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비만 오크-453화 (453/800)

454회

106일차

대형 괴수에 대한 레이드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없었다.

기껏해야 할파스를 여럿이서 함께 공략한 적은 있었지만, 군단의 모든 병력들이 한 자리에 모여 하나의 적을 상대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차라리 대규모 전쟁이라면 간부급들에게 명령을 내리면 되지만, 이런 레이드는 우리 군단에게 아직 익숙하지 않았다.

따라서 나는 가장 간결하게, 우리 군단이 효과적으로 싸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부하들에게 러스트릴리스를 상대로 내리는 명령은 단 하나.

"딜, 딜!! 디이이이이일!!"

오크는 도끼를 휘두른다. 엘프는 활을 쏜다. 안드라스는 손톱을 휘두른다. 모든 병력들은 러스트릴리스에게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공격을 가능한 범위 안에서 최대한 퍼부었다.

갸아아아악----!!

러스트릴리스는 괴성을 지르며 포효했다. 던전 전체가 떠나갈 듯한 외침에 군단의 병사들이 잠시 겁을 먹었다.

모습도 상당히 그로테스크하여 가까이 가기도 싫은 외형인데다가, 실제로 92레벨에 걸맞게 강력하기까지 했다. 나는 호흡을 크게 들이마셔 소리쳤다.

"우리 딜러 뭐해-----!!"

문신의 힘으로 전신의 힘을 폭발시키듯 소리가 울려퍼졌다. 가까이있던 병사들부터 퍼뜩 정신을 차렸다. 강대한 적을 상대로 겁을 먹은 건 이해하지만, 공격을 하지 않으면 우리가 진다.

"내가 어그로 끌잖아! 아, 아니 내가 저 놈 시선 끌고 있잖아! 봐라!"

짜---악!

나는 아스모딘의 엉덩이를 한 번 더 후려쳤다. 이미 붉어질 대로 붉어진 아스모딘의 엉덩이는 피멍이 드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붉었다.

크르르!

러스트릴리스의 꽃잎들이 나를 쏘아보며 으르렁거렸다. 놈의 모든 눈은 분명히 나와 아스모딘을 향해 고정되어 있었다.

"저 놈 나만 노린다고!"

정확히는 아스모딘을 되찾기 위해 노리고 있다. 그리고 나는 아스모딘을 내게 끼운 채 놓지 않고 있다. 당연히 놈의 모든 공격은 나에게 집중되어 있다.

캬아아악!!

몸에서 돋아난 나뭇가지로 전신에 가시갑옷을 두른 러스트릴리스가 나를 향해 크게 뛰었다. 수술 촉수를 그물망처럼 펼치며 나를 먹어치우려했고, 나는 다리에 온 힘을 쏟아 뛰었다.

앞으로. 러스트릴리스의 아래로.

"패링!!"

나는 아스모딘을 안고 슬라이딩을 하듯 미끄러졌다. 그와 동시에 러스트릴리스의 촉수가 내 투구 위를 스쳤다. 장식으로 달아놓은 서큐버스의 뿔이 독액에 녹아내렸다. 하지만 아스모딘은 안전했고, 나 또한 크게 상처입지 않았다.

"쓰으읍!!"

아스모딘의 등과 엉덩이를 받치느라 건틀릿이 바닥에 긁혔다. 나는 급히 몸을 180도 돌렸다. 단순히 피한 걸로는 어그로가 끝나지 않는다.

"아아, 이것은 티배깅이라고 하는 것이다."

퍽, 퍽퍽. 나는 아스모딘의 엉덩이를 잡고 아래에서 위로 자지를 쳐올렸다. 어그로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는 러스트릴리스의 시선을 계속 끌어야만했다.

"흐아아아! 러스트릴리스 암술 굉장하드아아아!"

꽃잎의 뒷면에 난 몽마의 얼굴들이 나의 조롱을 보고 단체로 일그러졌다. 러스트릴리스는 급히 앞으로 쏠린 몸을 나를 향해 돌렸다.

"꼬우면 잡아보던가!"

나는 등허리를 튕겨 자리에서 급히 일어났다. 그리고 아스모딘을 안아 뒤로 달렸다.

"화살! 마탄! 돌팔매!!!"

나는 벽면을 향해 달렸다. 내가 달려가는 앞의 병사들은 좌우로 갈라지며 무기를 들었고, 멀찍이 있던 이들은 각자 원거리에서 러스트릴리스를 향해 공격을 퍼부었다.

파지직!

나무껍질 사이로 돋아난 나뭇가지들이 부서졌다. 껍질이 떨어지자 안에는 검붉은 고깃덩어리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피부는 아스모딘과 식물견의 영향으로 나무껍질일지 몰라도, 놈의 속살은 몽마들을 믹서기에 갈아서 채워놓은 형태나 마찬가지였다.

그 속살이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내가 공격을 피하고, 우리 군단의 병사들이 피부를 깎아내기를 몇 번이고 반복한다.

어그로가 튀지 않는 한, 내 다리가 멈추지 않는 한, 그리고 내가 아스모딘의 안에 꽂은 좆을 뽑지 않는 한 이 힘겨운 레이드는 계속된다.

"륜! 몇 분이나 지났냐?!"

"이제 15분이요!"

"...씨발, 죽을 것 같은데."

아직 체력은 남아있지만 정신이 지치고 있다. 아스모딘의 속살이 반응 없는 오나홀이라고 한들 계속 뛰어다니니 안에 박는 셈이나 마찬가지였고, 마왕의 딸답게 샤이탄과 루시펠 못지 않게 끝내줬다.

문제는 그런 성감을 유지한 채, 러스트릴리스의 어그로를 나 혼자 감당해야 한다는 것.

15분이나 러스트릴리스의 시선을 끈 건 분명 선전이라고 할 수 있지만, 아직 놈의 껍질을 전부 벗기거나 속살을 망가뜨리려면 한참 싸워야만 했다.

"주인, 이걸로 유인하면 되는 거지?! 잠깐 쉬어!"

하르파스가 날아와 아스모딘의 겨드랑이를 붙잡았다. 그리고 그녀의 몸을 들어올리며 내 자지를 뽑아냈다.

"주인 쉴 시간 벌게!"

"3분만 벌어다오! 하피들은 하르파스의 뒤에 붙어라!"

하르파스와 하피들이 공중 곡예를 벌이듯 천장에 달라붙어 공회전하기 시작했다. 러스트릴리스는 나를 잠시 노려봤다가 바로 하르파스의 뒷 꽁무니를 쫓아 한 자리에서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후우, 후우."

"아빠, 준비 끝났어요."

"메어리냐...흐으, 그래, 시작해라."

메어리는 내 전방에 버지니움 실드를 전개했다. 우리는 버지니움 실드에서 옆으로 물러나 자리를 이탈했고, 하르파스는 수술 촉수를 아슬아슬하게 피하다가 버지니움 실드를 향해 돌진했다. 실드 바로 아래의 땅에서 붉은 점액의 여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라임!!"

"확보."

하르파스는 아스모딘을 바닥에 떨어뜨리고 수직으로 날아올랐다. 라임은 아스모딘을 안고 땅속으로 파고들었다. 아스모딘의 뒤를 쫓던 러스트릴리스가 버지니움 실드에 대가리를 박았다.

파지지직!!

주둥이를 이루고 있던 촉수 수술이 번개에 지져지듯 불타올랐다. 동시에 꽃잎 하나가 악취를 풍기며 썩어 문드러지기 시작했다. 신성력의 방패에 그대로 머리를 받은 러스트릴리스의 몸이 순간 마비가 되었다.

"지금이다! 극딜!!"

"""라스으으으!!"""

좀처럼 활약하지 못하던 오크와 미노타우르스들이 무기를 꼬나쥐고 러스트릴리스에게 달려들었다. 안드라스들은 손톱을 세워 껍질을 벗겨냈고, 듀라한들이 그 안에 검을 찔러넣었다.

움직임이 멈춘 순간이야말로 모든 공격을 때려넣을 때.

그리고 적이 정신을 차린 순간이야말로, 다시 탱커가 나서서 어그로를 끌어야 할 때. 잠시 체력을 회복한 나는 꺼진 문신을 활성화하며 소리쳤다.

"라임---!!"

"장착."

바닥에서 튀어나온 라임은 아스모딘의 골반을 잡고 내 아래에 잡아끼웠다. 아스모딘은 여전히 인형처럼 아무 반응이 없었지만, 잠시 뽑았다가 넣어서 그런지 감도가 더 높아진 듯 했다.

"키메리에스!! 바톤 터치다!"

유니콘 암두시아스를 타고 달리던 듀라한 키메리에스가 안장에서 뛰어올랐다. 그리고 나는 빈 안장에 아스모딘을 앞에 앉히고 상체를 기울였다.

"믿는다, 암두시아스!"

히히----잉!!

유니콘답게 시원한 말 울음소리를 낸 암두시아스가 러스트릴리스에게 전력으로 질주했다.

성기방패에 지져진 상처를 나무줄기로 뜯어낸 러스트릴리스는 주변을 살피며 팔을 휘두르려다가 하얀 유니콘을 발견했다. 유니콘 위에 올라탄 오크가 아스모딘을 유니콘에 눕힌 채 안장 위에서 범하는 걸 보았다.

"크으으...! 지릴 것 같다!"

키아아아!!

러스트릴리스가 나를 향해 손을 휘둘렀다. 암두시아스까지 움켜쥐려는 나무줄기의 손길이 우리 지척까지 한 순간에 다가왔다. 피할 도리는 없다. 그러므로 나는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암두시아스, 변신!"

내 아래에 달리고 있던 유니콘의 몸이 변했다. 네발로 달리던 백마는 네발로 기어가는 작은 소녀가 되었고, 내 몸은 순간적으로 허공에 떴다가 아래로 서서히 내려갔다.

부---웅!

줄기게 내 투구를 때렸다. 장식으로 달아놓은 서큐버스 뼈가 줄기에 얻어맞았다. 목뼈가 으스러지는게 아닐까 싶은 충격이 들었고, 내 머리에서 투구가 튕겨나갔다.

"아오, 쓰벌!!"

다음에는 머리만 보호하는 헬멧 스타일로 써야겠다. 나는 시큰한 목 뒤의 충격을 이악물고 참았다. 아직 공격은 남아있다.

새애애액!!

또다른 나무 줄기가 휘둘러졌다. 피하기에는 타이밍이 늦다. 그러므로 막아야한다. 내가 아니라, 나의 부하들이 나를 지켜야한다.

"여신의 이름으로!"

정면에 성기방패와는 다른 성스러운 문장의 방패가 떠올랐다. 성기방패보다는 못하지만 은빛의 신성력이 담긴 방패는 줄기를 잠시 우물쭈물하게 만들었다.

"잘했다! 모두 이제 조금만 더 버텨!!"

레이드의 성공을 위한 퍼즐이 하나 부족하다. 그들이 이곳까지 오려면 아직 시간이 한참이나 남았다.

"이제 진짜 얼마 안남았-"

캬아아아----!!

러스트릴리스가 꽃잎을 활짝 펼쳤다. 자세를 웅크리며 무언가를 준비하는 듯한 모습에 나는 두 주먹에 힘이들어갔다.

"젠장, 그냥 그대로 싸울 것이지!"

"...!! 주인님, 큰일났어요!"

"왜?!"

"반대편 통로에서 인간들의 목소리가 들려요!!"

"......벌써 내려와버렸나."

시간이 모자라다. 미로를 통과하는 시간이 제법 걸린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그 시간 안에 러스트릴리스를 처리할 것 같지는 않았다.

"한 방이 필요한데-"

"지옥의 겁화를 찾으셨습니까."

뒤에서 나긋나긋한 목소리에 나는 나도 모르게 아스모딘의 엉덩이를 쥐어뜯었다. 내 등 뒤에는 드래곤의 날개를 펼친 그에이가 씩 웃고있었다.

"그에이 칸세르, 원군을 데리고 왔습니다."

화륵, 화륵. 그에이의 뒤로 붉은 불꽃이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내가 그리도 바라마지 않던 마지막 한 조각의 퍼즐이자, 러스트릴리스를 상대로 이길 수 있는 극상성의 부하들.

화염표범수인-플레어 판테라. 붉은 머리가 타오르는 수인족의 등장에 러스트릴리스가 다소 주춤거리기 시작했다.

"후우, 벌초가 안 되면 태우는 게 제 맛이지. 얘들아, 시작해라."

이미 모든 준비는 끝났다. 내가 바닥을 세 번 크게 구르자마자 러스트릴리스의 주변에서 슬라미아들이 뛰쳐나왔다.

"전원 위치로!!"

플레어 판테라들이 슬라미아와 교대하듯 바닥으로 뛰어들었다. 나는 아스모딘을 안고 슬라미아들이 만든 12각형의 라인 안으로 달렸다.

선을 넘으려던 러스트릴리스가 나를 보며 걸음을 멈췄지만, 주변을 훑으며 한껏 경계하기 시작했다.

"여신교단에서는 말이다, 금기를 범한 자는 화형으로 다스린다고 하더군. 너희 군단은 금기를 저질렀다. 엘프의 귀를 자른 죄. 인장을 함부로 합성한 죄. 다크엘프의 개체수를 줄인 죄."

딱.

바닥이 서서히 달구어지기 시작한다. 러스트릴리스는 우리가 무슨 짓을 저지르려는 지 알고 도망치려고 했고, 나는 놈이 도망치지 못하게 만들었다.

"어쭈, 이걸 보고도 튀려고?."

나는 아스모딘의 몸을 180도 돌렸다. 음부에서 뽑아낸 자지는 애널에 박아 고정했고, 나는 인장을 손으로 쓰다듬으며 아스모딘의 어깨에 팔을 걸었다. 팔꿈치가 겨드랑이를 스쳤다.

"군단이라는 것들이 군단의 상징인 인장을 두고 도망치려고 하는 거냐?"

캬아아아!!

러스트릴리스가 나를 향해 포효했다. 네 발로 도망치기 위해 들어올린 다리를 바닥에 꽂고 꽃잎을 활짝 펼쳤다.

"그래. 그 정도 기개는 있어야지. 그래야...."

짝.

나는 아스모딘의 가슴 앞에서 손뼉을 쳤다. 그와 동시에 사방에서 불기둥이 치솟았다.

"우리 군단이랑 하룻밤 불장난 정도는 할 수 있지 않겠냐. 내가 불타봐서 아는데, 그거 존나 아프더라."

나는 아스모딘의 머리칼에 붙은 불씨를 털어냈다. 내 머리에 스칠 지언정, 내 것이 될 여자의 머리칼을 불타게 만들 수는 없었다.

"색욕의 군단, 여신과 마왕의 대리자로서 너희에게 벌을 내리도록 하마."

화살비가 날아왔다. 내 위로 스치듯 날아간 화살들은 플레어 판테라들이 뿜어낸 불꽃을 머금고 러스트릴리스의 몸에 떨어졌다.

"이런 거짓된 색욕 따위, 불로서 정화할 것이니라."

투둑, 툭. 내 발치에도 불붙은 돌멩이가 떨어졌다. 나는 다리를 살짝 벌려, 아스모딘의 팔을 가운데로 모아 뒤에서 끌어안았다.

"네게 진정한 색욕이 무엇인지 보여주마."

캬아악!!

줄기 하나가 내 발목을 휘감으려 아래에서 튀어나왔다. 나는 높게 점프하여 두 발로 줄기를 짓눌렀다. 쿠-웅하는 충격과 함께 아스모딘의 가슴이 크게 출렁거렸다.

"그 어떤 고난과 역경 속에서도 진정으로 색을 탐하는 것. 심지어, 주변이 활활 타오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허리를 멈추지 않는 것."

퍽, 퍽퍽. 아스모딘의 애널 속으로 자지를 찔러넣었다. 자지가 으스러질 것 처럼 아팠지만, 주변의 열기 때문에 몸이 달아올라 고통도 고통같지 않았다.

"그것이 바로 불꽃섹스다."

그레모리랑 하면서 느꼈지만, 불에 타오르면서 성행위를 하는 건 나도 아프다. 그러므로 이번에는 불속에서 할 뿐.

"불지옥 난이도에 온 걸 환영하노라."

미션, 타오르는 불기둥 속에서 인장에게 박고 있는 오크 잡기.

"너 불타죽기 전에 나 잡을 수나 있겠냐?"

나는 품안에서 최종병기를 꺼냈다.

본래는 아스타로트를 죽이려고 준비한 물건이지만, 마침 더 좋게 사용할 수 있게 되어 너무나도 기뻤다. 나는 단검을 꺼내 구슬에 아주 작은 구멍을 만들었다.

"아아, 이것은 화염병이라고 하는 것이다."

구멍에서는 고소한 기름 냄새가 퍼져나왔다. 나는 그것을 냅다 앞으로 내던졌다.

3.

2.

1.

허공에 흩날리던 불씨에 불이 붙은 점액 구슬이 러스트릴리스의 몸에 떨어졌다. 나는 아스모딘의 손목을 잡고 양손으로 V자를 그리며 뒤로 물러섰다.

"파이어 앤드 피스!"

불기둥 너머로, 수 십에 이르는 점액 구슬이 날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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