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물로 태어나게 해주세요-1252화 (1,219/2,000)

1235.. 2학년2학기-50-

* * *

김 건은 출근 첫날부터 회식에 끌려갔다.

처음엔 능력자들끼리의 회합인 줄 알았으나, 뒤늦게 소연이 고깃집에 등장하자 의아한 기분을 감출 수 없었다.

‘쟤는 오전 알바아니었나…? 설마 저 여자도 PK단?’

보통 PK단은 서로를 바로 알아볼 수 있다. 입단 후 트레이닝 과정에서 각기 인식표를 부여받는데, 해당 아이템은 가까운 거리에 동종의 착용자가 있으면 특별한 진동수로 떨리기 때문이었다.

또 PK단 특유의 지역 방위 편제 때문에 동선 파악도 용이하다. 쉽게 비유하면, PK단은 경찰이나 군대와 비슷한 행정시스템을 가지고 있어 다른 곳으로의 이동이 엄격히 제한되어 있다. 즉, 다른 도시로 허락없이 이동하는 것도 근무지 이탈이 되는 식이다.

지역의 PK단 지부는 각기 일정 섹터를 관할하며, 상대가 조사 중인 타켓에 대해선 건드리는 것도 금기에 속한다.

쁘락치 용도로, 각종 정보원을 운용하고 간부를 육성하는 사관학교와 유사한 전국단위의 특수 교육기관도 소유하고 있다.

이는 PK단의 사명과 특성 개발 및 재활을 돕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되었는데, 모든 입단자들은 최소 1년여의 혹독한 교육과정을 거쳐야 현장에 파견될 수 있는 자격을 획득하게 된다.

자격을 획득해야 한다는 말은 실제로 떨어지는 사람도 있다는 뜻이고, 자질이 부족한 경우 2년, 3년 유급을 당하기도 한다는 소리였다.

반면 염동력자 김건은 해당 기수를 수석 졸업한 인물로서 청운의 꿈을 품고 첫 임지에 부임한 차였다.

"와, 치사하게 벌써 시작한 거예요? 나 막 도착했는데?"

고깃집에 도착한 소연이 볼멘소리를 하며 깜찍하게 두볼을 부풀렸다. 민소매 나시에 짧은 치마로 갈아 입고 온 그녀는, 주간 알바를 할 때와 전혀 다른 과감하고 섹시한 의상으로 이목을 끌었다.

김건은 점점 혼란을 느꼈다.

‘분명 아까 지부장님이 민간인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

물론 PK단이라고 늘 서로를 알아볼 수 있는 건 아니었다.

가끔 인식표를 특수한 방법으로 해제하거나, 협회 수뇌부에서 암행의 목적으로 신분을 위장해 움직이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었다.

또 ‘용병’이라 불리는 존재들도 있는데 이들은 PK단에 소속되어 있긴 하지만 객원 멤버 분류되므로 별도의 인식표를 착용하지 않고 있었다.

그때 김건이 아차하며 이마를 탁쳤다.

‘맞다. 이곳 지부에 인외 용병이 한 명 있다고 했었지?

십수개의 인격이 공존한다는 수백년 묵은 구미호! 소연이가 바로 그 용병이었나 보네!’

"제가 하늘 같은 선배님을 몰라 뵙고… 윽."

눈치없이 벌떡 일어서는 김건의 뒷덜미를 창범이 강제로 잡아 끌었다. 말을 하다마는 건을 보고 소연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뭔 소리에요? 우리 아까 인사나누지 않았어요? 나 오전 알바예요. 설마 화장 했다고 몰라보는 거?"

"아…."

김건은 창범이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가로젓자 뭔가 잘못되었다는 걸 즉시 깨달았다.

"호호, 그나저나 하늘 같은 선배님이라니…. 알바를 일찍 시작하긴 했지만, 그렇게 깍듯하게 하실 필욘 없는데."

그때 김건의 머릿속으로 누군가의 목소리가 파고들었다.

{어이 신입이, 정신 안 차릴래? 민간인한테 왜 선배라고 부르고 난리야?}

마치 군중속에서 혼자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을 착용한 것처럼 주변이 음소거되면서 머릿속으로 뚜렷하게 들리는 목소리.

김건이 교육 시절 경험했던 ‘전음’이라는 스킬이었다.

일부 특수 능력자들만 보유한다는 고급 스킬 중에 스킬.

건에게 전음을 날린 창범이 계속 말을 이었다.

{나야 창범. 오늘 미호가 오긴 올건데, 소연이 쟤는 진짜 완전히 민간인이야. 괜히 정체 들켜서 골치아픈 일 없도록해.}

전음을 받은 김 건이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소연이 집에 가더니 옷 갈아 입고 왔구나? 화장도 새로 했네?"

"뭐래 이 오빠는? 사장님. 근데 창범이 오빠는 왜 같이 왔어요? 직원회식 아니었어요?"

고기를 뒤집고 있던 대근이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지가 우리 식구라잖아."

"네? 창범 오빠도 그럼 공장 때려치우고 여기서 일 하겠데요?"

"야. 내가 일을 왜 때려 쳐?"

"아니, 그것도 아니면 직원 회식에 왜…."

그때 대근이 슬쩍 끼어들었다.

"소연아."

"네?"

"너무 그러지 마. 오늘 창범이가 쏘는 거야."

"엌! 오빠, 너무 맛있게 먹을게요! 감사해요!"

갑자기 태도를 돌변하는 소연은 연극배우처럼 능청스러웠다. 대근의 의도적인 띄우기에 창범이 만족스러운지 콧잔등을 비비적대더니 한껏 거들먹거렸다.

"그래. 오늘 내가 쏜다. 신입이도 왔으니까."

"참, 미호씨도 불렀어. 괜찮지?"

"가끔 주말에 오는 예쁘장한 언니 말이죠?"

"응."

"호오, 근데 미호 언니 사장님이랑 이상한 사이는 아니죠?"

"뭐래? 우리 그런 사이 아냐."

"그럼 설마 창범 오빠랑?"

소연이 갑자기 미호를 창범과 엮었다. 그도 그럴 것이 20대 중반정도로 보이는 미호와, 20대 후반인 창범은 은근히 나이대가 비슷했던 것.

또 10여일 주기로 가끔 피씨방에 들르는 미호는, 피씨방에 올 때마다 대근과 창범과 함께 허물없이 어울렸다. 따지고 보면 PC방 관계자도 아닌데, 주기적으로 와서 시간을 보내고 가는 것도 수상적은 일이었다.

소연의 넘겨 짚기에 창범이 흥분해 소리쳤다.

"뭐래 내가 왜 그 할망…억!"

이번엔 창범의 입으로 커다란 상추쌈 하나가 들어갔다.

들어갔다는 점잖은 표현이었고, 거의 우격다짐으로 쑤셔박히는 수준이었다.

"자자, 쓸데없는 얘기는 그만하고 고기 타니까 얼른 얼른 드셔. 창범이는 오늘 주인공이니 내가 특별하게 왕보쌈으로 싸줬다. 어때 맛이 기가 막히지?"

"욱욱!"

창범은 소화 못 한 고기 양에 입이 터질 것 같았다. 대근은 말실수 하지 말라며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바로 전 김건의 오해도 그렇고, 소연을 짝사랑하는 나머지 이성이 마비된 창범도 그렇고 자칫하면 소연에게 정체를 들킬 뻔한 순간이 벌써 두 번이나 있었다.

‘어휴, 저 병신과 머저리를 데리고 소연이를 함께 부르라고 한 내가 미련 곰탱이지.’

대근은 뒤늦게 자책했으나 이미 엎지러진 물이라 어쩔 수 없었다. 최대한 서로 자중하고 되도록 일 얘기는 안하게 끔 유도하는 수밖에.

창범을 시작으로 일행들이 한참 소고기를 먹기 시작하는데 잠시 후 마지막 멤버가 도착했다.

"안녕. 어? 예쁜이도 같이 있었네?"

"언니!"

소연이 미호를 보고 격하게 반겼다.

안그래도 남자만 셋이라 어딘가 불편했는데, 안면이 있는 여자가 도착한 것만으로 심적으로 편해진 것이었다.

"예쁜이요? 소연이가 예쁜이에요?"

"응. 몰랐어? 너도 저번에 그랬잖아. 여기 주간 알바하는 여학생 되게 예쁘다고. 아니야?"

갑자기 불똥이 자기한테 튀자 창범이 대경실색했다.

마치 소연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아웃팅당하는 심정이었다.

"아니 내가 언제!"

소연이 그 모습을 보더니 짖궂게 물었다.

"어머? 오빠가 저 몰래 그랬어요? 이 오빠, 이거… 겉으로는 하나도 티 안내더니."

"아니야. 아니 그게 아니라 예전 여자 알바생보다 낫다는 뜻으로."

"에이, 뭘 또 변명은. 저 이쁜건 저도 알거든요? 어머, 근데 왜 얼굴이 빨게지세요?"

놀림거리를 찾은 소연과, 필사적으로 발뺌하는 창범 사이에 옥신각신 소란이 벌어진 가운데 미호가 대근을 따로 불렀다.

"…아저씨는 저랑 할 얘기 있죠?"

"두나냐, 세나냐? 그것만 말해주라."

"누구든 상관없으니, 저랑 따로 얘기 좀 하시죠?"

미호가 워낙 무서운 표정을 짓는 바람에 둘을 지켜보던 건이 움찔 쫄았다. 그 전까지는 청순한 20대 아가씨로만 보였던 미호가, 표독스럽기 짝이 없는 여우의 표정으로 돌변했기 때문이었다. 과연 인외의 인물이라는 생각이었다.

이를 의식했는지 미호가 딱딱하게 굳은 표정을 풀면서 김건에게 인사했다.

"참, 소식 들었어. 네가 이번에 같이 일하게 된 신입이라며? 잘 부탁해."

"네, 넵!"

잠시 후 대근과 미호가 차례로 밖으로 나가자 한창 투닥거리던 소연이 의아해 물었다.

"어? 둘이 어디 가신데요?"

"그게, 뜻, 화, 화장실 이크!"

능력을 봉인해 틱증세를 보이는 김건의 대사를 겨우 알아들은 소연이 의뭉스러운 눈빛으로 두 사람이 나간 문을 쳐다보았다.

"음…. 오자마자 단 둘이 나가는 거면 분명 뭔가 있는 것 같은데."

"뭐가 있어?"

"알았어요. 오빠랑 미호 언니는 별 사이 아닌 건 알겠는 데, 진짜 사장님이랑 이상한 사이 아니죠?"

"조, 조카라니까!"

"좆까라고요? 와씨, 지금 저한테 욕하신 거예요?"

"뭔 소리야 뜬금없이!"

"농담, 농담. 헤헤. 고기나 계속 먹어요."

소연은 일부러 장난을 치더니 다시 자리에 앉았다. 김건이 가만히 보고 있으니, 스무살 밖에 안되는 소연에게 창범이 기를 못 피고 휘둘리고 있었다.

‘흐음…. 미호 누님이 누군지는 이제 알겠는데, 그럼 저 여자애는 대체 정체가 뭐지? 왜 우리 지부에 같이 껴있는 거야?’

김건은 오로지 그것이 궁금할 뿐이었다.

한편 밖으로 따로 나온 미호는 대근을 닥달했다.

"제가 그러시지 말랬죠? 긴급 호출 문자는 진짜로 위급 할시에만 쓰라고요. 제가 아까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요?"

다행히 미호는 평소의 인격이었다. 쌍욕을 퍼부어도 감내하겠다던 대근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더니 궁색하게 변명했다.

"미안. 화 풀어. 이렇게라도 안 하면 절대 안 올까봐 그랬지."

"주기적으로 회동에 참석하잖아요. 제가 왜 못 오시는지도 아시면서."

"아니, 그래도 오랜만에 신입대원 왔는데…. 얼굴이라도 좀 비추고…."

"……."

"민혁이 이후로 간만이잖아."

‘민혁’이라는 이름이 언급되자 미호의 미간이 꿈틀했다.

"그 사람 얘기는 꺼내지 마시죠?"

"아, 미, 미안. 내가 괜한 얘기를."

"…알았어요. 암튼 오늘은 넘어가는데, 긴급 문자 절대 남발하지 마요. 제 말 알아 들었죠?"

"응. 미안해 정말."

미호가 먼저 자리로 돌아가는데 밖에 남아있던 대근이 하늘을 쳐다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하-. 요 방정맞은 입 같으니. 민혁이 이름이 왜 거기서 튀어나와서는."

대근은 뒤늦게 민혁이 이전의 연인이었던 미호에게 보낸 마지막 문자가 긴급 호출이었다는 사실을 떠올리고 스스로 머리를 긁적였다. 그러다 정수리에 잡히는 숱이 얼마 안 된다는 사실에 불현듯 서글퍼졌다.

"아씨, 탈모약 먹는 걸 깜빡했네."

* * *

"오빠, 나 더럽다고 생각하시는 거 아니죠?"

김양은 불안한 눈빛이었다.

"왜 더러워?"

"아까 그런 일도 있었으니까."

"봉순아."

"네?"

"난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그건 네 잘못도 아니고, 또 그렇다고 네가 어떻게 되는 것도 아니야."

"오빠."

"안 그래? 그냥 재수 옴 붙었다고 치는거지. 난 네가 꿋꿋히 털어냈으면 좋겠어."

"네, 오빠. 오빠가 안아주세요. 나 더러운 여자라고 생각하지 않으시면."

봉순은 필사적이었다. 마치 나에게 안기는 것이, 자신의 수치심을 희석시키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다시 나에게 사랑을 받아야만, 오늘은 끔찍했던 기억이 아무일도 아닌것처럼 지나갈 것처럼.

'음. 이러려고 온 건 아닌데, 어쩔 수 없네.'

[주인님이 여자를 만날 땐 꼭 이런 일이 벌어지니까요.]

'오늘은 진짜로 아니야. 걱정되서 와본 거야. 전할 얘기도 있고 해서.'

[하지만 결국 이렇게 되었네요.]

'위로가 필요한 것 같으니 위로해 주는 수밖에.'

나는 봉순의 얇은 옷을 벗겨냈다.

확실히 몸매 하나는 진퉁이다.

얼굴은 눈꼬리가 올라가 살짝 못되게 생긴 느낌이 없지 않지만, 폭탄 같은 몸매가 단점을 커버했다.

"널 거기 추천하길 잘한것 같아. 나중에 꼭 피팅모델도 해봐."

"부끄러워요."

"자신감 가져도 충분할거야."

속옷을 하나씩 벗기는데 김양이 물었다.

"근데 어떻게 아시는 사이에요? 인터넷 쇼핑몰 하신다는 그분은?"

"아 그게."

[주인님. 말실수 하시면 안됩니다. 이유는 아시죠?]

'알지. 김양이 생각하는 도훈과, 에림이가 생각하는 도훈사이에 간극이 크잖아. 일단 둘다 말은 맞춰야 하는데 김양부터 시작해야 겠다."

"내 사촌 동생하고 친한 지인이야."

"사촌 동생요?"

"어. 대학생 한 놈 있어."

"대학생 사촌동생이랑 지인이시면 그분은 나이가?"

"아마 네 또랠걸? 너보다 한 두살 더 많겠다."

"아. 전 사장님이라고 하시길래 최소 30대라고 생각했어요."

"아냐. 그렇게 많진 않아. 직접 피팅 모델도 하고 있거든.

"

김양은 내 얘기를 듣다가 뭔가를 짐작했는지 불쑥 물었다.

"혹시. 애인은 아니죠?"

"응?"

"그 사장님이랑요. 젊고 예쁘실것 같아서."

"무슨 소리야. 내 사촌 동생이랑이면 모를까."

"아…."

"그냥 건너서 아는 사이라니까. 마침 일손이 필요하다고 하던게 떠올라서 널 추천한거고. 왜 그렇게 생각했어?"

이번엔 김양이 내 바지를 쓱 내리며 말했다.

"이걸 알면 어느 여자가 오빠를 가만 놔둘까 싶어서요."

그리곤 대뜸 대물을 한입에 담았다.

저번엔 머뭇거리고 서툴렀는데, 이번엔 훤씬 적극적이고 과감한 움직임이었다.

"아니, 갑자기 빨아버리면."

대물이 팽창하며 몸속에서 뜨거운 기운이 이동하는게 느껴졌다.

'으응? 이건 내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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