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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역전 세계 미소년이 살아남는 법-202화 (201/413)

〈 202화 〉 미유키와 데이트(1)

* * *

청량하면서 맑은 그녀의 목소리.

분명 들어 본 목소리인데.

하지만 샤워실에서 목소리가 울리는 탓에 정확하게 그녀의 목소리를 구분해 낼 수 없다.

푸시시시.

샤워를 하고 있는 그녀의 모습을 보기 위해 안력을 높여 보지만.

뜨거운 김이 껴서 인지 그녀의 모습은 흐릿하게만 보일 뿐이다.

샤워기를 내 쪽으로 돌리고 물을 내 뿜는 그녀.

“오빠! 진짜 나가라니까요. 빨리 샤워하고 나갈 테니까. 안 그러면 오빠 물에 빠진 생쥐처럼 만들어 버릴 거예요.”

“아, 알겠어! 빨리 나와. 기다리고 있단 말이야.”

다시 샤워기를 샤워실 쪽으로 돌리며 그녀가 말한다.

“알았어요. 오빠. 저도 이렇게 남자와 단 둘이 호텔에서 보내는 건 처음이라 긴장 되서 그래요. 조금만 기다려 줘요. 오빠.”

호텔?

그래, 지금 이곳은 호텔이구나.

그리고 나는 지금 샤워실에 있는 여자와 단 둘이········

그녀의 말을 듣자 미래의 나도 설레기 시작하는지 샤워실 문을 탁! 닫고는 소파에 앉아서 TV를 켰다.

하지만 당연하게 TV에는 전혀 집중을 할 수 없다.

초조하게 그녀가 샤워를 끝마칠 때까지 기다리고 있는데·······

드디어 열리는 샤워실 문.

미래의 내가 천천히 시선을 그녀의 다리에서부터 위로 올려다보기 시작한다.

잘빠지고 탄탄해 보이는 다리와 허벅지.

그리고 탱탱하면서 봉긋 솟아오른 요염한 젖가슴.

심장 박동이 빨라지기 시작한다.

조금 더 고개를 들어 그녀의·······

그녀의·······

딴따다다딴따!

딴따다다다단!

울려 퍼지는 카통 전화 연결음 소리.

또 다시 현실 세계가 예지몽을 방해하고 있다.

아, 안 돼!

제발, 조금만 더!

내 첫 번째 여자가 될 그녀의 모습이 미치도록 보고 싶단 말이야!

...

..

.

* * * * *

하아······

그럼 그렇지.

예지몽이라는 건 언제나 이런 건가?

역시나 예지몽 속의 그녀의 얼굴을 보기 일보직전에 눈을 뜨고 말았다.

계속해서 시끄럽게 울려 되는 핸드폰 통화 버튼을 눌러서 소리가 안 나게 한 후, 신경질적으로 눌러서 꺼버렸다.

다음부터는 아예 핸드폰을 끄고 자던지 해야겠다.

결정적인 순간마다 방해를 하니.

따사로운 아침 햇살이 머리 위로 쏟아져 내린다.

손을 들어서 쏟아져 내리는 아침 햇살을 막아본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눈이 침침한 게 잘 떠지지 않는다.

왜 이러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거울을 보았다.

퉁퉁 부어있는 눈.

어제 밤 예슬이에게 차이고 흘린 눈물 때문에 눈이 부어 오른 것이다.

아무리 잘생겨져도 역시 좋아하는 사람과 이어지는 건 어렵구나.

역시 남녀가 역전된 세상 속 꽃미남으로 빙의 되었어도.

진심으로 원하는 걸 가지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화장실에 가서 샤워기를 틀고 샤워를 한다.

쏴아아아.

마음 같아서는 오늘은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의욕도 기운도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좌절감에만 빠져 있기에는 시간이 너무 아깝다.

최대한 침울한 기분을 털어버리며 다시 새로운 하루를 준비한다.

물론 첫 고백에 실패해서 가슴이 먹먹하고 아린 마음의 병은 쉽게 낫지 않는다.

그저 잊어보려 노력할 뿐이다.

* * * * *

샤워를 하고 방으로 돌아오니 다시 핸드폰이 울린다.

아침부터 도대체 누구야.

“여보세요.”

전화를 받자마자, 익숙한 목소리가 들린다.

“야! 박지훈. 아니지. 유시현! 너 진짜 많이 컸다. 내 전화를 끊어?”

“아, 아니요! 누나 그게 아니라. 좋은 꿈을 꾸고 있는데, 누나 전화가 와서.”

전화를 받고 보니 아침부터 전화를 한 사람은 진영이 누나였다.

하긴 생각해보니 대부분의 카통은 중요한 사람 빼고는 무음 처리가 되어있다.

“하여간 너도 진짜.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내 전화를···”

사실 진영이 누나는 24시간 동안 일해도 모자랄 정도로 바쁜 사람이다.

그만큼 진영이 누나에게 시간은 소중하다.

그런 누나에게 이른 아침부터 전화가 온 건 이유가 있어서겠지.

“누나, 그건 그렇고 무슨 일이에요?”

“아, 너 괜찮나 해서 전화했지. 그런데 목소리를 들으니까 아직 모르는 것 같네.”

“네? 모르다니요? 저한테 무슨 일 있어요?”

연예계는 가스라이팅과 가십으로 가득 찬 냉혹한 세계다.

내가 모르는 사이에 나에 대한 안 좋은 소문이 하룻밤 사이에 일파만파 퍼졌을 수 도 있다.

“아니. 시현이 네가 아니라. 그래. 아직 모르는 것 같으니까. 직접 보는 게 낫겠다. 인터넷 검색창 열면 지금 다 그 얘기니까. 직적 봐. 너무 충격 받지 말고. 그럼 끊는다. 힘내라.”

진영이 누나가 걱정되어서 전화를 했을 정도면.

큰일인 것 같긴 한데.

도대체 무슨 일이지?

컴퓨터를 키고 네이바 인터넷 창을 열었다.

그리고는 연예계 뉴스를 클릭했다.

그러자 보이는········

언론사별 가장 많이 본 뉴스.

그 뉴스에 예슬이 사진이 올라와 있었다.

그것도 Z드래곤 사진과 같이.

[Z드래곤 한 밤의 밀회 포착. 상대는 YZ연습생?]

[Z드래곤 YZ 신인그룹 블랙블루 연습생과 호텔에서 나오는 모습 포착. 충격 정황]

[Z드래곤의 그녀 한예슬은 누구?]

기사들을 보는 순간 다시 한 번 가슴이 먹먹해지는 것을 느꼈다.

하아. 하아···

숨이 잘 쉬어지지 않을 정도로 가슴이 답답하다.

마음을 가다듬고 크게 한 번 심호흡을 해본다.

그렇게 몇 번이나 심호흡을 하고 나서야, 기사를 읽고 받은 충격이 좀 진정되었다.

예슬이와 Z드래곤이 사귀는 사이라고?

사실 어제 예슬이가 갑자기 이별 선고를 했을 때.

예슬이와 Z드래곤의 관계가 의심이 가지 않은 건 아니었다.

하지만····

예슬이는 분명히 그렇게 말했었다.

'Z드래곤 오빠와 같이 있어도 내가 너무 보고 싶어서 우리집까지 왔다고. 그리고 진심으로 좋아한다고.’

이렇게 될 거였다면 예슬이는 왜 그런 말을 한 걸까······

머리가 복잡해서 터질 것만 같다.

그리고 어제 예슬이와 나눈 키스는.

예슬이의 부드럽고 상큼한 입술 감촉과 그녀의 따뜻한 온기가 계속해서 생각나서 미칠 것만 같다.

하아······

정신 차리자. 유시현.

분명히 이 기사들에는 뭔가 오해가 있을 거야.

천천히 Z드래곤과 예슬이에 관한 기사를 읽어보았다.

[연예인들의 연예인 Z드래곤은 빌보드 시상식에서 전용 비행기를 타고 급하게 한국으로 복귀하였습니다. 그런데 사실 알고 보니 미국에서 한국으로 급하게 복귀한 이유가 다 이번에 YZ에서 새로 데뷔하는 걸그룹 블랙블루의 핵심 멤버 한예슬을 위해서였다고 밝혀졌습니다.]

그렇다면, 어제 Z드래곤이 샤넬 프리머이 클럽 행사에 모습을 보인 것은 단지 예슬이 한 명을 위해서였다는 말이된다.

예슬이를 위해서 미국에서 한국까지.

그것도 빌보드라는 중요한 행사의 에프터 파티에도 참석하지 않고 전용기를 타고 한국으로 돌아왔다니.

그야말로 대단한 정성이었다.

[뿐만 아니라 Z드래곤은 그의 연인 한예슬을 특별선발로 블랙블루에 합류시켰다고 전해졌는데요. 과연 Z드래곤과 YZ의 신인 한예슬. 둘의 관계는 언제부터 시작이 되었을까요? 믿을만한 정보원에 의하면 Z드래곤과 Z드래곤의 그녀 한예슬의 처음 만남은 한예슬이 SN에서 판도라의 멤버가 되기 위해 연습생 생활을 하던 시절. 즉 2년 전부터 이루어 졌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Z드래곤은 2년 동안이나 한예슬과의 관계를 숨기며 은밀히 만나왔던 것인데요. 이번 사건으로 팬심을 잃은 Z드래곤의 인기는 하락하고, 한예슬이 속한 YZ의 신인 걸그룹 블랙블루에 대한 관심은 치솟고 있습니다.]

예슬이와 Z드래곤이 처음 만난 게 2년전 이라면.

그리고 그 때부터 연인 사이였다면.

나와 예슬이의 관계는 처음부터 거짓 이였다는 것인가?

설마 나는 예슬이의 어장 속에 갇힌 물고기 중에 하나였던 거야?

하지만 예슬이의 나를 바라보는 진지한 눈빛.

결코 거짓이 아니었다.

이건 뭔가 오해가 있다.

직감이 그렇게 말하고 있다.

[Z드래곤을 이용해서 블랙블루가 반사이익을 얻고 있는 것이죠. 아직 YZ에서는 공식적인 발표는 없습니다만, 일반적으로 연애기사가 나면 바로 반대 기사를 내는 것에 비해 무대응으로 맞서는 것은 거의 Z드래곤과 한예슬이 연인 관계라는 것은 사실이라고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하아······

기사를 읽으면 읽을수록 더욱 어떠한 것도 확신이 안 간다.

하지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예슬이를 믿고 기다리는 것이다.

예슬이도 우리 사이가 끝났다고 말한 건 아니니까.

내 고백을 받아 준건 아니지만, 그저 우리가 오랫동안 못 만날 것 같다고만 말했을 뿐이다.

그렇게 마음을 정하고 컴퓨터 창에 떠 있는 기사들을 모조리 닫았다.

팩트보다 가십과 흥미 거리만 쫒는 인터넷 기자들 보다는 예슬이를 더 믿어 보기로 마음을 정한 것이다.

어제는 갑자기 받은 충격 때문에 마음이 약해졌었지만, 남자라면 한 번 마음을 준 여자에 대한 믿음을 쉽게 버리면 안 된다.

그래. 예슬이를 믿자.

지금은 만나기 힘들지만, 예슬이도 정리가 되면 다시 나에게 돌아 올 거야.

그렇게 마음을 다잡아 본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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