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12. 여대 잠입-12-
"이 음탕한 악마야, 어서 수경 자매님 몸에서 나오너라!"
"하앙, 하앙, 더 더!"
"네?"
"더··· 세게 해야 악마가 혼쭐나지 않을까요?"
"그렇군요!"
도훈이 수경에 장단을 맞추며 있는 힘껏 들박을 시작했다.
벽에 등을 기댄 채 시소를 타는 것처럼 위아래로 흔들리는 수경은 혼이 나갈 것 같았다.
'하, 하악, 너, 너무 좋아. 저, 정말로 내 안에 음란 마귀가 살고 있나봐.'
수경은 태어나 처음 겪는 쾌락에 마귀가 씌었다고 확신했다.
그게 아니라면, 이렇게 정신이 혼미할 만큼 좋을 리가 없었다. 소설에서 악마에 영혼을 판 사람들이 왜 그런 미련한 짓을 했는지 이해가 될 것 같기도 했다.
'이, 이런 쾌락이면···.'
"하아앙! 신부님!"
수경이 도훈의 목을 꽉 끌어 안았다. 두 다리도 등 뒤에서 교차시켜 꽉 꼬아 안은 채였다.
'슬슬 마무리를 해야겠군.'
도훈은 의자를 발견하고는 걸터앉았다. 그러자 도훈에게 안겨있던 수경도 나란히 마주 보고 앉은 자세가 되었다.
"···내가 곧 생명의 떡이노라. 나는 하늘로서 내려온 산 떡이니 사람이 이 떡을 먹으면 영생하리라."
"시, 신부님. 그, 그게 무슨 뜻인가요?"
"온 힘으로 떡을 쳐, 그 성스러움으로 악마를 몰아낸다는 뜻입니다."
"아아, 신부님!"
도훈은 수경의 엉덩이를 꽉 부여잡고 미친 듯 흔들었다.
너무나 진지한 표정에 수경은 그 순간까지도 자신이 이단 같은 교리를 지껄이는 가짜 부제 도훈에게 속고 있다는 사실을 꿈에도 몰랐다.
"지금! 자매님의 몸에 성수를 뿌리겠나이다!"
"아아, 신부님!"
"으읏!"
도훈이 그대로 정액을 폭발시켰다.
부와왘!
간만에 시원한 질싸였다. 도훈의 정액을 온 몸으로 받아낸 수경은 부들부들 떨면서 눈을 까뒤집었다. 어찌나 경련이 심한지 도훈이 한참을 잡아주어야 했다.
"자매님?"
잠시 후 도훈이 수경을 깨웠지만 수경은 폭풍같은 쾌락을 못 이기고 혼절한 상태였다.
'아니, 꽂은 채로 기절했어!'
[주인님의 섹스가 기절할 만큼 좋았나 봅니다.]
'이런. 내가 또 천상의 쾌락을 안겨 주었구만.'
도훈은 조심스럽게 수경을 일으킨 후 바닥에 눕혔다. 그리곤 아공간에서 물티슈를 꺼내 몸에 묻은 흔적들을 깨끗하게 싹싹 닦았다.
[뭐하십니까? 미션은 완료되었습니다.]
'알아. 이대로 깨어나면 나중에 뒷감당이 안될까봐 수습하는 중이야.'
[이렇게 한다고 수습이 될까요? 조만간 주인님이 부제 행세를 한 사이비라는 걸 알고 강간으로 신고나 안하면 다행일 것 같은데요.]
'그러니까 더 뒷수습을 해야지. 미션 수행 중에 정신조작의 제약은 있지만, 끝난 뒤 제약은 없잖아.'
[네?]
수경의 몸을 깨끗이 닦아준 도훈은 기절한 그녀에게 옷을 입히고, 정갈하게 몸을 바로 눕혔다. 그리고는 알약 아이템을 하나 구입했다.
[오, 그런 방법이···.]
아이템은 바로 일전에 절에서 쌍둥이 스님에게 사용했던 '꿈과 같이' 알약이었다. 해당 아이템을 복용하면, 현실에서 일어났던 일을 꿈을 꾸었다고 착각하게 만들어 주는 기능이 있었다.
'수경이 깨고 나면 나와 있었던 일을 꿈이라고 착각할 거야. 아마도 혼자 고해성사실에서 잠들었다가 기이한 꿈을 꾸었다고 착각하겠지.'
[그럴싸하군요. 하긴 처음부터 말도 안되는 설정이었으니까요. 고해성사를 받아 준답시고 음담패설을 하질 않나, 나중에는 방을 건너와서 벗겨놓고 멋대로···.]
'그게 다 자기의 죄책감이 빚어낸 꿈이었다고 착각하면 나와 있었던 일은 없던 일이 되는 거니까.'
[역시 주인님은 먹고 튀는 것 하나는···.]
'왜? 강간도 아니었는데. 난 군대 간 남친 몰래 섹파를 만든 여자를 혼쭐 냈을 뿐이라고.'
도훈은 스스로 자기 합리화를 하며 쓰러져 있는 수경의 입에 알약을 밀어 넣었다. 수경이 잘 삼키지 못하자 억지로 입을 벌려 목구멍 깊이 집어 넣었다.
미션을 끝낸 도훈이 홀연히 떠난 뒤, 한참 기절해 있던 수경은 고해성사실에 청소를 하러 들어온 진짜 신부에게 발견되었다.
"아니, 자매님. 어째서 거기 왜 주무시고 계십니까?"
정신을 차린 수경은 순간 몽롱한 기분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알약의 효과로 기억이 뒤죽박죽되는 바람에 소위 필름이 끊기는 블랙 아웃 현상이 일어난 것이었다.
"제, 제가 왜···."
"오늘은 고해성사를 하는 날이 아닙니다. 얼른 나가주시죠."
"아, 아니라고요? 아까 그럼 그 젊은 신부님은···."
"젊은 신부라뇨? 이 성당에 신부는 저 뿐인데요."
"네?"
깜짝 놀란 수경이 쫓겨나듯 고해성사실에서 나왔다.
성당 밖으로 나온 수경은 아직도 꿈에서 헤어나지 못한 듯 머리가 어지러웠다.
'설마 내가 꿈을 꾼 거야?'
너무나 생생한 꿈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자신이 꿈을 꾸었다는 사실이 뚜렷해졌다. 재편된 기억이 실제 꿈처럼 토막토막 절단되며 맥락이 흐트러졌던 것.
희미해지는 기억 속에 남은 것은, 젊고 잘생긴 신부와 자신이 고해성사실에서 뜨겁게 사랑을 나누었다는 단편적인 사실이었다.
'세상에···. 망측해라. 어떻게 고해성사를 하러 가서 그런 꿈을···.'
좀 더 시간이 흐르자, 수경은 자신이 정말 아무도 없는 고해성사실에 들어가 신부를 기다리던 중 잠이 들었고 말도 안되는 꿈을 꾸었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근데 정말 섹스를 하는 것보다 더 좋았어···. 정말 박혔던 것처럼.'
주룩-.
그때 수경이 얼음처럼 놀라 제자리에 멈춰섰다.
뭔가 팬티 밑으로 뜨거운 게 흘러내렸는데, 단순한 냉이라기엔 너무 이질적인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뭐, 뭐지? 생리할 때는 아닌데···.'
놀란 수경은 급히 여자 화장실로 뛰어가 팬티 밑을 확인했다. 그것은 도훈이 미처 닦아내지 못한, 질 안 깊숙이 들어간 정액이었다.
수경은 듬뿍 쏟아진 정액을 보고는 놀라움에 입을 틀어막았다.
'세, 세상에···. 설마 꿈이···.'
하지만 이성적인 결론은, 어젯밤 클럽남에게 질싸 당한 것이 몸 안에 깊숙이 있다가 뒤늦게 흘러내렸다는 것이었다.
'휴우-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 거람.'
그때 수경의 폰으로 전화가 걸려왔다. 수신자 부담인 것으로 보아 군대에 있는 남자친구였다. 수경은 목소리를 가다듬고 전화를 받았다.
"응, 자기야!"
유난히도 밝은 수경의 목소리였다.
* * *
"간만에 공떡 시원하게 쳤네."
차를 타고 여대를 빠져나온 도훈은 신이 나서 이죽거렸다.
[그렇게 좋습니까? 사기쳐서 순진한 여자나 따먹으시고.]
'사기를 친건 맞는데, 순진한 여자는 결코 아니지.'
[바람을 피웠다는 죄책감에 고해성사까지 하러 온 여자가 순진하지 않다뇨?]
'로시 너도 들었잖아. 결국엔 섹파 제의 받아 들였다고. 섹파까지 만드는 여자가 순진하면, 세상에 안 순진한 여자가 없겠네.'
[아니 그건···.]
'결국엔 그런 거야. 수경이도 점점 육체의 쾌락에 눈을 떠가는 과정인 거지. 내가 장담하는데, 남자친구는 남자친구대로 기다리면서 즐길 건 다 즐길걸. 그 섹파와 얼마나 오래갈진 몰라도, 이제 다른 남자 만나는 건 일도 아니겠지.'
[으음···.]
'뭐 그렇다고 수경이가 나쁜 여자라는 건 아니야. 물론 바람 피운 건 나쁘지. 근데, 뭐 결국엔 자기 몸을 어떻게 굴릴지는 자율 의사에 맡겨야 한다고 봐. 헌법에서 성적 자기결정권의 자유를 존중했기 때문에 간통죄가 폐지된 것처럼 말이야.'
[제가 볼 땐 주인님이 지나친 프리 섹스 주의자라서 하는 말처럼 들리는데요.]
'뭐, 틀린 말은 아니야. 내가 수경이 남친이라도 진실을 알게 되면 존나 빡쳐서 탈영했을지도 모르니까.'
[그러니까요.]
'하지만, 모르면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아. 그건 앞으로 수경이 해결해야할 숙제고.'
[정말이지 알다가도 모르겠군요, 사람 속은. 그녀처럼 신실한 사람이 끝내 타락의 길로 빠져든다는 게.]
'남의 인생에 더 관여말고 우리 앞가림이나 잘하자고. 박김지수를 앞으로 남은 시간동안 어떻게 공략할지 말이야.'
[아무래도 김씨라는 경호원이 문제입니다.]
'나도 동감이야. 의외로 촉이 굉장히 뛰어난 사람 같아. 오늘만 해도 별다른 조짐도 없었는데 일부러 학교 안으로 찾아온 걸 보면.'
[뭔가 변화를 감지했겠죠. 지수양이 통화할 때 말투라든가 급조한 변명에서 평소와 다른 점을요.]
'예리한 놈이란 말이지. 한 주먹 거리도 안 될 것 같긴 하지만.'
[무력으로 주인님과 겨룰 수 있는 일반인은 아마 존재하지 않을 겁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그렇다고 방심하시면 안됩니다. PK단은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으니까요.]
'당연하지. 일단 집에 도착해서 내일 약속이나 한 번 잡아야 겠다.'
[내일도 신부로 사기 칠 생각이십니까?]
'아니. 성당에 민폐 끼치는 건 그만하려고. 사실 장소도 마땅치 않고.'
[그럼 어디서요?]
'세상에 떡칠 곳이 그곳밖에 없을까봐? 내일 명당 한 번 찾아보자.'
[참, 주인님 스킬이 있었죠?]
'이럴 때 써먹어야지.'
* * *
"아가씨. 조모임은 잘 끝내셨어요?"
집으로 향하던 김씨가 룸미러를 힐끔거리며 지수에게 물었다.
"네, 뭐···. 그럭저럭요."
"그렇군요."
지수는 약간 초조한 상태였다.
마지막에 도훈이 했던 이야기가 계속 귓가를 맴돌았기 때문이었다.
-특별한 의식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그 부제님이 말씀하시려던 게 뭐였을까?'
지수가 계속 골똘히 생각에 잠겨있자, 김씨가 다시 말했다.
"아버님께서 아까 연락왔는데 사업상 약속 때문에 저녁은 혼자 드셔야 할 것 같다고 합니다. 미리 준비해 놓으라고 할까요?"
"아, 아니에요. 별로 생각 없어요."
"알겠습니다."
김씨는 뭔가에 정신이 팔린 지수의 모습을 보고 생각했다.
'이상한데···. 확실히 평소와는 달라. 조모임에서 뭔일이 있었던 것 같은데···. 조모임이 있긴 했던 걸까?'
김씨는 신경이 쓰이긴 했지만, 더 묻기를 주저했다. 매일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조잘거리던 어린 지수는 더 이상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를 삼촌처럼 따르던 지수는, 이제 어엿한 숙녀가 되어 부쩍 비밀이 많아졌다.
'됐다. 괜한 오지랖이지. 별일 없이 돌아왔으면 됐지 무슨·
··.'
"아가씨. 집에 도착했습니다."
"······."
"아가씨?"
"네?"
"집에 도착했습니다."
"아, 언제 왔어요? 암튼, 오늘도 고생하셨어요."
지수는 헐레벌떡 차에서 내려 집으로 들어갔다.
한남동 고급 주택가에 위치한 지수의 집은 대한민국에서 손에 꼽히는 사채업자의 집인 만큼 으리으리했다.
커다란 단층 주택은 최소한 100평은 넘어 보이는 규모를 자랑했다.
지수가 집으로 들어가자 집안 일을 돌보는 아줌마가 나와 그녀를 반겼다.
"아가씨, 오셨어요? 식사는···."
"오늘은 생각 없어요. 나중에 제 방으로 과일 좀 가져다주세요."
"그래도 저녁은 드셔야···."
"정말로 생각없어요. 군것질을 너무 많이 해서요."
지수는 딱 잘라 말하더니 방으로 쌩하고 들어가 버렸다.
방에 들어간 지수는 옷도 갈아입지 않고 침대에 벌러덩 누웠다.
"참 이상한 신부님이었는데···."
도훈과 헤어진 뒤 지수는 그에 대한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풉-. 요즘 같은 세상에 무슨 구마 사제라고."
생각할수록 웃기는 내용이었지만, 지수는 그 말이 무척 그럴듯하게 여겨졌다. 도훈이 풍기는 느낌이 보통의 사람과 달리 범상치 않았던 것.
'잘생기긴 했던데···. 신부님 되기엔 아깝긴 해.'
지수는 혹시나 도훈에게 연락이 왔는지 폰을 확인했다.
그러나 도훈의 연락은 없고, 그녀가 속한 단톡방만 쉴새없이 채팅 글이 올라가고 있었다.
-진짜 냄저 새끼들, 지하철 탔는데 겨내 오지더라니까? 잘씻지도 않나봐.
-반팔 입을 거면 겨털이나 밀고 다니든가? 진짜 털복숭이들 볼 때마다 토나올 것 같아.
-마저마저. 한남충 진짜!
그녀가 속한 학과 동기방에서는 늘 그렇듯 남자들을 흉보는 글로 도배되어 있었다. 대화의 주제는 한남으로 지칭되는 한국 남자들에 대한 비하발언이었으며, 인터넷 기사나 혹은 까페 글, 또는 자신의 경험담이 돌아가며 올라왔다.
올라온 글만 봐서는 한국 남자는 정말로 최악의 집단이었다.
매일 같이 데이트 폭력이니, 강간이니, 몰카니 하는 내용으로 가득했다. 정상적인 여자라도 그런 글만 읽다보면 혐오감정이 들만했다.
평소엔 지수도 그런 내용에 동조하고, 한국남자를 같이 비난하는 입장이었지만 오늘따라 대화에 끼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근데 모든 한국 남자들이 다 나쁜 건 아닐 텐데.'
사실 따지고 보면, 매일 한국 남자를 욕하는 여자들의 아버지도 한국 남자였다. 게다가 여자들도 찾아보면 얼마든지 나쁜 여자는 많았다. 예전부터 그런 모순을 강하게 느끼고 있던 지수는, 욱하는 마음에 폰을 덮어버렸다.
처음엔 그녀도 여성주의 운동의 취지에 공감하고, 여성 인권의 신장을 위하는 길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점점 시간이 갈수록 그들의 주장이 너무나 극단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괜히 남자를 옹호하는 발언을 했다간, 자트릭스에 세뇌가 되었다느니 코르셋에 갇혔다느니 하는 비난을 받을까 두려웠다.
'흐음. 그 신부님은 정말 괜찮았던 것 같은데···.'
지수가 도훈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갑자기 덮어 놓았던 폰이 부르르 울렸다. 지수가 반색하며 폰을 확인하자 모르는 사람에게 깨톡이 와있었다.
-베드로 : 지수 자매님 맞으신 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