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 헬스클럽의 두 여자 - 김유미와 오다영.
서희 팀장을 노예로 만드는 재미가 한창 쏠쏠하던 시기에, 나는 한편으로는 다른 타깃을 물색하기 시작했다. 앞서 말했듯 내 몰카에 대한 집착은 점점 더 심해지고 있었고 더 강한 자극을 주는 도촬방법을 찾고 있던 시기였기 때문에 나는 우선 적당한 장소를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바로 '헬스클럽' 이었다. 땀에 젖어가며 운동을 하고 있는 여자들이 그렇게 섹시해보일 수가 없었다. 게다가 헬스장에서는 몸을 많이 움직이게 되기 때문에 비교적 몸매를 자주 노출하게 되지 않던가. 그 역동적인 움직임을 몰카로 한번 찍어보자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예전부터 가끔씩 시간이 날 때면 찾았던 동네의 헬스장을 다시 등록하고 다니기 시작했다.
"안녕하십니까, 형님! 오랜만에 오셨슴다!"
이 헬스장에는 예전부터 간간히 와서 그런지 제법 얼굴을 익히고 친해진 트레이너가 있었는데, 나보다 나이가 두어살 적어 나를 형님이라고 부르는 코치였다. 체대 출신이라 웃사람에게 깍듯하여 좋게 보는 사람들이 꽤 많았는데, 성격도 그런대로 시원시원하고 좋았지만 딱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편견이긴 했지만, 나는 이상하게도 옛날부터 몸에 근육을 필요 이상으로 과하게 붙인 사람들은 왠지 호색한처럼 보인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운동을 통해 몸을 만든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사내다움이 있는 사람들이라 싫지 않았지만, 보기가 거북할 정도로 과하게 근육을 불린 사람들은 왠지 여성들에게 섹스어필을 하기 위해 만든 몸이라는 느낌을 주었기 때문이었다. 그게 나쁘다는 것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이 장현구라고 하는 트레이너 역시 실제로 그 편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친구였으니 내 생각이 아예 틀렸던 것은 아니었다고 해야 할까.
현구는 같은 남자라면 한 눈에 바로 눈치챌 수 있을 정도로 여자를 밝히는 친구였다. 젊은 여성회원들이 헬스장에만 나타났다 하면 코치를 해준답시고 접근을 해댔고, 혼자 운동하는 여성회원을 도무지 그냥 내버려둘 줄을 몰랐다. 자세 교정을 해준다면서 슬쩍 몸 여기저기를 만지려고 하는 모습도 비일비재하게 보였고, 개중에 심한 경우는 한 여성회원이 성추행으로 신고를 하겠다며 화를 낸 적도 있다고 했다. 그런 해프닝들이 하나씩 터질 때마다 좀 사그라들긴 했지만, 개 버릇 남 못 준다고 현구는 줄기차게 여성회원들과의 염문설이 끊이지 않는 놈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구가 아직 이 헬스클럽의 트레이너로 일을 하고 있을 수 있는 이유는 첫째로 헬스장 주인의 아들이란 점이 가장 컸고, 둘째로 그렇게 추행을 함에도 불구하고 현구같이 아놀드 슈왈츠제네거 스타일의 근육질 마초남을 좋아하는 여성회원들, 주로 아주머니 회원들의 열렬한 애정이 있었기 때문이라 하겠다.
"어, 그래 현구야. 요새 다시 운동이 하고 싶어져서... 하하, 여자들이랑만 놀지 말고 형이랑도 같이 좀 하자."
사실은 몰카를 찍고 싶어서 온거였지만 말이다. 현구는 넙죽 웃으며 너스레를 떤다.
"여부가 있겠습니까. 저기 여자분들만 좀 코치해주고 바로 가겠슴다."
하지만 현구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곳을 보니 여대생으로 보이는 젊은 아가씨 두 명이 서 있는 것으로 보아, 아마 현구는 오늘 저기서 못해도 두 시간은 때우고 올 것이 틀림 없었다.
'호오... 예쁜데...'
현구가 헐레벌떡 뛰어간 곳의 두 아가씨를 찬찬히 뜯어보니, 과연 현구가 왜 그렇게 상기되어 있었는지를 알 수 있을 만큼 시선을 잡아끄는 외모였다.
한 명은 윤서희 팀장과 비슷한 과의 약간 통통하고 적당히 육덕진 체격의 볼륨있는 몸매였고, 그리고 다른 한 명은 호리호리하고 쭉 뻗은 키에 가슴과 엉덩이는 옆의 여자애에 비해 조금 빈약하지만 그래도 날씬하고 맵시있게 빠진 미끈한 몸매가 아주 매력적인 슬렌더한 체격의 여성이었다.
헬스클럽을 택한 이유가 다 저런 여자들을 찍기 위해서가 아니겠는가? 나는 곧바로 기본적인 코스인 휴대폰 무음 카페라 촬영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하지만 렌즈를 이리저리 들이대본 결과 곧 시들해질 수 밖에 없었던 것이, 현구 녀석이 자꾸 코치를 한답시고 옆에 달라붙어 있어 제대로 된 사진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어쩔 수 없이 우선은 도촬을 보류하고 가만히 떨어져서 살펴보기로 했다. 통통한 쪽은 얼굴이 약간 흔한 인상이었지만 헐렁한 헬스장 티셔츠가 불룩하게 솟을 만큼 젖소같이 커다란 빨통이 아주 인상적이었고, 호리호리하고 날씬한 쪽은 얼굴이 마치 연예인처럼 예뻤다. 척 보기에도 순진함이 느껴지는 깨끗한 이미지의 얼굴이라고 해야 할까? 멀리서도 크고 맑은 두 눈망울이 보이는 듯 했다.
'어랍쇼?'
멀리서 두 여자를 구경하던 내 눈에 의외의 광경이 포착되었다. 현구가 여성회원들의 몸을 여기저기 터치하려고 하는거야 어제 오늘 일이 아니었지만, 아줌마들이라면 모를까 젊은 여자들은 그런 현구의 터치를 대부분 꺼려하거나 그도 아니라면 일정 수준에서 제지를 하는 편이었다.
하지만 두 아가씨 중 통통한 몸매의 여자는 그런 현구의 손길을 별로 개의치 않아 하는 것 같았다. 등과 허리를 더듬더듬 짚어대는 현구의 손길에도 전혀 꺼리는 반응이 없었고, 심지어는 스커트 운동을 지도할 때 허벅지 안쪽에 현구가 손을 스윽 밀어넣는 움직임에도 별다른 제지가 없었다. 그저 아무렇지 않다는 듯 생글생글 웃으며 현구의 지도에 따라 조금은 어설프게 운동 동작을 따라하기만 할 뿐이었는데, 그래서 현구도 더욱 용기를 내어 이곳 저곳을 만지는 것 같았다. 내가 보기엔 여자 쪽에서 조금은 즐기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히야.. 저 아가씨 좀 보게..'
현구가 아주 운좋게 잘 골라잡았다는 생각이 듦과 동시에 약간은 시기심도 치솟았다. 아까부터 현구의 시선이 통통한 아가씨의 젖소같이 커다란 빨통을 향해 있다는 사실을 멀리서 보고 있는 나조차도 느낄 수 있었다. 내친 김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가 구경하려고 하는데, 마침 현구가 통통한 아가씨에서 날씬한 아가씨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유미 씨도 같이 해요! 제가 자세 잡아 드릴게요!"
"아, 저, 저는 괜찮아요..."
날씬한 아가씨는 현구의 손길이 무척 부담스러운지 현구가 손을 뻗는 것조차도 흠칫흠칫 놀라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 모습을 보고 나는 두 아가씨의 성격이 정반대라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었다.
현구는 날씬한 여자가 거듭 거절을 하자 약간 자존심이 상한듯 계속해서 권유를 했지만 그녀의 수비는 무척 단단해서, 결국 시무룩한 표정으로 통통한 아가씨를 적극적으로 코치해주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그 날 운동을 끝내고 나가는 길에, 우연히 때마침 바깥에서 잡일을 하고 있었던 현구와 마주치게 되었는데 그 때 현구를 잠깐 불러 이것저것 물어보았다.
"현구야, 너 아까 그 여학생들 코치한다고 나한텐 관심도 없더라?"
"아이구, 아닙니다 형님. 제가 요새 관심있어하는 애들이라.. 얘기하다보니 길어져서. 하하."
"이 놈 이거 또 도졌구나... 뭐하는 애들인데?"
"A대 다니는 애들인데요, 얼마전부터 여기 다니기 시작했어요. 형님도 보셨죠? 걔네들 여기 남자들한테 인기 많아요. 예쁘잖아요, 특히 그 김유미라는 애."
"그 호리호리하고 날씬한 애? 걔 이름이 김유미야?"
"예. 좀 통통하고 육덕진 애는 오다영이라고 하구요."
현구는 남자들끼리 있을 때는 여자얘기나 야한얘기를 거리낌없이 하는 스타일이라 조금만 분위기를 띄워주니 알아서 술술 내뱉기 시작했다. 커다란 가슴의 통통한 여자애가 오다영, 예쁜 얼굴의 날씬한 여자애가 김유미. 나는 두 사람의 이름을 까먹지 않도록 머릿 속에 잘 입력했다.
"야, 근데 그 다영이라는 통통한 애는 니가 스킨쉽 하는거 별로 싫어하지 않는 것 같던데? 혹시 둘이 벌써 사귀냐?"
"에이, 아닙니다. 걔 원래 성격이 좀 털털해요. 흐흐, 이거 사실 형님한테만 말하는건데요, 사귀고 싶은 쪽은 다영이가 아니라 사실 유미 쪽이거든요."
'이거 사실 너한테만 말하는건데' 는 현구의 18번이었기 때문에 별로 믿지도 않았고, 중요한 사실은 현구가 아까 그 날씬한 아가씨에게 흑심이 있다는 거였다.
"또 여자 회원들 건드릴려고? 그러다 언제 한번 진짜 좆된다."
"에이, 걱정 마세요. 형님. 따먹고 나면 말씀드릴게요."
"꼬실 수나 있겠냐? 아까 보니까 유미라는 걔는 잘 안 넘어올 것 같던데."
"뭐 일단 꼬셔보구요.... 다영이는 성격도 털털하고 색기도 있어서 잘 꼬드기면 한번 대줄 것 같긴 한데.... 유미는 잘 모르겠슴다. 안되면 다영이라도 먹죠 뭐."
역시 생각 이상으로 현구는 단순한 놈이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내가 이 헬스클럽을 골랐던 이유도 다 이 녀석을 계산에 넣은 선택이었다. 현구가 노골적으로 흑심을 드러내자 나도 마음 놓고 본론을 꺼내기 시작했다.
"현구야, 우리 같이 재밌는 짓 좀 해볼까?"
"예? 뭐 말입니까?"
나는 가방에서 둥그런 물체 하나를 꺼냈다. 얼핏보면 둥글고 하얀 밥그릇 처럼 생긴 그것은 바로.... 일전에 유용하게 써먹었던 화재경보기 모델의 도촬용 캠코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