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녀역전 세계 미소년이 살아남는 법-173화 (173/413)

〈 173화 〉 걸레들이 후회하며 집착한다(9)

* * *

동철과장과 얘기를 끝내고 이번에는 서유리 사원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서유리씨. 뭐하고 있어요?”

“아! 팀장님.”

서유리 사원이 나를 보고는 컴퓨터 모니터를 멍하니 바라본다.

보아하니 통계 분석을 위해 SPSS 프로그램을 돌리다가 막혀 버린 것 같다.

“아, 유리씨. 이거 여기서 안 되는 거예요?”

“예. 팀장님. 교차 분석까지는 했는데. T분석부터 막히네요.”

“자, 그럼요. 제가 해 볼 테니까. 잘 보고 따라 하세요. 그러니까 ctrl+L을 눌러서 엑셀 파일을 로드 하고요. t분석 파일 양식으로 변한하고. 여기 최대 중앙치. 잘 봐야 하고요·······”

천천히 서유리 사원 앞에서 SPSS 프로그램을 직접 실행하며 보여주자, 서유리 사원의 눈빛이 반짝반짝 빛난다.

“아, 그러네요. 팀장님이 하니까 이렇게 간단한 것을. 저는 몇 시간째 붙들고 있었어요. 감사합니다. 팀장님. 역시 팀장님은 저희 팀에 꼭 있어야 하는 분이에요.”

서유리 사원에게 업무로 인정받는 부분은 기분이 좋았지만, 이상하게 팀에 꼭 있어야 하는 분이에요! 라는 말을 할 때는 그녀의 집요한 눈빛에 오한이 들 정도로 덜덜 떨렸다.

“아, 예. 별것도 아닌걸요. 유리씨도 조금만 공부하면 금방 할 수 있어요.”

“제가요? 정말 그럴까요.”

서유리 사원의 눈빛에 자신감이 없어 보인다.

공과 사는 구분해야지.

아무리 사적으로 쓰레기 같은 걸레 년이라고 해도, 내가 떠나고 나면 서유리 사원이 성현대리를 보조하는 일을 해야 한다.

성현대리 혼자 개고생하게 들 수는 없지.

“정 걱정되면, 제가 시간 날 때마다 틈틈이 알려드리도록 하죠.”

“정말요!”

서유리 사원이 부담스러울 정도로 애정이 가득 담긴 눈빛을 보내며 맞장구를 친다.

“아. 예. 서유리 사원도 이제 일은 제대로 해야 하니까.”

“예. 팀장님. 감사합니다. 그런데·······”

“네? 그런데 뭐요?”

“그. 팀장님이 바로 옆에서 그렇게 셔츠 풀고 하나하나 가르쳐 주시니까, 너무 설레서 제대로 업무에 집중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너무 섹시하셔서·······”

하아······

하여간 조금만 틈을 보이면 공과 사를 구분도 못하는 걸레 같으니라고.

“제가 아침 시간에 그렇게 교육 시켜드렸는데. 아직 부족한가 봐요. 아침에 했던 거 한 번 더 할까요? 정신!”

서유리가 정신! 이라는 말을 듣자.

갑자기 몸을 부슬부슬 떨며 꽁무니를 뺀다.

“통일! 아, 아닙니다! 시정하겠습니다! 업무에만 집중하겠습니다!”

역시 그래도 아침에 교육시킨 효과가 있는지, 더 이상 업무와 상관없는 개소리를 지껄이지는 않는다.

아, 그런데 내가 서유리씨한테 말 건 이유는 아영 사원을 찾기 위해서였지.

서유리 사원이 업무 하는 것 보니 너무 개판이라 잠깐 정신 줄을 놨다.

“아. 그건 그렇고. 서유리씨 혹시 아영 사원 어디 있는지 알아요? 아침부터 안 보이네?”

아영 사원이라는 말에 서유리 사원이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한다.

“아, 아니요! 몰라요. 절대 몰라요. 그러니까 저한테 물어보지 마세요. 팀장님.”

뭐야. 모르면 모르지.

절대 물어보지 말라는 건.

“아. 예. 알겠어요. 그래도 혹시 아영 사원 보면 말 좀 전해 줘요. 즉시 제 자리로 좀 오라고요. 줄 게 있다고.”

“네? 네········”

서유리가 살짝 서운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며 대답한다.

하아, 오늘 진짜 이상하네.

아영 사원은 도대체 어디로 가고.

팀원들은 다들 그녀가 있는지 모르는 거지?

* * * * *

서유리 사원과 말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마침 화장실에 갔다 자리로 돌아오는 최다정 차장이 보인다.

“차장님. 아영 사원 안 봤어요?”

이번에는 바로 본론을 꺼냈다.

그런데 최다정 차장 역시 당황한 듯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대답한다.

“못 봤는데요. 진짜 못 봤는데요.”

못 보면 못 본거지 진짜 못 봤다는 건 또 뭐지?

“아, 예.”

“그것보다 팀장님. 저 팀장님한테 번역 관련해서 질문이 좀 있는데요. 잠깐만 제 자리에서 도와주실 수 있으세요?”

“번역이요?”

흠. 요즘 최다정 차장이 원래 내가 하던 국제규격 통계원리를 번역하고 있다.

그래, 원래 내가 하던 일을 이어 받은 거니까.

모르는 게 많겠지.

사수로서 그 정도는 도와줘야지.

“알겠어요.”

그렇게 말하고는 나란히 최다정 차장의 자리로 가서 그녀 옆에 앉는다.

통계원리 영어원본을 꺼내는 최다정 차장.

“그러니까요. 팀장님. 이 부분이 해석이 안 되는 되요. 구조방정식모형분석의 체계관련 부분인데·······”

“아, 그거요. 그거는 국제규격 사이트 들어가셔서 책 내용이랑 참고하면서 번역해야 해요. 그냥 쌩으로 통번역하려고 하면 진도가 안 나가요. 그러니까 먼저, 1장에서 이 내용은·······”

차근차근 알기 쉽게 최다정 차장에게 형식에 맞춰 번역하는 법을 알려주었다.

내 얘기를 들으며 이상하게 점점 내 옆으로 다가오는 최다정 차장.

­출렁출렁 뭉클뭉클!

그녀의 젖소 같은 젖가슴이 내 팔꿈치에 닿을 정도로 다가왔다.

“어머, 팀장님. 진짜 대단하시다. 저는 이거 번역하느라 오늘 아침 하루 종일 고생했는데. 팀장님은 10분 만에 제가 두 시간 동안 번역 할 일을 해버리시네요. 팀장님······· 너무 지적이고 섹시하고 멋있어요.”

부담스러울 정도로 내 몸에 자신의 젖가슴을 바짝 붙이고 육탄 돌격해 오는 최다정 차장.

그녀의 짧은 미니스커트 사이로 보이는 하얀 허벅지와 풍만하게 파인 하얀 가슴 골.

그리고 천천히 내 은밀한 곳을 향해 다가오는 그녀의 하얗고 고운 손.

나는 주저 없이.

그녀의 손을 탁! 쳐냈다.

“다정씨. 정신 안 차려요? 자꾸 이런 식으로 질척질척 거리면 번역 업무 안 도와줍니다.”

번역 업무를 안 도와준다는 말에 최다정 차장이 마른 침을 꿀꺽! 삼킨다.

내가 그녀의 번역 업무를 안 도와주면, 일주일 밤을 회사에서 야근하며 보낸다고 해도 다 못할 정도의 업무 분량이다.

물론 내가 하면 하루면 끝날 일이지만.

“죄송합니다. 팀장님. 팀장님이 너무 매혹적이셔서 저도 모르게 그만. 업무에 집중하겠습니다. 팀장님 안 도와주시면 저 진짜 안 돼요. 그러니까 농담으로라도 그런 말 하지 마세요. 팀장님이 좋아하시는 제 가, 가슴을 봐서라도. 절대 떠나지 말아요. 알겠죠!”

역시나 집착과 끈적끈적함이 가득 담긴 눈빛으로 최다정 차장이 노골적으로 들이 된다.

하아·······

오늘 이 여자들이 왜 이러지?

하나같이 농염한 눈빛을 발사하며 질척거리고 있다.

“하여간, 모르는 부분 있으면 메모해 놓으세요. 시간 날 때 마다 봐 줄 테니까.”

“네. 팀장님. 팀장님. 그런데······”

“그런데? 그런데 뭐요?”

또 무슨 이상한 말을 하려고.

“팀장님이 좋아하시는 제 크고 아름다운 가슴을 봐서라도 절대 우리 회사 떠나시면 안돼요. 알겠죠?”

회사를 떠나는 거야, 걸레들을 조련하고 나면 예정된 수순이니까 그렇다 치고.

내가 좋아하는 크고 아름다운 가슴이라니.

물론 최다정 차장의 가슴이 섹시한 건 사실이지만, 노예년의 가슴 따위에 나는 전혀 관심이 없다.

“아, 됐어요. 다정차장님 가슴에는 전혀 관심 없으니까 좀 이제 그만 치우시죠. 아까부터 계속 팔에 닿아서 불편하니까.”

팔에 닿아 불편하다는 말에 최다정 차장이 얼굴을 수줍게 붉히며 말한다.

“치, 하여간. 우리 팀장님은 좋은 걸 좋다고 말 못하신다니까. 츤데레같이. 제 가슴이 닿아서 불편한 게 아니라, 설레신 거겠죠. 하여간 알겠어요. 회사에서는 여기까지만 할게요. 나머지는 밖에서······· 알죠?”

하아········

이 걸레년들이 하나같이 오늘 다들 왜 이리 무리수를 두는 거야.

아무래도 안 되겠다.

한시라도 빨리 이 걸레들을 조교하고 회사를 떠나야지.

질척거리며 집착하는 통에 머리가 이상해져 버릴 것 같다.

“자꾸 업무랑 관계없는 말 하지 마시고. 번역 업무나 똑바로 해요. 한 시간 후에 확인할 테니까요.”

“네. 팀장님. 팀장님 자기를 위해서 최대한 열심히 할게요.”

나를 위해서 최대한 열심히 일한다면서 의욕을 불태우는 최다정 차장.

이건 뭐가 잘 못되어도 한참 잘 못 된 것 같은데.

* * * * *

내 자리로 돌아와서 아영 사원을 위해 준비한 선물을 만지작거렸다.

아, 빨리 아영 사원을 찾아서 선물을 전해줘야 하는데.

그래야 나도 이 걸레년들에게서 벗어날 수 있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마침 아영사원이 슬그머니 눈치를 보며 사무실로 들어오고 있다.

나는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나며 아영사원을 불렀다.

“아영씨!”

그런데.

방금 전까지 분명히 사무실로 걸어오고 있던 아영사원이 갑작스럽게 연기처럼 사라졌다.

이건 또 무슨 일이야!

분명히 아영 사원이 걸어오고 있었는데.

자리에서 일어나 아영사원이 걸어오고 있던 복도 쪽으로 재빨리 걸어 가본다.

그리고 보이는 광경!

아영 사원이 허리를 숙인 채 다람쥐처럼 다다다 엘리베이터를 향해 뛰어가고 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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