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화 〉 샤넬 프라이빗 클럽 파티(19)
* * *
엉덩이를 카메라에 대고 부비부비하며 냐옹 거리는 녀석.
그 녀석은 샤넬 프리미어 클럽 파티에서 봤던 아기 고양이였다.
그리고 카통으로 동영상을 보낸 사람은.
내 대신 아기 고양이를 맡기로 한 인형같이 아름다운 미소녀 강세나였다.
아니 왜 고양이가 엉덩이를 내밀고 있는 동영상을 나에게 보낸 거지?
혹시 내가 강제로 고양이를 맡겨서 이런 동영상을 보낸 걸까?
이해 할 수 없는 동영상.
그러나 잠시 후 세나에게 서 온 메시지를 보고 그제야 왜 이런 동영상을 보냈는지 알 수 있었다.
[강세나: 미안해요. 시나가. 아, 아니 고양이가 자꾸 화장실에서 볼 일을 안 보고, 동영상처럼 거실에서 볼일을 보려고 엉덩이를 비벼요. 혹시 오빠는 고양이가 왜 그러는지 아세요?]
역시나 동물을 기르는 일에는 무지한 세나.
고양이의 배변 습관을 몰라서 당황한 것 같다.
[나: 아, 세나씨. 고양이 배변판은 있는 거예요?]
[세나: 네? 고양이 배변판이 뭐에요? 화장실에 가서 볼일보고 물 내리라고 했는데, 고양이가 말을 안 들어요. 이거 반항하는 거죠? 오빠? 역시 건방진 고양이는 머리박아 시켜야 하나 봐요. 아기 고양이라고 봐 줬더니·······]
헉, 역시 세나는 고양이에게 위험한 집사다.
고양이가 사람처럼 화장실에서 스스로 일을 보고 물을 내릴 거라고 생각하는 세나.
하으········
역시 프로 집사가 되기 위해서는 가르쳐야 할 것이 많다.
[나: 아니에요. 세나씨. 그거 고양이가 반항하는 게 아니라. 그, 말로 설명하기는 어려우니까, 우리 일요일에 만날 때 고양이도 데리고 나오세요. 고양이 배변판도 같이 사고, 사료도 사요.]
[세나: 진짜요? 고마워요. 오빠! 오빠. 오빠가 그렇게 말하니까, 꼭 오빠랑 저랑 아기 용품 사러가는 부부 같아요! 그, 그럼. 일요일에 봐요!]
자기 할 말만 하고 카통을 종료한 세나.
그런데, 부부라니?
인형같이 아름다운 세나가 설마 나한테 관심이라도 있는 걸까?
아니야, 그럴 리가.
그냥 세나 성격이 털털해서 자기도 모르게 나온 말이겠지.
섣부른 오해는 화를 부르는 법.
한국의 탑 여배우가 될지도 모르는 세나.
백설기처럼 하얀 피부에 고양이처럼 큰 눈.
작고 오뚝한 귀여운 코.
루비처럼 붉은 입술에 가느다란 목 선.
어느 곳 하나 완벽하지 않은 곳이 없는 세나가 내 신부?
생각만으로 기분이 좋아지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겠지.
세나의 아름다운 얼굴을 상상하며 혼자만의 상상에 빠져있는데, 띵동! 현관문 벨소리가 울린다.
응? 이 시간에 누구지.
“누구세요?”
침대에서 일어나 부비적 부비적 엉덩이를 긁으며 현관으로 걸어 나갔다.
“네. 피자 배달 왔습니다.”
저음의 허스키한 목소리.
피자?
아닌데, 나는 피자 시킨 적 없는데···
아무래도 누가 배달앱 주소를 잘 못 적었나 보다.
“네? 저 피자 시킨 적 없는데요.”
“네? 유시현씨 댁 아닌가요?”
어? 이름까지 정확한 걸 보면 맞는데.
혹시 누가 나를 위해 선물로 배달이라도 시켜준 것일까?
아니면 어떻게 우리 집 주소를 알아내서 거짓말로 주문하는 장난질을 했을 수도 있다.
일단 주소랑 유시현.
이름까지 일치하니 피자 배달 아줌마에게 설명을 해줘야지.
목소리가 허스키해서 좀 무섭지만, 현관문을 열어본다.
끼이익.
녹슨 소리를 내며 낡은 현관문이 열리고.
...
..
.
그리고.
현관문 앞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여자가 서 있었다.
* * * * *
“오빠!”
“예, 예슬아!”
“피자 배달 온 게 아니라 실망했죠? 헤헤. 목소리 좀 깔아서 연기해 봤는데. 오빠 깜빡 속았죠?”
현관문 앞에서 피자배달부 흉내를 내던 사람은 바로 Z드래곤과 떠났던 예슬이었다.
“실망하기는·······”
사실 예슬이를 보자마자 가슴이 너무 설레서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뛰고 있다.
YJ에서 심혈을 다해 키우고 있는 초대형 신인 걸그룹 블랙블루의 비쥬얼 센터이자 메인 보컬.
Z드래곤이 선택하고 특별히 관리하고 있는 아이돌.
그런 그녀가 우리집 문 앞에서 나 만을 바라보며 서 있다니·······
“오빠. 미안해요. Z드래곤 오빠랑 저녁을 먹는데도 자꾸 오빠 얼굴만 생각나서. 그래서 이렇게 예고도 없이 오빠 보러 왔어요. 많이 당황했죠? 그래도 오빠 얼굴 보니까······· 너무 좋아요. 저 바보 같죠? 저도 제가 왜 이런지 모르겠어요. 대한민국 최고라는 연예인 Z드래곤 오빠와 같이 있는 데도 오빠 생각만 하다니·······”
수줍게 얼굴을 붉히며 고백을 하는 예슬이.
그런 그녀가 너무 예쁘고 귀여워서 아무 말이 나오지 않는다.
작고 하얀 얼굴에 완벽한 브이라인 얼굴형.
정갈한 눈썹.
귀여우면서 별이라도 쏟아질 것 같이 큰 눈.
작지도 크지도 않은 귀여운 오뚝한 코
루비처럼 빨간 입술.
하얀 얼굴에 루비처럼 빨간 입술이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눈처럼 하얀 피부에 검은색
긴 머리를 가진 인형 같이 생긴 소녀.
그렇게 바라보는 것만으로 현기증 날 정도로 예쁜 예슬이가 대한민국 최고 연예인 Z드래곤을 버리고 나를 보러 왔다니.
가슴이 아련해질 정도로 벅차오른다.
“오빠. 이제 오빠 얼굴 봤으니까 가 볼게요.”
그렇게 말하며 돌아서는 예슬이.
나도 모르게 그런 그녀의 하얗고 가녀린 손목을 잡는다.
뒤 돌아섰던 예슬이가 깜짝 놀라서 눈이 토끼처럼 크게 떠진다.
“오, 오빠·····”
그런 예슬이를 그대로 내 품으로 끌어당기며, 예슬이의 루비처럼 반짝이는 붉은 입술을 향해 내 입술을 덮쳐갔다.
상큼한 과일향이 나는 부드러우면서 촉촉한 감촉.
투명한 보석처럼 반짝거리는.
세상에서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신비로운 느낌.
이 순간이 영원하면 얼마나 좋을까?
두근두근 거리며 작은 새처럼 빨리 뛰는 예슬이의 심장소리와 따뜻한 온기.
지금 이 순간의 모든 것을 기억 속에 영원히 저장하고 싶다.
“오빠, 좋아해요. 진심으로···”
짧은 입맞춤 후에 이어지는 예슬이의 고백.
그녀의 아름답게 일렁거리는 크고 아름다운 검은 눈동자를 바라보며 나 역시 떨리는 마음으로 진심을 담아 수줍게 고백한다.
주체 할 수 없을 정도로 심장이 두근두근 거린다.
“나도. 예슬아. 예슬이만 좋다면 예슬이와 정식으로 사귀고·······”
하지만.
내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예슬이가 뒤돌아선다.
그리고 흐느끼는 작은 목소리로 예슬이가 고개를 숙이며 말한다.
“오빠. 우리, 아마 오랫동안 못 만날 거 같아요. 미안해요. 저는··· 그래서 오빠를 보러 온 거예요. 오빠······· 미안해요. 미안····”
그렇게 말하며 천천히 가녀린 어깨를 들썩거리는 예슬이.
그녀가 울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그런 예슬이를 보고 있는 나.
가슴이 너무 답답해서 아무 말도 나오지 않는다.
단 몇 분 만에 천당에서 지옥 나락 끝까지 떨어진 기분이다
“예슬아, 그게 무슨 말이야! 예슬아. 예슬아!!!!”
점점 멀어져 가는 예슬이를 불러 보았지만, 예슬이는 그저 고개를 푹 숙인 채 자신의 걸을 걷기만 한다.
이대로 보내면 안 되는데·······
하지만 마음과 반대로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처음으로 진심으로 좋아했던 여자에게 고백하기도 전에 차였다.
그 충격으로 몸이 허물어지듯 무너져 내린다.
눈가에 투명한 물방울이 고이기 시작한다.
투 투 툭.
쏟아져 내리는 빗줄기처럼 눈가에서 흘러내리는 물방울.
태어나서 처음으로 여자 때문에 흘려보는 눈물이었다.
그렇게 나의 힘겨웠던 하루가 끝나가고 있다.
* * * * *
‘이곳은 어디지?’
지금 내가 눈을 뜬 곳은 전혀 낯선 장소다.
우아한 조명과 하얀 침대.
보는 것만으로도 이곳이 흔히 내가 알던 곳과는 다른 럭셔리한 곳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천천히 시선을 아래로 내려 본다.
지금 내가 입고 있는 건 하얀색 가운.
영화 속에서나 보던 고급스러운 품질의 우아한 가운이다.
하지만 뭔가 어색하기도 하고 불편해서 벗고 싶어진다.
‘으윽!’
불편한 가운을 벗기 위해 몸을 움직이려 해 보았지만 내 의지와는 전혀 다르게도 침대에서 일어나 샤워실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그제야 나는 깨달았다.
지금 이 곳은 현실세계가 아닌 꿈속이라는 것을.
또다시 예지몽을 꾸고 있는 것이다.
예지몽 속에서의 나는 듣고 볼 수는 있지만, 마음대로 몸을 움직일 수는 없다.
그저 미래의 내가 움직이는 대로 따를 뿐이다.
저벅저벅.
천천히 샤워실을 향해 걸어가는 나.
그런데 이곳에서 나는 혼자가 아니다.
샤워실 문 앞에 걸려있는 핑크색 팬티와 브라자.
분명 여자의 것이다.
거기다 샤워실 바닥을 투두둑 때리며 떨어져 내리는 물소리.
나와 같이 이곳에 있는 여자는 알몸으로 샤워를 하고 있는 중인 것이다.
꿀꺽···
나도 모르게 긴장이 된다.
그리고 미래의 나는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샤워실 문을 활짝 열어 재낀다.
그러자 안에서 들려오는 여자의 목소리!
“오빠! 아이, 진짜. 아이도 아니고. 또 장난치는 거예요! 오빠 자꾸 이러면 나 화낼 거예요. 치.”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