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1. 헬스클럽 촬영 시작. (11/50)

# 11. 헬스클럽 촬영 시작.

현구를 포섭하는 일이 그다지 어렵지는 않을 것이라고 짐작은 했지만, 여색을 지나치게 밝히는 이 젊은 호색한 트레이너는 예상한 것 이상으로 손쉽게 내게 넘어왔다. 뿐만 아니라 구체적인 계획을 얘기해주기 시작하니 알아서 헬스클럽의 여자탈의실과 여자화장실의 내부를 상세히 내게 설명해주는 적극성까지 보여주었다. 과연 다음날 퇴근을 끝내고 헬스장에 가보니 현구가 상기된 얼굴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형님 오셨어요? 아까부터 계속 기다렸슴다."

"그래. 내가 말한거 잘 설치했지?"

"아까 일찍 나와서 사람 없을때 잘 달아놨슴다. 그, 그러니까 그게.. 진짜 달아만 놓으면 다 찍히는 겁니까? 탈의실이랑 화장실 전부?"

"그래, 임마. 무선으로 전원만 켜주면 돼. 너 알몸 궁금한 여자회원들 많았지? 운 좋으면 이제 다 볼 수 있겠다. 흐흐."

생각만 해도 흥분이 되는지 현구가 벌개진 얼굴로 콧김을 뿜어댔는데 그 모습이 마치 성난 황소 같았다. 동네 헬스장인만큼 트레이너가 여러명이 있는 것도 아니고 주로 문단속과 관리는 현구 혼자 맡아서 하는 편이었기 때문에 어제 현구와 손발을 맞추어 헬스장 회원들이 모두 나갈 때까지 기다렸다가, 아무도 없을 때 여자화장실과 탈의실의 구조를 상세히 익혀두었다. 그리고 캠코더가 가장 효과적으로 내부를 촬영할 수 있는 위치를 짐작해서 파악한 뒤, 현구에게 인터넷으로 구매한 위장용 캠코더 장비들을 맡겼다.

불필요한 배터리 낭비를 막기 위해 오늘 아침 일찍 현구가 여자 탈의실과 화장실, 샤워실 등에 설치할 수 있는 모델의 캠코더 기종들을 설치했으며, 무선으로 전원을 켠지 이제 약 8시간 남짓. 

"그 둘은 아직 안왔어?"

"예. 곧 올거에요 아마. 그래도 아까부터 전원 켜놔서 지금쯤 다 돌아가고 있을 텐데... 여기 년들 벗은 모습 볼 생각하니 벌써부터... 흐흐흐."

윤서희 팀장 정복 성공 이후로 나는 조금 더 돈을 들여 이전보다 더욱 다양한 모델들을 새로 구비했다. 새로운 모델들은 생각보다 가격대가 만만찮긴 했지만 어차피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살기 위해 버는 돈, 이런 즐거움에 투자해서 값진 결과를 뽑아낼 수 있다면 전혀 아낄 이유가 없었다. 

우선 헬스장의 내부 인테리어에 어울릴 만한 벽걸이 전자시계형 캠코더와 벨스위치형 캠코더, 그리고 그림액자형 캠코더 모델을 탈의실 내부에 설치했다. 그리고 여자화장실의 칸막이에는 화재경보기를 천장마다 설치하고 쓰다 버린 라이터로 보일 소형 카메라를 변기 옆 난간 곳곳과 휴지통 뒤에 배치해두었다. 천장에서 아래로의 촬영이 슬슬 시들해지고 있을 시기였기 때문에, 이번엔 과감하게 휴지통 뒤에서 변기에 앉는 여자의 보지와 항문을 정면으로 촬영하기 위함이었다.

좌우지간 이렇게 곳곳에 설치된 위장용 캠코더들은 두 여자를 기다리는 동안에도 착실히 작동되고 있었다. 물론 우리의 메인 타깃은 김유미와 오다영이었지만 기왕 설치한 것, 다른 젊은 여자회원들의 알몸이나 화장실 도촬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사실은 이번 일에 있어 결코 빠뜨릴 수 없는 백미였다. 그렇게 30분 정도를 꾸준히 기다렸을 때 쯤, 기다리던 얼굴이 등장했다.

"안녕, 현구 오빠!"

"오, 그래. 다영이 왔냐?"

눈과 눈 사이가 멀어 얼굴은 약간 흔한 인상을 주지만, 물이 가득 오른 풍만하고 육덕진 몸매를 지니고 있는 오다영이 입구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 뒤를 따라 약간은 쭈뻣한 걸음으로 그녀의 친구 김유미가 나타났다.

"유미 씨도 안녕하세요?"

"아, 네..."

다영이와 현구는 이미 어느정도 친해져서 서스럼 없이 서로 말을 놓고 있었지만 유미 쪽은 현구에게 경계심이 있는지 현구를 대하는 태도가 영 뻣뻣했다. 현구도 그것이 못내 못마땅했는지 자존심이 상한 듯 했지만 곧 있을 즐거운 이벤트를 생각하며 나와 음흉한 눈길을 서로 교환했다.

들어올 때 두 여자의 사복차림을 보았는데 다영이는 자신의 커다란 젖가슴을 한껏 강조할 수 있는 타이트한 티셔츠에 반바지 차림이었고, 유미는 나풀거리는 블라우스에 스커트, 스타킹 차림이었는데 화려하지 않은 수수한 옷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매끈하게 뻗은 두 다리가 스타킹에 감싸인 모습이 아주 맵시있고 세련되어 보였다. 전혀 다른 두 매력을 가진 두 여자를 동시에 도촬 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새로운 자극에 대한 설레임이 느껴졌다.

"유미아, 먼저 들어가있어. 나 화장실 좀 갔다가~"

"그래."

두 년 모두 탈의실로 들어갈 것이란 생각과는 달리 다영이는 화장실로 향했고 유미는 탈의실로 들어갔다. 현구와 나는 다시 한번 눈빛을 교환했다. 화장실로 들어간 다영이는 유미가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나왔을 때까지도 꽤 오래도록 화장실에서 나오지 않았다. 한 명은 화장실에서, 한 명은 탈의실에서 은밀한 모습을 촬영 당했을 거란 생각을 하니 한시라도 빨리 캠코더를 확인하고 싶어 몸이 근질거렸다.

현구 녀석도 적잖이 흥분으로 들뜨는지 다영이가 화장실에서 나와 옷을 갈아입고 나오자 본격적으로 두 사람의 곁에 찰싹 달라붙어 이것저것을 지도하기 시작했다. 말이 지도였지 사실 대부분의 시간을 다영이의 몸을 은근히 만지려는 시도로 보내고 있었다. 유미는 현구의 성향을 파악했는지 이젠 아예 조금 멀찍이 떨어져 눈치를 보고 있었는데, 현구는 그런 유미에게 자꾸만 물을 마실 것을 권유했다.

"유미 씨, 운동할 때는 물을 많이 마셔야 해요. 수분섭취를 많이 해줘야 대사량도 늘어나고 운동 효과도 좋아져요. 하하하."

"아... 네...."

물론 현구의 말은 어느 정도 사실이었지만 지금 현구의 의도는 대사량이니 나발이니 하는 말은 다 마음에도 없는 소리고, 실제 목적은 유미가 요의 (尿意 - 오줌이 마려운 느낌)를 느끼게 하여 그녀를 빨리 화장실에 보내려는 속셈이었다. 화장실에도 몰카가 설치되어 있으니 이 참에 유미의 보지를 구경하려는 의도가 분명했다. 하지만 현구의 간곡한 시도에도 불구하고 유미는 화장실에 가지 않았고, 심지어는 물도 마시지 않았다.

"자, 자, 다영아. 여기에 힘을 줘야지."

자존심이 상한 현구가 아쉬운 마음을 다영이를 통해서 풀려는 듯 스쿼트를 하고 있는 다영이의 허벅지를 노골적으로 뒤에서 쓰다듬었다. 운동을 지도하려는 목적으로는 볼 수 없는 농도 짙은 터치. 다영이가 허리를 흠칫 세우는 것이 보였지만 그녀는 어제와 마찬가지로 별다른 제지가 없었다. 아무래도 저런 상황을 즐기는 여자인 건가?

때마침 헬스장에 사람도 몇 없었겠다, 다영이가 제지를 하지 않자 현구의 움직임이 다시 적극성을 얻기 시작했다. 등허리와 허벅지를 터치하던 손이 이제는 엉덩이를 슬며시 쓰다듬더니, 하체 운동과는 전혀 상관없는 오다영의 커다란 젖가슴 쪽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멀리서 보기에도 현구의 좆이 트레이닝팬츠 위로 불룩 올라와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그 순간, 엉뚱한 인물이 난입했다.

"현구 씨, 이리 좀 와 봐!"

"예, 예, 사모님."

고개를 돌려보니 웬 아줌마가 현구를 손짓으로 부르고 있었다. 헬스장에 운동을 하러 온 여자라고는 도저히 보이지 않을 만큼 화려한 차림새의 40대 후반 정도로 보이는 아줌마는 누가 보기에도 '난 귀부인이다'라는 느낌을 사방에 퍼트리려는 듯 몸을 치장하고 있었다. 대체 운동하는 곳에서 왜 목걸이와 귀걸이를 치렁치렁 하고 운동복도 저런 눈에 띄는 화려한 옷을 입고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거북할 정도로 겉모습을 꾸민 아줌마가 현구를 부르자 현구가 당황하며 냉큼 그리로 달려갔다.

상당히 멀리까지 가버려서 무슨 얘기인지는 듣지 못했지만 꽤 길게 얘기를 하던 두 사람이 비로소 떨어질 때 나는 그 아줌마가 현구의 사타구니 아래, 즉 빳빳이 서 있는 자지 부분을 은근한 손짓으로 툭 치고 사라지는 것을 분명히 보았다. 아줌마가 사라지고 나자 나는 냉큼 현구에게 물었다.

"저 아줌마는 누구냐?"

"아... 요 앞 사거리 OO타워 사는 의사집 사모님인데요. 락카에 풀어놓은 팔찌가 없어졌다네요. 그래서 귀중품 분실은 책임 안 진다고 카운터에 맡기라고 써놨는데... 요새 사모님 물건이 심심찮게 없어지는 것 같다는데 뭐 확실하진 않다고 하니까 여기서 잃어버린건 아니겠죠."

"그래? 근데 그 얘기 뿐이었냐? 아까 보니까 니 좆 만지고 가더만."

"크크, 사실 저 아줌마 저 때문에 여기 등록한 거거든요."

"왜?"

"왜긴 왜겠슴까.. 흐흐."

"뭐? 저 아줌마랑 잤냐?"

"등산 소모임에서 만나서 어찌어찌하다 술 먹고 하룻밤 잤는데... 그 때부터 여기 헬스 나오면서 가끔 연락도 하고 밖에서도 만나고 그래요. 나이는 꽤 많은데 그래도 재미 좋아요. 아줌마가 한번 할때마다 용돈은 두둑하게 챙겨주거든요. 히히."

참 나... 엉큼하게 생긴 놈들은 대부분 실제로도 엉큼하다더니 역시 단순한 법칙을 벗어나지 못하는 놈이었다. 근데 아줌마들은 정말로 현구같이 근육덩어리 몸을 좋아하긴 좋아하나보다. 저렇게 돈 많아 보이는 아줌마가 현구한테 빠져있다니. 하긴... 돈이 많으니까 마음만 먹으면 현구 말고도 많은 남자들이랑 즐길 수 있겠지.

"아무튼 형님, 저 오늘은 저 아줌마네 집에서 자야 할 것 같은데 내일 꼭 몰카 찍은거 보여주셔야 됩니다. 아으, 마음 같아선 형님 따라가서 오늘 꼭 보고 싶은데...."

"파일로 잘 빼놓을 테니까 걱정 마라. 근데 니가 가면 헬스장 문은 누가 닫냐?"

"아버지한테 말씀드릴랬는데, 그냥 형님이 닫고 가실래요? 키 드릴게요. 어차피 다 나갈 때까지 기다렸다가 카메라도 떼야되잖아요."

"뭐? 그래도 돼?"

정말 걱정없이 사는 놈이다. 나 같은 놈을 어떻게 믿고 열쇠를 맡기는 건지... 하긴 이젠 공범이니까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럼 잘 부탁드림다, 형님."

현구가 평소보다 두시간이나 일찍 나가버리자 트레이너 없는 헬스클럽의 모습에 일부 회원들이 의아해하는 것이 보였다. 하지만 대부분은 별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는데,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온 신경을 다영이와 유미에게 집중하고 있었다. 아무리 봐도 이 헬스장에서 제일 맛있게 보이는건 저 둘이었다.

'어라?'

아까부터 내가 너무 대놓고 그쪽을 보고 있었던 것인지, 두 아가씨가 있는 곳으로 시선을 돌리고보니 다영이가 이쪽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괜히 머쓱해져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리려는데 다영이가 이쪽으로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아저씨."

"응? 아니, 네?"

말을 섞어본 적도 없는 사이기에 나는 갑작스런 그녀의 인사가 당황스럽기만 했다.

"아저씨, 혹시 저 아세요?"

"아뇨. 처음 봅니다."

"그런데 왜 어제부터 자꾸 계속 절 그렇게 대놓고 보세요?"

하.... 요것보게. 어제부터 내가 자기를 보고 있었다는 것을 이미 눈치 챈 모양이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이 애만 보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어쨌든 이렇게 당돌하게 나오다니. 상황이 꽤 갑작스럽고 재미있었지만 나는 동요하지 않기로 했다.

"하하. 내 입으로 말하기가 좀 쑥스러운데.... 다영 씨가 맘에 들어서요."

"에? 제 이름은 어떻게 아세요?"

"아, 그게... 현구한테 물어봤죠."

어찌보면 스토커처럼 보일 수도 있는 발언이었지만 원래부터 경계심 자체가 없는 여자인지 아니면 성격이 활발한 건지 다영이가 약간은 어이없어 하면서도 재미있다는 듯 호호 웃는다. 

"유미야, 이리와 봐!"

"어, 으응?"

쭈뻣쭈벗 가벼운 아령으로 운동을 하고 있었던 날씬한 몸매의 유미가 이쪽으로 다가온다.

"이 아저씨 되게 웃겨. 나한테 관심 있어서 현구 오빠한테 이름 물어봤대."

건방지게도 나를 자기에게 첫 눈에 반한 사랑의 포로 쯤으로 생각하고 있는 듯한 오다영이었다. 유미가 의외라는 듯 그 순진무구해 보이는 커다란 두 눈망울을 껌뻑거리며 나와 다영이를 번갈아 보았다.

"하, 하하. 아직 아저씨 소리 들을 나이는 아닌데. 그래도 내가 더 나이 많은건 확실해 보이니까 말 놔도 되겠죠?"

"푸훗... 이 아저씨 지금 나한테 작업 거는 것 봐. 현구 오빠도 그렇고 나 여기서 남자들한테 인기 포텐 좀 터지나본데? 그치 유미야!"

나랑 현구가 지금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채 호호 웃어대며 좋아하는 다영이 년의 모습을 보니 속에서 뭔가 콧대를 꺾어주고 싶다는 정복욕이 치솟았지만 나는 그녀들에게 접근하기 위한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여 이 상황에 장단을 맞추기로 했다.

"하하하... 뭐 용기 있는 자가 미인을 얻는다는 말도 있고."

'미인'이라고 은근슬쩍 띄워주니 아닌 척 하면서도 우월감에 젖어 유미의 얼굴을 바라보고는 히죽 웃는 오다영. 마치 자기가 더 인기가 좋다는 것을 과시라도 하고 싶은 듯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런 것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듯한 유미는 나와 시선이 마주치자 낯선 남자와 눈이 마주친게 부담스러운지 옆으로 고개를 홱 돌렸다. 상당히 귀여운 모습이었다. 반면 다영이는 내가 자기를 보자 당돌하게도 나를 향해 윙크를 날린다. 

정말 상반된 성격의 두 아가씨... 둘 다 빨리 먹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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