땘 169화 >#169. X라버닝
“아니야... 조선 시대였으면 애가셋이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인데...”
국자를 휘 적휘 적하며 익 어가는 미 역을 바라보던 나는 혼잣말을 반복했다
•
“그래... 뭐... 결혼해서 애도 가지면 국가에 이바지하는 거기도하고, 애국
자지. 애국자.”
“일찍 결혼하면 애들 일찍 다 키워버리고 나은이랑둘이 놀러 다니면 되는
거지. 오히려 좋달까...”
하지만 결국에 이 혼잣말의 끝은...
“쓰으읍... 좆됐네...”
나은이 말 맞다나 아이 가 들을까봐 그녀 앞에서는 말하지 못했지만 나는
좆됐음을 직 감했다.
아니... 어떻게 이럴 수가 있냐고...
나 겨우 27살이잖아...
99프로 피임된다며...
의사그씹새끼 돌팔이년인 거 아니냐...
만약 임신하게 된다면 환불해준다는 규정이 있다면 나는 지금 당장이라
도 그 산부인과로 쳐들어 갈 생 각이 한가득이 었다.
아득해져가는 정신에 지금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지만 나는 마음을 다잡
고 요리에 집중했다.
그래도 마음을 담아서 준비하는 나은이의 생일 아침 밥상.
사실 요리 라고 할 것도 없기는 했으나 그냥 무사히 잘 끓여지 고 있는지 중
간중간 한 숟갈씩 간을 보는 것이 전부였다.
확실히 설명서 그대로 하니까 실패가 없는 맛이기는 했다.
육수팩을 하나 넣었는데, 이게 라면 스프 비스무리한 역할을 해준 듯 싶었
다.
“고기 많이 넣어줘야지.”
미역 반. 고기 반의 느낌으로 여자친구의 국그릇을채운나는수저를놓은
뒤 나은이를 불렀다.
“나은아. 나와. 밥 먹자〜”
의 자를 뒤 로 당기 더 니 미 역국 냄 새부터 맡는 나은이.
“오.일단 먹을수는 있을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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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맛있다 맛없다가 아니라 먹을 수 있냐 없냐로 따지는 건 좀 그렇지 않
냐.”
“아. 이거 애기 이슈.”
해명하듯이 배를 어루만지는 나은이의 말에 나는 입을 꾹 다물 수밖에 없
었다.
“당연히 저 혼자였으면 맛있게 먹었죠〜 근데 애기가 먹기 싫다고하면 어
쩔 수 없잖아요. 나 좋아하는 녹차 아이스크림도 이제 못 먹는데.”
벌써 나은이가 아기를 핑계로 나한테 무슨 짓을 시킬지 두려워지기 시작
했다.
이제 주어가 ‘내가’가 아니라 ‘애 기가’로 바뀌면 나 아무런 말도 못하고 시
키는 것 다할 각인데.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임신한 아내 때문에 남편들이 꼼짝도 못하는 장면
들은 흔히 볼 수 있었다.
“오빠도 앉아요. 같이 먹자.”
“아. 잠깐만. 나김치만 꺼내가지고 올게.”
김치랑 나은이가 해뒀던 밑반찬을 들고 와 세팅을 끝낸 우리는 식사를 하
기 시작했다.
“음〜 맛있어요. 잘했는데요?”
“고기도 많이 넣었으니까 다 먹어라. 일부러 비싼 거 사옴.”
“아기도 맛이 좋다고 하네요〜”
진심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싱글벙글 웃는 그녀의 모습에 나는 맥없는
웃음을지 었다.
“음... 이따가 저녁에는 유명한 레스트랑 같은 데서 식사하려고 했는데, 어
때?”
“예약했어요?”
“응.”
“그럼 가죠. 뭐.”
“갈수 있겠어?”
“아니. 오빠. 제가지금뭐 걷기도힘들어 보일 정도로 배가 나온 것처럼 보
여요?”
어 이 가 없다는 듯이 핀잔을 주는 나은이.
“난 잘모르니까. 혹시 하는 마음에 그런 거지. 병원... 가봐야하지?”
“그렇죠. 정확하게 가서 설명 듣고 상태 물어 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럼 이거 먹고 바로 갈까?”
마음이 조급해진 내가 질문하자 나은이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뇨. 내일 가요. 오늘은 내 생일이니까병원 가는 건 하루만미루고싶네
요.”
“그래. 그럼 내일 아침에 같이 가자.”
그래도 산부인과 아다는 뗐기 때문에 두 번째기는 했다.
“오오... 아빠 된다고 책임감 있는 척〜”
“야. 나원래 책임감많은 사람이야.”
“그런 사람이 왜 히로인들은 죄다 가져다 버릴라 했어요.”
그건 내가아니잖아. 이년아.
내가 언제 너 버린다 했냐고.
“그나저나 오빠.”
“엉.,,
“우리... 양가 부모님한테 말씀은 드려야 하잖아요...”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는 그녀.
확실히 쉽지 않은 주제라는 것을 나은이도 인지하고 있었는지 그녀의 목
에 침이 넘어가는 것이 보였다.
“언제... 할까요...?”
“어...
99
그니까 우리 엄마 아빠한테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셨다는 것을 통보해야
한다는 소린데...
솔직히 우리 부모님 쪽은그렇게까지 걱정이 되지는 않았다.
평소에도 내가 연애하는 걸 보고 싶어 하시 기도 하셨고, 특히나 엄마는 얼
른 손주를 보고 싶다는 말을 자주 하시 기도 했다.
아빠야 워 낙 무뚝뚝하니 까...
아닌가. 그래도 한 소리 들으려나.
등짝 정도 맞는 걸로 끝내주실 것 같기는 한데.
"우리 부모님은 솔직히 그렇게까지 막뭐라하실 것 같지는 않거든?“
적어도 절대로 내가 사랑하는 여자친구 앞에서 바로 무안을 줄 그런 분들
은아니셨다.
“그래요?”
한층 밝아진 나은이의 표정.
“너희집 쪽은 어떤데?”
이게 문제였다.
내가들은 바로 나은이네 부모님은 나은이와 나연이를끔찍하게 아끼시
는것 같던데.
이제 25살인 딸내미를 임신시켰다는 걸 말씀드렸다가는...
나 진지하게 칼맞는 거 아니냐.
“어... 우리 부모님은... 좀... 보수적이시긴 하죠...?”
애써 나를 안심시기 위해 표현을순화한듯한그녀의 말투.
하지 만 나의 閌번째 감각은 내 가 좆됐음을 말해주고 있었다.
“...방탄조끼라도 하나 사갈까?”
“진지하게 나쁘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네요.”
“근데 뭐... 감수해야지...”
내가 쓴웃음을 지으며 어깨를 으쓱하자 나은이는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그래도 내가 최대한 잘 말해 볼게요. 옆에서 오빠 욕 바가지로 먹는 거 구
경만 하지는 않을 거니까.”
“그래주면 고맙고...”
“오빠 내 남편 될 거잖아요.”
남편.
남자친구가 아니 라 남편 이 라.
아니 근데 시발. 우리 아직 1주년도 안지났는데 전직이 너무빠른 거 아니
냐?
무슨 방학시즌맞이 鵒라버닝 이벤트도 아니고.
딙년씩 만난 커플도주변에 있는데, 결혼은우리가제일 먼저 하게 생겼네.
“뭐에요. 왜 대답이 없어요. 남편 안 할 거예요?”
“아니 아니 . 그냥 실감이 잘 안 나서. 해야지. 남편.”
“어째 말투가 마지못해 하는 거 같다?”
너 방금 내 선임 같았어. 한나은.
“주의하겠습니다.”
내 가 군기 가 바짝 들어 간 말투로 답하자 나은이는 피 식 웃음을 지 었다.
“오빠. 이제 진짜로 다른 여자눈돌리기만해요.”
“야. 누가 들으면 평소에도 그러는 줄 알겠다.”
“혹시 알아요. 나 배 나오면 다른 예쁜 신입생들 쫄래쫄래 쫓아다닐지.”
“너 배 나와도 걔네보다 예쁘잖아.”
“그건 그렇기는 한데...”
아무래도 내 멘트는 올바른 선택지였던 것 같았다.
예쁜 척을 하려고 했던 건지 두 손으로 뺨을 감싸는 나은이.
진짜귀엽기는 했다.
“나 한동안 섹스 못하는 건 알죠?”
“…언제까지?”
물론 당연히 성생 활에도 지 장이 온다는 것은 예측하고 있었지 만 그래도
아쉬운 것은 사실이었다.
“가서 정확하게 의사 선생님 말씀 들어봐야 알 것 같기는 한데, 인터넷에
서 본 건데, 초반에는 아예 안 하는게 좋다고...”
“그럼 딜도도 못 쓰나?”
“오빠좆도 못 넣는데, 딜도를 넣어서 쓰겠어요?”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선물을 해주고 싶었건만, 이래서야 관상용 그림의
떡이 되어버린 격이었다.
아쉽다…
“괜찮아요. 그래도 내가오빠 물은 책임지고 열심히 빼줄게요.”
“…어디로?”
“ 아아〜”
입을 커다랗게 벌린 나은이는 분홍색 혀를 내밀었다.
:k * *
“랄라리라라〜”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화장을 한 나는 마지 막으로 립스틱을 발랐다.
딱 꿓월 마지 막 주에 서 4월 초까지 만 입을 수 있는 아이 템.
트렌치코트를 챙겨 입은 나는 오빠를 불렀다.
“오빠. 가요.”
“다했어?”
“넹.”
생 일을 맞아 밖에서 데 이트를 하기로 한 나는 오빠가 선물로 준 가방을 손
에 쥐었다.
“어때요? 잘어울려요?”
몸을 이리저리 돌려 오빠의 반응을 살폈는데, 오빠는 흡족하다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좋아. 딱내 와이프한테 잘 어울리는 것 같은그거네.”
“엥. 근데 오빠 아직 정식으로 나한테 와이프라고 하기에는 좀 그렇지 않
아요?”
“왜.”
“그야 오빠 프로포즈도 안했잖아요.”
“아... 그렇네...?”
아무리 결혼하자는 의견에 동의했어도 그렇지, 프로포즈도 날로 먹는 건
너무한 거 아니냐고. 이 양반아.
“그럼 그냥 반지나 사러 갈까?”
“저 기요. 무슨 결혼반지 를 두부 심부름 다녀오는 것 마냥 그런 식으로 해
요. 나중에 제대로 해요. 제대로.”
내 가 면박을 주자 오빠는 미 안했는지 머 리 를 긁적 였다.
“알겠어. 그럼 내가 날 잡고 제대로 할게.”
“똑바로 안 하기 만해요. 나 거절할 거 야.”
“거절하면 너 혼자 애 키워야 하잖아.”
“평생 네 아빠가 얼마나못난 사람인지 얘기하면서 키울 거예요.”
내 말에 충격을 받았는지 얼굴이 하얗게 질린 오빠는 내 어깨를 붙잡았다.
“걱정하지 마라. 한나은. 절대로섭섭하지 않게 해줄테니까.”
“그렇다고 오바하면서 짱 큰 다이 아몬드 반지 이 런 거 사오지 말고요.”
오빠는 평소에는 돈도 잘 안 쓰는 주제에 이럴 때만 오바한다니까.
“근데 나은아.”
“네?,,
“나가기 전에 한 발만 빼고 가자.”
“갑자기요?”
“네가 임산부라는 사실을 의식하다보니까 자꾸...”
지이익
오빠의 바지 지퍼가 내려갔다.
“입에다우유를 넣어주고 싶네?”
“정말이지... 한겨울 씨 당신은...”
경멸하는 눈초리로 오빠를 바라보기는 했지만 내 무릎은 마법에 걸린 것
처럼 바닥을 향했다.
“딴 여자랑 결혼하면 큰일날 사람이라니까요.”
나는 그대로 입을 커다랗게 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