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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역전 세계 미소년이 살아남는 법-174화 (174/413)

〈 174화 〉 걸레들이 후회하며 집착한다(10)

* * *

“아영씨! 어디 가는 거예요? 할 말 있으니까 좀 멈춰 봐요!”

다급하게 소리를 질러 보았지만, 아영 사원은 내 목소리를 듣더니 더 빠르게 엘리베이터를 향해 달려간다.

두두두두두!

나도 아영 사원을 붙잡기 위해 같이 달린다.

마침 엘리베이터를 타려는 사람이 많은지, 엘리베이터가 내려오다가 위층에서 멈추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아영사원.

“에이. 씨발! 왜 다들 나만 가지고 그래! 진짜 미치겠네.”

알 수 없는 말을 하며, 비상구 쪽 계단으로 뛰어가더니, 비상구문을 덜컹! 열고는 걸음아 나 살려라 계단을 날듯이 뛰어 내려가기 시작한다.

아니 무슨 날 다람쥐도 아니고 뭐가 저렇게 빨라!

헉헉! 거친 숨을 내쉬며 비상구 계단 앞에서 멈추어 섰다.

아무리 아영 사원에게 선물을 줘야 한다고는 하지만.

땀을 뻘뻘 흘려가며 계단을 내려가고 싶지는 않다.

뭐, 오늘 안에는 다시 사무실로 복귀하겠지.

팀장자리로 돌아가며 아영사원에게 전화를 했다.

­뚜르르르! 딸칵!

다행히 전화는 받는다.

“아영씨. 도대체 어디를 가는 거예요? 할 말 있으니까, 빨리 사무실로 와요.”

당황한 아영사원의 목소리.

“네? 팀장님? 저 지금 외근중이라 사무실 못가요.”

“외근 중은 무슨 외근중이에요. 방금 전에 사무실 앞에서 봤는데.”

“네? 그럴 리가요. 닮은 사람을 본 거겠죠. 저 진짜 외근 나와 있거든요. 어? 어! 잘 안 들려요. 저 지금 전화기가 잘 안 터져서. 그 점심시간 전에 들어갈게요. 팀장님. 끊어요!”

다짜고짜 전화를 끊는 김아영 사원.

내가 팀장이었던 아영사원의 업무를 다 아는 건 아니기 때문에 외근해야 한다고 하면 뭐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런데 분명히 방금 전에 비상구 계단으로 날다람쥐처럼 도망친 여자.

김아영 사원이 맞는데········

내가 설마 헛것을 봤나?

의구심이 들기는 했지만, 일단 점심시간 안에는 돌아온다고 하니 기다려 보며 답이 나올 것이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 어느 덧 점심시간이 다 되어가고 있다.

오늘은 팀장으로서 마지막 날이기도 하고.

이은우 상무님에게서 받은 팀 성과금도 있으니, 회식을 하기로 결정했다.

자리에서 일어나며 팀원들에게 말했다.

“자! 다들 주목해 주세요. 주목!”

내가 외치자, 팀원들이 일제히 나를 바라본다.

“오늘은 제가 팀장으로서 지내는 마지막 날이기도 하고, 이은우 상무님께서 주신 성과금도 있으니 점심시간에는 회식하기로 하죠. 회식! 다들 어때요?”

회식이라는 말에 성현대리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의욕을 불사른다.

“회식이요? 그럼 회식은 뭘로?”

성현대리님도 참.

하여간 먹는 것이라면 두 눈에서 레이저가 나올 것 같이 의욕적이라니까.

“팀 비도 두둑하게 있는데. 회사 앞에 있는 갈비집에서 갈비 뜯으시죠. 한우는 무리고. LA갈비 어때요?”

LA갈비라는 말에 성현대리가 두 손을 번쩍 든다.

“고맙다. 시현아! 아, 아니 팀장님. 이야! 회사에서 갈비를 다 뜯겠네.”

곰돌이처럼 양손을 번쩍 들고 기뻐하는 성현대리.

미영대리도 갈비라는 말에 기뻐서인지 얼굴이 활짝 폈다.

그런데 미영대리가 저렇게 예뻤나?

아무리 평소와 다르게 화장을 하고 옷을 섹시하게 입었다고 해도 갑자기 확 달라졌네.

여자는 사랑을 하면 달라진다는 말이 있기는 하던데.

혹시 누구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생겼나보다.

최다정 차장과 서유리 사원.

김미희 주임도 만족한 모습이다.

그런데.

그 때 분명히 자리에 없는 아영 사원의 목소리가 들렸다.

“가, 갈비? 나 갈비 좋아하는데.”

뭐야? 이거 아영 사원 목소리가 분명한데?

하지만 아무리 봐도 아영사원은 보이지 않는다.

“어? 방금 아영 사원 목소리 들은 것 같은데. 다들 들었죠?”

동철과장이 귀를 쫑긋 세우며 말한다.

“나도 들은 거 같은데. 이상하네. 오늘 하루 종일 안 보이던데?”

아영 사원이 목소리가 들렸던 서유리 사원을 바라보았다.

서유리 사원이 손으로 뭔가를 누르고 있는 것 같다.

“유리씨. 방금 아영 사원 목소리 아니에요?”

서유리 사원이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며 말한다.

“네? 그게 무슨 말이에요? 아영 사원이라니요. 아영씨 지금 외근 나갔잖아요. 저한테 전화 왔었어요. 오늘 외부에서 밥 먹고 회사 들어온다고요. 그쳐? 미희주임님?”

김미희 주임도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서유리 사원 쪽으로 슬금슬금 다가간다.

“그래! 나도 들었어. 유리씨가 아영씨랑 전화하는 거. 어머. 팀장님 이상하시다. 환청 들으시나봐.”

그때 또 다시 들리는 아영사원의 목소리.

“아, 진짜. 나도 갈비 좋아한다고. 무슨 외부에서 밥을 먹어 먹기······· 아. 아아아!!!”

마지막에는 아영 사원의 짤막한 비명소리.

말하는 중간에 누군가에게 마치 꼬집힌 것 같은 소리다.

그리고 보니 유리 사원의 자리가 뭔가 수상하다.

“유리씨. 지금 책상 밑에 뭐 숨기고 있는 것 있어요?”

“네? 수, 숨기다니요. 제가 숨기긴 뭘 숨겨요.”

아무래도 이상한데 손으로 뭔가를 누르고 있는 것 같다.

­터벅터벅!

유리 사원의 자리를 향해 걸어간다.

유리 사원에게 다가가는 나를 보고 김미희 주임이 다정 차장에게 눈빛을 보낸다.

그러자, 다정 차장이 불도저처럼 나에게 바짝 붙는다.

­뭉클뭉클

또 다시 출렁출렁 거리는 크고 하얀 젖가슴을 내 옆구리에 바짝 붙이며 팔짱을 낀다.

“팀장님. 빨리 밥 먹으로 가요. 저 배고 파요.”

“아, 진짜. 왜 이래요. 다정차장님. 아침부터 계속 가슴을 들이 밀고.”

최다정 차장의 팔장을 풀며 옆으로 비켜선다.

“치이. 좋으면서. 사람들 보는 앞이라 부끄럽다 이거죠? 팀장님 마음 다 아니까, 빨리 가요.”

또 다시 젖소 같은 가슴을 들이밀며 달라붙는 최다정 차장.

거기다가 이번에는 김미희 주임도 엉덩이를 들이밀며 합류한다.

“팀장님. 저도 배고파 죽겠어요. 이러다 제 탱탱한 엉덩이 근육 빠지기라도 하면, 팀장님 보여드리려고 산 섹시한 팬티도 안 어울리겠다. 빨리 가요~ 팀장니임~”

도도한 이미지와는 안 어울리게 애교까지 부린다.

아, 이거 진짜 미치겠네.

포동포동한 엉덩이와 출렁출렁 거리는 젖가슴에 둘러싸여 곤란해 하고 있는데.

이번에는 서유리 사원이 내 뒤로 딱 달라붙는다.

“아~ 오늘따라 왜 이리 발바닥이 가렵지. 식당에도 지압 슬리퍼 신고 가야겠다. 팀장님. 이 슬리퍼 처음에는 발바닥 아프고 적응하기 힘들었는데, 계속 신다보니까 운동화보다 더 편해요. 건강도 좋아지는 것 같고. 그리고 굵고 큰 것이 내 발바닥을 꽉꽉 누를 때 마다 팀장님 생각도 나고요.”

아니.

지압 슬리퍼가 서유리 사원 발바닥을 누르는데 왜 내가 생각난다는 거야?

세 명의 여자 팀원들에게 둘러 쌓여버린 나.

할 수 없이 아영 사원의 존재는 포기하고 그녀들에게 이끌려 회사 밖으로 나간다.

그리고 다시 들려오는 환청 같은 아영 사원의 목소리

“씨발. 의리 없는 나쁜 년들. 지들만 맛있는 거 먹으로 가고. 나도 갈비 먹을 줄 아는데·······”

* * * * *

점심으로 먹은 LA갈비는 정말로 맛있었다.

야들야들한 고기와 감칠맛 나는 양념.

모든 팀원들 다 대 만족이었다.

사무실로 돌아온 팀원들이 점심 회식에 관한 얘기가 한참이다.

“이야~ 뺀질이. 덕분에 잘 먹었다. 이거 참. 나 개발사업부 팀에서 근무하는 거 마지막 날이라고 갈비를 다 쏘고. 뺀질이 철 좀 들었네?”

동철과장이 식당에서 가져 온 이쑤시개로 이빨을 쑤시며 내 등을 두들긴다.

사실 동철과장 때문에 갈비를 산 건 아니지만.

“오랜만에 진짜 배 두둑하게 먹었네. 고맙다. 시현아.”

성현대리도 기분이 좋은지 배를 두들긴다.

사실 성현대리 혼자서 거의 3인분을 먹어치웠다.

배가 부를 만 하다.

“팀장님. 오늘 갈비 진짜 최고였어요! 어쩜 우리 팀장님은 맛 집도 많이 알아요? 오빠랑 데이트 하면 식당 걱정은 없겠다.”

서유리 사원이 버릇없이 나를 오빠라고 부르며, 결코 이루어 질 수 없는 상상을 한다.

“시현씨한테 잘 보이려면 다이어트 해야 해서 조금만 먹으려고 했는데. 너무 맛있어서 많이 먹어버렸네. 이거 다 시현씨 책임이니까. 내 인생 책임져! 시현아.”

은근슬쩍 동갑인 김미희 주임이 말을 놓으며 자기 인생 책임지라고 협박을 한다.

무슨 그리 무서운 농담을 하는지.

내가 들어본 농담 중에서 가장 무섭다.

얼굴만 예쁜 성격 걸레의 인생을 책임지라니.

반려자로서 중요한 건 인성이지 얼굴이 아니랍니다.

“시현씨. 김미희 주임은 다 늙어서 주책이다. 그쳐? 나이 들어서 가슴도 처진 주제에. 오빠, 원래 남자랑 여자는 두 살 차이가 딱 이래요. 평소에 저 운동도 열심히 해서 몸매 처질 일 없거든요. 오빠. 그러니까 그만 수줍어하고 저한테 마음 좀 여는 게 어때요?”

최다정 차장이 요염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며 오빠라고 부른다.

그런데 마음을 열다니?

열 마음이 있어야 마음을 열지.

최다정 차장이 가스라이팅을 하며 나를 괴롭혔을 때부터 이미 내 마음은 닫힌 지 오래다.

걸레년들을 조교하면 편해질 줄 알았는데, 계속되는 질척거림과 집착.

이건 또 이것 나름대로 불편하다.

“하아, 그런데 오늘 LA갈비. 우리 시현오빠랑 같이 먹어서 그러지 더 맛있었던 것 같아.”

“그러게. 그런데. 다정씨같이 가슴만 크고 머리는 빈 거유 뇌절녀는 우리 시현씨한테 좀 떨어지지 그래? 우리 시현씨는 다정씨처럼 정신연령 어린 여자한테 관심 없거든. 우리 시현이는 나처럼 수준이 맞는 우아한 여자가 어울리지. 가서 엄마 젖이나 더 먹고 와요.”

최다정 차장에게 늙었다는 말을 들은 김미희 주임이 캣파이트를 시작한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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