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9. 하수 탈출-13- >
***
배 밑으로 나연이 깔린 사이, 침대 위에선 연두가 혼자 끙끙대고 있었다. 바닥에 누운 나연은 볼 수 없지만, 상위를 차지한 나는 침대 위가 또렷이 보였다.
‘엄청 하고 싶나 보네. 하긴 아까 하다가 갑자기 멈춰버렸으니···.’
하다 멈추면 아니함만 못하다는 말이 있다.
그녀를 보니 어린 시절 비슷한 경우를 본 기억이 떠오른다.
당시 국민 학생이던 나는 방학 때마다 시골 할아버지 댁에 머물렀다. 그곳은 2차선 도로 위로 경운기가 오르면 뒤따르는 차들이 영락없이 거북이 신세가 되는 전형적인 시골 동네였다.
한번은 잠자리 채를 들고 들판에서 뛰노는 데 논두렁 한가운데 개 두 마리가 서로 엉덩이를 맞대고 있는 게 보였다. 순진했던 나는 서로 꼬리를 붙이고 낑낑대는 개들의 모습이 그렇게 신기할 수 없었다.
평소 개를 귀여워하던 나는 겁도 없이 다가갔다. 개들은 놀라 움찔하면서도 서로 어디가 연결된 것인지 달아나지 못한 채 꼭 붙어있었다.
치기 어린 마음에 나는 개들을 갈라놓고 싶었다. 나무 막대기를 들고 엉덩이를 마구 두들기자 한 놈이 도망가려고 앞으로 달려가는데, 나머지 한 마리가 질질 끌려가다 나가떨어졌다. 그 모습이 너무 우스꽝스러웠던 나는 한참을 배를 잡고 깔깔거렸다.
집으로 돌아가 할아버지에게 그 얘기를 전하는데 평소 인자한 당신께서 처음으로 나에게 역정을 내던 기억이 난다.
"정우 이노무 자식아, 홀레 붙을 때는 개도 안 건드리는 법이여."
내가 훼방을 놓는 바람에 이장님 댁 암컷은 그해 가을 새끼를 두 마리 밖에 못 낳았다고 들었다. 뒤늦게서야 내가 한 짓의 의미를 깨닫곤 많은 후회를 했다.
‘···한낱 동물이라도 교미를 하다 중단되면 그렇게 아쉬운 법이거늘, 사람인들 오죽할까.’
나는 다행히도 파트너를 바꿔 욕정을 해소하고 있지만, 그러지 못한 연두는 지금쯤 미칠 지경일 거다. 얼마나 하고 싶었으며 귀동냥을 의지해 저렇게 끙끙거린단 말인가.
‘좀 더 자극을 줘서 끌어 들여봐야겠군.’
결심을 굳힌 나는 바닥에 눕힌 나연의 상반신을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는 허벅지 위에 올리고는 좌상 자세로 전환했다.
"오빠 이건 뭐에요?"
"응, 서로 앉아서 하는 체위야. 다리로 내 허리를 감싸면 좀 더 편할 거야."
"흐읏, 네 오빠."
아무것도 모르는 나연은 곧이곧대로 말을 따랐다.
나연이 자세를 갖추자 그녀의 엉덩이 밑으로 손을 넣어 위아래로 흔들기 시작했다. 바닥에 깔린 매트리스의 반발력이 약했으므로 스스로 반동을 끌어내야 했다.
들썩-들썩-!
엉덩이를 들었다 놨다를 반복하자 솜털처럼 가벼운 나연이 크게 출렁거렸다. 팔로만 하는 게 아니라 몸 전체에 힘을 주어 진동을 일으켰기 때문에 흔들림이 상당했다.
"흐앙, 흐앙!"
"손 풀면 뒤로 넘어간다. 내 목 꽉 잡아."
나연은 나무에 매달린 코알라처럼 두 다리는 내 허리를, 두 팔은 내 목덜미를 감싸 안았다. 수직으로 들었다 내다 꽂는 떡방아에 나가떨어지지 않으려 애쓰는 모습이었다.
서로 반대방향을 보고 껴안은 자세에서 나연은 방문 쪽을, 나는 여전히 침대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앗, 좋아, 이 자세 아까랑은 또 느낌이 다르네요."
잔뜩 흥분한 나연이 내 목을 꼭 끌어안으며 말했다.
"그렇지?"
"네. 더 깊이 찌르는 것도 같고···."
"원래 침대 위에서 하면 쿠션감이 있어서 훨씬 편해."
"그래도 연두가 자고 있으니까···."
자신의 이름이 거론되자 연두가 호기심을 못 참고 끝내 실눈을 뜨고 말았다. 그리고는 아까부터 계속 쳐다보고 있던 나와 딱 눈이 마주쳤다.
연두는 깜짝 놀라 다시 눈을 감았지만, 이미 나에게 들켰다고 생각했는지 다시 눈을 떴다. 처음 배운 떡방아에 날 새는 줄 모른다고 나연이 정신없이 요분 질을 하는 동안, 우리의 눈이 공중에서 얽혔다.
나는 연두를 향해 혀를 내밀어 윗입술을 쓱 핥아 보였다.
‘어때? 너도 끼고 싶지?’
그것은 명백한 도발.
‘하고 싶음, 들어오시던가.’
나는 눈은 정확히 그런 사인을 보냈다. 눈으로 텔레파시를 보내는 초능력은 없었지만, 연두도 분명 내 의도를 눈치챘을 것이다.
내 제안에 마음이 동했는지 연두의 동공이 세차게 흔들렸다. 다른 여자랑 박아대면서도 노골적으로 추파를 던지는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천하의 난봉꾼? 의리 따윈 개나 줘버려?
그렇게 해도 상관없다. 몸은 무엇보다 솔직하니까.
연두가 망설이다 끝내 몸을 일으켰다. 역시 내 생각이 옳았다. 인간의 성욕은 불가능도 가능케 하는 법. 그녀는 이미 이성의 끈을 놓았다.
연두가 몸을 일으키는 것도 모른 체 나연은 여전히 숨을 헐떡거리며 나에게 매달린 상태였다.
푹찍-푹찍-
"아앙, 오빠 밑에서 이상한 소리가 자꾸···."
"연두 깼다."
"이거 왜 나는 거···네?!"
열심히 보조를 맞추던 나연은 그대로 얼어붙어 버렸다.
들썩임이 중단되고 사방이 고요해진다.
본능이 일소되면서 이성이 냉엄한 현실 앞에 적나라한 치부를 드러내는 순간.
나연이 힘겹게 뒤를 돌아보며 연두에게 변명했다.
"여, 연두야. 오해야, 이건 그러니까···."
대체 무슨 이 상황에서 무슨 변명을 할 수 있을까?
잠결에 넘어졌는데 떡방아를 찧어 버렸다고?
꽂고 보니 처제라던가, 오뎅인 줄 알고 물었다라는 변명만큼 치졸하기 짝이 없는 소리다.
"그러니까 이건···."
당황한 나연이 할 말을 잃고 버벅거렸다. 버퍼링에 걸린 모습이 안쓰러울 정도였다.
나연을 구제한 사람은 다름 아닌 연두였다.
"···괜찮아. 남녀가 같이 자다 보면 그럴 수도 있지."
쿨하다. 역시 친구를 배려할 줄 아는 아이다.
"미, 미안. 깨울 생각은 아니었는데···."
"그렇게 소릴 질러대는데 어떻게 안 깨고 배기니?"
연두가 살짝 앙금을 드러내자 나연은 끝내 고개를 떨궜다. 생애 첫 경험을 절친에게 들켜버린 사실에 엄청 민망한 표정이었다.
"그렇게 시끄럽게 구니까···."
"미안해, 정말."
나연은 연신 사과했다. 그러나 연두의 이어지는 대사는 나조차도 놀랄 정도로 과감했다.
"···나도 하고 싶어지잖니."
[오, 솔직한 여성이군요. 연두 양은]
‘그러게. 확실히 모험심이 강한 타입이네.’
연두는 말을 마치자마자 훌훌 옷을 벗기 시작했다. 파자마 어깨끈을 풀자 단벌의 슬립 원피스가 허물처럼 흘러내렸다.
"여, 연두야···."
"맛있는 건 같이 나눠 먹어야지 혼자만 먹구 있냐? 치사하게."
연두가 나연이 민망하지 않도록 우스갯소릴 건넸다.
"음, 일이 이렇게 돼버렸으니···."
나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어차피 다 들킨 거 다 같이하는 수밖에."
"세, 셋이서요?"
"섹스를 꼭 둘이서만 하란 법이 있어?"
나는 앉은뱅이 자세에서 그대로 몸을 일으켰다. 여자 하나를 껴안고 일어서는 동작이었으나, 단련된 하체의 힘으로 극복해 냈다.
"꺄아-."
갑자기 높이가 달라지자 나연이 나에게 필사적으로 매달렸다. 나는 허리를 숙여 나연을 침대 위에 대자로 눕히곤 연두에게 말했다.
"둘이 먼저 하고 있을래? 난 중간에 봐서 껴들게."
"흐읏, 이, 이게 무슨···."
"좋아요."
레즈비언인 연두에게 나연과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나 역시 여자 둘과 하는 2:1이 남자 둘보다 마음이 편했다. 오히려 이성애자인 나연만이 지금의 상황에 갈피를 못 잡고 있었다.
"여, 연두야. 그, 그러지 마···흡!"
연두는 다짜고짜 나연의 사타구니로 얼굴을 처박았다.
‘역시 레즈라서 과감한 건가?’
[그녀에겐 어려운 일이 아닐 테지요.]
잠시 저항하던 나연은 연두의 혀 놀림 앞에 순식간에 백기 투항했다. 솔직히 말하면 오랄 솜씨만큼은 나보다 훨씬 뛰어나 보였다.
‘와, 쟤 보빨 장난이 아닌데?’
[여자 몸은 여자가 더 잘 알 테니까요.]
나의 보빨이 개처럼 헐떡거리는 스타일이라면 연두의 보빨은 고양이처럼 섬세하면서도 부드러웠다. 핀포인트만 골라 간지럽히듯 자극하는 감각적인 터치가 로시 말마따나 여자의 약점을 정확하게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도 이건 너무 날로 먹기 아냐? 나연이는 이미 내가 달굴 대로 달궈놨는데 갑자기 껴들어서 날름 뺏어 먹은 거잖아.’
[하긴 그것도 그렇군요.]
‘그냥 둬선 안 되겠어. 나도 간다.’
기회를 엿보던 나는 열심히 커닐링구스를 하고있는 연두의 후위를 차지했다. 그리곤 엉덩이를 툭툭 두들기며 침대 안쪽을 가리켰다.
"저쪽으로 가봐."
"네?"
"나도 니 꺼 빨아줄게."
나연의 침대가 퀸사이즈인 게 천만다행이었다. 사람 셋이 올라 기차놀이를 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이제 우리 셋은 서로 연결된 기차처럼 각자의 성기를 빨면서 앞뒤로 누웠다. 등을 대고 기댄 나연이 선두의 기관차 역할을 맡았고, 그 위에 배를 깔고 누운 연두가 두 번째, 내가 다시 등을 대고 마지막 열량이 되었다.
앞, 뒤, 앞으로 연결된 인간 열차는 한동안 신나게 칙칙 폭폭을 계속했다. 그러나 계속 달리다 보니 의문이 들었다.
나연은 빨리기만 하고, 연두는 빨면서 빨리니까 그렇다 쳐도, 빨기만 하는 나는 누가 빨아주지? 아하, 이래서 설국열차의 마지막 칸 사람들이 봉기를 한 것이로군.
깨달음을 얻는 나는 파업을 선언했다.
"야. 내 것도 빨아줘."
"어떻게요?"
"반대로 돌까요?"
이건 마치 초등학교 때 가끔 하던 앞사람 어깨 주무르기 딜레마와 같다. 맨 앞사람은 편하고, 맨 뒷사람은 주무르다 끝이 난다. 반대로 돌린다 해도 마찬가지.
이건 올바른 해결책이 아니다.
"아니, 서로 꼬리 물기 해보자."
나의 제안은 트라이앵글이었다.
서로 모로 누우면 열차의 앞칸과 뒷칸과 연결될 수 있다. 우린 이제 서로가 서로를 빨고 물리며 침대 위에서 뒤엉켰다.
"하앙, 하앙,"
"나연아, 깨물지 말고 살살."
"오, 오빠 손가락은 반칙이죠."
"아!아!아!"
"연두 너 빡세게 하지 마. 나연이가 제대로 빨지를 못하잖아."
"치. 그럼 방향 바꿔요."
위치를 바꾸자 이번엔 연두가 나의 대물을 빨고, 내가 나연의 봊이를 핥았다. 으음, 역시 이편이 더 낫군.
우린 한동안 물고 빨리는 오랄을 계속했다. 하지만 언제까지 입가심만 할 수 없는 일. 적당히 흥분이 달아오르자 나는 두 사람은 동시에 침대 위에 앉혔다.
"자. 누가 먼저 박힐지 뽑기 할까?"
"나연인 방금 전까지 박혔잖아요. 이번엔 저부터 에요."
"연두 너 아까 오빠랑 한 거 내가 다 봤거든?"
"읏."
"그래. 그러니까 서로 쌤쌤이라 치고 정정당당하게 뽑아보자."
"어떻게요?"
"뭐로 하실 건데요?"
"당연히 더 맛있게 빠는 사람부터지."
나는 두 사람의 얼굴 앞으로 성난 대물을 들이밀었다.
어차피 나연이나 연두나 남자와의 경험은 전무. 공평한 조건이니만큼 조금이라도 잘하는 사람에게 우선권을 주려는 의도였다.
연두가 기회를 놓칠세라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그녀는 곧바로 귀두를 입에 넣고 딱따구리 자세를 취했다. 이에 질세라 나연이 내 다리 사이로 들어오더니 불알을 핥기 시작했다.
‘용호상박인건가.’
[도찐개찐이라고 해야겠죠. 둘 다 초보 티가 확 나는데요.]
‘그것도 그렇군.’
"으음! 괜찮아. 현재까진 동점."
"연두 너 비켜. 이젠 내가 빨거야."
대물을 독차지하고 있는 연두가 못마땅했는지 나연이 연두를 밀어냈다. 자리를 뺏긴 연두는 나를 공략하기보다 나연의 밑을 손가락으로 쑤시며 방해했다.
"에잇."
"하앗, 이, 이건 반칙이지."
"맞아. 연두 반칙."
"왜요."
"나는 내걸 빨라고만 했지 상대방을 방해하란 적 없어."
"칫."
"그럼 나연이부터."
남자가 둘이면 여자 한 명과 동시 플레이가 가능할 텐데, 여자가 둘이니 이런 부분이 아쉬웠다.
‘구멍은 두 갠데 꽂을 건 하나니···.’
[다음번엔 남자를 껴 2:1을 해보는 건 어떻습니까?]
‘그럴만한 놈이 있다면 생각은 해보지.’
[주인님의 도전정신이 날로 높아 가는 것 같아 저로서는 기쁘기 그지없습니다.]
‘어차피 같이 할래 업적도 얼른 완수 해야 할 것 아냐.’
[그렇죠. 이번에 포썸을 했으면 가능했을 텐데 그 부분이 아쉽군요.]
‘그러게. 여기 남자 한 명만 더 끼면 되는데···.’
[어서 주인님에 필적하는 대물을 찾아봐야 할 것 같군요.]
‘그건 왜?’
[상대 남자가 부실했다간 여자들이 온통 주인님만 찾을 테니까요.]
‘흐흐. 그것도 나쁘지 않은데?’
"하으으으으응!"
"오빠 저도요."
"알았어."
연두는 조바심이 나는지 나연 옆에 다리를 벌리고 누웠다. 나는 나연에게서 뽑은 대물을 그대로 연두에게 꽂아 넣으며 삽입을 계속했다.
"으읏, 좋아."
그렇게 우리의 섹스는 아침까지 이어졌다. 마지막 방사의 순간엔 공평하게 양쪽 얼굴에 듬뿍듬뿍 뿌려주었다.
찍-찍-
나연과 연두는 어미 새를 보채는 새끼 새처럼 서로 입을 벌리며 한 방울의 좆물이라도 더 받기 위해 무진 애를 썼다. 귀여운 것들.
"으으으. 지친다."
"저두요."
"오늘 수업 자체 휴강이에요 전."
우리 셋은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그대로 침대 위로 널브러졌다. 시계를 보니 어느덧 8시가 다 되었다.
"나가서 담배 한 대 만 태우고 올게."
"네, 오빠."
"전 먼저 쓰러질게요."
두 사람을 뒤로하고 원룸을 밖을 나와 담배를 꺼내 물었다.
‘섹스 후 끽연은 언제나 옳아.’
[승리를 자축하시는 건가요? 어쨌든 축하드립니다. 하룻밤에 두 가지 업적을 동시에 이루셨군요. 보상을 확인하시겠습니까?]
‘응. 말해줘.’
[우선 ‘남자 맛 좀 보여드려’ 업적 달성으로 위대한 유산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노콘 질싸 가능한 아이템 말이지?’
[네. 원하시는 부위를 말씀해 주시면 문신형태의 버튼이 새겨질 것입니다.]
‘그건 나중에 시간 있을 때 하고, 또?’
[의자왕의 후예 업적 완료로 2500포인트가 적립되셨습니다. 또 이 업적은 달성 이후로도 1명씩 추가될 시마다 500포인트 추가 지급이 가능하며, 최대 5000포인트까지 누적시킬 수 있습니다.]
‘2500포인트라고? 가만 그럼 내가 가진 포인트가 모두 얼마나 되는 거야?’
나는 문득 스텟창이 궁금해졌다.
< 189. 하수 탈출-13- > 끝
ⓒ 성난불기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