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59. 구원회-64-
'걸려들었군.'
도훈이 속으로 씩 웃으며 모르는 척 대답했다.
"대, 대가라면 무엇을···."
"잘 생각해봐요. 두 사람의 비행을 우리가 덮어주는 대가로 그쪽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게 무엇일지."
흑두녀는 노골적으로 도훈의 대물을 쳐다보는 중이었다.
도훈의 물건은 처음보다 살짝 발기가 풀린 상태였지만, 반쯤 꼴린 채 덜렁거리는 살덩이가 유난히도 예뻐보였다. 도훈의 잦이는 크기보다 모양이 더 눈에 띄는 편으로, 성교육 교보재에나 나올 법한 이상적인 형태를 그리고 있었다.
밑둥보다 위가 살짝 두꺼운 비대칭적인 야구방망이형 외형에, 표피에는 스테로이드를 꼽은 헬창처럼 핏대가 울긋불긋 돋아나 있었다.
그에 비해 유선형으로 잘빠진 귀두는 잡티 하나 없이 매끈하여 잘 깎은 옥구슬처럼 번들거렸다.
흑두녀가 도훈의 잦이를 탐내며 침을 꼴깍 삼키는 모습을 보면서도 도훈이 일부러 딴소리를 했다.
"혹시 제가 가진 달란트라도···."
"뭐라고요? 어이가 없네 진짜? 우릴 남의 약점을 빌미삼아 삥뜯는 양아치로 본 거예요? 정말 무례하군요."
"죄, 죄송합니다. 제가 실언했습니다."
흑두녀가 팔짱을 끼우며 다리를 꼬더니 고개숙인 도훈을 훈계 하듯 다그쳤다.
"이봐요. 솔직히 우린 그쪽이 아니라 승아가 걱정돼서 그런 거라고요. 이대로면 승아가 어떤 처분을 받게 될 지 뻔히 아니까."
"맞아, 맞아. 이게 다 승아를 위해선데."
"그럼 제가 어떤 식으로···."
흑두녀가 잠시 미간을 찡그리더니 뭔가 아이디어를 찾아낸 것처럼 말했다.
"좋은 방법이 하나 있어요."
"뭐죠?"
"우리도 공범으로 만들어요."
"네?"
"지금 목격자가 셋이잖아요. 서로 비밀을 지키겠다고 약속해도 나중에 누가 뒤통수 쳐버리면 신고를 안한 사람 또한 함께 처벌받는단 말이에요. 그게 불안해서 다들 고민하는 거고요."
"아."
"그러니까, 서로 배신하지 못하도록 우리도 승아와 같은 공범으로 만들어 달라는 거죠. 그럼 나중에 배신 못 할테니까요."
"역시 수빈이는 똑똑해. 어쩜 그런 생각을 했어?"
"아무리 생각해도 해결책이 이것밖에 없겠더라고."
두 사람은 마치 서로 짜고 치는 것 같았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도훈은 어이가 없었다.
'뻔뻔하기 짝이 없군. 봤지? 둘 다 의기투합해서 나 한 번 벗겨 먹으려고 달려드는 거.'
[말로는 승아양을 위해서라고 하지만, 결국엔 사리사욕을 채우겠다는 속셈이군요.]
'차라리 잘 됐어. 저 쪽에서 먼저 제안했으니 나는 마지 못한 척 받아주면 그만이야.'
그때 문이 열린 습식 사우나실로 나머지 한 명도 마저 들어왔다. 승아를 돌보던 또다른 수호천사였다.
"승아는 탈진한 것 같아서 밖에 데려다 놨어. 크게 이상은 없는 것 같아. 그나저나 어떻게 됐어?"
수빈이라 불린 흑두녀가 새로 합류한 동료에게 내용을 정리해 다시 설명했다. 세 사람은 서로 눈빛을 교환하더니, 그것이 자신들에게 가장 이득이라고 생각했던지 곧 의기투합했다.
"들어보니 가장 현명한 해결책이네."
"그치, 그치?"
"자, 그럼 얼른 대답해요. 그쪽도 승아를 지키고 싶다면 저희 말대로 하는 게 좋을 걸요?"
"저는···."
[남의 약점을 빌미 삼아 협박이나 일삼는 양아치들인데 그냥 기억을 싹 날려 버리면 안 됩니까?]
'안 돼. 이미 10분 지나서 상황만 복잡해져. 내 입장에선 손해볼 건 없는 조건이니 마지못해 승낙하는 척 하는게 최선이야.'
결심을 굳힌 도훈이 진중한 표정으로 세 사람을 향해 말했다.
"알겠습니다. 시키는대로 따르겠습니다."
"흥. 말로만 하는 걸 누가 믿어요?"
"맞아. 증거를 남겨야지."
"증거라뇨?"
"하연아 폰 들고 왔지?"
"응."
맨 처음 엉덩방아를 찧고 넘어진 여자가 손에 쥔 스마트폰을 내밀었다.
도훈은 목욕탕에 들어오면서 폰을 들고오는 것을 보고 어이가 없었다.
'미친. 어떻게 목욕하는데 폰을 들고 올 생각을···.'
[어차피 요샌 다 방수되는 거 아닙니까?]
'응?'
[네. 물에 빠져도 방수가 되니까 목욕탕에서 스마트폰을 쓰는 것이 이상하진 않을 것 같은데요.]
'아니, 그거야 그렇지만 여긴 공공 시설이잖아. 다들 홀딱 벗고 있는데 스마트폰을 안까지 들고 오는건 좀···.'
[일반 손님이 아니라 모두 같은 구원회 신자라 가능한 게 아닐까요? 아니면 그녀가 맡은 일이 24시간 전화대기를 해야 하는 일이라서 손에서 폰을 떼놓지 못하는 걸수도 있고요.]
'하긴 그렇군.'
하연이라는 여자가 폰 카메라를 들더니 도훈과 나머지 두 여신 도를 번갈아 녹화했다.
"다시 말해봐요. 우리한테 약속한 내용을."
"승아의 잘못을 덮어주는 대가로 제가 여기 계신 세 분꼐 봉사하겠습니다."
"봉사가 아니고, 공범이 되는 거라고요, 공범."
"맞아. 우리도 딱히 좋아서 하는 건 아니라는 걸 알아줬음 좋겠어요.."
하지만 그렇게 변명하는 여자조차 도훈의 잦이를 탐나는 듯 쳐다보았다. 도훈은 졸지에 양아치 3명에게 육보시를 약속한 꼴이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다음에 시간을···."
"뭐라고요?"
"지금 가겠다고요? 도망치는 거예요?"
"아니 밖에 승아가 쓰러져 있다니까 걱정돼서···."
"승아는 걱정하지 마요. 제가 밖에 소파에 잘 눕혀두고 가운도 덮어주고 왔으니까."
"그래요. 그쪽이 누군지도 모르는데, 뭘 믿고 그냥 보내줘요? 이름이 뭐죠?"
"이···, 박민용입니다."
"민용?"
"소속은요?"
"청년부 성기사단···."
입단 준비 중이란 설명을 덧붙이려던 도훈은, 괜히 그 말을 하는 것이 불리할 수 있다는 생각에 말을 멈췄다. 그때 다른 여자가 손뼉을 치며 말했다.
"맞지? 내가 성기사단 이라 그랬잖아. 난 딱 보고 알았다니까?"
"근데 성기사단 맞아요? 왜 교회에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거 같지?"
"신입이라···."
"흐음. 신입 성기사단이 단장 몰래 단장의 비서와 밀회를 즐긴다라···. 그것도 외설 행위 절대 금지라는 공공 목욕탕에서···.
승아, 걔 그렇게 안 봤는데."
"원래 얌전한 고양이가 부뚜막에 먼저 오른다잖아."
"솔직히 승아가 얌전한 편은 아니지. 너희들도 다 알잖아. 승아가 진급하기 위해서 얼마나 열심히 청년부 예배를 참석했는지."
"호호호."
세 사람은 서로 대화를 나누는 척 하면서 은근슬쩍 승아를 디스했다.
그녀가 보기보다 좋은 여자가 아니고, 지저분한 과거가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내용이었다.
도훈은 어이가 없었다.
'똥 묻은 년들이 겨 묻은 년을 매도하네. 하여간 여자들의 시기 심이란.'
[근데, 여신도들이 주인님에게 딜을 걸지 어떻게 아셨습니까?]
'나도 통할 줄은 몰랐지. 다만 망각의 라이터라는 보험이 있으니, 그거 믿고 질러 본 거지.'
[운이 좋으신 거군요.]
'운도 있지만, 어느정도 예측 가능한 부분도 있었지.'
[예측 가능한 부분이요?]
'이곳의 젊은 여자들은 진급을 할 수록 섹스할 기회가 줄어드는 구조야.'
[그야 그렇겠죠. 아무래도 가장 낮은 엔젤 등급일 때 청년부에 속해서 난교를 담당하니까요.]
'그렇지. 그리고 수호천사로 진급을 하게되면, 승아처럼 집사나 권사급의 애첩으로 활동하는 거지. 싸구려 창기에서, 권력자의 애첩이 되는 꼴인데, 막상 섹스 빈도수는 현저히 줄어든단 말이야.'
[호오.]
'근데 사람 몸이라는 게 한 번 몸에 각인되면 쉽게 안 바뀐단 말이야. 세살 버릇 여든 간다는 말처럼 나쁜 습관을 고치려면 배는 힘들어. 그래서 몸 팔던 여자들이 결혼해서도 바람기를 쉽게 못버리잖아. 아무리 안정된 생활을 하더라도, 뒤로는 질펀하게 놀았던 젊은 시절을 계속 그리워 한다는 소리야.'
[그럼 수호천사들 대부분 원하는 만큼 성욕을 못 채우고 있다는 의민가요?]
'나는 그럴거라고 생각했어. 가장 섹스를 좋아하는 여자들을 뽑아 진급시켜 놓고, 막상 섹스할 기회는 팍 줄여 버리는 거야. 그럼 어떻게 되겠어?'
[욕구불만이 쌓이겠군요.]
'맞아. 성수는 매주 보급되는데 해소가 안 된 성욕을 풀 데도 없잖아. 여긴 공식적인 연애를 하기 위해선 허락이 필요하니까. 근데 그렇게 봇물이 터지기 직전의 여자들이 우연히 섹파로 삼을 수 있는 먹잇감을 발견했다고 생각해보라고.'
[듣고보니 충분히 일리가 있는 추측입니다. 꼭 운은 아니었군요.]
'그렇지. 내 생각인데 오히려 수호천사들이 훨씬 공략하기 쉬운 대상일지도 몰라. 특히 상대가 절대 외부에 발설할 수 없는 입장이라면 더더욱.'
"그럼 이만 가봐도 될까요?"
"흥. 오늘은 승아도 있으니 그냥 보내줄게. 대신 여기에 연락처찍어 놓고 가."
도훈이 폰에 대포폰 번호를 남겨놓고 사우나를 빠져나왔다.
* * *
"으으, 어떻게 된 거야? 여긴 어디야?"
"정신 차렸어? 탈의실이야. 갑자기 네가 쓰러져서 데리고 나왔어."
"아아, 설마 나 기절했었어?"
"응."
"으, 으 엉치뼈가 조금 아픈 것 같은데."
승아는 들박 자세에서 그대로 바닥에 내동댕이 쳐졌기 때문에 엉덩이가 아팠다. 점점 기억이 살아나는지 승아가 도훈에게 물었다.
"맞다. 나 하연이 만났었는데?"
"응? 하연이?"
"나랑 같이 수호천사 된 동기 언니 말이야. 아까 나 여기에 데려다 줬었어. 어떻게 된거야?"
도훈은 그녀의 기억이 흐릿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대충 둘러댔다.
"실은 갑자기 욕탕 안으로 다른 신도들이 들어와서, 널 내려주고 나 혼자 사우나로 달려가 숨었어."
"숨었다니?"
"들키면 큰일 날 것 같아서 일부러 모르는 척 하려고. 근데 승아 네가 정신을 잃었을 줄은 몰랐어. 언제 그렇게 된 거야?"
"몰라. 정신이 막 오락가락 하는 중에 어느 순간 필름이 끊겨버렸거든. 깨어나보니 하연이 언니가 날 부축해서 여기에 데려다 주더라고."
"혹시 샤워하다가 현기증나서 기절했다고 생각하는 걸까?"
"그런가봐. 으으, 이게 다 민용이 너 때문이잖아."
"미안. 나도 너무 갑작스러워서."
도훈은 승아가 목욕탕에서 있었던 일을 제대로 기억 못하는 걸 보고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일단 참회방으로 가야할 것 같아. 잘못하면 약속 시간에 늦겠어."
"헉! 지금 몇시야?"
"한 시간 정도 지났어."
"얼른 올라가자. 늦으면 큰일이야."
시간을 확인한 승아가 서둘러 몸을 일으켰다.
그녀는 도훈에게 일전처럼 가운을 입히고 계단을 올라 참회방으로 안내했다.
도훈을 지정된 방으로 안내하면서 승아가 아쉬운 표정으로 말했다.
"아까 하다 만 건 나중에 꼭 돌려 받을 거야. 까먹지 마."
"알았어."
"그리고 이번엔 꼭 테스트 통과해야해? 떨어지면 가만 안 둘 거야."
"알았다니까."
승아는 더 이상 지분대지 않고 물러났다.
권미숙과 접선할 시간이 임박했기 때문에, 예전처럼 참회방으로 따라 들어오지도 않았다.
방으로 들어간 도훈은 이전과 뭔가 분위기가 다르다는 걸 깨달았다.
일전에는 타이마사지 시설처럼 바닥에 매트리스만 깔린 조그만 방이었다면, 이번에는 크기도 두배나 넓었고 킹사이즈의 침대까지 놓여있었다.
'어이구, 여긴 아주 떡치려고 작정해서 만든 곳이네.'
[주인님. 그나저나 괜찮으시겠습니까? 미숙을 상대하시려면 내공을 최대한 보존해놔야 했는데···.]
'어떻게든 버텨 봐야지. 남은 내공은 얼마나 돼? 커져라 여의봉을 얼마나 유지할 수 있지?'
[이전처럼 풀발기 상태라면 길어야 1시간 입니다.]
'한시간? 그걸론 턱도 없는데? 한 시간으론 미숙을 만족시키지 못할 걸?'
[풀발기라서 어쩔 수 없습니다. 실제 사이즈보다 무려 6cm나 더 늘리기 때문에 몸이 못 버팁니다.]
'하아. 어떻게 하지? 진짜 성수라도 먹여야 하나?'
[성수요?]
'양 권사가 그랬잖아. 원액을 먹이면, 뽕 맞은 것처럼 뻑간다고.'
[하지만 미숙에게 먹이려면 주인님도 마셔야 할텐데요?]
'어쩔 수 없지. 나도 이 상태론 미숙을 감당하기 어려우니까.'
[너무 위험합니다. 장만석의 성수는 일반적인 아이템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독약이나 마찬가집니다.]
'독약도 잘만 쓰면 보약이 되는 거야. 어차피 둘은 한 끗 차이니까.'
[하아. 정말 이렇게까지 하셔야 하는지···.]
'대어를 낚으려면 미끼도 큰 놈을 써야 하는 법이니까. 이번엔 내가 스스로 미끼가 되겠어.'
도훈이 그렇게 결심을 하고 있는데, 문이 열리며 미숙이 들어왔다.
검은색 후드 가운을 걸친 미숙은, 미리 방에서 기다리고 있던 도훈을 보더니 입꼬리를 올리며 비릿하게 웃었다.
"또 만나는 구나? 귀염둥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