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3회
106일차
허벅지 아래를 뜯어낸 아스모딘은 마치 석고상 토르소인 것만 같았다. 토르소와 달리 머리와 팔이 정상적으로 달려있기는 했지만, 살아있는 것 같은 반응은 없었다.
'혹시 죽었나?'
생명의 근원이 사실은 허벅지 아래-뿌리로 추정되는 부분에 있다면 나는 아스모딘을 죽인 것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지금 당장 그걸 신경 쓸 여유는 없다.
'샤이탄이랑 루시펠에게 방법이 있겠지!'
쿵!
나는 등부터 바닥에 떨어졌다. 낙법을 취할 새도없이 떨어지는 바람에 충격이 아래에서부터 전신을 때렸다.
"끄으으...내가 진짜 이거 먹으려고 별 짓을 다한다."
아무리 듀라한과 통정한 시체박이라고 한들, 진짜 죽은 시체에다 박는 건 나로서는 사양이다. 최소한 아스모딘의 하복부에 색욕의 인장이 남아있으니, 이 몸을 어떻게든 우리 본진으로 들고 가기만 하면 된다.
"그러니까 나 좀 그냥 내버려 두면 안 되겠냐?"
끼아아아아악!!
암술을 잃은 나무괴수가 괴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색욕의 군단이 하나로 모인 개체 답게 유일한 암술이 뜯겨나가니 전신으로 지랄발광을 떨기 시작했다. 철퇴에 부서진 뿌리로 사방을 휘두르는 건 기본이었고, 검붉은 진물을 흘리는 얼굴들이 하나같이 체액을 뱉어내기 시작했다.
푸쉬이이이---
"척봐도 맹독이네."
검붉은 독액은 내 발치에 닿자마자 땅을 부식시켰다. 단단한 던전의 땅이 염산을 끼얹은 스펀지 마냥 녹아내렸다. 나는 간신히 몸을 일으켜세웠다.
"......후우, 나는 시체박이가 아니다. 시체박이가 아니다."
아스모딘은 살아있다. 그저 의식을 잃고 기절했을 뿐이다. 심장박동은 잘 느껴지지 않지만, 아직 인장이 명멸하고 있으니 살아있는 거나 마찬가지.
"다리 없으니까 박고 들기 편하기는 하네, 미친."
나는 아스모딘을 내 앞에 끼웠다. 아스모데우스에게 박고 지하 2층을 답파했던 것처럼, 이번에는 아스모딘을 내 앞에 박고 안아들었다.
'진짜 미치겠네.'
자지가 안에 들어갔는데도 불구하고 조이는 감각이 전혀 없다. 마치 잘 만들어진 생체 오나홀 같은 느낌에 나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아스모딘은 아무런 반응이 없었고, 아스모데우스처럼 다리로 나를 휘감아 달라붙지도 않았다.
"젠장, 이름도 비슷한 것들이 진짜!!"
아스타로트가 폐급이니 아스모딘이라도 건져야했다. 다행히 도망칠 길은 열려있다.
미로. 아스모데우스가 친절하게 구조와 탈출하는 루트까지 알려준 곳. 색스가 망가진 이상, 일단 새로운 무기가 필요했다.
"...그럴 시간도 안 주겠네."
구구구.
아스모딘 이었던 것, 거대 나무 괴수의 껍질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물결이 이는 것 마냥 꿈틀거리는 녀석은 몸통이 점점 가늘어지기 시작했다.
꾸르륵, 꾸륵.
꽃잎 아래의 수술들이 나선으로 서로 휘감기기 시작했다. 마치 개의 머리를 형상화하는 수술 촉수는 끝 부분이 360도 펼쳐지며 쩝쩝거렸다. 짓이겨진 뿌리는 잘라내고, 상대적으로 온전한 네 개의 뿌리는 뼈와 관절이 생기는 것 마냥 형태가 잡혔다.
"...지옥같다."
목덜미 쪽 꽃잎 위에 얼굴들이 새롭게 돋아나기 시작했다. 그 중 셋은 내가 알고 있는 얼굴이었다. 카임, 포칼로르, 오리아스. 색욕의 군단 간부로서 내 앞을 가로막았던 간부들이 점액으로 번들거리는 꽃잎 속에서 나를 향해 흉신악귀처럼 웃고 있었다.
- 우리는...군단이다....
"야, 너네 대장 너네 버리고 튀었는데?"
군단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하면서 혼자서 도망쳤다. 부하들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도망친 주인을, 어째서 하나로 합쳐지면서까지 구하려고 드는 것일까.
"미치겠네. 아스타로트가 너희한테 대주기라도 했냐?"
- .......
꽃잎이 모두 입을 닫았다. 나는 정답을 맞춘 나 자신에 너무나도 소름이 돋아 아스모딘의 안에 그만 싸버리고 말았다.
"...대줬으면 인정이지."
부하들의 충성을 몸으로 유지하고 있던 거라면 나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특히 여자 던전 주인인 경우, 아무리 충성심이 낮은 유능한 부하가 잇다고 한들 하룻밤 침대로 초대해주면 최소 한 달은 충성심이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생각하면 할수록 열받네. 그냥 튀려고 했는데 안 되겠다."
씹어먹어도 시원찮을 은갈치가 생각났다. 감히 내게 포르네우스를 떠올리게 한 저 합성괴수를 가만히 내버려 둘 수는 없다.
다행히, 암술인 인장이 뽑힌 덕분에 괴수의 힘은 다소 떨어졌다.
<러스트릴리스>, ★★★★★, Lv.92.
아스모딘이 뽑히면서 레벨이 무려 3이나 떨어졌다. 이정도면 비벼볼만 하다. 수술 촉수와 비비고 싶은 생각은 다시는 없지만, 주먹 다짐으로 싸워보기에는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야, 러스트릴리스. 너 이름 바꾸자. 발정난 개새끼로."
나는 아스모딘의 엉덩이를 가볍게 때렸다. 암술을 희롱하기 무섭게 발정난 개새끼가 아가리를 벌리며 점액을 사방에 흩뿌렸다.
"네가 군단이라고 했지? 흐흐, 그럼 나도 군단이다."
콰-----앙!!
미로의 출구 옆 벽이 무너졌다. 그곳에는 라임과 슬라미아들이 굴착기 모드로 앞으로 엎어졌다.
"주인님!!"
"...미로를 통과하랬더니 뚫어버렸군. 흐흐, 잘했다!"
라임의 등을 밟고 뛰어오른 륜이 내 옆에 활을 들고 섰다. 천장을 빠져나온 하르파스가 천장의 구멍을 뚫고 뛰쳐나왔다.
오크, 쿠키엘프, 안드라스, 미노타우르스. 뒤로도 더 나열하기 힘든 우리 군단의 자랑스러운 병사들이 통로를 빠져나왔다. 그들은 나와 발정견의 대치를 보자마자 바로 발정견을 둘러쌓다.
"군단은 들으라! 적은 92레벨! 루나보다 약간 강한 대형 괴수다!"
키아아악!!
"스스로를 군단이라고 참칭하는 자, <색욕>을 쓰러뜨리고 우리가 진정한 <색욕>이 되는 것이다!!"
"""라스으으!!"""
"가자."
나는 아스모딘을 꽉 붙잡았다. 내게 지금 적당한 무기는 없지만, 내가 자지를 꽂고 있는 아스모딘이야말로 최고의 방패였다.
"내가 어그로를 끌겠다! 그 사이에 너희들은 저 발정난 개새끼의 자지를 싹다 잘라버려!"
캬아아아아악!!
꽃잎들이 파르르 요동치기 시작했다. 꽃잎이 된 몽마 간부들은 나무껍질처럼 이루어진 몸통에서 새로운 가지를 뽑아내기 시작했다.
"중성화수술, 지금부터 시작이다!!"
나는 인장방패 아스모딘을 품안에 안고 앞으로 달렸다.
* * *
털썩, 털썩.
아스타로트는 이름 모를 인간 남자에게 안겨 지상 1층의 중심을 지났다. 최대한 마족의 티가 나지 않을 때까지 다크엘프와 합성한 덕분에, 그녀는 아무 의심도 받지 않고 '아스타로트 던전에 붙잡힌 다크엘프'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아무것도 모르고 얼굴 붉히는 꼴이란.'
자신을 안아든 남자는 풋총각마냥 부끄러워하며 자신을 안아들었다. 다크엘프가 된 만큼 던전 안에서 어떤 피해를 입었는 지 예상하는 듯 하면서도, 기절한 척 눈을 감고 있으니 허벅지와 옆가슴 부분을 잡은 손가락에 힘이 들어가는 게 여실히 느껴졌다.
'이대로 던전을 빠져나가기만 하면 돼.'
던전의 주인이 적의 공격에 대해 잠시 밖으로 빠져나간다고 패배하는 건 아니다. 자신이 합성한 아스모딘, 인장이 던전을 빠져나가지 않는 이상 아직 군단의 패배는 아니다.
'설마 지겠어? 95레벨이나 되는 5성 마물인데.'
군단의 모든 병사들을 하나로 합쳤다. 군단의 모든 마석을 때려넣었다. 색욕의 인장까지 넣었고, 딱 하나 남아있던 환생결정을 이용해 합성 시간까지 단축하여 속성으로 만들어냈다.
워낙 많은 영혼이 섞인 탓에 똑똑한 판단을 내리지는 못한다. 그저 주인이 누구인지 아는 것, 그리고 주인이 내리는 단순한 명령만 이해할만큼 지능이 떨어졌다.
- 나 빼고 전부 죽여버려.
아스타로트가 내린 명령은 너무나도 간단했다.
자신 이외의 모든 존재를 잡아 죽이는 건. 얼마나 시간이 걸려도 상관없고, 던전 전체에 뿌리를 뻗어 적들을 모두 빨아먹어도 상관없다. 설령 적의 대장을 잡아먹어치워도, 한 번 열린 던전의 포털은 한 쪽 던전이 멸망할 때까지 사라지지 않는다.
아스모딘은 지하 1층을 기준으로 지상 1층, 지하 2층, 그리고 하르파스 던전까지 뿌리를 뻗어 적들을 흡수할 것이다. 아스타로트는 속으로 웃으며 서서히 눈을 떴다.
"아...."
"정신이 드시오?"
"여긴...?"
"안심하시오. 아직 던전 안이기는 하지만 이 구역은 우리가 정리했소."
"......흑!"
아스타로트는 남자의 품에 얼굴을 묻고 눈물을 흘렸다. 남자, 안다이할은 아스타로트를 다독이며 던전 출구까지 나아갔다. 비록 불가항력이라고는 하지만 인간의 손이 몸에 닿는 게 구역질을 참을 수 없었다.
"저는...이제 어떻게 되는 거죠?"
"우리 인간들이 던전을 정리하는 동안, 그대들은 안전한 던전 밖에서 간호를 받을 것이오."
"던전 밖...."
전쟁 중에 던전 밖으로 나가면 시스템을 활용할 방법이 없다. 편법으로 확인하게 해줄 인장은 지금 미쳐 날뛰고 있다. 그렇다고 던전 안에 남겠다고 강짜를 부리는 건 의심을 살 여지가 있다.
'그냥 어디 숨어있을 걸 그랬나.'
혹시라도 오크가 자신을 찾으러 올까봐 두려운 마음에 일단 인간들 품으로 달아나고자 한 게 화근이었다.
"이미 그대 전에 구출된 다크엘프들은 한시라도 빨리 던전을 벗어나고 싶어하더군."
"그런...가요."
명분이 없다. 아스타로트는 눈을 감고 시스템창을 두드렸다. 던전 주인이 아닌 남들이 보면 허공에 헛것을 보며 정신이 나간 줄 알 것이다.
'얼마나 잘하고 있나 볼-'
<러스트릴리스>. Lv.92. 던전 내 유일한 살아있는 부하인 <아스모딘>이 사라졌다. 아스타로트는 머리를 재빨리 돌려 상황을 파악했다.
러스트릴리스. 아스모딘을 넣기 딱 직전의 단계인 합성마수였다. 즉 아스모딘은 러스트릴리스로부터 제거되었다.
"아, 아아아!!"
아스타로트는 남자의 품안에서 뛰어내리려했다. 하지만 안다이할의 양 옆에 있던 기사들이 급히 아스타로트의 팔을 붙잡았다.
"진정하시오. 큭, 역시 정신적으로 충격이...."
"...동료가, 아직 안에 갇힌 동료가 있어요!!"
아스타로트는 자신의 임기응변에 스스로 감탄했다. 아스타로트는 자신이 도망쳐 온 반대편을 향해 손을 뻗으며 발버둥을 쳤다.
"안에, 안에 아직 제 동료들이!!"
"......약속합니다. 그들은 우리가 반드시 구해내겠소. 그러니 우리를 믿어주시오."
아스타로트는 결연한 얼굴로 다짐하는 안다이할의 얼굴에 주먹을 꽂아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그랬다가는 기사들이 자신을 쫓기 시작할 것이고, 아스타로트는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일단은 순응하기로 했다.
"아아...."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혹시 인장을 빼앗긴 건가? 아니면 아스모딘이 제정신을 차려서 자신을 배신한 건가? 그도 아니면 인장을 합성하는데 사용한 솔로몬의 벌인가? 그 모든 진실은 발밑 지하 1층에 묻혀있지만, 그걸 확인하기 위해서는 던전 아래로 내려가야했다.
던전의 몽마들에게 강간당한 다크엘프가 지하로 내려갈 명분은 없었다. 안다이할에게 안겨 던전 밖으로 나온 아스타로트는 숲에 진을 친 이들을 보고 마음을 다잡았다.
"자, 다 왔소. 니프엘라 님, 새로 구한 분입니다."
"고맙습니다, 안다이할 공...?"
제법 성숙해보이는 엘프-니프엘라는 아스타로트를 보며 잠시 눈을 찌푸렸다. 아스타로트는 숲의 한켠에 마련된 병상에 눕혀진 다크엘프들의 모습을 보고 기가 찼다.
'미친.'
다크엘프들의 곁에 엘프와 오크들이 달라붙어 지극정성으로 그들을 간호하고 있었다. 너무나도 가식적인 모습에 아스타로트는 당장이라도 자신이 지금까지 봐왔던 모든 걸 밝히고 싶었다.
'이거 완전 난교 교미촌이잖아?'
자신의 마안-누가 누구와 성교를 나누었는 지 알 수 있는 이능의 눈에는 오크와 엘프들 사이에 수 십 가닥 이어진 붉은 선이 한 눈에 보였다.
"안다이할 공. 그녀를 내려주시길. 수의를 입히도록 하겠습니다."
"아, 예."
니프엘라는 하얀 수의를 가져와 펼쳤다. 아스타로트의 주변에 하얀 엘프들이 다가와 천막을 쳤고, 니프엘라가 직접 아스타로트의 넝마를 벗기고 보드라운 실크와도 같은 촉감의 재질의 수의를 입혔다.
"......하아."
니프엘라는 잠시 아스타로트를 보고 한숨을 내쉬더니-
츕.
자신의 입술로 아스타로트의 입술을 덮어버렸다. 누가봐도 정숙해보이는 엘프의 기습적인 키스에 아스타로트는 진심으로 당황했다.
꿀럭, 꿀럭.
입 안으로 무언가가 넘어왔다. 끈적한 점액 같은 것이 목구멍 근처에 닿자, 아스타로트는 자신도 모르게 그걸 삼켜버렸다. 손을 들어올려 니프엘라를 제압하려고 했으나, 그보다 니프엘라와 엘프들의 손이 더 빨랐다.
푸---욱!
아랫배가 욱씬거렸다. 앞구멍과 뒷구멍에 동시에 들어온 이물감에 아스타로트는 숨이 턱 막혔다. 질은 금방이라도 찢어질 것처럼 두꺼운 남근같은 것이 들어왔다. 자궁구를 찌를 만큼 깊숙하게 들어온 남근은 잠시 의식이 꺼질 정도로 강렬했다.
"으, 크흡!"
하지만 이런 정도는 견딜 수 있다. 몸을 합성하면서 익숙해지지 않아서 그렇지, 이런 가짜 남근 정도야 얼마든지 버틸 수 있다.
그러나 아스타로트 조차도 뒷구멍으로 들어와 몸을 거슬러오르는 벌레의 감각은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귀두갓으로 장벽을 긁으며 자신의 뱃속에서 헤엄치는 감각에 아스타로트는 다리에 힘이 풀렸다.
"니프엘라 님?!"
"괜찮습니다. 긴장이 풀려서 쓰러진 겁니다."
니프엘라는 아스타로트의 귀를 토닥이며 그녀를 일으켜세웠다. 간신히 입의 자유를 되찾은 아스타로트는 몸 안에 남은 마력을 끌어올리며 마법을 사용하려고 했다.
"몰살-끄읍?!"
마법을 말하기도 전. 니프엘라의 주먹이 아스타로트의 하복부를 때렸다. 마력이 실린 주먹이 전한 충격은 아스타로트의 자궁을 뒤흔들었다.
"크, 허억...."
"귀가 멀쩡하네? 우리 애들 다 귀 뜯어먹혔는데...."
아스타로트를 내려다보는 니프엘라의 눈빛은 너무나도 차가웠다.
"너 뭐하는 년이야?"
"저, 저는-"
콰득.
뱃속에서, 무언가가 깨물었다. 아스타로트는 생전 처음 겪는-직장이 깨물리는 감각에 의식이 날아가버리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