접 보호하고 있다고 했다.

가족이 꿈에 나오지 않은 순간부터 루시는 빨리 엘빈을 처리하고 싶은 마음에 참기가 힘들었다.

루시는 제물을 성공적으로 준비했다.

이제 조금만 기다리면 루시의 경외하는 신님을 만날 있다.

루시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남동생도 만날  있다.

루시는 지금  순간이 너무 행복했다.

루시는 그림을 향해무릎을 꿇고 공손히 절을 올렸다.

“경외하는 신님. 여기 제물을 바칩니다.”

루시는 정신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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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돌이 죽은날에  김철수는 루시의 뇌에 들어가서 지배권을 얻고 루시의 기억을 모두 읽었다.

나는 루시를 이용해서 진화포인트를 얻어서 성장할 계획이었고, 루시의 남동생에 대한 사랑이 나에게 향하길 원했다.

가족의 사랑뿐만 아니라 좀 더 성적인 것을 포함해서 말이다.

나는 먼저 복돌의 죽음으로 인해 매우 불안정한루시의 정신을 더욱 불안정하게 만들었다.

내가 집중한 것은 루시의 감정이었다.

‘친구를 만나지 않는다’라는 행동 제약을 하는 것보다 ‘친구를 만나면 불쾌해진다.’라는 감정을 들게 해서 루시가 스스로 자신을 고립하게 만들었다.

나는 루시가 다른 인간들에게 같은 인간이라는 동질성, 친밀감 등을 전혀 느끼지 못하게 뇌 구조를 바꿔버렸다.

루시는 친구들과 엘빈을 만나도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고 점점 고립되었다.

그리고 선택한 것이 꿈속에서의 가족이었다.

루시는 자신이 잊었다고 생각했지만, 루시의 무의식 속에는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진하게 남아 있었다.

나는 루시가 자각몽 같은 꿈속에서 가족들을 만날 수 있게 했다.

이 가족들은 내가 만들어낸 평범한 환상이 아니었다.

지구에서는 튜링 테스트라는 연구가 있었는데 채팅창으로만 대화를 나누면 모든 사람이 채팅 상대방이 인간인지 인공지능인지 구분하지 못했다.

인공지능은 단순히 신경망 알고리즘과 방대한 데이터의 집합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인공지능을 인격체로 생각하고 사랑에 빠지기도 했다.

나는 루시의 기억 속에서 아버지, 어머니, 카일의 방대한 행동과 성격 자료를 수집했다.

그리고 나의 신경 섬모들을 모아서 아버지, 어머니, 카일에 대한 더미 인격을 만들었다.

 더미 인격들은자아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어떤 자극이 왔을 때 어떤 행동을 한다는 기본적인 규칙들이 수억 개가 모여서 만들어진 존재들이었다.

루시는 더미 인격들을 실제 자기 가족으로 여겼다.

나는 더미 인격들에게 위대한 신인 내가 루시를 만날 기회를 주었다는 등의 추가적인 설정들을 부여해서 루시를 세뇌하게 했다.

루시의 꿈속에서  더미 인격들은 진심으로 루시를 사랑하는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잘 움직여주었다.

나는 어머니, 아버지는 그냥 더미 인격으로 놔두고, 카일만은 내가 내 몸처럼 직접 움직였다.

왜냐하면, 나중에 내가 카일이 되었을 때 루시가 위화감을 느끼지 못하게 만들기 위해서였다.

꿈속에서라도 부모님과 예쁜 누나랑 밥 먹고 노는 것은 나에게도 즐거운 추억이었다.

현실 세계에서 나는 신이 되어서 루시에게 말을 걸었다.

나는 루시가 나에게 더욱 친밀감, 신뢰 등을 느끼도록 감정 구조를 바꿨다.

루시는 나를 진짜 신님으로 받아들이고 계속 얘기를 걸었다.

때때로 루시가 무심코 설정과 관련한 예리한 질문을 해도 나는 뜸을 들이며 생각하고 잘 대답해주었다.

루시는 현실의 인간들에게 불쾌감 등을 느껴서 배척했고, 그럴수록 꿈속의 가족들과 신님에게 집착했다.

두 번째 단계는 카일에 대한 성적 욕망과 사랑을 키우는 것이었다.

나는 루시가 꿈속에서 카일(나)과 나물을 채취할 때 극도의 성적 흥분과 사랑을 느끼게 했다.

지구의 한  실험에서 뇌 공학자가 실험 참여자의 뇌 특정 부위를 자극하자 실험 참여자가 사랑에 빠지는 일이 있었다.

뇌 공학자가 아무리 설명해도 실험 참여자는 자기합리화를 하면서 이 사랑이 진실이라고 믿었다.

나는 루시가 카일과 있을 때마다 이 사랑 중추와 성적 흥분 중추를 끊임없이 자극했다.

카일에 대한 친밀감, 호감, 신뢰하는 뇌 신경들을 키운 것은 덤이었다.

현실 세계의 내가 인간의 규칙 따위 중요하지 않다는 뉘앙스로 말하자 루시는 자기합리화를 하며 카일에 대한 사랑을 완전히 다짐해버렸다.

꿈속에서 나는(카일) 루시와 꼬물꼬물 손도 잡고, 스치고 하는 풋풋한 연애를 하면서 즐겁게 지냈다.

마지막 단계는 루시를 나의완벽한 신도로 만들고 엘빈을 제거하는 단계였다.

인간의 기억은 매우 불안하다.

옛날의 기억이 실제 기억인지 아닌지도 제대로 알지 못하고 불순물이 들어가기도 한다.

엘빈에 대한 불쾌함, 비호감 등이 강해진 상태에서 루시가 위화감을 느끼자 루시는 엘빈을 의심했다.

그리고 피날레는 꿈속에서의 가족들의 맞장구와 옛날 15명의 도적들의 장면에 엘빈이 나오는 상황이었다.

엘빈이 진짜 도적이었는지 아닌지는 상관없다.

나는 도적 대장의 주위의 모습이 애매하게 기억나는 놈을 엘빈으로 바꿔버렸다.

그리고가족의 소멸이라는 자극도 줘서 루시를 다급하게 만들었다.

루시는 깨어나서 결국 나에게 모든 것을 맡기게 되었다.

내가 잠깐 루시의 어둠의 신에 대한 원초적인 공포를 실체화해서 나라고 하고 보여주었더니 루시는 완전히 나에게 빠지고 말았다.

루시의 리비도가 폭발해버린 것은 나도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이었다.

루시가 미친 듯이 볼펜을 낭비해서 종이에 원초적인 공포에 대한 촉수 그림을 그렸을 때는 나도 식겁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루시는 똑똑한 머리를 이용해서 엘빈을 제대로 처리해주었다.

루시는 다른 사람들에게 불쾌함과 경멸감을 끊임없이 느꼈지만 잘 참고 좋은 대인관계를 유지했다.

루시는 텔레포트 스크롤 2개를 몰래 사서 1개는 엘빈의 방으로 가는 데 썼고, 1개는약으로 마취한 엘빈을 집 지하실로 가지고 오는 데 썼다.

루시는 엘빈을 가지고 오면서 자신과 엘빈이 앉았던 침대보까지 전부 가지고 왔다.

이제 아무도 루시가 엘빈을 납치했다는 걸  수 없었다.

누가  비싼 스크롤인 텔레포트를 2개나 살 거로 생각할까?

루시는 엘빈에 대한 복수를 마쳤다.

이제 제물을 수확할 시간이다.

카일과 합쳐진 내가 현신한다면 루시는 나를 사랑하고 또한 경배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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