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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물로 태어나게 해주세요-1858화 (1,838/2,000)

1858. 구원회-63-

[주, 주인님 큰일입니다!]

'왜?' 도훈은 다른 여신도들이 들어온 상황에서도 들박을 멈추지 않았다.

사실 그는 사람들이 탕에 들어오는 것도 전혀 모르고 있었는데, 욕탕의 구조상 바깥과 안이 서로 완전히 차단되어 바깥의 발소리가 전혀 안 들렸던 탓이었다.

그의 청각이 인간을 뛰어넘는 초인의 수준이긴 했지만, 의식적으로 집중하지 않는 한 주변의 모든 소리를 청음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팟팟팟!

로시의 경고에 뒤늦게 사태를 깨달은 도훈이 그제야 동작을 멈추었다. 하지만 이미 여신도 셋은 샤워실 구석에서 떡을 치던 도훈과 승아를 목격한 뒤였다. 직접 봤다기 보다는, 샤워실에 설치된 거울이 반사를 거듭하면서 딱 걸리고 만 것이다.

"저, 저게 뭐야?"

"헉! 설마 욕탕 안에서?"

"세상에, 완전 할렐루야다!"

여신도들이 까무러치게 놀라는 사이 도훈이 급히 승아를 바닥으로 내려주었다. 하지만 승아는 이미 정신줄을 놓고 있었기 때문에, 제대로 일어서지도 못하고 바닥으로 주저앉을 뿐이었다.

기진맥진한 상태로 정신을 못 차리는 승아의 상태를 목도한 여신도 중 한 명이 끔찍한 상상을 입밖으로 쏟아내고 말았다.

"뭐야? 서, 설마 성폭행?"

"꺄, 꺄악!"

"어, 얼른 신고를!"

혼비백산하며 패닉에 빠진 여신도들을 보며 도훈은 일이 그르쳤음을 직감했다.

'좆됐다! 왜 늦게 알려준 거야!'

[아니, 제가 목욕탕 밖의 상황을 보지도 않고 어떻게 압니까?

오히려 주인님이 방심하신 것 아닙니까? 충분히 발소리를 들을 수 있었을 텐데요.]

'내가 무슨 소머즈 귀라도 가진 줄 알아? 습도 때문에 안에서 소리가 크게 울리는 바람에 바깥소리가 하나도 안 들렸단 말이야!'

도훈은 억울할 뿐이었다.

차라리 일반적인 장소였다면, 발소리나 사람들의 목소리를 어렴풋이라도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목욕탕은 실내 온도 유지를 위해, 두꺼운 유리문으로 바깥을 차단하고 있었기 때문에 상당한 수준으로 차음이 된 상태였다.

그 와중에 신나게 떡을 치는 소리가 습도가 높은 공간의 특성상평소보다 크게 울렸는데, 오히려 그 때문에 에코가 발생해서 도훈의 예민한 청력에 훼방을 놓은 꼴이었다.

'아씨, 하필. 이 타이밍에.'

[어떻게든 수습하셔야 합니다. 목욕탕에서 여신도와 떡 친 사실이 구원회에 알려지면, 주인님의 내부 잠입 계획은 수포로 돌아갈 겁니다.]

도훈은 실신 상태에 빠진 승아를 뒤로하고 급하게 여신도들을 향해 뛰어갔다. 건장한 체격의 도훈이 멀리서 달려오는 모습은, 여신도들을 겁에 질리기 하기에 충분했다.

특히 그를 강간범으로 오해하고 있는 상황에서, 아직 발기가 풀리지도 않은 잦이를 달랑거리고 자신들에게 뛰어오는 모습은 공포스럽기 짝이 없었다.

"이, 이쪽으로 오고 있어!"

"도망쳐!"

"꺄악!"

혼비백산한 여신도들이 도훈을 피해 뿔뿔히 흩어지던 중 한 명이 젖은 바닥에 미끄러졌다.

쿵-!

도훈은 젖은 맨발로도 충분히 땅바닥과 같은 접지력을 유지할 수 있었지만, 평범한 사람에겐 목욕탕에서 뛰는 행동 자체가 무척이나 위험했던 것.

동료가 엉덩방아를 찧고 넘어지자 달아나던 다른 여신도들도 어쩔 수 없이 그녀를 버리고 갈 수 없어 멈춰섰다. 그 사이 도훈이 세 사람을 향해 소리쳤다.

"잠시만요. 제 말 좀 들어보세요. 오햅니다! 설명해 드릴게요!"

멀리서 볼 땐 영락없는 강간마로 보였던 도훈이었지만, 막상 가까이서 보니 흉악범처럼 보이진 않았다. 오히려 정중한 말투와 적당한 거리를 두고 멈춰선 태도를 봐선 위협할 목적으로 다가온 것 같지 않았다.

셋 중 가장 용기있는 여신도가 도훈을 향해 따졌다.

"뭐가 오해라는 거죠? 저희가 똑똑히 봤어요."

"그러니까요. 절대 성폭행 같은 게 아니었어요. 저흰···."

도훈이 우물쭈물하며 쓰러져있던 승아쪽을 가리켰다. 그녀는 들박의 후유증 때문인지 좀처럼 일어나지 못했다.

"그러니까 이건···."

"됐어요. 변명하지 마요. 성폭행이 아니라, 둘이 좋아서 했다고 해도 이건 큰 문제예요. 당장 관리하는 집사님께 보고하겠어요."

"맞아. 대체, 교회를 뭘로 보고."

겁을 먹었던 여신도들은 도훈의 예의바른 태도를 보고 다소 진정된 모습이었지만, 어쨌든 두 사람이 일으킨 잘못을 덮어줄 생각은 없어 보였다.

도훈이 비굴한 표정으로 애원했다.

"제발 한 번만 모른 척 해주시면 안 될까요? 저흰 그냥 사랑한죄 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공용 목욕탕에 와서 겁도 없이 그런 짓을 벌인단 말이에요?"

"참나. 어이가 없네."

여신도들은 처음엔 너무 놀라 도훈을 제대로 관찰하지 못했는 데, 보면 볼수록 그의 몸매가 상당히 좋다는 걸 깨달았다. 그의 현재 몸은 미스터 국성에 출전했을 때보다 사이즈가 줄어 있었는데, 공시생 박민용으로 변신하기 위해 일부러 축골공으로 바짝 압축한 상태였다.

오히려 커다란 근육질의 몸보다 선호도가 높은 몸매였기 때문에 여신도들도 슬슬 도훈에게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뭐야? 잦이가 뭐 저렇게 크담?'

'세상에. 혹시 성기사단 소속인가?'

그때 다른 여신도 한명이 바닥에 쓰러져 있던 승아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가까이 다가가더니 그녀의 얼굴을 알아보고 깜짝 놀랐다.

"조승아? 헉! 승아잖아?"

"뭐라고?"

다들 승아를 아는 눈치였는지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소리쳤다.

도훈은 이 사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머릴 굴리기 시작했다.

[여신도 셋이 승아양과 구면인 모양인데요?]

'어쩜 이걸 이용하면 인정에 호소해 볼수도 있겠는데.'

[네?]

'아무리 법도가 엄격해도, 사람끼리의 정을 무시할 순 없는 거거든. 그녀가 제발 동료들에게 평소 잘했기를 기도하는 수밖에.'

"승아를 아시나요?"

"왜 몰라? 합숙소 옆 방 동기인데."

"우린 승아랑 같이 수호천사에 승급된 동기들이야."

"아···."

도훈과 몰래 떡을 친 사람이 승아라는 사실을 알게 된 다음부터 여자들의 태도가 좀 더 호의적으로 변했다. 당장 달려가 신고를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던 여자들이 도훈의 이야기를 듣기로 한 것이었다.

"으음, 일단 승아한테 얘기를 들어봐야 할 것 같으니까, 넌 거기 꼼짝말고 있어."

"넵."

도훈은 꼴린 잦이를 두 손으로 가린 채 우스꽝스러운 자세로 서 있었다. 여신도들은 쓰러진 승아를 부축해 일으켜 세우면서 서로 떠들었다.

"정말로 승아가 만나던 남자일까?"

"승아는 양 권사님 비서잖아. 근데 몰래 다른 남자를 사귄다고?"

"아까 봤지? 거기 엄청 큰 거. 양 권사님이 성기사단 단장이잖아. 어쩌면 양 권사님 밑에서 일하던 성기사단이랑 눈이 맞은 걸지도 몰라."

"세상에···."

그 추측은 무척이나 설득력있는 의견이었기 때문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얘는 왜 이렇게 축 늘어져 있어?"

"완전히 맛이 간 것 같은데?"

세 사람은 승아를 일으켜 세우면서도 그녀의 상태가 극한의 절 정 상태에서 혼절한 것과 같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증거로 봊이 구멍이 붕어 입처럼 뻐금거리고 있었는데, 이는 강력한 오르가 슴 상태에서 질경련을 일으키는 것이었다.

"하아, 상태가 심상치 않은데?"

"대체 얼마나 심하게 해버렸길래···."

세 사람은 모두 수호천사들이었기 때문에, 섹스에 대해서라면 다들 이골이 난 전문가들이었다. 따라서 승아가 성폭행을 당했다 기보다, 절정을 거듭하다 정신을 잃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이것이 얼마나 드문 일인지도.

'세상에. 승아를 완전히 보내버렸어.'

'정말로 성기사단 출신인가?'

한 명이 승아를 돌보는 사이 다른 두 사람이 벌서는 것처럼 서 있는 도훈에게 다가갔다.

"저희랑 얘기 좀 하죠?"

"네, 넵."

"사우나 실로 따라 오세요."

욕탕으로 다른 신도가 들어올 수도 있었기 때문에, 세 사람은 습식 사우나실로 자리를 옮겼다. 습식 사우나는 건식 사우나에 비해 온도가 낮았기 때문에, 문을 살짝 열어 놓는 것으로 견디기가 훨씬 수월했다.

두 여자는 자리에 앉았고, 도훈은 벌 서는 것처럼 두 사람 앞에선 자세였다.

"승아하곤 정확히 무슨 관계죠?"

"그, 그게···."

"똑바로 대답해요. 지금 우리가 승아를 봐서 바로 신고 안하고 참고 있는 거니까."

"파트넙니다."

"아···."

"어쩐지. 정식으로 사귀는 건 아닐거라고 예상은 했어요."

도훈은 꾸중을 듣는 것처럼 열중 쉬어 자세로 서 있었는데, 두 사람 앞에서 바짝 저자세를 취한다는 명분과 더불어 일부러 그들 앞에서 대물을 과시하려는 의도도 있었다.

도훈의 계획대로 두 사람은 얘기를 하면서 도훈의 얼굴을 쳐다보는 게 아니라 자꾸 시선이 대물에 머물러 있었다. 앉은 자세에서 서 있는 도훈을 쳐다보는 위치였기 때문에 시선의 정면에 그의 대물이 위치할 수 밖에 없었다.

[뭐하시는 겁니까?]

'유혹하는 중이지.'

[유혹이요?]

'대충 들어보니 승아와 같은 수호천사들이잖아.'

[그게 어째서요?]

'섹스라면 질릴만큼 실컷 해본 여자들이란 거잖아. 그리고 승급한 이상 지금은 다들 승아처럼 높은 직위의 사제들에게 배속돼서 좆물받이나 하고 있을 거란 말이지.'

[아···.]

'그런 그녀들에게 일부러 섹스어필을 하는 거야. 입을 닫는 대가로 다른 걸 줄 수 있다는 거래를 제안하는 거지.'

[주인님의 계획이 먹힐까요? 그냥 레드썬을 하는 것이 더 빠를 것 같은데요?]

레드썬이란 도훈이 가진 망각의 라이터를 의미하는 은어였다.

직전 10분간의 기억을 송두리째 지우는 아이템을 이용해, 그들에게 목격된 기억을 날려버리자는 의미였다.

'그건 최후의 수단이야. 안 그래도 아까부터 시간을 카운트 하고 있었거든. 3분안에 원하는 결과를 못 얻으면 그냥 싹 다 기억을 날려버리려고.'

[손 쉬운 해결책을 두고 굳이 모험을 감수하시는 이유라도?]

'내 편을 더 만드는 거지. 일종의 포섭작전이야. 승아 한 명 보다, 승아와 비슷한 수호천사 셋을 내 편으로 끌어 들일 수 있는 기회니까. 승산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시도해 보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어차피 보험은 들어 있어.'

[어느새 거기까지 생각하셨단 말씀입니까?]

'세 사람이 승아와 구면이라는 사실을 알고 나서 순간적으로 떠올린 거야. 잘하면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겠다 싶어서.'

[역시 주인님은 임기응변이 능하시군요.]

"지금 얼마나 위험한 짓을 한 건지 알고 있죠? 신도들끼리는 사적으로 따로 만나면 안되는 거 몰라요?"

"···죄송합니다."

"당연히 죄송해야죠. 저흰 솔직히 이름도 모르는 그쪽이 어떻게 되든 신경 안써요. 잘못을 했으면 응당한 처벌을 받는 게 당연한 거니까. 하지만 까딱하면 승아까지···."

"지금 승아가 얼마나 곤란한 처지에 놓였는지 알긴 해요? 고생고생해서 수호천사까지 올랐는데 이번 사건으로 강등 당할지도 모른다고요."

"강등정도면 다행이게? 탈회라도 당하게 되면···."

"어휴, 승아 불쌍해서 어떻게 해?"

두 사람은 서로 짜맞춘 각본처럼 티키타카를 하며 도훈을 압박했다. 도훈은 속으로 계속 시간을 재면서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제안을 건넸다.

"···죄송합니다. 이번 한 번만 눈감아 주시면 제가 어떻게든 보답해드리겠습니다."

"흐음, 눈 감는다라."

"없던 일로 하고 넘어가기엔 너무 일이 큰데···."

두 사람은 서로를 쳐다보면서 계속 눈빛을 교환했다. 그 사이 도훈도 둘의 몸을 곁눈질로 계속 살폈다.

목욕탕에 들어왔기 때문에 둘은 홀딱 벗고 있는 상태였다. 당연히 몸매가 고스란히 드러날 수 밖에 없었는데, 도훈 앞에서도 굳이 가릴 생각을 하지 않았다.

'몸매는 다들 훌륭하군.'

가장 인상적인 것은 수호천사라고 밝힌 다른 여신도들의 몸매였다. 승아도 대단했지만, 다들 못지않은 글래머들이었다. 마치 이 정도 기준이 아니면 수호천사에 못 오르는 것처럼 미모와 몸매가 빼어났다.

더불어, 구원회 신도 특유의 활발한 성욕까지도.

"아니면 이런 방법도 있긴 해."

"어떤 방법이요?"

도훈이 마지막 카운트를 세며 망각의 라이터를 꺼낼 준비를 했다. 만약 자신의 계획이 실패하면 고민할 필요도 없이 기억을 지워버릴 생각이었다.

그들의 입장에선 목욕탕에 들어오자마자 건식 사우나 실로 순간이동한 기분이겠지만, 어쨌든 모든 일을 없었던 것처럼 되돌릴 수 있었다.

일종의 타임슬립과도 같았다.

도훈이 긴장된 표정으로 두 사람을 쳐다보는데, 유난히 젖꼭지가 검은 흑두녀가 도훈을 먹음직스럽게 쳐다보며 말했다.

"···우리를 입막음시키는 대가를 그쪽이 때우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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