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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러레님!-170화 (170/276)

<170화 >#170.로또

평생 내가 이런 곳을 오게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지만 오늘은 날이 날

이니까.

소위 말하는 강남 핫플에 도착한 우리 두 사람.

뭔 가 자주 오지 않아본 느낌 에 나는 앉아있는 것 만으로도 어색 한 느낌 이

들었다.

“그래서 오빠 여기는 뭐 가 유명한 가게에요?”

“생면파스타라는데?”

“그냥 파스타랑 뭐 가 다른 건데요?”

“몰라. 면이 생인가보지. 근데 내가블로그 봤는데 점원 분이 와서 설명해

주실 걸?”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훤칠한 키의 점원은 플레이팅을 해주기 시작했

다.

“혹시 저희 매장 방문해 보신 적 있으신가요?”

“ 아뇨.”

“그럼 메뉴 설명 한번 도와드리도록하겠습니다.”

메뉴판을 넘겨가며 하나씩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는 점원.

솔직히 메뉴 이름만봐서는도무지 무슨 요리 인지 알 수가없었지 만설명

을 듣고 나니 우리는 대충 가닥을 잡을 수 있었다.

“그러면 이거랑 이 거랑... 그리고 티본 스테 이크 해주시면 될 것 같아요.”

메뉴를 추천 받은 이후 나은이 한테 먹고 싶은 메뉴를 고르라고 시 키 자 그

녀는 신중하게 하나씩 주문을 시 작했다.

솔직히 이 정도 가격이면 뭘 먹어도 맛있지 않을까생각이 들기도했고, 지

금 나은이 뱃속에 아이가 있다고 생각하니 무조건 나은이 먹고 싶은 거 시켜

줘야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했다.

“주류는 괜찮으신가요? 파스타 어울리는 와인을 페어링 해드리는 코스

도 저희 가 준비 되 어 있습니 다만.”

나를 보며 고개를 갸웃하는 나은이.

그래. 뭐. 여기까지 왔는데 한 잔 하지 뭐.

“네.해주세요.”

“네.알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점원이 주방으로 돌아가자 우리는 대화를 재개했다.

“오늘은 그래도 사진을 좀 찍어두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

“동의한다.”

암만 사진을 잘 안 찍는 우리 지만 이건 좀 찍어놔서 기념 할만 해 보였다.

“먹고 싶은 거 있으면 더 시켜도 괜찮아.”

“으응으응. 이거면 될거 같아요.”

“너 지금 씁인분먹어야하는것 아니야?”

내가 피식 웃으며 농담을 건네자 나은이는 배를 쓰담쓰담했다.

“아기가 아직은 배 가 그렇게 고프지는 않나 봐요.”

“내 가 아까 우유 줘서 그런가보다.”

“꼭 이런 데까지 와서 그런 소리해야해요?”

“너도 학교에 서 애들 다 보는 앞에서 그 사단을 내놓고는 뭘.”

공공장소에서 깽판 친 스코어는 비등비등하다고 생각했다.

“샐 러드 준비해드리 겠습니 다.”

음식들이 하나 둘 나오자 우리는 허기진 배를 채우기 시 작했다.

“오오... 신기한 맛이네요.”

“그러게. 못 먹어본 맛이기는 하네.”

돈값을 한다는 느낌까지는 모르겠으나 확실히 평소에 먹던 파스타 맛과

는 다른 느낌이 있었다.

“짠!”

직원이 준비해준 와인잔을 들어올리자 나은이도 그에 맞춰 잔을 들어올

렸다.

“생일축하해. 나은아.”

“아빠된 거 축하해요. 오빠.”

뭐지... 이 생일을 교환한 거 같은 이 느낌은...

그래도 어느 쪽이든 축하할 일은 맞았기에 나는 타들어가는 목에 와인을

쫙들이부었다.

그대로 잔을 원 샷 때리 자 뭐 하냐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는 나은이.

“오빠.”

“왜.또.”

“누가 와인을 그렇게 맥주 마시듯이 마셔요.”

“내 돈내고내가마신다는데 뭐 어쩔 건데.”

이 어서 나온 스테 이크의 비쥬얼은 확실히 압도적이 었다.

“허미... 이게 뭐냐...”

“그러게요... 오... 이건 좀...”

“칼줘봐. 내가 잘라줄게.”

건축학과에서 단련된 칼질.

이제는 이런데 씁니다.

정갈하게 열을 맞춰 스테이크를 썬 나는 가장 맛있어 보이는 녀석을 나은

이의 입에 넣어주었다.

“어때?”

입 을 오물거 리 던 나은이 는 음식을 다 삼키 더 니 내 게 다가오라는 손짓을

했다.

상체를 앞으로 내밀자 내 귀를 자기 쪽으로 당기는 나은이.

“섹스.”

오오... 그렇단 말이군.

그럼 나도 참을 수 없지.

바로 포크로 고기를 한 점 쿡 찍은 나는 소스를 듬뿍 찍어 입에 넣어보았

다.

극락.극락.

극락이 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맛이 었다.

역시 인간의 원초적인 욕망은 대단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식욕, 성욕, 수면욕등등이런 걸 만족시켜주는 장사가 진짜 최고의 장사지

그런 맥락에서 나도 일류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이 아닐까 싶었다.

어느덧 식사는 막바지.

마지막으로 이곳의 시그니쳐 디저트인 티라미수를주문한 나는 챙겨왔던

초를 꺼냈다.

“오. 여기서 생일 케이크 하는 거예요?”

“응. 여기 이거 맛있다고해서. 여기서 그냥하려고.”

“분위기도 좋고 좋죠. 뭘.”

깔끔한 정사각형 모양의 케 이크가 나오자 나는 초를 하나씩 꽂아넣었다.

“오빠. 노래도 해줄거죠?”

장난기 가득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는 나은이.

“…네가해달라면 해주는 거지.”

옆자리에서 시선이 느껴진다면 민망하긴 하겠지만그래도 이 정도야해줄

수 있었다.

“그럼 작게 불러줘요. 흐...”

성 냥을 꺼 내 불을 붙인 나는 하나씩 초에 다 불을 옮겼다.

작지만 뜨거운 열기를 내뿜는 촛불들.

나은이의 얼굴이 주홍색으로 빛났다.

“그럼 노래 시작!”

“생 일 축하합니 다〜 생일 축하합니 다〜”

아씨... 자꾸 눈치 가 보여서 노래를 하면서도 주변을 살피 게 되 는 나였다.

“사랑하는 나은이 〜 생일 축하합니 다〜”

노래를 끝내 자마자 초를 후 부는 여 자친구.

살짝바람의 힘이 부족했는지 무려 두번에 걸쳐 분 그녀였다.

“소원 빌었어?”

“네.,,

a

뭐 빌었어?

99

“...오빠랑 앞으로도 잘 지 냈으면 좋겠 다고요.”

너무귀여운대답에 나는 괜히 이의를 제기했다.

“야. 그런 거 말고 더 좋은 거 빌지 그랬어. 막 로또 1등 이런 거.”

“오빠가 야설만 계속 쓰면 로또 1등만큼 벌어올 수 있지 않을까요?”

...남편을 야설 쓰는 기계를 만들 셈이냐. 넌.

“내 로또는 오빠니까그냥을해 소원은 그걸로 하려고요. 흐...”

씰룩거리는 입꼬리를 굳이 감추려 하지 않았던 나는 활짝 미소를 지 었다.

“그래... 내가 열심히 벌어볼게...”

“네 ! 저는 열심히 벌려볼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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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여 누가 들었을까 나는 또다시 주변을 살폈다.

사랑하는 나은이에 게.

내가 그랬듯 아마 너도 이게 처음으로 연인에게 받아보는 편지겠지.

물론 너는 인기가 많은 사람이니까, 다른 남자애들에게 고백 편지 비스무

리한 것을 받아봤을 수도 있겠지만 나는 너한테 받은 편지가 살면서 처음 여

자한테 받아본 편지 였어.

너는 글을 잘 못 쓰니 이해해 달라 그렇게 적어놨지 만, 너의 그 반듯한 글

씨 안에 담긴 서투른 표현들이 얼마나 나를 기쁘게 했는지 너는 아마 상상도

하지 못할 거야.

그래서 네 25번째 생일은 정말 남부럽지 않게 챙겨주고 싶었어.

선물도 근사한 거 해주고 싶고, 당일날 데 이트도 살면서 오래오래 남을 만

한그런 날이었으면 하는 바람에 열심히 준비했어.

물론 나도 처음 준비하는 사람이라 실망시킬 수도 있겠지만 처음이니까.

내가 혹시 바보 같은 실수를 하더라도 너그러이 용서해줬으면 좋겠네.

나은아.

정말우연한 계기로 우리두 사람은 만나게 됐지만 요즘들어서는 이건 운

명이 아니었나 생각이 들때가 있곤해.

내가 그날 마감을 하다 너한테 재료를 빌리러 간 것도.

그날 딱 네 가 일러스트 마감을 서두르고 있던 것도.

내 가 한겨울 작가였던 것도.

네가 HNE 였던 것도.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그 모든 사실들이 너무나도 절묘해서.

가끔은 내가 쓰는 이 야기들보다 지금 내 현실이 더 소설 같다고 느낄 때가

있어.

그렇잖아.

내 야짤 일러스트레이터가 너같이 귀여운 애일 확률이 얼마나되 겠어.

뭔가쓰다 보니 이것도 웹소설 제목 같기는 하네.

그래서 나는우리 인연을 무척이나소중히 하]려해.

물론 헤어질 생각 같은 건 전혀 없지만 만약 우리 가 헤어져 다른 사람들과

사랑을 하게 되더라도, 너를 평생 잊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가 않

아.

이걸 어떻게 잊겠어.

그만큼 너를 만난 이후의 날들은 눈부시고, 놀라웠으며, 행복했단 소리지.

으... 뭔가 써놓고 다시 읽어보니까 네가 딱 싫어할스타일인 것 같긴 하다.

솔직히 네가 내 팬인 것을 감안해서 음담패설로만 嬖장을 내리 써줄까 생

각도 들긴 했는데 그건 다음에 하자고.

이번에는 첫 생일이잖아.

그러 니 까 좀만 참아라. 한나은.

사랑해. 나은아.

우리 사랑한다는 말 그렇게 자주 한다는 커플은 아니 잖아.

그래서 오늘은 생일이니까 많이 해주려고.

사랑해. 한나은.

연애에 대한환상이 있기는했지만, 사랑한다는게 이렇게나 가슴이 벅찬

일이라는 건 너 아니 었으면 분명 몰랐을 거야.

매 일 봐도 하루도 질리지 않고, 보면 볼수록 귀 엽다는 생각이 들고.

먹어도 먹어도...

아니 다. 이 얘기는 내년 생일 편지에서 하자고.

올해는 전연령 판 같은 느낌 이 니 까 말이 지.

어떻게 너는 생일까지도 딙월 1일인 걸까.

참 신기한 사람이라고 생각해.

그래서 앞으로도 매번 합법적으로 거짓말을 할 수 있는 딙월 1일을 축하해

줄 수 있으면 좋겠어.

생일 정말 축하해. 나은아.

꼭 내 가 앞으로도 행복하게 해줄게.

사랑해.

당신의 작가.

이민호가.

“아... 진짜... 오글거려...”

그냥 음담패 설 이 나 써 놓을 것이 지...

왜 사람을 울리고 그래요.

진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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