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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물로 태어나게 해주세요-1690화 (1,670/2,000)

1690. 빌드 업-25-

"아···. 네."

한결이 핀잔을 주자 준후가 도훈을 대신해 변명했다.

"어이고, 그게 형님이 할 소린 아니지. 우리 박스 최연장자시면서. 서준아, 놀라지 마라. 한결이 형 저래 보여도 올해 서른 넘었다."

"뭘 넘어 새끼야? 딱 서른인데."

"아무튼 앞자리가 바뀌었잖아요. 이 판에서 서른이면 환갑이지."

준후는 한결과 친한 편인지 나이 차이에도 말을 편하게 했다. 도훈도 곧바로 한결의 동안을 칭찬했다.

"절대 그 나이로는 안 보이세요. 저랑 얼마 차이 안 나시는 줄 알았어요."

"까불기는. 아부하지마 새끼야. 나한테 잘 보여봐야 떨어질 것도 없으니까."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어려보인다는 말에 기분이 좋은지 한결이 도훈에게 담배를 건넸다.

"너도 필래?"

"정말요?"

"사양 마. 같은 선수끼린 그냥 동료라고 생각해.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어."

준후가 거들며 자신도 담배를 입에 물었다.

서로 맞담배를 피우며 한결이 다시 말했다.

"방금 해준 말 빈말 아니다. 내가 선수 생활 오래 뛰었잖아. 근데 지금 내 꼴을 봐라. 이게 정상적인 삶으로 보이냐? 나이가 서른인데 장가갈 돈을 모으긴커녕 마이낑만 삼천이다."

"에이, 형은 도박으로 다 꼬라박아서 그렇잖아요. 도박에 탕진만 안 했어도 경기도에 아파트도 장만했겠더먼."

"인마. 도박을 안 했어도 내가 어떻게 돈을 모았겠냐? 우리 같은 사람들이 어떻게 평범한 직장인처럼 저축하고 적금 들고 사느냐고. 하루 벌어 하루 사는 하루살이 인생인데."

"조언 새겨듣겠습니다."

"이런 일은 말이야. 시작부터 목표를 딱 정해놔야 해. 1년이면 1년, 1억이면 1억. 딱 목표치를 정해놓고 그게 충족되면 뒤도 돌아보지 말고 여길 떠. 그러면 무조건 성공한다."

"한결이 형 말 새겨들어. 다 자기가 실패해보고 해주는 말이니까. 원래 실패한 사람이 해주는 충고가 진짜배기라잖아."

"네."

"뭐, 사실 그게 될 사람이면 여기까지 안 기어들어 왔겠지. 막말로 우리는 겉만 화려한 인생 막장 아니냐? 크크크. 난 일용직 노동자랑 우리랑 차이점이 뭔가 싶던데."

자조적인 웃음을 짓던 한결이 담배를 비벼 끄더니 화장대 앞에 앉았다.

"샴푸하기 귀찮으니까 대충 고데기로 펴야겠다. 오늘 예약 콩순이라고?"

"네. 콩순이 누님입니다. 총 3명 온다고 했는데, 선수 한 명 더 지원해줘야 하는 거 아니에요?"

"마담은 뭐라는데?"

두 사람 대화를 듣던 도훈이 끼어들었다.

"방금 얘기하고 왔는데 저보고 형님들이랑 같이 들어가라던 데요?"

"엉? 신참 너랑?"

"너보고 콩순이 팀을 접대하라고?"

"네."

한결이 고데기로 머리를 펴며 말했다.

"야, 마담도 해도 너무하네. 아무리 신고식이라도 어떻게 신참을 콩순이 팀에 넣냐?"

"제가 마담 형한테 한 번 얘기해 볼까요? 초보는 감당 못 하지 싶은데."

"괜찮습니다. 저, 이 일 처음하는 거 아닙니다."

"서준이 너 경력 좀 있어?"

"네. 잠깐 일 했습니다. 서울은 아니고 지방에서."

"흠. 그래도 콩순이는 많이 버거울 걸. 걔들 단란에서 2차 뛰는 애들이야. 우리랑 같은 업종이라고. 같은 업종이 더 심한 거 알지?"

"네."

"아무리 손님들한테 받은 스트레스 우리한테 푼다고 하지만, 올때마다 하도 진상 피우는 바람에 나랑 한결이 형이 전담마크 중이야. 다른 선수들은 룸에 들어가는 것도 버거워해서."

"아···."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한데? 너 마담한테 잘못 보인 거 있냐?"

"잘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첫날이니까 너무 무리는 마. 힘든 거 시키면 내가 대충 무마할 테니까."

진상 전문 담당이라는 준후가 도훈을 위로했다. 도훈은 이 두 사람이 어째서 호빠 내에서 하빠리 취급받는지 알 것 같았다.

'물러 터졌네, 둘 다.'

[네?]

'무슨 일이든 독한 놈이 성공하는 거거든. 근데 저 둘을 보라고.

한 놈은 호빠 일을 왜 하냐고 말리고 있고, 또 한 놈은 자기가 대신 궂은 일을 맡겠다고 나서잖아. 쯧쯧. 내가 볼 땐 두 사람 다 이런 정글에서 살아남기엔 심지가 너무 여린 사람들같아.'

[그렇군요. 그래도 못된 사람은 아니라 다행입니다.]

'뭐, 어차피 나도 오늘 실력 발휘를 해야 태오한테 인정받을 테니 가만히 있을 순 없지만.'

"괜찮습니다. 저도 진상들 많이 상대해 봤습니다."

"아유, 말도 말라니까? 콩순이가 어째서 콩순이라고 부르는지 모르지? 설마 사람 이름이 콩순이겠냐?"

"모르겠습니다."

"룸에서 허구한 날, 콩 깐대서 콩순이야. 룸떡에 아주 미친년이라니까?"

"룸떡, 아···."

"아마 신참 너 보면 바로 벗겨 먹으려고 들걸?"

"그렇군요."

"어디나 마찬가지겠지만 원래 우리 가겐 룸 떡 금지야. 2차 가려면 원래 마담 통해야 해. 그러니까 혹시나 콩순이가 또 지랄하면 내가 말려볼게. 마담이랑 친분 있다고 몇 번 봐줬더니, 아주 가게 룰을 좆대로 어긴다니까?"

"말씀 감사합니다."

"새끼. 예의는 또 엄청 바르네. 얼굴은 에이슨데, 싸가지가 있어."

그때 고데기로 머리를 잡고 있던 한결이 도훈을 향해 말했다.

"저 새끼도 지금에야 그렇지 어차피 나중에 얼굴값 할걸? 너 나중에 가게 자리 잡으면 우리 모른 척 마라. 선수 땜빵 나면 불러주고."

"제가요?"

"새끼야. 우리 같은 하빠리가 무슨 수로 팁 많이 주는 손님방에 들어가겠어? 원님 덕에 나발 분다고, 너 같은 에이스가 한 번씩 꽂아줘야 구경이라도 해보는 거지."

"맞아. 한결이 형 말대로 나중에 잘 나가게 되면 우리 잊지 마라."

두 사람의 말에 도훈이 생각했다.

'어쩌면 저 두 사람은 이번 범죄랑은 상관이 없을지도 모르겠군.'

[제가 봐도 그렇습니다. 여기 있는 사람들 전부 다 한통속인 줄 알았는데, 저 둘은 그냥 평범한 호빠 선수 같군요.]

'분명 들러리로 세운 애들일거야. 범죄 집단이긴 하지만 어쨌든 간판은 호빠니까. 분명 작업조는 따로 있을 거고.'

[오늘 신고식을 통과해야만 작업조에 투입 시켜 주겠군요.]

'그렇다면 실력을 보여줘야겠지.'

그때 선수 대기실로 웨이터 찬호가 들어왔다.

"형님들, 준비되셨습니까? 콩순이 누님 방금 입장하셨습니다."

"찬호, 네가 오늘 우리 전담이야?"

"네. 형님. 3번 룸에 세팅 끝냈습니다."

"알았어. 준비 끝나는 대로 들어갈게."

"네, 양주 세트 가장 비싼 걸로 시키셨다고, 매니저님이 최대한 빨리 돌리시랍니다."

"에이씨, 그 양반은 진짜 우리가 무슨 술 마시는 기곈 줄 아나."

"안되면 먹토해야죠 뭐. 신참, 술은 좀 마셔?"

"네. 주량이 약한 편은 아닙니다."

"너무 무리할 필욘 없어. 어지간하면 술은 내가 다 마실게. 그리고 콩순이 누님이랑 같이 오는 손님들도 같은 나가요 애들이니까 괜히 몰래 술 버리다 걸리지 마라. 꼼수 썼다 걸리면 진짜 난장 피울 거야."

"네. 명심하겠습니다."

그때 찬호가 먼저 고개를 숙이며 물러났다.

"형님, 곧 선수 입장 한다고 알리겠습니다."

"그래."

찬호가 나간 뒤 한결과 준후가 긴장하는 표정으로 일어섰다.

"어휴, 오늘도 술이나 진탕 빨아야겠네요."

"어쩔 수 없지. 2차는 기대하지도 않는다만, TC라도 최대한 땡겨 보자. 혹시 아냐? 뉴페이스 보고 신나서 양주라도 추가할지? 신참 준비됐지?"

"네."

"멘탈 단단히 잡아. 진짜 존나 꼴통이다."

"넵."

겉으로 긴장한 척했으나 도훈은 속으로 여유가 넘쳤다. 선수 대기실을 나선 세 사람이 나란히 복도를 가로질러 3번 룸으로 입장했다.

찬호가 앞에서 문을 열어주며 도훈의 어깨를 툭툭 두들겼다.

"형님, 첫 개시 파이팅하십시오."

"고마워."

선수들이 입장하자 자리에 앉아 있던 손님들이 일제히 시선을 집중했다.

도훈은 소파에 앉아 있는 여자들을 빠르게 스캔했다. 쩜오라더니 과연 미모가 만만치 않았다. 텐프로에 못 들뿐, 화류계에선 나름 상위에 속하는 레벨이다.

진한 화장도 그랬지만, 걸치고 있는 의상부터가 일반인이 소화하기 힘든 홀복 차림. 노출도 심하고 몸에 쫙 달라붙어 몸매가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었다. 하나같이 가슴도 크고, 얼굴도 예뻤다. 속은 썩어 문드러졌을지 몰라도, 겉모습은 화려하기 짝이 없었다.

"한결이랑 준후는 구면이고, 네가 오늘 새로운 애구나?"

"안녕하십니까! 하서준입니다."

가운데 앉아 있던 여자가 도훈을 콕 찝어 물었다.

하얀 홀복은 가슴이 깊이 파여 골이 훤히 들여다보였다.

'기가 세 보이는 여자군.'

[저 사람이 악명 높은 콩순이일까요?]

'아마도?'

"뭐야, 마담 오빠가 에이스라고 하더니 영 자기소개가 밋밋한데?"

"누님, 일단 저희가 술부터 한 잔 말아 올리···."

준후가 생글거리며 끼어들자 콩순이 대번에 역정을 냈다.

"감히 니까짓 게 내 말을 끊어? 우리 준후 많이 컸네?"

"죄송합니다."

"좆만한 새끼가 초장부터 짜증 나게."

"죄송합니다. 대가리 박겠습니다."

준후가 갑자기 바닥에 머리를 박고 원산폭격 자세를 취했다. 학창 시절 학주에게 혼나는 것도 아니고, 너무나 황당한 방식의 사과에 도훈은 살짝 어이가 없었다.

'저게 지금 뭐하는 거야?'

[한두 번 시킨 솜씨가 아닌 것 같습니다. 자진 납세치곤 좀 과한데요.]

'아주 미친년일세?'

준후의 원산폭격에도 콩순이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머리를 바닥에 처박은 채 두 손은 열중쉬어를 취한 터라 준후의 몸이 바들바들 떨렸다.

보다 못한 친구들이 콩순이를 말렸다.

"예빈아. 신참 놀라겠다. 시작부터 너무 군기 잡지 마."

"호호, 그래. 무슨 군대놀이 하러 왔니? 여기가 무슨 예비군 훈련장도 아니고."

"저 새끼가 내 말 끊잖아! 싸가지없게."

"처음인데 좀 봐줘."

"그래. 준후는 키는 작아도 귀엽잖아."

친구들의 만류에 예빈이라 불리는 여자가 준후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

"야. 너 일어나."

"넵."

준후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벌떡 일어났다. 굴욕적인 대우를 받고도 표정 하나 변함이 없었다. 과연 멘탈 하나는 끝내주는 선수였다. 하지만 콩순이는 여전히 앙금이 남은 듯했다.

"너 주제넘게 까불지 마라. 귀여워서 지명해 줬더니 가끔 선 넘는다?"

"정말 죄송합니다."

"그리고, 신참 너."

"네."

"자기소개 제대로 해. 화끈하게. 너희 둘은 자리에 앉고."

콩순이의 명령에 한결과 준후가 각각 여자 파트너 옆에 앉았다.

가운데 서 있던 도훈이 콩순이를 똑바로 쳐다보며 물었다.

"어떻게 화끈하게 해드릴까요?"

"어쭈? 지금 말대꾸? 왜? 시키는 대로 다 할 거야?"

"시켜만 주시면 뭐든 하겠습니다."

"호호, 배짱 좋네. 어디 그럼 몸 한번 구경하자. 난 잘생긴 애들보다 몸 좋은 애들이 더 좋거든."

"알겠습니다."

도훈은 망설이지 않고 상의를 훌렁 벗었다. 잘생긴 얼굴에 어울리지 않게 쫄깃한 근육이 드러나자, 앉아 있던 모든 사람들이 입을 벌리며 감탄했다. 같은 남자인 한결과 준후도 쉽게 눈을 못 뗄 정도였다.

"와, 대박. 무슨 몸이 저래?"

"쟤 원래 뭐하던 애니?"

셔츠 아래 숨겨진 도훈의 훌륭한 몸에 콩순이도 놀라긴 마찬가지였으나, 다른 여자들과 달리 애써 태연한 척했다.

"뭐야? 누가 상의만 벗으래? 남자는 하체인 거 몰라?"

"밑에도 바로 벗겠습니다."

도훈이 이번에도 스스럼없이 바지를 내렸다. 하체 역시 상체와 비슷한 수준으로 멋진 근육을 과시하고 있었다. 마치 시즌을 준비하는 프로 보디빌더와 같은 타이트한 몸매였다. 군살은 전혀 없고, 태닝이나 오일을 바른 것도 아닌데, 갈라진 근육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완벽한 몸이었다.

콩순이가 침을 꿀꺽 삼켰으나, 여전히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따졌다.

"그건 안 내려?"

도훈은 이제 팬티 한 장 걸치고 있는 상태.

콩순이는 마지막 속옷마저 벗기겠다는 뜻이었다. 콩순의 무리한 요구에 이번엔 연장자인 한결이 대신 나섰다. 준후가 또 나섰다간 된서리를 맞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에이, 누님. 그런 건 2차 나가서 개인적으로 보셔야죠."

"누님? 누님 지랄하고 자빠졌네? 니가 뭔데 나를 누님이라고 불러? 너 나보다 나이 많잖아?"

"하하, 물론 그렇기야 하지만···."

"여긴 아주 손님을 개좆으로 보는구나? 아니, 우린 여자니까 아주 개봊으로 보는 거야? 벗으라면 벗을 것이지 무슨 말이 많아?"

"그래도 저희가 3류 업장도 아니고, 룸에서 올 탈의는···."

"2차 나가면 되잖아. 근데 2차 데려가기 전에 상품 확인은 해봐야 할 거 아니야? 저 새끼가 좆에다 다마를 박았을지 내가 어떻게 아냐고? 난 그런 애들하곤 이차 안 나가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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