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물로 태어나게 해주세요-240화 (220/2,000)

< 222. 깊은 밤, 달은 지고-20- >

***

저녁 예불을 마친 혜공은 자리를 떨치고 일어났다.

‘그 청년을 만나봐야겠군.’

혜공은 템플 스테이 방문객들이 머무는 숙소로 향했다. 도훈이 묵고 있는 방에 이르렀지만 불이 꺼져 있었다. 혹시나 싶어 방문을 열어 보았지만, 역시나 빈 방.

혜공이 머리를 갸우뚱 했다.

‘늦은 시간에 어딜 갔을꼬?’

그때 반대편에서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가 들려왔다.

"크헉! 여기서 왜 파토가 나와! 태영이 넌 내가 딸려고만 하면 이렇게 초를 치냐?"

"그러면 구사들고 그냥 죽을까요? 형, 저도 지금 후달려요. 도훈이 형한테 장땡 한 방 맞는 바람에 휘청휘청한다고요."

"오냐, 한 번 끝을 봐보자. 도훈이 넌 안 들어 올 거지?"

"그래. 난 이 판 쉴 게."

문밖에서 대화 내용을 엿들은 혜공이 눈살을 찌푸렸다.

‘신성한 절에 와서 노름이라니···, 쯧쯧. 참으로 목불인견이구나.’

혜공이 한마디 하기 위해 문을 열려는 순간, 여학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긴 사람이 내일 점심 사는 건데 이렇게 열심히 할 필요가 있어요?"

"맞아요. 너무 치열해."

‘응?’

혜공이 주춤했다. 가만히 내용을 들어보니 돈 먹고 돈 먹는 투전판이 아니라, 내일 점심을 누가 살 것인지를 놓고 게임을 하는 모양이었다.

‘흐음. 노름이 아니라면 끼어들긴 뭐 한데···.’

혜공은 고지식한 스님이었지만, 그렇다고 세속의 일까지 일일이 간섭할 정도로 꽉 막힌 사람은 아니었다. 더구나 템플 스테이에 참여한 젊은이들이 지루한 산 중 생활을 잘 못 견뎌하는 심정도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다.

다시 방안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수라발발타! 제발, 제발!"

"태영이 겜 하는데 조용히 좀 할 수 없냐. 무슨 화투를 입으로 치는 것도 아니고···."

"형, 이게 제 스타일이에요. 아싸, 갑오!"

"으으! 한 끗 차이로 발렸네."

"나가리 내서 다음 판 먹는 설계 오지구영!"

"아오, 저 입 진짜 꼬메 버릴라."

"놔둬. 물에 빠져도 입만 뜰 걸 태영이 쟤는?"

"하하하."

문고리를 잡던 혜공이 망설였다. 지금 문을 열었다간 활기찬 분위기에 찬 물을 끼얹는 불청객이 될 것 같았다.

‘흐음, 도훈 군하고 차나 한 잔 하려 했지만 내일로 미뤄야 겠군.’

혜공이 터벅터벅 발걸음을 돌렸다.

***

"예불은 잘 올렸느냐."

"예, 형님."

"그 청년은 어찌 됐고?"

"오늘은 날이 아닌 것 같아 내일 아침에나 만나 볼까 합니다."

"그래? 그럼 슬슬 가보자꾸나."

두 사람은 빠르게 산길을 올랐다.

젊은 장정들도 헉헉댈 만큼 비탈진 경사였지만, 두 사람의 움직임은 산짐승처럼 날래기 짝이 없었다. 나이에 걸맞지 않는 체력은 평생을 쌓아온 공력에 기인했다.

시간이 지나며 살짝 처지기 시작한 혜공에 비해 혜민은 처음부터 끝까지 호흡하나 흐트러지지 않았다. 뒤따르는 혜공이 쌍둥이 형의 등을 보며 생각했다.

‘못 본 사이 형님의 내공이 더욱 깊어 지셨구나. 나는 언제 쯤 발끝이나 따를 수 있을고.’

어려서부터 혜민의 무재는 정평이 나 있었다.

일찍이 두 형제를 거둔 성호스님이 혜민을 보고 이르기를, 숭산에서 태어났다면 세상에 이름을 크게 떨칠 무승이 되었을 거라 했다. 기반이 취약한 변방에 태어나 제대로 된 무공을 전수받지 못한 탓에, 그 성취가 재능의 반도 이르지 못했다며 평생을 안

타까워했다.

그에 반해 혜공은 평범한 축이었다. 다만 형에 대한 열등감을 피나는 노력으로 승화시켜 범인이 이를 수 있는 경지를 월등히 뛰어넘을 수 있었다.

형이 타고난 천재라면, 동생은 노력의 천재.

그는 항상 혜민의 발치에도 이르지 못함을 한탄했지만, 실은 무섭게 뒤쫓아오는 혜공이 있었기에 혜민 역시 자만하지 않고 오늘에 이를 수 있었다.

이렇듯 두 무승은 서로가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평생 피를 나눈 형제이자 도반으로서 성장해 왔다. 그리고 마침내 기연을 만나 새로운 경지로 올라설 기회를 잡은 것이다.

"이곳이 무학 대사께서 면벽수련을 하던 곳입니다."

산의 정상부에는 허리를 숙여야 겨우 들어갈 수 있는 토굴의 입구가 보였다. 오랜 균열의 틈에 생성된 자연 동굴.

"장소가 외진 것은 좋으나 두 사람에겐 조금 비좁지 않겠느냐?"

"입구는 좁지만 안은 생각이상으로 넓습니다. 들어가 보시지요."

혜공이 등불을 들고 앞장섰다. 혜공의 말처럼 토굴 안은 생각이상으로 넓어 원룸 절반정도 되는 크기였다.

"장소는 충분하구나. 본 수련은 극히 위험하므로 한 명씩 호법을 하며 익히는 것이 좋겠다. 공이 네가 먼저 해보겠느냐."

"아닙니다, 형님. 형님께서 먼저 발견하신 것을 어찌 저에게 먼저 양보하십니까? 말씀을 거두시지요."

"허허. 내 너를 위해 가져온 것이니 네가 먼저 익히거라."

형의 양보에 감격하면서도 염치를 아는 혜공은 거듭 사양했다. 그러다 뭔가 생각이 났는지 말했다.

"정 그러하면 함께 수련을 하는 것은 어떠신지요?"

"함께? 허나 만에 하나 산짐승이라도 끼어드는 날엔 큰 화를 입을 것이다."

혜공이 희미하게 웃으며 말했다.

"몇 해 전 이곳에서 폐관수련을 한 적이 있습니다."

"공이 네가 폐관수련을?"

"네, 생각에 미혹됨이 많아 한동안 절의 사무를 멈추고 일주일간 이곳에서 참선을 했었지요. 그러다 신기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혜공이 막다른 벽을 손등으로 두들겼다. 그러자 돌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투박한 소리가 들려왔다.

퉁-

"호오, 이게 어찌된 일이냐?"

"아마도 앞선 선사께서 깊숙한 곳에 빈 동공을 만들어놓고 홀로 수련하셨던 모양입니다. 돌처럼 보이는 이것은 나무에 색을 입힌 위장막입니다."

혜공이 그 말을 증명해 보이듯 위장막을 옆으로 치우자, 동굴 안쪽에 또 다른 공간이 나왔다. 재단처럼 꾸며진 공간에는 돌에 새겨놓은 불경과 투박한 불상이 놓여 있었다.

"아미타불."

혜민이 불상을 향해 절을 올렸다.

"이곳이라면 둘이 동시에 수련을 해도 무방하지 않겠습니까?"

"보잘 것 없는 우리 형제가 말년에 이런 호사를 다 누려보는 구나. 다 부처님의 뜻이니라."

두 형제는 동굴 안쪽 밀실로 들어가 다시 위장막을 덮었다. 위장막에는 조그만 구멍이 나있어 앉은 자세로 바깥을 볼 수 있는 구조였다.

"혹시 모르니 제가 입구 쪽에 앉아 망을 보겠습니다."

"그리하거라."

두 스님은 서로 등을 맞댄 체 가부좌를 틀기 시작했다.

***

희원은 확실히 음탕한 여자였다. 산 정상을 오르는 중에도 내 손이 아닌 대물을 붙잡고 있었다.

"이게 그렇게 좋아요?"

"응. 너무 좋아서 계속 만지고 싶어."

그러면서 연신 대물을 자극하는 통에 나는 발기를 풀지도 못 한 체 소처럼 질질 끌려가야 했다.

"뭘 먹고 이렇게 큰 거야?"

"음, 여자 먹고?"

···라고 대답을 하려고 했지만 차마 그 말은 할 수가 없었다. 여자랑 자면 잘수록 굵기가 굵어진다는 말을 누가 믿을 수 있겠는가?

"날 때부터요."

"얼굴도 잘생기고 몸도 좋은데 거기까지 크다니···. 완전히 축복 받았구나 넌."

"아니에요. 누나야 말로···."

나는 브래지어를 풀어 던진 희원의 젖가슴을 움켜쥐며 말했다.

"이렇게나 크면서."

"하앗. 하지 마, 또 하고 싶어진단 말이야."

"누나는 맘대로 내걸 만지면서 나는 만지면 안 돼?"

한 번 살을 맞대서 그런지 대화 수위가 상당히 올라간 상태였다. 가슴을 만져대자 금방 딱딱해진 젖꼭지가 살 오른 건포도처럼 오돌토돌해졌다. 나는 일부러 젖꼭지를 꼬집으며 희원을 자극했다.

"흐, 흐응. 요 쪼그만 게··· 자꾸."

‘쪼그맣기는. 너보다 오빠다 이것아.’

[희원양은 의외로 귀여운 성격이군요. 처음에는 굉장히 정숙한 여인 같았는데···.]

‘원래 한 번 자고 나면 본색 나오기 마련이지. 은근히 애교도 많고 적극적인 스타일 같아.’

[하긴 원래 주인님의 연세라면 딱 적절한 나이차 일지도.]

‘그치? 이제껏 영계만 먹다 미씨 먹으니까 더 맛있는 거 같아.’

투둑-

빗방울은 시간이 갈수록 더욱 거세어졌다.

아무리 봐도 한바탕 쏟아질 분위기.

나는 장난을 거두고 걸음을 재촉했다.

"얼마나 더 가야 돼요?"

"거의 다 왔는데 너무 어두워서 잘 못 찾겠···. 아, 저깄다."

희원이 핸드폰 후래쉬를 비추자 절벽처럼 깎인 바위 사이로 동굴의 입구가 보였다.

"너무 좁은 거 아니에요? 내 몸은커녕 물건도 안 들어가겠는데?"

"후훗. 그 정돈 아니던데? 입구가 좁아 그렇지, 안에는 꽤 넓어. 스님들이 가끔 면벽 수련하는 곳이라 바닥에 돗자리도 깔려있어."

"얼른 들어가요. 더 있다간 흠뻑 젖겠어요."

"젖으면 네가 말려주면 되지. 히히."

희원이 야시시하면 표정으로 말했다.

이동하는 사이 흥이 식을 줄 알았는데, 계속 고추를 주무른 것과 방금 전의 터치로 어느새 욕구가 바짝 오른 모습이었다.

‘과연, 음기가 충천한 여인이구나. 오늘 밤 저 동굴에서 만리장성을 쌓아야 할지도···.’

허리를 숙여야 겨우 들어갈 수 있는 동굴이었기 때문에 희원을 먼저 들여보냈다. 희원이 허리를 숙이며 들어가는 모습에 갑자기 나는 장난기가 동했다.

코박죽.

"흡! 뭐, 뭐야."

"가만있어 봐요."

희원의 음부에 코를 처박자 미끈한 보짓살이 느껴졌다. 하지만 옷 위라 그런지 느낌이 덜했다. 나는 그대로 바지를 붙잡아 내렸다. 거뭇거뭇한 털 사이로 전복같은 희원의 봊이가 벌렁거렸다.

"하잉, 드, 들어와서 하지."

"이런 게 또 재미죠."

나는 입구에 낀 상태로 희원을 농락했다. 다리 쪽은 비를 맞아 젖고 있었지만, 그보다는 희원의 그곳이 훨씬 젖어 있었다.

할짝-할짝-

"흐응, 지, 진짜 너. 짖궂어."

쪽쪽-

"하앙, 하앗!"

동굴 입구를 기준으로 희원의 상반신은 안으로, 내 다리는 밖으로 나와 있었다. 길게 늘어진 인간 지네처럼 나는 희원의 뒷봊이를 사정없이 빨아 재꼈다.

"으으! 그, 그만."

"무슨 소리에요? 이제 시작인데."

아무래도 입으로 하는 것은 한계가 있었다.

‘손가락은 입보다 빠르지.’

워낙에 성욕이 넘치는 여인이었기에 대물로만 조지는 것은 한계가 있었다. 일단 손으로 한번 보내줘야겠다고 생각한 나는 그대로 희원의 구멍 속으로 손가락을 쑤셔 넣었다.

"허억!"

그녀의 구멍이 손가락을 휘감는다. 무엇이든 들어오기만 하면 일단 붙잡고 보는 문어 빨판 같은 봊이였다. 나는 빙글빙글 손가락을 돌렸다. 입구는 조였지만 안은 여유가 있는 모습이 이 토굴의 모습과 닮아있었다.

"아아, 아, 아!"

투박한 손짓에도 희원은 흠뻑 느끼는 것 같았다. 아니, 오히려 거칠게 할수록 더욱 흥분하는 스타일이 분명했다.

‘그렇다면 한 개 더!’

나는 손가락을 하나 더 밀어 넣으며 사정없이 흔들었다. 앞뒤로 넣었다가 좌우로 흔드는 등 무슨 장난감 다루듯 하는 모양새였다. 동굴에 상반신이 들어가 허리 아래만 내놓고 있는 포즈 덕분인지 더욱 현실감이 없었다. 마치 일본에서 파는 단백질 오나홀

을 가지고 노는 느낌이랄까?

"흐아앗, 흐아!"

찌꺽 찌꺽-

동굴 안쪽으로 음탕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

두 스님의 운공은 3시간이 넘도록 계속되고 있었다.

몸에선 열기가 피어올라 아지랑이가 돋아나올 지경. 강한 양강의 기운을 가진 동자공이 세수경의 운기조식에 따라 전신의 맥락을 휘감아 돌며 생기는 현상이었다.

혜민과 혜공은 정수리의 백회혈부터 발바닥의 용천혈에 이르기까지 혈도가 뻥 뚫리는 기분에 완전한 충분감을 느끼고 있었다. 세수경은 본디 기존의 내공을 보완 강화해주는 심법으로, 불가 무공의 원류라 해도 무방했다.

따라서 그들이 익힌 소림 동자공에 세수경의 운기조식이 더해지자 전에 없던 내공이 단전에서 휘몰아치는 것이었다.

‘아아···. 이것이 새로운 경지!’

무아지경에 빠진 혜공은 단전을 가득 매운 충만감에 공간과 시간감각마저 흐릿해질 정도였다. 그 때, 별안간 귓속으로 집중을 흐트러뜨리는 소리가 파고들었다.

[흡! 뭐, 뭐야.]

[가만있어 봐요.]

‘으음? 이, 이 무슨!’

분명 아무도 없는 산중의 동굴이었다.

그것도 늦은 시각 이곳에 사람이 온다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한 일. 혜공은 귀로 듣고도 이를 심마(心魔)의 탓으로 여겼다.

‘으으. 잡념이 운공을 방해하는 구나. 이 모든 게 수련이 부족한 일. 집중하자, 집중.’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밖에서 들리는 소리가 음란한 기운을 더해갔다.

[흐응, 지, 진짜 너. 짖궂어.]

‘이, 이게 무슨 해괴한 소리란 말인가. 아아, 혜공아 마음속에 삿된 기운으로 가득 차 있구나!’

혜공이 정신을 집중시키는 불경을 외기 시작했다.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관자재보살행심반야바라밀다시조견오온개공도일체고액사리자’

그러나 아무리 불경을 읊어도 그 소리는 점점 더 커져갈 뿐이었다.

[아아, 아, 아!]

지독한 색기가 담긴 여인의 교성이 불경을 뚫고 뇌리를 강타했다. 혜공은 다시 필사적으로 주문을 외웠다.

‘색불이공공불이색색즉시공공즉시색 색색새..섹스!’

[흐아앗, 흐아!]

‘이, 이것은 설마!’

혜공은 그제야 밖에서 들리는 소리가 진짜라는 의심이 일기 시작했다. 그것이 아니라면 이렇게 집요하게 심마가 파고 들리 없었다.

‘꿀꺽’

혜공이 가늘게 눈을 뜨며 위장막의 틈을 통해 동굴을 응시했다.

< 222. 깊은 밤, 달은 지고-20- > 끝

ⓒ 성난불기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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