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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역전 세계 미소년이 살아남는 법-203화 (202/413)

〈 203화 〉 미유키와 데이트(2)

* * *

미유키와 만나기로 한 시간은 오전 10시.

이른 시간이었기에 재빨리 미유키와 점심에 먹을 도시락을 준비 해 본다.

지글지글.

비엔나소시지를 문어 모양으로 잘라서 후라이팬에 굽고.

계란을 풀어서 오무라이스를 만든다.

오무라이스에는 귀엽게 케첩으로 토끼 장식도 해 본다

거기다 필살기 치킨 너겟.

살짝 불량한 냉동식품이지만 맛은 보증되는 치킨너겟은 빠지면 안 되지!

급식 일 때도 언제나 단골 메뉴였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옷을 차려 입었다.

오늘은 미유키와 서민 데이트를 하는 만큼 청바지에 UCNA후드티를 입었다.

어제 박지훈일 때의 화려한 복장과 비교하면 초라한 모습이지만, 그래도 평범한 옷차림을 한 유시현도 마음에 든다.

“자, 이제 나가 볼까!”

억지로 기운을 내며 도시락가방을 들고 나가려는데 카통이 울린다.

카통! 카통왑섭!

카통을 재빨리 확인 해 보니.

[세나: 오빠! 아침부터 미안해요. 아무래도 우리 고양이가 이상해요. 소, 손을 했는데, 손을 안 줘요! 심지어 빵! 도 못 알아들어요. 빵! 하면 죽은 척 해야 하는데. 이거 평범한 고양이 아닌 거죠? 혹시 병원에 데리고 가봐야 하는 건가요?]

하아·······

역시 세나는 4차원 소녀다

집사라면 당연히 알아야 하는 상식이거늘.

고양이는 하늘

집사는 땅.

새침한 고양이님은 항상 해피한 강아지처럼 손! 이나. 빵! 따위는 하지 않는다.

못 알아들어서가 아니라, 그냥 하기 싫으신 거다.

감히 닝겐 따위가 고양이님을 가르치려 들다니.

세나가 고양이님에게 더 이상 큰 실수를 해서 대노하시기 전에 얼른 카통을 보냈다.

[나: 세나씨. 원래 고양이는 손! 이나 빵!은 안 해요. 그걸 가르치기 전에, 먼저 고양이에게 집사로서 어떻게 하면 잘 보일까·······]

그런데 내 카통이 다 끝나기도 전에 세나의 채팅창이 올라온다.

[세나: 오빠! 미안해요. 고양이가 아침이라 말을 잘 못 알아들었었나 봐요. 이제 손! 이랑 빵! 둘 다 해요. 헤헤. 역시 건방진 고양이에게는 원산폭격이··· 하여간 오빠 아침부터 귀찮게 해서 미안해요! 그럼 좋은 하루 되시고 내일 봐요!]

뭐!

고양이님이 닝겐 집사 따위를 위해 손! 이랑 빵!을 한다고.

아마도 세나가 데려간 고양이는 개냥이가 아닐까?

그런데 고양이한테 원산폭격이라니.

그건 또 뭐지?

하여간 잘 해결된 것 같으니 내일 직접 만나보면 알겠지.

[나: 네. 세나씨도 좋은 하루 보내고 내일 봐요.]

가볍게 카통을 보내고 밖으로 나왔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가 택시를 잡기 위해 걸어가는데, 아파트 앞 공원에서 모자를 깊게 눌러 쓴 여자가 보인다.

멀어서 잘 보이지는 않지만 그녀 앞에는 작은 동물이 괴상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시나야! 우리 내일 오빠한테 잘 보이려면 오늘부터 맹훈련을 해야 해. 알았지? 시나가 작전을 훌륭하게 수행 못하면, 이 누나는 가슴 아프지만 우리 시나에게 벌을 줄 수밖에 없어. 이게 다 시나를 위해서니까. 혹시라도 벌 받았다고 앙심을 품고 누나가 잠자는 동안 암살을 꿈꾼다거나 하면··· 그 다음날 아침은 맛없는 흰 우유를 줘 버릴 테니까. 각오 단단히 하는 게 좋아.”

알 수 없는 그녀와 동물의 대화.

미친 여자인가?

“자, 이제 머리박기 해제.”

냐, 냐오옹!

괴상한 포즈를 취하던 고양이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자, 그럼 여기서 문제. 내일 오빠를 만난다. 그러면 눈치를 봐서 시나는 어떻게 행동 한다!?”

그녀의 말이 끝나자 동물이 눈빛을 반짝이며 척! 하고 여자를 향해 달려든다.

그리고는 그녀의 손등을 꽉 물어뜯는다.

당연히 고양이에게 물려 소리를 지를 줄 알았던 여자는 오히려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며 냉정하게 말한다.

“아니야! 아니라고. 좀 더 세게 물어야지. 그래야 오빠가 누나를 위해 치료도 해 주고 손도 쓰다듬어 줄 거 아니야. 자, 다시! 잘 하면 상으로 오렌지 주스 줄 테니까. 이번엔 열심히 해보자. 시나야.”

알 수 없는 그녀와 고양이의 대화.

참 세상에는 이상한 사람들이 많다.

뭐, 어쨌든 내 일은 아니니까, 그렇게 무시하며 이상한 여자와 고양이를 지나친다.

* * * * *

택시를 타고 도착한 전통시장 앞.

그 곳에서 미유키를 기다린다.

역시 토요일이라서인지 전통시장은 사람들로 붐빈다.

모자와 마스크로 완벽하게 가리지 않았다면 꼼짝없이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동물원 원숭이 신세가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보면 연예인이라는 직업도 참 힘든 직업이다.

힘든 일이 있을 때도, 무례한 사람을 만났을 때도 항상 밝게 웃어줘야 하니.

“여름반팔 세일 합니다. 세일!”

“회오리 감자, 한 개에 삼 천원! 쌉니다. 싸!”

“실태래 꿀타래! 자~ 와서 구경하세요.”

역시나 활기가 넘치는 전통시장.

회사 안에서만 갇혀 살다가 오랜만에 활기가 넘치는 곳에 오니 축 쳐졌던 기분도 조금 나아지는 것 같다.

핸드폰을 들어 시간을 체크한다.

오전 9시 50분.

아직 약속시간까지 10분이 남았다.

늦으면 안 된다는 생각에 서두르다 보니 조금 일찍 도착한 것이다.

‘미유키도 나처럼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오겠지?’

사실 미유키가 연예인은 아니지만, 연예인만큼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재벌가의 손녀딸이다.

일본 최고의 명문대학교를 어린 나이에 조기 졸업한 천재.

거기다가 외모는 걸 그룹 비주얼 센터를 오징어로 만들어 버릴 정도로 신비롭고 예쁘다.

그러니까 이제부터 약속장소에서 모자를 푹 눌러쓰고 마스크를 낀 여자를 찾으면 그게 미유키······· 라고 생각하며 주위를 둘러보았으나.

나는 그만 푸훗! 하고 웃고 말았다.

그래 미유키.

미유키는.

그런 소녀가 아니지.

언제나 당당하고 활기찬 미유키.

그녀가 당당하게 보라색 머리를 휘날리며 나에게 걸어오고 있었다.

“오빠! 왜 이렇게 일찍 왔어요? 미유키 미안하게.”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렸음에도 미유키는 나를 한 번에 알아봤다.

이렇게 사람 잘 알아보는 미유키가 왜 나랑 박지훈은 구분 못하는 거지?

“아, 미유키씨. 오랜만이에요.”

“네. 오빠! 많이 보고 싶었어요.”

언제나 자신의 마음을 숨김없이 직설적으로 표현하는 미유키.

수줍음이 많은 예슬이와는 정말 스타일이 다르다.

그런데 오늘은 미유키 혼자가 아니다.

그녀 뒤에 검은 정장을 입은 여자가 커다란 가방을 들고 따라오고 있다.

“저기. 미유키씨. 저분은 누구···”

내가 인사를 하기 위해 커다란 가방을 등에 짊어지고 미유키 뒤에 서 있는 여자를 가리키자, 미유키가 당황해서 재빨리 뒤돌아본다.

그리고는 거침없이 덩치가 산만한 검은 정장을 입은 여자에게 소리친다.

“마오상!!!! 제가 그렇게 말했잖아요. 눈에 띄게 따라오지 말라고. 이렇게 딱 붙어서 쫓아다니면 오빠랑 저와의 데이트에 방해가 된다니까요!”

미유키의 말에 덩치가 산만한 여자가 머리를 긁적긁적 거리며 사과를 한다.

“죄송합니다. 미유키상. 이제부터 조심하겠습니다.”

그렇게 말한 마오라는 여자가 조용히 뒤로 빠진다.

“네. 제가 연락하면 그 때 나타나세요. 마오상은 우리 오빠와 저의 도시락 짐꾼이라는 중대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으니. 항시 긴장하시고요. 알겠죠?”

그제야 나는 마오라는 덩치 좋은 여자가 들고 있는 커다란 가방이 미유키와 나의 점심도시락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에 반해 내 손에 들려있는 초라한 플라스틱 도시락.

자연스레 플라스틱 도시락을 등 뒤로 숨긴다.

“오빠, 이제 마오상도 처리했으니, 어서 가요. 한국전통시장에 오면 꼭 사고 싶은 것이 있었어요.”

“네. 미유키씨.”

미유키가 손을 뻗어서 내 옆구리에 팔짱을 낀다.

그 행동이 너무 자연스러워서 나도 모르는 사이 그녀와 팔짱을 낀 상태가 되었다.

뭉클뭉클

팔꿈치가 미유키의 가슴 근처에 슬쩍슬쩍 닿을 때마다 심장이 두 근반 세 근반 떨린다.

내 심장은 이렇게 가파르게 뛰고 있는데, 미유키는 아무렇지도 않은지 나를 바라보며 천사처럼 미소 짓는다.

눈처럼 새하얀 얼굴은 너무 맑고 투명해서 눈이 부실정도다.

거기다가 자안(??)의 크고 맑은 보석같이 빛나는 눈동자는 그녀만의 신비로운 매력을 한껏 돋보이게 만든다.

“시현 오빠. 왜 저를 그렇게 봐요? 미유키 얼굴에 뭐 묻었어요?”

나도 모르게 미유키의 천사같이 아름다운 얼굴을 넋 놓고 바라보고 있다가 들켜서 무안해진 나.

“아, 아니요. 저기 미유키씨. 미유키씨 한국전통시장에 오면 꼭 구경하고 싶은 것 있다고 했죠? 얼른 그 곳으로 가요!”

재빨리 말을 돌려서 위기를 모면한다.

미유키가 나와 팔짱을 끼고 걸으니 정말 시장 안에서 돌아다니는 모든 남자들의 시선이 미유키에게 꽂힌다.

미유키가 예뻐도 너무 눈에 띄게 예쁜 것이다.

다행히 미유키는 한국 일반인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존재라 사람들이 성급히 다가오지는 못한다.

“와, 저 아가씨 너무 예쁘다. 일본에서 온 연예인인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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