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4. ex wife-19-
* * *
"내가 너무 급하게 말했나봐. 서준이 널 만나면 꼭 묻고 싶은 말이라서···."
"아니야. 괜찮아."
"으, 응?"
성희가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자신도 말해놓고 성급하게 제안했다는 생각에 아차 싶었는데, 도훈이 덥석 바로 받을 줄은 몰랐던 것이다.
"정말로? 그럼 정말 나랑 같이 살겠다고?"
"왜? 난 상관없는데? 너랑 같이 살면 이렇게 모텔 올 필요도 없이 집에서 맨날 할 수 있는 거 아니야? 돈도 굳고 오히려 좋지."
"서, 서준아···."
성희가 감동했는지 눈시울이 붉어졌다.
[오오, 실시간으로 호감도가 올라가고 있습니다, 현재 97!]
'흥. 얼마든지 좋아하라고 해. 즐기는 건 지금 뿐이니까.' 도훈이 방긋 웃더니 알몸으로 있는 성희를 껴안았다.
"뭘 또 울기까지 해? 감동했어?"
"나, 나는···. 네가 그렇게 바로 승락할 줄을···."
"안 그래도 내가 먼저 말을 꺼내려고 했어. 난 네가 그 사람이랑 섹스를 하든 안하든 같이 살고 있는 것만으로 짜증나거든."
"아니야, 나 진짜 그 사람이랑 최근들어 한 번도 잔 적 없어. 정말 같이 옆에 있는 것도 소름끼쳐서···."
"정말이야?"
"당연하지. 난 널 만나고 나서부턴 네 생각밖에 안 했어. 이번에 연락한 것도 몇번을 참았는데. 괜히 자꾸 연락하면 네가 귀찮아 할까봐···."
"그럼 증명해봐."
"으, 응?"
"날 얼마나 좋아하는 지 증명해보라고."
도훈이 갑자기 표정을 싹 바꾸더니 차갑게 굴었다.
"무, 무슨 소리야."
"나를 위해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궁금해. 말로만 그러는 거 아니지?"
성희는 일전에 도훈과 만났을 때 겪었던 일을 떠올렸다.
갑자기 배달 음식을 시켜서 알몸으로 받아오라질 않나, 그곳에 음식을 잔뜩···.
"혹시 너 담배 피워?"
"아, 아니 끊었는데."
"다시 피워 봐."
도훈의 강압적인 태도에 성희가 바짝 긴장했다.
그가 자신의 복종심을 시험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서준이는 네가 자길 얼마나 사랑하는지, 어디까지 맞춰 줄 수 있는지 확인하고 싶은 거야. 어떻게든 원하는 데로 들어줘야해.'
결심을 굳힌 성희가 담배를 피울 것처럼 손을 내밀자 도훈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누가 입으로 피우래?"
"그, 그럼?"
"아랫입."
"어, 어?"
"밑으로 한 번 피워봐. 보고 싶어."
"그, 그게 무슨."
"왜? 못 하겠어?"
도훈이 실망한 표정을 짓자 성희가 매달리며 사정했다.
"아, 아니야. 할 수 있어."
"진짜?"
"으, 응. 도훈이 네가 원하면 얼마든지."
"그래? 이건 네가 한다고 해서 하는 거다? 내가 시킨 거 아니고?"
"으, 응."
도훈이 담배에 붙을 붙이더니 한 모금 빨고 다시 성희에게 건넸다.
"다리 벌려."
"아, 아···."
샤워 후 알몸 상태로 있던 성희가 침대에 앉은 자세로 가랑이를 M자로 벌렸다. 섹스를 끝낸 이후라 그런지 조개가 입을 다문 것처럼 대음순이 닫혀 있었다.
"아랫 입을 활짝 벌려야지."
"버, 벌릴게."
성희가 두 손가락을 V자로 벌리며 스스로 대음순을 열었다.
쩍- 끈적한 용액과 벌어진 구멍에선 벌써부터 애액이 줄줄 흐르고 있었다.
도훈이 씩 웃더니 담배 필터부터 구멍에 쏙 밀어 넣었다.
"아, 아···."
"꽉 무는 게 좋아. 안 그럼 화상 입어."
"으, 응."
[주, 주인님. 아무리 인연을 삭제하기로 했다지만, 이건 너무 심한 거 아닙니까?]
'나도 이렇게까지 할 생각은 없었는데, 성희가 먼저 선을 넘잖아.'
[그래도 이건 좀···. 거기에 담배를 꽂다니···.]
'아니야. 믿어봐. 성희는 이런 행위를 통해 오히려 더 나를 좋아하게 될 테니.'
[정말입니까?]
'성희는 지금 자신이 테스트를 받는다고 생각할 거야. 내가 믿음을 확인하고 싶다고 했으니, 무슨 부탁이든 들어줄 각오거든.
그래서 일부러 어려운 미션을 내준 거야. 그래야 성희도 자신이 힘든 시험을 통과했다는 생각에 나에 대한 애정이 커질 테니까.
보상의 만족도는 과제의 어려움이 적절할 때 배가되는 법이야.'
[하아, 참, 주인님도 성희양 못지 않은 변태인건 아시죠?]
'한 번도 부정한 적 없는데?'
구멍에 꽂힌 담배가 타들어가는 모습은 엽기적이었다. 하지만 벌어진 구멍에 꽂힌 담배 하나는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처럼 위태로웠다.
"역시 하나로는 부족해 보이네. 잠깐만."
도훈이 이번엔 담배 4개비를 꺼내더니 동시에 불을 붙였다.
한모금 길게 빤 도훈이 이어서 구멍에 담배를 차례로쑤셔넣기 시작했다.
"아, 아앙, 서, 서준아."
"다리 활짝 벌려. 허벅지 화상입고 싶지 않으면."
"흐으응!"
어느새 성희의 구멍엔 5개비의 담배가 연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그녀가 밑에 힘을 줄때마다 담배가 안으로 말려들어갔다가 다시 밖으로 밀려나오면서 연기가 밖으로 뿜어졌다.
"이야, 아랫입으로 담배도 잘피네, 우리 성희는."
"흐, 으으응, 난 도훈이 네가 시키는 거라면 뭐든 할 수 있어."
"정말이지?"
[오오, 주인님 예상대로 호감도가 99를 돌파했습니다!]
'이제 뜸이 거의 다 들었군. 그럼 여기서 마무리 해볼까?'
계속 그곳에 불 붙은 담배를 꽂아 놓기엔 위험했기 때문에 도훈이 담배를 모조리 빼더니 재떨이에 비벼 껐다. 필터 끝이 축축해 진게, 짧은 사이에 성희가 엄청난 애액을 쏟아낸 것을 간접 확인 할 수 있었다.
"하아, 하아, 서준아. 나 정말 너 좋아해. 네가 시키는 거라면 뭐든 다 할 거야."
"그런것 같아. 그럼, 이번엔 보상으로 제대로 된 걸 넣어줄게."
담배 테스트(?)를 통과한 성희를 향해 도훈이 이번엔 바짝 꼴린 대물을 꽂아 놓었다.
푸욱-!
"허윽!"
성희가 신음을 쏟아내며 쓰러졌다. 도훈은 정상위를 차지한 상태로 쑤컹쑤컹 대물을 때려 박으며 말했다.
"우리 꼭 같이 살자, 성희야. 같이 살면서 하루 종일 너만 따먹을 거야."
"흐아아앙, 서준아. 날 마음껏 따먹어줘!"
* * *
희재의 빨간 스포츠카가 도착한 곳은, 청담동의 어느 술집이었다.
겉보기엔 전통 한옥 건물처럼 생겼으나, 최신식 인테리어가 가미된 최고급 요정으로 보였다.
발렛파킹을 하러 나온 청년은 단골인 희재의 얼굴을 알아보고는 깍듯이 고개 숙여 인사했다.
"오셨습니까!"
"어. 주차 좀 부탁해. 팁은 차에 넣어놨으니 알아서 가져가고."
희재의 말에 주차관리요원이 방긋 웃었다.
그가 뭐하는 사람인 줄 몰랐지만, 씀씀이가 큰 인물이었다.
발렛파킹은 업장에서 제공하는 기본 서비스인데도 불구하고, 늘 10만원 정도의 현금을 매번 팁으로 주었다.
"넵, 안전히 주차해 놓겠습니다."
"아, 그리고 좀이따 여자 손님 하나가 찾아올 건데, 나를 찾으면 특실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안내 좀 부탁해."
"알겠습니다!"
희재가 술집에 들어가자 곱게 한복을 차려입은 마담이 반색하며 그를 반겼다.
"사장님! 어쩐일로 연락도 미리 안 주시고···."
"특실 있지?"
"없어도 사장님한테는 내드려야죠. 설마 혼자 오셨나요?"
"아니 조금있다 한 명 더 오기로 했어."
"그럼 아가씨는 두명···."
"아니. 여자 손님 올 거니까, 굳이 필요없어. 술이랑 안주는 늘 먹던 것으로 부탁해."
"여부가 있겠어요, 바로 한 상 차려 올릴게요."
마담은 비굴할 정도로 머리를 조아렸다.
이곳에 드나드는 손님들이 대부분 정관계의 유력자들이긴 했지만, 누구도 김희재처럼 돈을 펑펑 쓰는 사람은 없었다. 그는 하룻밤 술값으로 몇천도 아무렇지 않게 지불하는 큰손이었던 것이다.
일본식 다다미 방처럼 꾸며진 특실에 들어간 희재는 외투를 옷걸이에 걸어두고 핸드폰으로 계속 자료를 확인했다.
'그나저나 죽은 남편만 짠하게 됐군.'
재판 기록을 계속 훑어 볼수록, 최지안이라는 여성보다 이정우라는 죽은 남편이 불쌍하게 느껴지는 희재였다. 내친김에 죽은 이 정우의 기록까지 쭉 살폈는데,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뛰어난 인물이었다.
'미국에서 유학도 했었구나. 나이도 나라아 동갑인데 비슷한 시기에 미국에 있었겠는데.'
실리콘 벨리에서 오래 근무했던 희재는 점점 죽은 정우에게 관심이 생겼다. 한국에서 유학간 학생들이, 외국에서 만나 쉽게 친해지는 것처럼 같은 경험을 공유한 동갑내기 이정우에게 묘한 동질감을 느낀 것이다.
'근데, 이치도 나랑 같았네. 바람기 많은 마누라 만나서 패가망신 한 게.'
희재가 정우에게 유독 관심을 보인 이유는 다름이 아니었다.
전 마누라가 난교 클럽을 드나들다 걸려서 이혼한 것처럼, 이정우 역시 바람기 많은 마누라의 불륜남에게 집에서 칼을 맞고 죽은 것이다.
'원통해서 어떻게 눈을 감겠어? 이렇게 허무하게 인생이 끝나 버리면.'
마침 상차림이 나오자 희재는 고급스러운 잔에 술을 따르며 죽은 이정우를 위해 추모했다.
'이젠 걱정 말라고 친구. 자네 마누라는 내가 죽고 싶을 만큼 실컷 돌려 줄테니.'
희재가 씩 웃으며 술잔을 들이키는데, 마담이 직접 미닫이 문을 열며 들어왔다.
"사장님. 손님이 찾아오셨는데요."
"응, 들어오라고 해."
"실례하겠습니다."
마담의 안내를 받아 최지안이 모습을 드러냈다.
급작스럽게 외출을 하느라 머리를 못 말렸는지, 살짝 젖은 머리카락이 유독 섹시해 보이는 여성이었다.
마당 역시 한 때 미인 대회에 입상했을 정도로 빼어난 미모를 자랑했지만, 최지안 또한 옆에 서 있는데도 조금도 꿀리지 않았다. 오히려 마담보다 살짝 어려보였기 때문에 미모에 물이 올랐다고 과언이 아니었다.
문서로만 개인 정보를 확인했던 김희재는 최지안의 실물을 보고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와우, 저 여자가 정말 최윤하, 아니 최지안이라고? 헐, 나참.'
"앉으시죠. 음식은 방금 나왔습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아까 통화한 최지안입니다."
"마담은 이만 나가봐요."
"네, 즐거운 시간 되셔요. 필요한 거 있으면 언제든 부르시고요."
마담이 나가자 지안은 바짝 긴장한 표정으로 방석에 앉았다.
그녀 역시 들어오는 입구에서부터 이곳이 최고급 요정이라는 걸 알아치린 모양이었다. 정원을 꾸미고 있는 각종 분재와 연못만 보아도 조경에 수십억을 때려부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아참, 제 소개가 늦었군요. 저는 로얄 클럽을 운영하는 김희재라고 합니다."
"네."
지안이 살짝 불안한 표정으로 주변을 살폈다.
용기내서 만나러 오긴 했지만, 새벽 2시가 넘은 시간에 처음보는 남자와 술자리를 갖는다는 게 긴장되는 모양이었다. 심지어 상대는 국내에서 가장 유명한 난교 클럽의 운영자. 떨리지 않는 게 이상했다.
그녀의 불안은 눈치 챈 김희재가 껄껄 웃으며 술을 권했다.
"긴장 푸셔도 됩니다. 이곳은 국회의원이나 장관들도 자주 드나드는 곳입니다. 보안이나 안전에 대해서는 전혀 신경쓰실 필요 없습니다."
"아···."
"술은 좀 드시나요?"
"적당히···."
"그래요. 그럼 한 잔 받아요. 굳이 다 안 마셔도 됩니다. 저도 딱히 좋아하진 않거든요."
"네."
지안이 술잔을 받더니 고개를 돌려 살짝 음미하고는 곧바로 잔을 내렸다.
'내 앞에서 내숭 떠는 건가? 제발로 클럽을 찾아온 주제에 의외로 긴장하는 군.'
단둘이 앉은 술자리에서 김희재가 최지안의 외모를 자세히 살폈다.
서른 네살이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굉장한 미인이었다.
신상을 미리 캐지 않았다면 20대 중후반의 아가씨라고 해도 믿을 정도였다. 누가 그녀를 애 딸린 미망인으로 본단 말인가?
'흐음. 이정우가 어째서 도축을 당했는지 이제 이해가 되는군.
공부만 죽어라 했던 순진한 머리로는, 저 미모에 정신을 못 차렸을 거야.'
"그래, 우리 클럽에 가입하고 싶으시다고."
"네."
"저희가 면접을 깐깐히 보는 건 들으셨나요?"
"아뇨, 저는 그냥 친구 아는 사람의 소개로···."
"그렇군요. 아시다시피, 이런 비밀 클럽들은 보안유지가 생명입니다. 그래서 신원이 확실한 사람만 받는 편이고요. 왜, 몇년 전 크게 언론에 터진 사건은 들어 보셨죠? 블랙클럽이라고."
"네, 대충은요."
"그때 회원 신상이 인터넷에 다 뿌려지는 바람에, 당시 클럽에 속해 있던 사람들 전부 패가망신 했습니다. 한국에서 제대로 살수도 없어서 이민가신 분도 많고요."
희재는 본인이 벌인 일이었음에도 전혀 상관없는 일이라는 것처럼 태연하게 말했다.
"해서 저희는 기본적으로 회원 되실 분의 신상을 철저하게 조사합니다. 이에 동의하시면 계속 가입을 진행하도록 하고, 불편하시면 식사만 하시고 돌아가셔도 됩니다."
"아···."
"제가 여기 단골인데, 식사가 참 괜찮습니다."
"잠시만 고민을···."
"네네, 편히 결정하세요. 쉬운 결정이 아니란 건 잘 알고 있습니다. 다만 한가지 확실한 부분은, 저는 절대 저희 회원이 우리 클럽 때문에 문제가 될만한 일을 만들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네, 되게 유명하다고 들었어요. 이쪽 분야에선···."
"비교 대상이 없죠. 국내에선 저희가 탑입니다."
"네."
고민에 빠진 최지안이 불쑥 들고온 백을 열더니 전자담배를 꺼냈다.
"담배 한대만 피워도 될까요?"
"얼마든지."
점점 긴장이 풀려가는 지안을 보며 희재가 속으로 씨익 웃었다.
'재밌네. 아주 참신하게 미친년이야. 데리고 노는 재미가 있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