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6.. 2학년2학기-51-
이는 분명히 내공이었다.
내공을 막 깨달은 내가 말하기엔 어폐가 있지만, 천무지 체로 바뀐 뒤 내 몸의 감각이 이전과 달리 굉장히 예민해진 상태다. 과장해서 말하면 솜털 하나하나의 떨림, 실핏줄에 흐르는 혈액의 순환까지 느껴질 지경이다.
‘로시? 왜 잦이로 내공이 쏠리지?’
[오옷, 정말입니까?]
‘확실해. 아까 칠성권 쓸 때 주먹에 내공이 실렸었잖아.
그런데 이번에도 똑같은 느낌의 기운이 좆 끝으로 몰리고 있어.’
[세상에! 주인님 이건 엄청난 발견입니다.]
‘뭔 소리야?’
[주인님의 섹스킬에 내공을 실을 수 있다는 뜻이잖습니까?]
‘그게 무슨 의미지?’
[상상해 보십시오. 잦이가 금강불괴로 변하는 장면을!]
‘오오옷!’
세상에.
이건 생각도 못한 응용이다.
PK단에 대비해 호신용으로 익힌 무공이, 섹스킬의 증진에 도움이 되다니!
‘가만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모든 무림인들은 그럼 카사노바란 소리야?’
[그건 아닐겁니다. 아마도 주인님의 특별한 신체인 천무지체와 관련이 있는 것 같습니다.]
‘천무지체?’
[천무지체는 무공을 익히기에 최적의 몸입니다. 임맥이 타통되여 오감이 확장되고, 내공의 운기 역시 범인과 차원이 다른 속도로 이루어집니다. 한마디로 주인님의 자질이 매우 빼어난 덕분에 보통의 무림인들은 쉽게 느끼지 못하는 것을 깨달았다는 뜻이죠.]
‘과연 천무지체!’
[확실히 이건 어마어마한 발견이군요. 잘하면 색마의 후인이 될 수도!]
‘색마라면 아까 말한 그 사파 고수 말이야? 난 사파는 별로 마음에 안 드는데.’
[주인님은 원래 양아치잖습니까?]
‘에이씨, 양아치 아니라고!’
[아무튼 긍정적인 신호임에는 틀림없습니다. 분명 내공이 주인님의 업적 달성에 도움이 될테니까요.]
이건 뜻밖의 발견이었다.
내공을 섹스킬에 활용한다?
하지만 내공이 끌어오는데 도무지 어떻게 써야 할지 감이 오질 않았다.
‘근데 내공이 가긴 하는데 어떻게 쓰는 거지?’
[그건 저도 모릅니다.]
‘모르다니?’
[본디 내공이란 스킬의 활용에 도움을 주는 증폭기와 같습니다.]
‘증폭기?’
[칠성권의 주먹과 주인님의 보통 주먹질이 뭐가 다르죠?
]
‘파워?’
[바로 그겁니다. 칠성권이란 스킬에 내공이 주입됨으로써 파워가 증가되는 식이죠. 내공이란 보유한 스킬에 위력을 더해 주는 자원의 일종이지, 그 자체만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그러니까, 내공이 있어도 동반된 스킬이 없다면 무쓸모다?’
[맞습니다.]
‘에이, 그럼 좋다 말았네. 잦이에 내공이 실린다고 잦이로 칠성권을 쓸 수도 없는 거잖아. 7번 연속 박으면 파워가 7배로 강해지는 것도 아니고.’
[음···. 관련된 스킬을 얻으시려면 색마의 비급을 구하셔야 하는데 그건 좀 어려울 겁니다.]
‘색마의 비급도 남아있나?’
[실전된 것으로 압니다. 일단 해당 플레이어가 경매장에 올리지도 않았구요.]
‘아···.’
[유일한 방법은 주인님이 직접 무공을 창안하는 겁니다.]
‘무공을 창안해? 내가?’
[기존의 무공들 역시 누군가가 창안한 겁니다. 물론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대부 분 기존의 무공에서 변형하는 식이 많습니다.]
‘그러니까, 섹스와 관련된 무공이나 스킬을 내가 직접 개발해야 한다?’
[그렇죠.]
‘음···. 이건 너무 어려운 주문인데. 아, 맞다. 나 음양보합술 있지 않나?’
[네. 맞습니다. 여성의 음기를 가져와 양기로 축적시키는 기술입니다. 주인님의 패시브 스킬로 적용되어 있습니다.]
‘혹시 그건 내공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
[분명 그럴 겁니다. 천무지체로 변했으니만큼 음기의 흡수율도 좋아졌을 것이고요.]
‘그렇다면 나는 이제 섹스를 할 때마다 내공이 더 빨리 쌓이는 건가?’
[그게 그렇게 되나요? 진정 색마의 후인이 되실수도.]
‘자꾸 색마라고 부르지 말라고. 무슨 범죄자 같잖아.’
[그럼 뭐라고 불러야 할까요?]
‘보통 무림에서 무슨 무슨 마 라고 부르면 천하의 개새끼란 말이야. 색선 어때? 검선 비슷하게.’
[······.]
‘알았어. 일단 호칭은 다음에 정하고 일단 내공을 운용하는 법 좀 연구해야겠어.’
나는 대물을 신나게 빨고 있는 김양의 머리를 가볍게 감싸 쥐었다.
추릅추릅!
"많이 딱딱해?"
"···예?"
"아니 저번보다 혹시 더 단단한가 싶어서."
"원래 오빠건 단단했는데···."
나도 모르게 김양에게 물었다.
"최실장이랑 비교하면?"
"아···. 그 새끼 얘기는···."
"미안. 나도 모르게."
내공을 섹스킬에 활용할 수 있다는 생각에 정신이 팔린 나머지 김양의 상처를 건드리고 말았다. 김양은 안좋은 기억이 떠올랐는지 눈살을 찌푸리더니 다시 말했다.
"···뭐, 굳이 비교하자면 상대도 안되죠."
다행이다.
김양이 생각보다 쿨해서.
"그렇구나."
"근데 왜 갑자기 그런 걸 물어요?"
"그냥··· 남자들은 그런게 궁금하잖아."
"오빠. 진짜 진심으로 말하는 건데, 내가 만난 남자들 중에 오빠보다 크고 단단한 사람은 한명도 못 봤어요."
"흐흐, 진짜?"
"제가 거짓말 하는 거 같아요?"
김양이 갑자기 엄지손가락을 쪽 빨아 침을 묻히더니 그대로 손을 들어 올려 이마를 찍었다.
"뭐, 뭐야?"
"찍을 수 있다니까요?"
"아니, 그래도 엄창은 좀···."
역시 많이 놀았던 애라 그런지 하는 행동이 좀 천박한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김양은 내 물음에서 뭔가를 느낀 건지 갑자기 손으로 불알을 꽉 쥐며 물었다.
"가만있어봐. 오빠, 혹시 질투하는 거 아니죠?"
"뭐?"
"어떤 남자들은 그렇다는데···. 자기 여자가 다른 사람 이랑 섹스하는 거 상상하면 흥분된다고."
"내가 변태야?"
"근데 최실장 이야기 하고부터 왜 이렇게 딱딱한데요?"
김양이 손가락으로 ‘O’를 만들더니 잦이의 밑둥부터 귀두쪽으로 쓱 쓸어올렸다.
"흣."
"예민하시네?"
김양에겐 성폭행의 트라우마따윈 전혀 없는 것 같았다.
오히려 이를 이용해 나를 흥분시킬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와, 김양도 진짜···.]
‘그러게. 멘탈이 무쇠같은 여자였네. 이 정도라면 걱정할 필요도 없었겠는데.’
"왜요? 나 최실장한테 따먹히고 오니까 더 흥분돼요?"
"야, 말 좀."
"아니면 왜 이렇게 딱딱하냐고요."
"예민해서 그렇다니까."
사실이었다.
몸이 천무지체로 바뀐 이후로 처음하는 섹스다.
그런데 온 몸의 민감도가 올라도 너무 올랐다.
솜털의 세밀함까지 느끼는 정도인데, 하물며 귀두야 오죽 하겠는가.
문제는 김양이 그것을 최실장과의 일 때문에 질투심이 폭발했다고 오해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오빠가 이런 취향인 줄 알았으면, 거기서 계속 일 할걸 그랬나요?"
"뭐?"
"나 출근할 때마다 불안해하다가, 밤마다 확인하려고 할 거 아니에요. 나 따먹히고 왔는지 궁금해서."
"이게 말이라고!"
나도 모르게 흥분해서 잦이로 김양의 볼을 때리고 말았다.
"아앗!"
"그런말 하면 혼난다 진짜?"
"힝, 농담이었어요."
김양은 터질 듯 팽팽해진 잦이를 보더니 강아지처럼 꼬리를 흔들며 뒤로 휙 돌아 엎드렸다. 무릎과 팔꿈치를 바닥에 댄 후배위 자세였다.
"잘못했으니 혼내주세요."
살랑살랑 흔드는 엉덩이 사이로 갈라진 골짜기가 보였다.
잘 익은 전복처럼 도톰히 살이 오른 주변으로 정리를 못한 봊이털이 삐져나와있었다.
저 요망한 몸짓이라니.
크게 혼쭐을 내줘야 겠다.
[괜찮으시겠습니까?]
‘엉?’
[내공을 얻고 처음하는 섹스인데, 김양으로 괜찮으시겠냐는 말입니다. 정실도 아니고.]
‘육정음 말이야?’
[하다못해 강민주 조교나 송미나양, 양희주도 있는데 말이죠.]
‘물론 좀 아쉽긴 하지. 강해진 다음 첫 섹스는 나에게도 추억이 될테니. 하지만 나도 천무지체로 바뀐 뒤 처음 해보는 것이니 만큼 어떨지 잘 모르잖아. 혹시나 위험할 수도 있고.’
[아···. 그렇다면.]
‘그렇지. 안전한지 테스트 해보는 거야. 시험 운전같은 것이지.’ 나는 곧바로 잦이 끝에 힘을 바짝 주어 김양의 뒤를 덮쳤다.
이미 흥건히 젖어있는 봊이는 별다른 애무도 필요 없이 쑥 들어갔다.
"흐읏!"
까불던 김양이 대번에 허리를 새우처럼 굽혔다.
"커, 커요!"
"처음도 아닌데 왜 그래?"
"아니, 최실장 그 새끼랑 비교하니까 확 느껴져요."
"최실장 이야기 하지 말라니까?"
자꾸 나를 자극하는 김양의 못된 심보에 나도 모르게 깊이 찔러 버렸다.
"흐윽!"
김양은 움찔 놀라더니 앞으로 몸이 밀려났다.
‘파워가 다른데?’
[강화된 코어 근력 때문입니다. 섹스를 하실 땐 힘 조절에 신경 쓰셔야 할 것 같습니다.]
이전과 달라진 점은 말도 안 되는 코어 힘이었다. 몸의 중심을 지탱하는 척추 기립근과 하체의 근력이 강해지면서 피스톤 운동이 훨씬 강력해졌다. 체구가 작은 여자들은 박다가 튕겨 나갈 정도였다.
"너, 너무 세요. 그렇게 자극적이셨어요?"
여전히 오해를 풀지 못한 김양이 계속 나를 놀렸다.
하여간 혼쭐이 나야 정신을 차릴 것 같다.
"너 딱 대고 있어."
나는 김양이 튕겨나가지 못하게 그녀의 잘록한 허리를 두 손으로 붙잡았다.
* * *
간만에 소고기에 반주를 곁들인 소연은 무척 신이 나 있었다. 본래 자유분방하던 그녀가 모처럼 마음을 잡고 아르바이트에 매진한 지 어느덧 한 달이 넘었다.
하지만 천성이 사람과 어울리길 좋아하고 노는 것을 좋아했던 그녀에겐 오늘의 회식 자리가 너무도 반갑고 그리웠다.
텐션이 바짝 올라간 소연이 평소 자주 놀리던 창범에게 물었다.
"오빠, 여전히 애인 없죠?"
"왜?"
"없을 것 같아서요."
"뭐래, 이 쪼끄만 게."
"내가? 어디가?"
소연이 우월감을 뽐내듯 허리를 세우며 가슴을 내밀었다. 그녀는 원래 몸매가 좋았기 때문에 얇은 민소매 나시에 고스란히 몸매가 드러났다.
두 사람을 지켜보던 미호가 깔깔 거리며 웃었다.
"와하하, 창범이 너 웃긴다? 소연이한테 꼼짝을 못 하네?"
"내가 언제 이 할···."
"할?"
소연이 고개를 갸웃거리자 창범이 재빨리 수습했다.
"할리퀸 같은 여자야!"
"왜 미호 언니가 할리퀸이야?"
"모르냐? 쟤 작년 할로윈 때 할리퀸 복장한 거?"
"진짜? 와, 언니 너무 잘 어울렸겠다."
"내가 좀. 한 코스프레 해."
미호는 천의 얼굴이었다.
그냥 봐선 순하게 예쁜 얼굴인데, 가끔 분위기가 확 달라질 때가 있었다. 때론 걸크러쉬처럼, 때론 요염하게. 종잡을 수 없이 이미지가 변하는 그녀를 소연도 신기하게 생각했다.
‘참 특이하단 말이야? 미호 언니는 볼 때마다 느낌이 다르니.’
"근데 세 분은 어떻게 만나시게 된 거에요?"
"윽!"
쌈을 먹다 말고 대근이 음식이 목에 걸린 것처럼 가슴을 두드렸다. 소연이 때문에 난처해 질 것은 예상했으나, 방금 전 질문에 손발이 맞지 않았다간 곧바로 오해를 살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 그게···."
말을 미리 맞추지 못한 창범이 불안한 표정으로 중얼거리는 데 미호가 바로 대답했다.
"우린 같은 길드 소속이었어."
"길드요?"
"응. 린의지알지? 거기서 만났어."
"아! 집행검?"
"어어. 그거. 그때도 대근 삼촌은 PC방 하고 계셨고, 창범이는 거기 단골 손님이었지. 쟤 고등학교 때부터 폐인이었다니까?"
"아···. 그래서 공장을···."
공돌이라는 소리에 창범이 발끈했다.
"공장 다니는 게 어때서? 넌 뭐 공부 잘했냐?"
"앗, 지금 저 머리 나쁘다고 공격하신 거?"
"너부터 시작했잖아."
"창범이 저놈은 하여간 철이 안들어서."
대근이 중재에 나섰다.
"맞어. 셋 다 게임으로 친해진 사이야. 나도 한창 때 같이 했거든. 내가 군주고, 창범이가 기사, 그리고 미호가 마법사였어."
"와, 뭔가 잘 어울리는 거 같아요. 그 게임은 오프라인 모임도 많다면서요?"
"응. 한때는 되게 잘나갔지. 지금은 셋 밖에 안남았지만.
"
"그렇구나. 미호 언니도 게임 좋아하는 줄은 몰랐어요."
"한때 그랬다는 거야."
"그래서 PC방 와서도 게임은 별로 안하시는구나."
"응, 지금은 끊었거든."
"혹시 오빠도 게임 해요?"
통성명을 통해 나이를 알게 된 소연이 이번에는 건에게 물었다. 혼자 꾸역꾸역 소고기를 먹고 있던 건이 대답했다.
"나, 나는 뜨, 뜨뜻."
"예?"
"나도 게임 좋아해. 참고로 나도 법사야."
"오. 법사가 둘이나?"
소연은 신기한 듯 일행을 쳐다보았다. 그때 전화가 걸려 왔는지 잠깐 양해를 구하고 밖으로 나갔다.
"저 잠시 친구랑 통화좀요."
소연이 밖으로 나가자 미호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더니 창범에게 따졌다.
"니가 쟤 데려오자고 했니?"
"나 아닌데?"
"뭐래니? 아주 얼굴에 써있구만. 지부 신입 대원 환영회에 민간인을 합석시키면 어쩌자는 건데? 정신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미호가 거칠게 몰아붙이자 보다 못한 대근이 나섰다.
"미안. 나도 동의했어."
"아저씨도요?"
"아니, 명분이 신입 알바 환영인데 기존 알바만 쏙 빼놓고 우리끼리 가면 모양새가 좀 그렇잖아. 나중에 알게 되면 섭섭해 할까봐."
"휴-. 진짜. 긴장들 좀 하세요. 들키면 어쩌려고. 그리고 너 신입."
"네?"
"법사는 또 뭐야? 그리고 능력을 왜 갑자기 개방하는 건데?"
"죄송합니다. 제가 말 더듬는 증상이 있어서···. 능력을 쓸 땐 괜찮아지거든요."
"상부에서 허가 해줬대. 컨트롤 좋은 친구라고."
"그렇게 뛰어나? 어디 실력 한번 보여봐."
미호의 요청에 건이 곧바로 소주병과 소주잔을 공중으로 띄웠다. 허공에 실로 매달린 것처럼 소주병이 옆으로 기울 어지더니 한 방울도 흘리지 않고 소주잔에 한 잔을 따라냈다.
"오, 제법인데?"
"세상에! 지금 그거 떠있는 거예요?"
그때였다.
전화를 받는다고 나간 소연이 자리로 돌아온 것은.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이른 타이밍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