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9화 (59/177)

Reunion (2) 

“........고백할게 있어요. 나.....그날 술집에서 그랬던 거 것처럼......그 전에도.......다른 남자와 그런 적이 있어요.” 

나는 은비의 눈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러자 나를 바라보던 은비의 까만 동공이 마치 고양이가 그러는 것처럼 활짝 열렸다가 다시 조금씩 정상으로 돌아왔다.

“오빠와 여기서 첫 관계를 가지고 나서 얼마 되지 않았을 때에요. 그때 모임이 있었어요.

오빠가 저를 오빠 친구들에게 정식으로 소개해주는 자리였어요. 승호 오빠도 있었고요. 

처음에는 오빠 친구들을 만난다는 게 너무나 떨렸었는데.....막상 만나보니까 다들 너무 잘해주셔서 시간이 지나자 긴장이 서서히 풀렸어요. 

우리는 밖에서 식사를 하고 어느 술집으로 이동했어요.

아마 승호 오빠가 아는 술집이라고 했던 것 같아요. 노래방 같은.......

그 술집에 있는 룸에 들어가자 오빠 친구들이 저 때문에 한참을 고민했어요. 테이블 서버를 해줄 사람이 필요해서 그곳에서 일하는 여자를 부를지 말지를........저를 배려한 거였어요.

난감해하는 오빠 친구들에게 오빠도 그랬고 저도 괜찮다고 했어요. 

그래서 거기서 일하는 여자 두 명 불렀어요. 도우미라고 하나요?

너무 즐거웠어요. 오빠 친구들이 그 여자들과 신나게 노는 모습이 내갠 좀 신기하게 보였어요. 

아......남자들은 이렇게 노는 구나.......라고 생각을 했어요.

재미있기도 했고요. 나에겐 그런 자리는 생전 처음이었으니깐요. 

한참을 룸에서 같이 놀다보니 모두들 술에 취했죠. 오빠도.....저도 그랬고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어느 순간부터.....오빠 친구들 몇몇이 저를 보는 눈빛이 조금 달라져 있었어요. 

내 얼굴.....그리고 몸 전체를 몰래 구석구석 훑어보는 것 같았어요.

내가 오빠에게 안겨 있고....오빠는 가끔 내 몸을 만지면서 키스를 하고.......우리의 모습을 본 그때부터 여자들과 조심스럽게 놀던 오빠 친구들이 조금씩 변했어요. 

오빠가 담배를 사러 룸을 나갔어요.

저는 자리에는 가만히 앉아 오빠를 기다리고 있는데.......한 오빠가 내가 있는 자리로 왔어요. 다른 오빠들과 여자 두 명은 앞에 나가서 노래를 부르고 있었고요.

그 오빠가.....내 곁에 바싹 다가와 앉아서 술을 권했어요. 그 오빠가 조금 취해보였지만 할 수 없이 같이 마셨어요. 그런데 날 보는 그 오빠의 눈빛이......너무 이상하게 변해 있었어요.

나에게 너무 예쁘다고 했어요. 얼굴도 예쁘고.....몸매도.....

그리고 또다시 술을 권해서.....같이 마셨어요.

갑자기 그 오빠의 손이 내 어깨를 감싸 안았어요. 내가 움직일 수 없게 너무나 꽉 잡고 있었어요.....어깨가 아플 정도로......

나는 놀라서 그 오빠를 보고 있는데, 그 오빠가 앞에 나가서 놀고 있던 사람들을 둘러보다가....

내 어깨를 감싸던 손이 조금씩 아래로 내려가서.......갑자기 내 가슴을......움켜쥐었어요. 

그 오빠는 그렇게 내 가슴을 한참동안 마음대로 만졌어요. 노래가 끝날 때 까지........그때 내 머릿속에는 오빠가 와서 이걸 보면 어떡하지.....란 생각 밖에 없었어요.

나는 꼼짝도 못하고 얼음같이 얼어 있었어요.

그 오빠의 다른 한 손이 짧은 원피스를 입은 허벅지 사이에 들어와 내......속옷에 닿았어요. 

그때 노래가 끝났어요. 그 오빠는 서둘러 나를 풀어주고는 웃으면서 반대편 자리로 돌아갔어요.

내 심장이 터질 것 같았어요.

저는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를 정도로 정신이 혼란스러웠어요. 이미 내가 술에 취해버린 탓도 있었겠죠. 

고민하다가 그대로 룸을 나왔어요. 

룸 밖에는 손님들로 보이는 몇몇 남자들이 있었어요. 

남자들이 모두 이상한 눈빛으로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그중 나이가 많은 한 남자가 다가와 자기 방에서 같이 놀자며 내 손목을 잡고는 끌고 갔어요. 아마도 저를 그 술집에서 일하는 여자로 생각했나 봐요.

저는 그 남자가 이끄는 대로 정신없이 끌려갔어요. 내 손목을 너무나 꽉 잡고 있던 그 남자를 내 힘으로는 도저히 뿌리 칠 수 없었어요. 

그 남자가 어느 룸에 나를 밀어 넣었어요. 룸에 밀려들어가 보니 그곳에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어요.

그 남자가 갑자기 나를 끌어안았어요. 그리곤 내 몸을.....만졌어요. 원피스 아래로 손을 넣어서는 맨몸을......그렇게 마음대로......

그 남자가 소파에 나를 밀치고는.....내 몸 위에.....올라오려는 순간.....문이 열렸어요. 

하얀 셔츠를 입은 한 남자가....나를 끌고 온 남자에게 다급하게 말했어요. 

내가 여기서 일하는 여자가 아니라....여기 놀러온, 사장님 후배 애인라고, 지금 사장님이나 같이 온 형님 알면 큰일 난다고......막 뭐라고 했어요.

그때서야 그 남자가 반쯤 올라타 있던 내 몸 위에서 내려와서......미안하다고....정말 미안하다고....사과를 했어요.

나는 그 남자의 사과를 들을 정신조차 없었어요. 그때는 내가 제정신이 아니었어요.

도망치듯 밖으로 나와 화장실에 가려는데......너무 어지러워 제대로 걸어 갈수가 없었어요....

뒤에서 한 남자가 다가왔어요. 조금 전 룸에 들어와서 나를 도와준.....거기서 일하는 그 남자였어요. 

그 남자가 괜찮냐고 묻길래 화장실을 어디냐고 물으니 웃으면서 자기가 데려다준다고 했어요. 

저는 괜찮다고 했어요. 화장실이 어디냐고 다시 물으니.....비틀거리는 내 몸에 그 남자의 손이 닿았어요 그리고......내 허리를 끌어안았어요. 

그 남자를 따라 사람들이 있는 홀을 지나, 어두운 안쪽 복도로 들어서자마자.......그 남자가 내 몸을 이리저리 만졌어요........가슴도....그리고.......

눈을 떠보니....화장실 안이었어요.

그런데 나를 부축했던 그 남자가 화장실 안에 들어와 내 앞에 서 있었어요.

원피스는 말려 올라가 있고....속옷은 벗겨져 내 다리에 걸려 있었어요.

그 남자의 손이.....내 몸속에 들어와서........너무나 빠르게 움직였어요.....그 남자의 손은......내 몸에서 나오는 것들이 묻어서 엉망이 돼있었어요.

그걸 보자 나는 미칠 거 같았어요. 내 몸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그 남자가 내게 키스를 했어요. 그리고....브래지어를 내리고.....내 가슴을.......빨았어요.....

내 가슴을 만지면서 그 남자가 말했어요. 가게에 방이 있으니까......거기서 하자고.......저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 채......가만히 있었어요. 그러자 남자가 웃으며 또다시 내게 오랫동안 키스를 했어요.

다시 그 남자에게 안겨서 화장실을 나왔어요. 

어디론가 가다가.....나를 부축하며 걸어가던 남자가 갑자기 멈췄어요. 

멀리서 나를 찾는 오빠의 모습이 보였어요. 

그때.....정신 들었어요......그제서야 나를 안고 있던 남자를 밀쳐내고....오빠에게 가서......안겼어요.

어쩌면......어쩌면.....그때 오빠를 보지 못했다면.....

저는....그 남자가 이끄는 대로 따라가서......그 남자가 말한 방이라는 곳에서......그 남자와 그걸.....했을지도 몰라요.......” 

말을 끝내자마자 은비는 고개를 푹 숙여 버려 그녀의 얼굴을 더 이상 볼 수 없었다. 

은비의 얼굴을 타고 흘러내린 반짝이는 방울이 테이블 위에 떨어져 내렸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내 마음이 조금씩 편해졌다. 그건 아마도 은비가 처음 말을 꺼낼 때 나는 파타야에서의 일을 말할까봐 두려웠다. 

테이블에 있던 티슈를 꺼내 은비에게 내밀자, 은비는 그것을 받아 들고는 보석이 맺혀있는 자신의 눈가를 조심스레 닦았다.

은비의 기다란 하얀 손에는 내가 주었던 그 작은 다이아 반지가 찬란하게 반짝거리고 있었다.

“하아.....오빠....저 웃기죠......”

은비의 눈에서는 여전히 빛나는 방울들이 끊임없이 새어나왔다. 그리고 자신조차도 방금 나에게 말한 이전의 그 이야기가........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허탈한 표정으로 웃어 보였다.

유난히 반짝이는 핑크색 매니큐어를 바른 은비의 손가락 하나가 자신의 왼손에 끼워져 있던 빛나는 반지를 조심스럽게 어루만지고 있었다.

잠시 후...

은비의 예쁜 손가락에 자리 잡고 있던 그 다이아 반지가 서서히 그곳을 떠나고 있었다.

반지가 있던 자리에는.....은비의 새하얀 피부보다.....더 밝고 깨끗한, 반지가 머물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오빠. 이젠.....이걸 돌려 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오빠. 너무 고마웠어요.

그리고.....미안해요.

내 마음대로 사랑하고.....

내 마음대로.......이렇게.....

오빠 그리고 부탁이 있어요. 

여기 아니면 이젠 다른 곳에서는 커피를 못 마셔요. 

가끔.....여기 와서 커피를 마셔도 되겠어요?”

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 채, 은비의 손에서 벗어난 그 찬란한 보석만을 보고 있었다. 

한참 후에 서야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여전히 그 반지만을 보면서...

은비의 떨리는 손에 들려있던.....그 반지가......은비의 손을 떠나 조심스럽게 테이블 정 중앙에 놓여졌다.

“오빠. 지금 얼굴이 너무 야위었어요. 식사 잘하시고요. 아프지 마세요......”

은비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 또한 그러했다.

은비가 나를 보며 환하게 웃어보였다.

은비가 테이블 떠나.....문 쪽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은비의 뒷모습이 유난히 더욱 아름다워 보였다. 

두터운 유리문을 앞에 두고 잠시 서있던 은비가 몸을 돌려 다시 나에게 돌아왔다.

그리고 내 품에 깊게 안겼다. 

나는 항상 그랬던 것처럼 반사적으로 그녀의 등과 허리를 감싸 안았다.

은비의 몸에서 샘솟는 그 깊은 향기가 마치 향수처럼 연신 내 몸에 뿌려졌다.

은비의 얼굴이 닿아있던 내 한쪽 어깨가 뜨겁게 젖어 갔다.

“휴.......”

내 몸에서 벗어난 은비가 좀 전의 그 환한 미소를 지으며, 참고 있던 깊은 숨을 한번 내쉬었다. 그녀의 얼굴은 눈가로부터 시작해 군데군데 화장이 지워져 있었다. 

하지만 그 모습 또한 나에겐 천사 같았다. 

떨리는 눈으로 한 동안 내 얼굴 구석구석을 살펴보던 은비가 뒤돌아서서는......급하게 카페를 빠져 나갔다.

밖으로 나가버린 은비는 카페 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택시에 서둘러 몸을 실었다. 

택시 문이 닫히자마자 자신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는 은비의 모습이, 굳게 닫혀있는 택시 창을 통해 보였다. 

그리고 택시는 떠났다.

나는 멍하니 은비가 떠나간 자리를 보며 서있었다.

나만을 위해 흐르던 시간이, 멈춰 버린 것만 같았다.

야속하게도 탁자 위에 버려진 그 반지는 여전히 아름답게 반짝였다.

나는 오늘 기다리던 두 여자와 재회를 했다. 

한 여자는 자신이 머물던 자리에 다시 돌아왔다.

그리고 다른 한 여자는......

나에게 돌아와 잠시 머물고는....... 다시...떠나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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