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물로 태어나게 해주세요-910화 (877/2,000)

< 893. 단기 알바-3- >

***

"그럼 내일 스튜디오에서 뵙는 거로 하죠."

"네. 작가님. 오늘 고생하셨어요."

"별말씀을. 오늘 찍은 건 보정작업 끝내고 메일로 보내드릴게요. 전 그럼 다음 스케줄이 바빠서."

사진사가 먼저 일어섰다. 주로 대화를 듣고만 있었던 도훈은, 사진사를 배웅하는 예림을 보고 생각했다.

‘굉장히 깍듯하네. 그래도 나름 사장인데 저렇게 저자세일 필요가 있을까?’

"휴, 어쨌든 얘기 잘 돼서 다행이다."

"왜 그렇게 쩔쩔매?"

"응? 뭐가?"

"아니, 돈을 주고 고용한 사람은 너잖아. 근데 말끝마다 작가님작가님···. 그렇게까지 대우해줄 필요가 있어?"

예림이 그 말을 듣더니 피식 웃었다.

"내가 을이니까 그렇지."

"응? 을이라니?"

"아까도 말했지만, 차명우 저 사람 이쪽 업계에선 사진 잘 찍기로 유명한 사람이라고. 솔직히 모델이 아무리 좋아도 사진발 못 받으면 말짱 꽝이거든."

"근데?"

"영입하는데 얼마나 힘들었겠어? 몇 번을 퇴짜맞고 사정사정해서 겨우 계약 맺은 거란 말이야. 그러니 고용주 입장이긴 해도 자세를 바짝 낮출 수밖에."

"흠. 아무리 그래도 계약서상 갑을 관계라는 게 있는데, 너무···."

"깎았어."

"깎아?"

"요금 말이야. 자금이 달려서 다른 사람보다 싸게 계약했어. 나라고 저런 사람한테 굽신거리고 싶겠어? 꼴에 잘나간다고 목에 깁스 찬 것처럼 뻣뻣한 사람한테?"

"풉-. 어쩐지. 첨부터 좀 재수 없긴 하더라. 나한테 명함 줄 때 뭐라더라? 전, 이런 사람입니다? 나이도 얼마 차이 안 나는 데 완전 꼰대처럼 말하는 거 보고 개 당황했잖아."

"크크크크."

두 사람은 먼저 떠난 사진작가의 험담을 하며 깔깔거리며 웃었다. 자고로 없는 자리서 몰래 흉보는 것만큼 의기투합하게 만드는 것도 드물다.

한참 웃던 도훈이 진지하게 말했다.

"암튼 옆에서 보기 좀 불편했어. 그런 사정을 모르긴 했지만, 명색이 CEO인데 너무 저자세로 나가는 것 같아서. 나예림 하면 차갑고 도도한 게 매력이었는데 말이야."

예림이 그 말을 듣더니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어쩔 수 없지. 이런 코딱지만 한 것도 나름 사업이라고, 쩐 달리니까 아쉬운 소리 하게 되더라. 휴, 창고에 선반 짜 넣을 때, 업체 사장님한테 조금이라고 견적 줄여달라고 어찌나 쩔쩔맸던지."

도훈이 예림이 푸념을 들으며 생각했다.

‘예림이 참 대단하네. 천상 싸가지인 줄 알았더니 제 사업한다니까 제 성질 팍 죽이고 싹싹하게 변한 게. 은근히 사업가 체질인 건가?’

[주인님 말대로 성공할 운명이면 당연히 그래야죠.]

‘그치? 아무리 생각해도 감이 괜찮단 말이야? 이거 옷 장사 진짜로 대박 날 것 같아.’

[그럼 주인님도 덩달아 부자가 되시는 거죠. 지분의 4%는 주인님 거잖습니까. 하지만 계약은 구두로 하는 것보다 서류로 남겨야 하는 건 알고 계시죠? 혹시나 모르지만, 나중에 사이가 껄끄러워지면 법적인 다툼이 있을 수 있으니까 말이죠.]

‘당연하지. 그러잖아도 내일 촬영할 때 계약서 쓰려고 했어. 근데 잠깐만···. 생각해보니까 성공이 확실시되는 사업이라면 4% 지분은 너무 작은 게 아닌가?’

[네? 갑자기 무슨 소립니까?]

‘그렇잖아. 운세에도 그렇고 예림이 태도를 봐선 이거 분명 대박 날 조짐이 보인단 말이지.’

[네.]

‘근데 거기서 꼴랑 4%? 너무 작지 않아?’

[주인님이 일당으로 받은 게 200만 원이니까 그렇죠. 비율 계산은 주인님이 직접 하셨는데요?]

‘아니지. 그건 예림이 자본금이 5,000이라서 그런거고. 가만있어 봐. 이거 잘하면···.’

뭔가 확신이 든 도훈이 갑자기 예림에게 제안했다.

"그 정도로 자금이 부족한 거야?"

"아니 뭐, 부족하다기보단···."

"솔직히 말해봐. 부족해?"

예림은 자존심이 강한 여성이었으므로 쉽게 대답을 못 하고 고개만 살짝 끄덕였다. 도훈이 계속 물었다.

"예림아. 우린 친구이긴 하지만, 이제 엄연히 법인의 지분을 나눈 비즈니스적인 관계기도 해. 내 말 맞아?"

"그치. 네가 모델료 안 받고 4% 지분을 갖는다고 했으니까."

"현재로선 유일하게 회사 지분을 공유한 사람으로 나는 좀 더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수치가 듣고 싶어. 자금이 정확히 얼마나 부족한 건데?"

"음···."

"솔직하게 말해줘. 이제 나도 투자자인데 자금 사정은 알아야 할 거 아니야?"

도훈이 말을 멈추고 지긋이 예림을 응시했다.

예림이 마침내 자존심을 굽히고 대답했다.

"대충 이천?"

"이천만 원? 생각보다 많이 비는 것 같은데? 이거 시작도 전에 엎어지는 건 아니야?"

"아니야! 그것 때문에 자존심 굽히고 이리저리 고개 숙이고 다녔다고. 그리고 도매 업체에는 외상으로 물건을 들이기도 가능하니까···."

"물건을 회전시켜서 자금을 막겠다?"

"뭐, 대충은. 처음엔 좀 고생하겠지만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도훈이 혼자 팔짱을 꼈다.

나름 고민하는 분위기를 연출한 것이었다.

그러더니 한참 만에 대답했다.

"내가 융통해주는 건 어때?"

"융통이라니?"

"부족한 자금 말이야. 난 솔직히 네가 어디 가서 굽신거리는 거 보기 싫어. 사업하려면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도 그렇게 자존심 굽힐 필욘 없잖아."

"도, 도훈아···."

"난 당당한 예림이 훨씬 매력적이니까."

예림은 순간 기뻐했지만, 이천만 원을 융통해준다는 도훈의 말이 선뜻 이해가 되질 않았다.

"근데 네가 무슨 수로? 너 돈 있어?"

예림이 도훈을 처음 만난 건, 도훈이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할 때였다. 상식적으로 대학생 수중에 이천이라는 거금이 있을 리 만무했다.

"있지."

"야, 너 설마 전세보증금 빼려고? 됐어. 난 그렇게까지 해서 손 벌릴 생각은 없어."

"갑자기 웬 오버야? 누가 전세금 빼겠데? 나도 돈 있어."

"네가 무슨 수로? 2월만 해도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했으면서."

"너 모르는구나."

"뭘?"

"나 비트코인 대박 났잖아."

"비, 비트코인? 진짜?"

"아니 뭐 대박이라고 하긴 뭐하고. 한참 붐 일기 전에 알바비랑 용돈 모은 거 300 정도 코인에 박았었거든."

"헐!"

"그게 저번에 보니까 10배쯤 뛰었더라고."

"와···. 너, 너 진짜야?"

"어. 진짜. 더 묵혀둘까도 했지만, 혹시나 몰라서 출금해뒀어. 아니나 다를까 내가 빼고 나니까 훅 빠지긴 하더라."

"대박! 너 돈 엄청 벌었네? 그럼 삼천만 원 번 거야?"

"응. 운이 좋았지."

"아! 코인으로 대박 난 사람이 있다는 말은 들었는데 그게 너일 줄이야! 어떻게 나한테 한 마디도 안 했어?"

"실은 나도 까먹고 있었어. 내가 원래 한 번 투자하면 다시 찾을 때까지 신경 끄자는 주의거든."

"너 진짜 운 좋았구나!"

[엊그제 장군 양에게는 비트코인으로 쪽박 찼다고 거짓말하시더니 이번엔 대박이라고 구라를 치시나요?]

‘원래 투기판엔 딴 놈과 잃은 놈 둘 다 존재하는 거 아니겠어? 그렇다고 Av 촬영해서 돈 벌었다고 할 수도 없잖아. 이게 가장 그럴싸하겠더라고.’

[주인님도 참···.]

예림의 목소리가 떨려 나왔다.

단순히 피팅 모델 알바를 제의하려고 불렀던 도훈이, 알고 보니 가뭄의 단비 같은 동아줄이 될 줄이야.

"그, 그럼 그 돈을 나한테 빌려주겠다고?"

"빌려주는 게 아니야."

"그럼?"

"투자야. 아까랑 마찬가지로. 이천 부족하댔지? 어차피 지금 나한테 3,000만 원이란 큰돈은 필요 없는 돈이야. 끽해야 은행에 적금 넣어 봐야 일 년에 100만 원도 이자 안 붙을 거란 말이지. 그럴 바에야 너한테 과감하게 투자할게."

"그, 그럼 3000만 원을 전부다?"

"어. 기왕 하는 거 제대로 해보라고. 잘할 거 같으니까."

"꺄아! 도훈아 진짜 너!"

예림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도훈을 와락 껴안았다.

도훈이 민망한 표정으로 그녀를 떼어냈다.

"야야, 커피숍 손님들 다 보잖아."

"진짜 고마워! 진짜 진짜! 너밖에 없어. 솔직히 부모님께 죄송해서 더 손은 못 빌리겠고, 정 안되면 나중엔 사채까지 끌어쓸 생각이었거든."

"아무리 돈이 궁해도 사채 같은 거 쓰지 마. 진짜 패가망신해. 아무튼, 삼천이면 부족한 자금은 융통할 수 있겠지?"

"충분하지!"

"좋아. 그럼 이렇게 하자. 혹시 종이랑 팬 같은 거 있어?"

예림이 빽에서 조그만 다이어리를 꺼내 건넸다.

"여기."

도훈은 빈 종이를 펼쳐 새로운 투자에 대한 지분을 설명했다.

"기본 자본금 5,000에 원래 내 투자금 200에 3,000을 더하면···."

총액 8,000만 원.

그중 도훈의 지분은 3,200만 원.

4%였던 지분이 순식간에 40%로 늘어났다.

"계산대로 내가 전체 지분의 40%를 확보한 셈이야. 무슨 말인지 알겠지?"

"응, 그러니까 나랑 6:4로 나누자는 거지?"

"물론 비용 처리할 거 제하고 남은 수익에 대한 부분이지."

"좋아. 네가 나를 믿고 투자해 줬는데 그 정도는 보답해야지."

"내일 촬영할 때 내가 정식 계약서 만들어서 올 게."

"우와, 너 그런 것도 할 줄 알아?"

"대학교 동아리 선배 지인 중에 법무사 하시는 분이 있다고 들었어. 그분 통해서 계약서 작성하고 정식으로 지분 투자에 대해 도장을 찍는 거야."

"응. 아, 떨려. 부모님 빼고 나를 믿어준 사람은 네가 처음이야 도훈아."

예림은 여전히 들뜬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자금 부족으로 고개 숙였던 지난날을 생각하자, 감회가 새로운 모양이었다.

"난 네가 잘 할 거라고 믿어."

"응! 열심히 해볼게."

"열심히 하는 건 당연하고."

"그럼?"

"잘해야지."

"응!"

"꼭 성공해. 내 전 재산 너한테 올인한 거니까."

[주인님 수중에 1억 원 넘게 있지 않습니까?]

‘말이 그렇다는 거지. 달걀을 어떻게 한 바구니에 담냐?’

[아무튼, 과감한 결정이군요. 4%에 만족하실 줄 알았더니 40%라니요. 예림 양이 그만큼 믿음직스러우셨나 봅니다.]

‘아니. 정확히는 귀기묘묘 스킬에 건 거지. 신은 주사위 장난을 하지 않는다니까.’

[플레이어 아인슈타인이 한 말이군요.]

‘오잉? 아인슈타인도 플레이어였어?’

[모르셨습니까?]

‘아무튼, 플레이어가 한 말이면 더 믿을 만하지.’

"하-. 진짜 너한테 내가 어떻게 고마움을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어."

"공치사는 사양할 게. 너 불쌍해서 적선하는 거 아니야. 쇼핑몰 사업체에 정식으로 투자한 거지."

"그래도···. 나를 뭘 보고···."

"너한테 미안한 마음도 있으니까."

"아···."

"아무튼, 이제 한배를 탄 셈이니까 열심히 해보자. 나도 내일 촬영 최선을 다해 볼게."

협상을 마친 도훈이 자리에서 일어설 기미를 보이자 예림이 그의 손을 붙잡았다.

"설마 그냥 가게?"

"응? 왜, 더 할 얘기 있어?"

"피···. 한 배를 탔다면서? 간만인데 내 배도 한 번 타야지."

"뭐?"

예림의 말장난에 도훈이 피식 웃었다.

***

"하앙, 아앙, 아앙!"

도훈이 막바지 스퍼트를 올렸다.

정상위 자세에서 예림의 젖가슴을 터뜨릴 듯 움켜쥐고 힘차게 때려 박았다.

"아, 아직!"

"응?"

"아직 싸지마. 조금만 더 해줘."

도훈이 평소보다 일찍 끝내려는 기미를 보이자 예림이 그를 만류했다. 도훈이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와 씨, 아침부터 장군한테 기 빨리고 와서 힘도 없는데···.’

하지만 예림과는 간만이었으므로 도훈이 억지로 흐름을 끊으며 사정을 지연시켰다.

"헉헉. 야, 나 오늘 운전 오래 해서 피곤하다니까."

"알았어. 그럼 누워봐. 내가 올라갈게."

도훈이 벌러덩 모텔 침대에 드러눕자 예림이 곧바로 위에 올랐다.

"미안. 힘든 거 아는 데 조금만 더 느끼고 싶어서."

"쳇, 알아서 해."

"히힛! 고마워."

예림이 위에 올라타 대물을 집어넣으려고 했으나, 이미 흐름을 끊긴 대물은 살짝 발기가 죽은 상태였다. 아무리 도훈이 정력가라도 지리산에서 장군과 과부 귀신에게 연달아 빨린 기운은 쉽게 회복되지 못한 것이다.

"이런. 왜 이렇게 됐어?"

"오늘 컨디션이 좀···."

"잠깐 있어 봐."

예림은 그대로 다리 쪽으로 쭉- 타고 내려가더니 상체를 엎드려 대물을 빨기 시작했다.

쭙-쭙쭙!

"어, 엇? 야, 넣던 걸 왜."

"괜찮아."

예림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대물을 맛있게 빨았다.

살짝 발기가 풀려있던 대물은 예림의 현란한 혀 놀림에 다시 부풀기 시작했다.

"나참."

"음, 역시 맛있다."

대물을 다시 일으킨 예림이 도훈의 위로 올라왔다.

말타기에 들어간 예림을 보며 도훈이 말했다.

"이젠 니가 내 배를 탔네?"

"이런 배라면 매일 탈 수 있지. 핫, 핫!"

예림이 힘차게 말타기를 시작했다.

도훈은 출렁거리는 그녀의 가슴을 올려다보며 생각했다.

‘살이 빠지니까 늘씬해져서 좋긴 한데 슴살도 같이 빠진 건 아쉽네.’

[주인님이 다이어트 시켜놓고 그럼 안 되죠. 그리고 살이 빠지면 가슴도 같이 빠지는 게 당연한 거고요.]

‘아니지. 나중에 마법의 정액으로 가슴에 좀 발라 주면 되겠다. 그럼 가슴만 키울 수 있잖아.’

[주인님 취향대로 만드시게요?]

‘그것도 있는데, 예림이가 직접 쇼핑몰 호스트 겸 피팅모델을 하는 거잖아. 자고로 여자 모델을 빨통이 커야 남성 고객들이 호기심에라도 클릭해 보는 거거든.’

[호오. 나름 세일즈 포인트인 셈이군요.]

"아아! 도훈아, 너무 좋다! 우리 진짜로 같이하는 거지?"

"응. 비즈니스 파트너."

"그리고 동시에 섹스 파트너."

"어쨌든 파트너는 맞네."

도훈이 예림의 상체를 끌어안더니 단단해진 젖꼭지를 빨기 시작했다.

< 893. 단기 알바-3- > 끝

ⓒ 성난불기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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