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물로 태어나게 해주세요-200화 (180/2,000)

< 182. 하수 탈출-6- >

말을 내뱉고 아차 싶었다.

‘젠장, 나까지 취했나.’

변태 취급을 받더라도 변명의 여지가 없는 발언.

하지만 다행히 둘 다 얼큰하게 취해 있어선지 큰 문제 삼지 않았다.

초저녁부터 끊이지 않고 들어간 알코올은 뜨뜻한 방안에 들어오면서 더욱 빨리 퍼지고 있었다. 집이라는 편안함에 긴장이 풀린 것도 한몫했을 것이다.

"뭐에요 오빠, 치사하게!"

"치사는 무슨? 누가 먼저 시작했는데?"

현재 남은 손가락은 나연이 3개, 연두가 2개 그리고 나는 마지막 잎새 하나. 유치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눈앞의 맥주를 원 샷하고 나면 몸을 못 가눌 것이 두려웠다.

나연은 억울했는지 볼에 바람을 부풀리며 손가락을 접었다. 그러나 연두는 끝까지 두 손가락을 펼치고 있었다.

"뭐야, 연두 너 솔직하게 안 할래? 이러면 반칙이지."

"저 할 수 있는데요?"

"뭐?"

"여자는 서서 오줌도 못 누나?"

"여, 연두 너 취했니?"

연두의 억지에 나연도 당황한 것처럼 보였다.

"와, 이게 막 던지네? 이런 식이면 같이 게임 못 하지."

"오빠야말로 왜 사람 말을 못 믿어요? 진짜로 할 수 있다니까요? 증명해요?"

"연두야 그러지 마."

"아니, 오빠가 치사하게 굴잖아."

"야, 눈은 풀렸어도 말은 바로 해야지. 치마, 귀걸이 시작한 사람이 누구였더라?"

"그게 왜요? 스코틀랜드에선 남자도 치마 입던데요? 귀걸이 하는 남자 본 적 없으세요?"

"그, 그건."

연두 네가 오늘 정말 맞는 말만 하는구나.

처맞는 말.

눈을 치켜뜨고 바락바락 덤비는 녀석을 한 대 쥐어박고 싶었지만, 차마 그럴 순 없었다. 여기서 화내면 지는 거다.

"어쨌든 난 없으니까 솔직히 접었잖아. 그러니까 너도 얼른 접어."

계속된 요구에도 연두는 허리에 두 손을 얹고 콧방귀를 꼈다.

"하-! 오빠 진짜 웃기네? 내가 할 수 있다는 데 왜 못 한다고 해요? 오빠가 봤어요?"

결국 나의 인내심은 바닥났다. 40이 넘은 불혹의 정신력도 술기운과 억지 앞에선 무용지물이었다.

"너 해 봐."

"아이참, 오빠까지 왜 그러세요."

그나마 덜 취한 나연이 나를 만류했다.

하지만 나도 오기가 있는 사람이다.

"나도 그냥은 못 넘어가겠다. 연두 네 입으로 한다고 했으니 못하면 손가락 접어라."

"진짜로 하면 어쩔 건데요? 벌주 두잔 콜?"

두 잔?

지금 상태로 두 잔은 위험하다.

하지만 물러나기엔 자존심이 허락지 않았다.

"그래, 콜!"

"한 입으로 두말하기 없기에요?"

"잠깐! 왜 나만 두 잔이야? 너도 패널티 걸어야지. 만약 못하면 손가락 다 접고 바로 벌주 마시는 거, 어때?"

취기가 바짝 오른 연두가 거침없이 딜을 받았다.

"나도 콜이에요!"

"아, 아니 지금 둘 다 뭐하는···."

흥분한 나와 연두는 말리는 나연의 호소를 귓등으로 흘렸다.

"그래서 어떻게 증명하겠다는 건데?"

"제가 지금 화장실 가서 서서 쌀 테니까 나연이가 증인하면 되잖아요."

나는 단박에 거절했다.

"가재도 게 편인데 두 사람을 어떻게 믿어? 안 돼!"

"이 오빠가 진짜 속고만 살았나? 좋아요. 그럼 문 열고 싸면 되죠? 소리는 들릴 거 아니에요."

"연두야! 너까지 왜 이래 진짜."

"소리? 소리만 들어가지고 서서 싸는지 앉아서 싸는지 어떻게 알아? 무슨 밑장 빼기야? 소리가 달라?"

나의 거듭된 도발에 연두도 빡치는 지 빽 소리쳤다.

"그럼 오빠가 직접 보든지! 됐어요?"

"어휴, 진짜 둘 다 뭐하는 거야 지금!"

"게임은 게임이지. 내가 지면 약속대로 두잔, 대신 너가 못하면 바로 벌주야."

"흥, 그 말 꼭 지켜요!"

연두가 비틀거리며 화장실로 걸어갔다. 나연은 차마 못 보겠는지 고개를 돌려 외면했다. 연두가 화장실 문을 열자 바로 정면 좌변기가 보였다.

‘설마 진짜로 싸려는 거야?’

연두는 남자들이 하는 것처럼 뚜껑과 변기 커버를 동시에 올렸다. 그리고는 다리를 기마 자세로 벌리더니 낑낑거리며 좌변기 가운데 섰다.

"여자는 못 할 줄 알고?"

"야! 이연두!"

연두가 어기적대며 팬티를 내리는 동작을 취하자 놀란 나연이 갑자기 달려들어 두 손으로 내 눈을 가렸다.

"보지마요, 오빠!"

‘보지라고 하니까 더 야하잖아!’

스윽, 스윽 팬티 내리는 소리가 들리자 나는 더는 못 참고 나연의 손을 치워냈다.

"방해하지 마. 이건 내기야!"

"둘 다 제정신 아니야 진짜!"

나연은 결국 포기했는지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방관하기 시작했다. 나연이 두 눈을 가리는 사이 팬티를 벗겨낸 연두가 정면에 달린 거울을 통해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흐흐, 오빤 얼른 술 마실 준비나 하세요."

‘젠장, 눈빛 보니 완전 돌았구나. 진짜로 할 셈이야.’

쏴아-!!!!

쌌다.

술에 취한 연두는 진짜로 서서 싸버렸다.

그러나 그 즉시 연두가 비명을 질렀다.

"으윽! 다리에 흘렀어!"

"아, 쫌!"

그 말을 듣고 다리를 보니 노오란 오줌이 허벅지 안쪽을 타고 흘러내리고 있었다. 남자와 달리 조준력이 떨어지다 보니 수직으로 내려오지 않고 옆으로 질질 새버린 모양이었다.

"흐앙! 치마랑 양말 다 젖었네, 흐아아앙!"

술김에 온 몸에 방뇨를 하고만 연두가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보다 못한 나연이 화장실로 뛰쳐들어갔다.

"으이구, 진짜 내가 못 살아!"

쾅-!

화장실로 들어간 나연이 거칠게 문을 닫았다.

문밖으로 두 사람의 목소리가 들렸다.

"흑, 나연아 나 어떻게 다 흘렀어."

"그러게 왜 미련한 짓을 해, 바보야! 얼른 치마 벗어, 씻어야 겠다."

"나 가진 옷도 없단 말이야."

"내 입음 돼. 오빠, 제 옷 방에서 잠옷 좀 가져다 주실 수 있을까요? 문 앞에 두고 제 방에 잠깐 들어가 계세요."

"알았어."

사태가 이 지경이 되자 도저히 술 마실 엄두가 나지 않았다. 연두가 보여준 똘기에 그저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었다.

나는 나연의 드레스 룸에 들어가 서랍을 뒤적였다. 밑에 칸에서 원피스 형태의 파자마 잠옷을 찾아 화장실로 다가갔다.

똑똑-

"여기 놓고 간다."

"저 오빠, 죄송한데 제가 입을 것도 가져다 주심 안 돼요? 연두 씻기다가 저도 다 젖어버려가지고."

"꺄아, 간지러. 거기 비누칠하지마."

"가만히 좀 있어. 애가 진짜 왜 이래! 알았죠?"

"응."

꿀꺽-

갑자기 침이 넘어간다.

문 하나를 사이에 둔 반대편에선 스무살 여대생 둘이서 온 몸에 비누칠을 하며 부벼대고 있다. 확 따고 들어가서 둘 다 돌아가며 따버리고 싶다.

서서히 발기가 되는 걸 느끼며 나는 조용히 지퍼를 끌어 내렸다. 연두와 나연은 내가 문 앞에 서 있는 줄 모르는지 계속 안에서 떠들어댔다.

"와, 나연이 가슴 엄청 귀엽네. 한 번 만져봐도 돼?"

"무슨 소리야! 어딜··· 헉! 야! 이연두 너 진짜!"

"너두 내 꺼 만져 그럼."

"내가 니 껄 왜 만지냐고오! 아, 아, 꼭지를 그렇게 비틀면···."

탁탁탁-

두 사람이 대화에 나는 도저히 참지 못하고 딸딸이를 치기 시작했다.

‘으, 대화만 들어도 꼴려 죽겠네. 안에서 대체 뭐하는 거야?’

[안들 들여다보고 싶으십니까?]

‘보고만 싶겠냐. 당장 문 부수고 들어가서 둘 다 엎드려뻗쳐 시켜놓고 나연이 한번, 연두 한번 돌아가면서 꽂아 주고 싶구만.’

[역시 공평하신 분!]

"너 뭐하는 거야 진짜. 에잇!"

"흐앗. 좀만 더 부드럽게···."

"하앙, 하앙. 그, 그만해. 밖에 다 들린다고!"

"도훈 오빠 옷 가지러 갔잖아. 설마 아직도 밖에 서 있겠어?"

"그, 그런가?"

"하긴 남자들은 다 늑대니까 혹시 모르지?"

"도훈 오빤 그런 사람 아냐!"

"너가 어떻게 알아? 지환 선배도 처음엔 매너 좋다고 했잖아?"

"암튼 오빠에 대해 함부로 말하지 마."

···미안하다. 난 사실 그런 놈이야.

화장실 문에 귀를 바짝 댄 체 딸딸이를 치고 있던 나는, 나연의 호의적인 평가에 자괴감이 치밀었다. 어쩌면 네가 저질이라고 말했하던 이지환보다 내가 더 쓰레길 지도.

"피. 남자들이 다 거기서 거기지."

"너도 모쏠이라면서 그걸 어떻게 알아?"

"글쎄, 여자 맘은 여자가 더 잘 알지 않을까? 가령 어딜 만져주면 더 좋은지 라던가···."

"흡! 야 너 지금 어디다 손을!"

짝-!

갑자기 북 터지는 소리가 나면서 연두의 비명이 들렸다.

"아, 아파! 장난 좀 한 거 가지고 무슨 등 짝을 그렇게 세게 때려!"

"장난칠 게 따로 있지!"

으으! 도저히 못 참겠다.

이대로 불기둥 세워 돌진이다!

[안 됩니다. 주인님! 이건 성폭행입니다!]

‘여, 역시 무린가?’

[나연 양은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 된데다, 연두 양은 심지어 남자에 관심 하나 없는 동성애자입니다. 주인님이 대물을 들고 앞에서 휘저은들 눈 하나 깜짝 안 할 걸요?]

‘으. 그래. 아직은 때가 아니다.’

나는 다시 조심스럽게 드레스 룸에 들어가 나연이 입을 옷을 챙겼다. 그리곤 화장실 문 앞에 던지며 크게 말했다.

"옷 밖에 놔뒀어. 방에 들어가 있을게."

"네, 고마워요 오빠."

"아니야."

‘내가 더 고맙지.’

나연의 방에 갇혀 쉬면서 로시와 작전을 논의했다.

‘일단 여기서 자고 가야 뭐라도 할 수 있겠는 걸.’

[방법이 있겠습니까?]

‘그냥 침대에 누워 잠든 척 안 일어나면 되지 않을까? 설마 자는 사람 깨워서 내쫓진 않을 거 아냐.’

[시도해 볼 만한 계획이군요. 저도 찬성입니다.]

‘문제는 연두 저것이 샤워하면서 바짝 흥분한 것 같던데, 나보다 먼저 나연일 공략하면 어떻게 되는 거야?’

[상관있을까요?]

‘혹시 여자가 여자 처녀막을 파손해도 비처녀로 기록되나?’

[아닙니다. 정보창의 처녀감별사 옵션의 판단 근거는 처녀막 파손 여부가 아니라 성기 삽입이 기준입니다.]

‘놀랍군. 어떻게 그걸 알 수가 있지? 과연 천상계인가?’

[현대의 기술력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습니다.]

‘정말?’

[네, 항정자 항체검사를 통해 성관계 여부를 파악할 수 있죠.]

‘항정자, 뭐?’

[간단히 원리를 설명드릴까요? 아시다시피 저는 성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선 백과사전 급 정보를 갖추고 있습니다.]

‘그래. 당장 할 일도 없는데.’

[기본적으로 항원-항체 반응이라고 생각하시면 이해가 쉽습니다. 남성의 정자가 입이나 질, 항문, 기타 점막 등을 통해 여성의 체내에 들어가면, 여성의 몸은 외부에서 침입한 정자를 항원으로 간주해 이에 대한 항체를 생성하게 됩니다. 이 항체는 소멸 되

지 않기 때문에 평생 여성의 몸 안에 남게 되죠.]

‘아! 그러면 항체가 존재한다는 소리는 최소한 처녀가 아니라는 말이구나?’

[그렇죠. 물론 사람에 따라 항체가 생기는 사람도 있고 안 생기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건 현대 의학의 한계죠. 천상계에선 이마저도 확인할 수 있는 신기술이 마련되었구요.]

‘캬. 역시 천상계!’

[또 항간에는 위 검사를 통해 관계한 남성의 수를 추론할 수 있다는 루머가 돈다고 하는군요. 하지만 항원에 반응하는 항정자 항체를 구별하는 법은 현대 의학으론 불가능합니다. 위 기술 역시 천상계에서만 허용된 기술이거든요.]

‘엇. 그럼 혹시 그런 옵션도 있나?’

[네, 이름은 다소 께름칙합니다만.]

‘뭔데?’

[‘걸레 판별기’라고···. 정보창의 스킬이 진화하면 받을 수 있는 옵션 중 하나입니다.]

‘하여간 네이밍 센스 하고는.’

[위 옵션을 이용하면 해당 여성에게 누적된 성 경험 횟수나 지금껏 관계한 파트너 수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차라리 모르는 게 낫겠네,. 안다고 좋을 것도 없겠고만.’

[물론 옵션은 비활성화가 가능하므로 불필요하다고 생각하시면 감추어 둘 수도 있습니다.]

한참 로시와 이런 저런 얘기로 떠들고 있는데 갑자기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똑똑-

"오빠, 저희 다 씻었는데···."

나는 급히 침대에 뻗어 자는 척을 했다.

똑똑-

"응? 왜 대답이 없지?"

눈을 감고 누워있는데 스르륵 문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도훈 오빠 자네?"

"왜 여기서 자지?"

"우리가 너무 오래 씻었나 봐. 그니까 내가 장난치지 말랬잖아."

"깨울까?"

"못 일어날걸. 오빠 새터에서도 술 마시고 뻗은 적 있잖아. 그때도 완전히 기절했다고 들었어."

"치잇. 술도 못 마시면서 무슨 내기를! 일단 깨워라도 보자."

갑자기 쿵쿵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누군가 자고있는 내 볼을 꼬집었다.

"일어나요, 오빠!"

"음냐~ 음냐~."

"전혀 안 일어나는데?"

"하지 마. 연두야. 자는 사람 왜 괴롭히고 그래."

"그럼 그냥 내버려 둘 거야? 집에 안 보내고?"

"어쩔 수 없지 뭐. 술 먹다 잠들어 버린 걸. 어차피 방도 두 개니까 여기서 재우자. 우린 작은 방 가서 자고."

"힝. 나는 침대가 더 좋은데."

"작은 방 옷장에 라텍스 매트릭스 있어. 그거 깔고 자면 돼."

"히히. 좋아, 나연이랑 둘이 꼭 껴안고 자야지."

"너 진짜 쓸데없는 짓 하지마. 나 엄청 예민하단 말야."

"아까 좋았어?"

"몰라 이 기집애야, 오빠 자니까 언능 불 꺼야겠다."

"근데 저렇게 옷을 입고 자도 되나?"

"그럼 어째?"

"자는 데 불편하니까 바지라도 벗겨주게."

"꺄아, 너 진짜 변태니? 그런 말 좀 하지 마."

"히히. 나연이 너가 더 궁금한 거 아녔어?"

"뭘?"

"도훈 오빠 진짜로 대물인지."

"야아! 너 정말!"

탁-

불이 꺼지는 소리가 들리며 눈꺼풀 주변이 어두워졌다. 거실 밖에선 여전히 두 사람의 티격태격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너 취하니까 진상이다, 진상 이연두!"

"헤헤. 그래도 좋지 않았어? 응? 남자보다 낫지?"

"됐거든! 이 변녀야!"

두 사람의 목소리가 점점 잦아들더니 다시 문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아까 말한 작은 방으로 들어간 모양이었다.

나는 서서히 어둠 속에서 눈을 떴다.

‘이제부터 시작인가.’

< 182. 하수 탈출-6- > 끝

ⓒ 성난불기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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