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94. 단기 알바-4- >
도훈은 입안에서 젖꼭지를 굴리며 생각했다.
‘음, 확실히 줄었어. 장군이랑 비교하니까 확 체감이 되네. 장군이 F컵이었지, 아마?’
[네. 간호사 박지애양과 비견되는 사이즈였죠. 설마 그 정도까지 키우시게요?]
‘아니. 지나친 폭유는 옷 빨을 살리기 힘들어. 앞이 붕 뜨면 오히려 뚱뚱해 보일 수도 있고. 지금 C컵 정도니까, D 정도로 키우면 딱 보기 좋겠다. 남성 고객 유치시긴 슴가 마케팅이 최고지.’
도훈이 예리한 눈매로 확대할 사이즈를 가늠했다. 그러나 여상 상위 체위로 정액을 뿌리기는 마뜩잖았다. 이에 도훈은 자세를 바꾸어 다시 정상위로 전환했다.
"읏차. 이제 싸도 되지?"
"핫, 핫, 으, 응! 나 느낌 왔어."
"오케이. 그럼 싼다."
도훈이 힘차게 용두질을 하더니 클라이막스에 이르렀다. 그는 마지막 사정의 순간 대물을 뽑아내더니 예림의 상체를 향해 발사했다.
찍찍!
"아, 앗. 왜?"
질싸를 기다리던 예림은 난데없이 정액을 몸에다 뿌리는 도훈의 모습에 의아해 물었다.
"위험할 수 있잖아. 노콘인데."
"쳇, 그냥 싸도 되는데."
배 위로 쏟아진 정액에 허탈해하는 예림을 향해 도훈이 말했다.
"그거 가슴에 펴 발라."
"응?"
"내 정액."
"왜, 왜?"
"그냥. 보고 싶어서. 해줘."
"별걸 다 시키네, 이제."
예림은 영문을 몰랐으나, 도훈의 특이한 성벽이라고 생각하고 몸에 튄 정액을 두 손을 이용해 가슴 전체에 펴 발랐다. 끈적한 정액이 문지르면 문지를수록 허옇고 끈적하게 변했다.
"으으, 이상해. 이렇게 하면 기분 좋아?"
"응."
"변태 같아 진짜. 저번엔 먹이더니 이젠 바르라네."
예림의 볼멘소리에 도훈이 속으로 피식 웃었다.
‘나중엔 분명 나한테 감사하게 될걸? 돈 주고도 힘든 유방확대를 공짜로 시켜줘도 불만이야.’
***
다음 날 아침.
오전 촬영 일정이 잡힌 도훈은 아침부터 치창에 공을 들였다. 백옥 크림 등의 아이템으로 피부 톤을 밝게 하고, 헤어스타일 역시 매직 드라이를 이용해 완벽하게 다듬었다.
어차피 나중에 피팅용 옷으로 갈아입어야 했기 때문에 편한 복장을 걸치긴 했지만, 그런 와중에도 외모는 연예인처럼 눈이 부셨다.
"와, 내 얼굴이지만 내가 봐도 잘생겼네."
도훈은 거울을 보고 어깨를 으쓱했다. 처음 빙의했을 때도 미남이라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외모가 점점 더 빛이 나는 것같았다. 어쩌면 마법의 정액이 도훈의 몸에도 영향을 끼친 결과 같기도 했다.
[아이고, 거울 뚫어지겠습니다. 더 늦기 전에 출발하시죠.]
‘왜? 촬영까진 아직 1시간이나 남았는데.’
[법무사 통해 계약서 작성해야 않습니까? 오늘 지분에 대한 협약을 정식으로 한다지 않으셨나요?]
‘아, 계약서? 그걸 왜 돈 주고 작성해?’
[그럼요?]
‘너 내가 전생에 무슨 일 했는지 잊었어?’
[대기업 수석연구원 아니셨나요?]
‘맞아. 그덕에 계약서는 신물 나게 작성했지. R&D 업무 협약이 내 주요 일 중 하나였거든.’
[아, 그렇군요!]
‘계약서 같은 건 내가 직접 써도 돼. 인터넷으로 표준 계약서 양식 하나만 받아다가 문구 일부 수정하는 건데 뭐.’
도훈은 근처 PC방에 들러 후다닥 계약서를 완성했다. 그의 말대로 15분 남짓 만에 그럴싸한 계약서가 완성되었다. 전생의 특기가 도움이 되긴 오랜만이었다.
도훈이 프린트물을 챙겨 촬영 스튜디오로 출발했다.
포토그래퍼 차명우의 스튜디오는 서초구에 위치해있었다. 딱 봐도 임대료가 비싸 보이는 건물 1,2층을 통째로 사용하는 걸 보아 잘나간다는 말이 과장이 아님을 실감할 수 있었다.
‘거들먹거릴 만은 했네.’
스튜디오에 들어가자 먼저 도착한 예림이 그를 맞았다.
"제시간에 왔네? 와, 근데 너 오늘 쫌 다른데?"
예림이 평소보다 훨씬 힘을 주고 나온 도훈의 모습에 감탄했다.
"원래 이렇게 잘생겼었나?"
"몰랐냐?"
"아니 평소에는 수수하게 다니니까 그렇지. 암튼, 멋있어. 빈말이 아니라."
"참, 계약서 뽑아 왔어."
도훈이 프린트된 계약서를 내밀자 예림이 곧바로 팬을 들고 물었다.
"여기 사인하면 돼?"
"내용도 안 읽어보고?"
"뭘 읽어? 너랑 나 사이에. 어련히 잘 작성해 왔겠지."
도훈이 고개를 가로젓더니 따끔하게 충고했다.
"나사장님. 노파심에 하는 말이지만, 앞으로 무슨 계약을 맺던 간에 약관 내용은 꼼꼼히 확인하세요. 이러면 내가 불안해서 투자하겠어?"
"참나. 계약 주체가 너니까 그렇지. 내가 설마 아무 데나 막 사인하고 다닐까 봐? 암튼 알았어. 꼼꼼히 읽을 테니까 그럼 옷부터 갈아입고 있어."
예림이 이동용 행거를 도훈 쪽으로 내밀었다.
의류매장에나 쓰일 것 같은 행거에는 오늘 피팅 해볼 옷들이 빼곡하게 걸려있었다. 어마어마한 양에 질린 도훈이 되물었다.
"이걸 다 오늘 갈아입어야 한다고?"
"무슨 소리야? 뒤에 두 줄이나 더 있는데."
예림이 가리킨 방향을 보니 빽빽이 의상이 걸린 행거가 두 개나 더 보였다.
‘와, 씨. 이거 절대 쉬운 일 아니구나. 저걸 언제 다 입어본담?’
도훈은 일당을 괜히 많이 준 게 아니라는 걸 뒤늦게 깨닫고 옷을 챙겨 탈의실로 들어갔다.
***
"지금 포즈 좋고요, 살짝 왼쪽 어깨만 들고, 그렇지. 찍습니다."
찰칵-!
촬영은 쉴 새 없이 이어졌다.
포토그래퍼 차명우는 명성대로 일에 있어서만큼은 확실히 프로였다. 분명 비슷한 포즈 같은데 미세한 조절을 통해 만족할 까지 재촬영을 반복했다. 도훈은 얼굴에 쥐가 날 것 같았지만, 애써 웃는 표정을 유지하며 촬영에 임했다.
‘휴-. 이게 진짜 내 일이니까 참지.’
[그렇죠. 쇼핑몰이 잘 되면 예림양도 그렇지만 주인님도 덩달아 투자가 성공하시는 셈이니까요.]
그때 디스플레이에 사진을 꼼꼼히 확인하던 차명우가 도훈에게 물었다.
"흐음, 근데 남자 모델분 혹시 촬영 자주 해보셨어요?"
"저요?"
"느낌이 살아 있는데요? 현직 모델 같아요."
"아니요. 그건 아닌데, 올해 학교 홍보 모델로 촬영을 해본 적은 있어요."
"역시. 그러시구나. 표정이 아주 좋아요. 와꾸는 말할 것도 없고. 내가 볼 땐 진짜 모델로 진출하셔도 충분할 것 같은데?"
"그 정도예요?"
옆에서 도훈의 코디를 자청하던 예림도 놀랍다는 듯 물었다.
"데려오신 분이 피팅 모델만 하기엔 아까운 수준이세요. 여기 사진 보세요."
"와···. 보정도 안했는데 확실히 잘 나왔네요.""심지어 이게 B컷이에요."
"진짜요?"
"타고난 모델이세요. 어떻게 이런 분을 구하셨지?"
"호호, 제가 좀 인복이 많은가 봐요."
도훈은 두 사람의 칭찬에 괜히 머쓱해졌다.
‘사람 면전에 두고 민망하게 품평은···.’
[왜요? 주인님이 남다른 자질이 있다는 데 기분 좋지 않으십니까?]
‘외모 칭찬은 영 어색해서 말이지.’
"자 이번 컷만 더 찍고 잠시 쉬었다 갈게요. 도훈씨? 같은 포즈로 한 컷만 더."
***
잠시 쉬는 시간이 되자 스텝이 커피를 들고 왔다. 스튜디오에 소속된 여직원 같았는데 괜스레 내 얼굴을 훔쳐보더니 부끄러운 얼굴로 커피잔을 내밀었다.
"너무 멋있으세요, 모델님."
"감사합니다."
"현역 맞으시죠?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여직원이 도훈에게 자꾸 호감을 드러내자 옆에서 팔짱을 끼고 앉아있던 예림이 날 선 목소리로 따졌다.
"저기요, 둘이서 잠깐 중요하게 상의할 얘기가 있는데 잠시만 자리 비켜주시겠어요?"
"아, 앗. 네 죄송합니다."
여직원을 내쫓은 예림이 도훈을 향해 짜증을 부렸다.
"좋냐? 아주 헤벌쭉 해 가지고."
"뭐래? 근데 무슨 중요한 얘기?"
"아까 계약서 말이야. 다 읽어 봤는데 좀 이상한 게 있어서."
"무슨?"
예림이 들고 있던 계약서를 들이밀었다.
"여기 투자금 중도 회수에 대한 부분 말인데, 기한이 적혀 있지 않고 공란으로 남겨놨길래."
"아, 그거? 그건 네가 스스로 정하라고."
"응? 무슨 소리야?"
"내가 말했잖아. 난 투자하면 잊어버리는 타입이라고. 그러니까 네가 여유가 될 때 정산해달란 말이었어. 지분을 중간에 회수해버리면 네가 갑자기 쪼들릴 거 아냐."
"저, 정말 그래도 돼?"
"응. 믿고 맡길 테니까 잘 해봐."
"아, 도훈아 정말···. 너 나 그 정도로 믿어 주는 거야?"
"옛말에 그런 말이 있잖아. 사람을 못 믿을 거면 쓰질 말고, 썼으면 의심을 말라고. 난 예림이 너 전적으로 믿어."
"아···. 도훈아 난 정말 어떻게 이 고마움을···."
"그밖에 별 특이사항은 없지? 그럼 마지막 장에 사인해. 바로 투자금 유치시켜 줄 테니까."
"바로?"
"어. 현금으로 뽑아서 챙겨왔어. 차에."
"헉, 삼천이나 되는 큰돈을? 계좌이체 안 하고?"
"내가 원래 캐쉬를 좋아하거든."
사실 전에 현금으로 받은 1억을 통장에 넣지 않고 보관하는 중이었다. 예림이 떨리는 손으로 서명란에 사인하며 물었다.
"도, 도훈아. 만약에 이번 사업 나 잘못되면···."
"잘못되면 안 된다니까?"
"그래도 만약이란 게 있잖아. 만약 잘못되면 내가 너한테 평생 빚 갚는 마음으로 살게."
"응? 무슨 수로?"
"그냥 평생 너 수발들면 되지."
"헐, 누구 좋으라고?"
"지금 나 같은 미인이 몸종을 자처한다는데 튕기는 거야?"
"아이고, 그런 생각일랑 말고 사업이나 잘하세요. 파트너씨."
"알았어. 너 피팅 사진 너무 잘 나와서 안 그래도 대박 날 거 같아."
"홈페이지 게시는 언제야?"
"사이트 운영은 전문 업체에서 대리해 줄 거야. 지금 구축은 끝난 상태라 상품 올라가는 대로 바로 시작이야. 대충 일주일 뒤? 나는 오더 들어온 거 포장해서 택배만 보내면 돼. 재고 확인해서 필요한 발주 넣고."
"좋네. 너 혼자서 다 하는 거야?"
"당분간은. 나중에 주문량 늘어나면 직원도 좀 뽑고 그러려고."
"멋있다. 넌 계획이 다 있구나?"
"나 이거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하는 거 아니야. 이걸로 꼭 보란 듯이 성공해 보일 거야."
"잘할 수 있을거야, 예림아. 내 도움이 필요한 거라면 언제든 말 만해. 이건 네 사업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내 전 재산을 건 투자기도 하니까."
"응!"
예림은 굉장히 의욕적이었다.
성공하는 사람들이 흔히 보이는 열정이 가득했다.
‘이번 투자, 감이 좋네.’
[스킬에서도 대길이라지 않았습니까. 한 번 믿어 보시죠.]
‘확 남은 7,000도 다 밀어 버릴까?’
[그럼 부담스러워서 예림양이 받겠습니까? 그리고 자금 출처를 뭐라고 하시려고요?]
‘하긴. 너무 금액이 커져도 문제가 될 순 있겠네. 이건 적절하게 다른 곳에 투자해야지.’
[주인님은 정말 가만있질 못 하시군요. 보통 그런 큰 돈이 생기면 은행에 저금부터 할 텐데요.]
‘돈은 돌아야 돈이지. 가만 묵혀두면 종잇조각에 지나지 않아.’
[확실히 관록이 엿보입니다. 누가 주인님을 대학생이라고 보겠습니까?]
‘그치? 그나저나 주변에 너무 잘나가는 여자들이 많은 것도 고민이다.’
[또 누구요?]
‘필라테스로 성공한 미나도 있고, 장군이도 월 삼천 버는 유명한 무당이잖아. 예림이는 나중에 더 크게 성공할지도 모르고.’
[하긴 그렇군요. 주인님이 돈 냄새를 기가 막히게 잘 맡는 거 아닐까요?]
‘아니면 나를 거쳐 간 여자들이 다 재물운이 좋아지는 걸지도 모르지.’
[그게 그렇게 되나요?]
"도훈아, 이리 와봐."
"응?"
"같이 셀카 하나만 찍자."
"웬 셀카?"
"인증샷 말이야. 아, 내가 너한테 말 안 했구나. 홈페이지 홍보는 우선 인스타로 할 거야."
"인스타?
"왜 요새 인플루엔서 마케팅이 유행이잖아. SNS 통해 자연스럽게 홍보하는 건데, 그런 식으로 뜬 사이트들이 엄청 많거든."
"아하. 근데 괜히 같이 찍으면 남들이 오해하는 거 아냐?"
"뭐래? 피팅 모델끼리 같이 촬영중에 한 번 찍자는 건데. 나도 여성복 모델이잖아."
"아, 그렇지?"
SNS에 내 사진을 올린다는 게 살짝 마음에 걸렸지만, 예림이 말대로 남들에게 둘러댈 명분이 있어서 다행이었다. 혹시나 아는 사람이 보더라도, 아는 지인 피팅모델 알바를 했다고 하면 그만이니까.
"자, 찍는다!"
예림이 부담스러울 정도로 얼굴을 가까이 들이댔다.
누가 보면 연인이라고 착각할만한 사진이었다.
‘괜찮겠지 뭐.’
찰칵!
***
"오늘 진짜로 고생했어."
"아니야. 투자금이랑 계약서나 잘 챙겨."
"응, 응. 바로 은행 들러서 입금해 놓을 거야. 그나저나 그냥 보내긴 아쉬운데···."
"뭐 오늘만 날인가? 오후에 택배사 관계자랑 미팅해야 한다면서. 얼른 가."
"응. 홈페이지 열리면 너한테 제일 먼저 알려줄게."
"그래. 그럼 다음에 봐."
촬영을 마친 도훈은 예림과 헤어졌다.
혼자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던 도훈은 오전 촬영만으로 녹초가 되어 버렸다.
‘피팅모델이 돈 쉽게 버는 게 아니구나. 옷을 입고 벗고만 몇 번을 반복한 지 모르겠어. 그리고 그 조명, 나중에는 열기 때문에 얼굴에 땀이 나더라고.’
[쉽게 돈 버는 일이 세상에 없긴 하죠. 그래도 고생하셨습니다. 단기 알바치곤 굉장히 고됬던 것 같네요.]
‘정확히 말하면 단기 알바를 가장한 장기 투자지. 예림이 잘하기를 기도하는 수밖에.’
[잘 할 겁니다. 의욕도 넘치 고요.]
‘그러게. 그나저나 오후엔 뭘 한다?’
그때 기다렸다는 듯이 통화가 걸려왔다.
도훈은 발신인의 이름을 확인하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지? 평소 연락하던 애가 아닌데?’
< 894. 단기 알바-4-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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