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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비만 오크-374화 (374/800)

나 혼자 비만 오크 374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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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까지 본격적으로 우리 군단의 인간들이 드러난 적은 없다.

정확히는 ‘인류를 상대로 드러난 적’은 없다. 따라서 나는 우리 던전에 합류한 인간 모험가들까지 전쟁에 동원했다.

서브 던전에서 안드라스의 모가지를 따, 그 모가지 안을 비워 박제하여 탈을 만들었다. 안드라스는 머리만 마물이지 목 아래는 인간과 하등 다를 바가 없기에, 탈을 벗지 않는 이상 안드라스와 위장 안드라스는 육안으로는 구분할 수 없었다.

-스피카 성을 점령하러 간 사이, 안드라스의 탈을 쓴 인간들이 수성을 한다.

능숙하게 활을 다루는 것에 의심을 살 가능성도 있었지만, 마물들이 궁술을 배웠겠거니 생각하지 탈 아래에 사람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할 것이다.

백 여명의 인간들이 인류를 배신하고 마왕군에 붙은 셈이니까.

-주인님, 만약 탈이 벗겨졌을 때는 어떻게 합니까?

-보험을 들어놓도록 하지.

나는 죽음의 기사들이 납치한 남자들의 상태를 확인했었다. 그들은 단 다섯 명을 제외하고 자지가 뽑혀나가는 한이 있더라도 끝까지 마물들과의 정사를 거부했다. 물론 듀라한이나 유니콘이 그건 그거대로 좋다고 강제로 범했지만, 그들은 복상사하지 않았다.

-행여나 적에게 들킬 것 같으면 이 놈들의 머리에 탈을 씌워라.

인질과 인질범의 교체.

위험한 상황에서 데리고 있던 인질 병사에게 탈을 씌우고 구속을 푼다. 그러면 병사는 입에 재갈이 물리고 눈이 가려진 상태로 흥분해 날뛸 것이다. 장비는 버리기 아까우니 우리가 챙기고, 알몸인 상태로 날뛰는 게 더 마물다울 것이다.

그리고 인질범이자 우리 군단의 하수인인 모험가들은 마치 인질인 척 병사들에게 구조를 요청할 것이다. 기회가 되면 병사를 죽이고, 어렵다 싶은 자들은 인질로서 병사들의 도움을 받아 적진에 들어가게 될 터.

-인질인 척 하는 모험가들이 연기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작전의 성패가 갈린다. 시가전을 가정하고 준비한 작전으로, 족히 병사 100명은 잡아먹으리라.

‘문제는 시간이랑 그 년인데.’

성벽은 무너지게 되어있다. 스톤골렘들이 아무리 방어력이 단단하다고 해도, 라스베가스를 지키는 게 고작 200명 뿐이라는 정보가 드러나면 적은 총공세를 하게 될 거라고 가정했다.

모험가들이 시간을 버는 사이 나는 무사히 스피카 성을 공략하고 포털로 귀환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레비즈가 스톤골렘 성벽을 무력화시키는 바람에, 우리의 귀환보다 적이 성벽을 넘어온 시간이 더 빨라져 버린 것이다.

“륜. 에일라가 만약 정체가 드러난다면 레비즈는 에일라를 가만 두지 않겠지?”

“...네. 분명 그럴 거예요.”

행방불명된 용사의 딸이 마왕군의 간부가 되어 나타났다. 에일라의 정체가 드러나면 레비즈는 분명 에일라를 포로로 만들거나 죽여 존재를 은폐할 것이다. 교단이 마녀를 화형시키듯.

“...다행히 아직 인연소환의 리스트에는 오르지 않았구나.”

“다행이에요. 주인님, 이제 얼마 남지 않았어요. 조금만 더 가시면-”

“레비즈 안.”

땅을 디디는 주먹이 절로 떨렸다.

“능력은 분명 대단하나...상당히 거슬리는 년이야. 감히 우리가 세운 작전을 그딴 개수작으로 망가뜨리다니.”

기껏 심미적 감각까지 더해 만들어놓은 스톤골렘 성벽이 순식간에 무너져내렸다고 했다. 그것도 고작 신성력을 담은 투창 몇 번에 수 m 길이의 성벽이 사라져버렸다고 했다.

“그 년 만큼은 진심을 담아서 능욕해야겠어.”

릴리나 에일라, 라임처럼 기획물이 아니라 진짜로 인간으로서의 자존감을 박살내어 버릴 계획이었다. 성녀와의 추문도 어느정도 있으니, 반드시 잡아서 성녀를 낚는데 사용하리라.

“이제 얼마 안 남았다. 먼저 간다, 륜!”

나는 마지막 스퍼트를 올려 포털을 향해 몸을 던졌다. 정신이 순간적으로 멍해지기 무섭게, 나는 본능적으로 등에 걸어둔 색스를 휘둘렀다.

“!!”

“!!”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내 눈앞에는 레비즈가 신성력이 깃든 창을 휘두르고 있었다. 그 창날이 겨누는 끝에 마침 내 색스가 부러지지 않고 존재감을 뽐내고 있었다.

“까꿍!!”

나는 발을 들어올려 레비즈를 걷어찼다. 레비즈는 창대를 움켜쥐며 내 발길질을 막았다.

“꺼져!”

나는 레비즈를 창 째로 걷어찼다. 나오자마자 직감했다. 레비즈는 포털을 노렸다는 것을. 그리고 마침 타이밍 좋게 내가 포털로 넘어왔다는 것을.

“너! 늦어!!”

“루나? 네가 어떻게 여기에?”

“이럴 때 움직이는 게 최종병기 역할 아니야?!”

“...흐흐, 그렇군. 잘했다!”

루나가 빠짐으로서 지하 1층이 노출된 건 아무래도 좋았다. 루나가 아니었으면 포털은 금방 닫혔을 테고, 그럼 나는 나 스스로를 상당히 원망하며 스피카 성에서 라스베가스까지 또다시 달려와야 했을 것이다.

“전부 온 건가…!”

광장을 훑어보니 쿠키 엘프들이 화이트 크림 상태가 되어 광장으로 달려오는 골목을 지키고 있었다. 병사들과 모험가들은 엘프가 활을 들고 골목을 지키고 있으니 쉽사리 넘어오지 못하고 있었다.

“젠장! 다른 길을 찾아!”

“여기 사람있어! 이번에는 남자 둘이야!”

“망할 괴물놈들! 사람들을 이 지경까지…!”

병사들 중 일부가 인질을 구출해 성벽 밖으로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나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그만 폭소를 터뜨렸다.

“으하하하, 흐흐, 흐하하!! ...너희들이 감히 내 군단의 것들을 멋대로 가져가!!”

나는 색스를 땅에 찧으며 소리쳤다.

“어디서 나의 것을 훔쳐가느냐! 그렇다면 나도 너희의 대가리를 훔쳐가도록 하마!”

“큭!”

레비즈는 창을 회수해 높이 뛰어올랐다. 나는 문신을 켠 다음 곧장 색스를 들고 레비즈를 향해 달려들었다.

“루나!”

“드디어!”

루나는 씩 웃으며 등에 걸어둔 활을 잡았다. 검술도 빼어나기는 하지만 루나의 진정한 힘은 엘프라는 종족 고유의 기술인 궁술에서 나온다.

내가 전위에서 도끼를 휘두르고, 루나가 지원사격을 한다. 이미 그 합은 던전의 좁은 통로에서 충분히 힘을 선보였다.

새애액--!!

바람화살이 사방팔방으로 휘어지며 레비즈를 덮쳤다. 나의 어깨, 옆구리, 허벅지를 스치듯이 날아가는 덕분에 레비즈의 대처는 자연히 느려졌다. 나는 화살을 쳐내느라 도망치는 속도가 느려진 레비즈를 향해 색스를 치켜들었다.

“네 이마에도 도끼자국을 만들어주마!”

“크으윽!!”

레비즈는 창대에 신성력을 불어넣으며 수평으로 놓았다. 피하기에는 늦었다는 걸 인지한 모양인지, 내 도끼를 막아내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뚝배기 깨져도 나는 모른다!!!”

나는 레비즈를 죽일 작정으로 도끼를 내리쳤다. 죽어도 상관 없었다. 어차피 라임이 시체를 먹어치우면 그만이니까!

콰-----앙!!!

“커흑!”

흙먼지가 크게 일었다. 레비즈는 마른 기침을 토하며 뒷걸음질쳤다. 내 몸의 모든 무게를 실은 일격에 레비즈는 물러나고 말았다.

“어휴, 쓰벌. 망할 신성력 같으니라고.”

바닥에 착지한 나는 창대를 찍은 색스의 상태에 절로 허탈해졌다. 신성력으로 강화한 창대가 어찌나 강한지, 도끼날에 창대 자국이 고스란히 찍힐 정도였다.

“좋다, 어디 한 번 날을 이빨처럼 만들어보자!”

쾅, 쾅쾅쾅!!

나는 세차게 색스를 찍었다. 창대를 때릴 때마다 레비즈는 뒷걸음질쳤고, 내 색스의 한쪽 날은 창대 모양의 자국이 생겨나 점점 흉악한 형태로 변하기 시작했다.

“죽어라----!!”

문신이 잠시 꺼지기 직전, 나는 온 힘을 다해 제자리에서 뛰어올랐다. 기분상이라도 데미지가 곱절이 되도록, 이 일격이 치명적으로 작용해 레비즈를 바닥에 무릎 꿇리도록.

“크리!!”

쿠-----웅!

나는 색스를 내리찍었다. 창대를 쥔 레비즈의 몸이 급격히 기울었다. 땅이 크게 울림과 동시에, 레비즈는 한쪽 무릎을 바닥에 찧으며 고개를 떨구었다.

“흐, 흐하, 흐하하하!!”

드디어 레비즈를 쓰러뜨렸다. 아직 병사들은 완전히 제압하지 못했지만, 수장을 잃은 이상 토벌대는 금방 와해하기 쉬운-

“이...시건방진 오크 새끼가…!”

순간, 레비즈의 눈동자에서 은빛의 오라가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악귀처럼 일그러진 레비즈의 눈빛에 나는 몸이 갑자기 굳었다.

"감히...이 몸을…!"

레비즈의 눈동자가, 세로로 길게 찢어졌다.

“네 년 설마-”

“야!”

뒤에서 누군가가 내 몸을 끌어안고 잡아당겼다. 어찌나 세게 잡아당기는 지 뒤로 발라당 넘어지겠다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이미 레비즈는 뭔가 ‘수작’을 끝냈다.

“여신의 창---!”

레비즈는 빈 손으로 창대를 쥐는 시늉을 하며 아래로 내리찍었다. 그러자 마른 하늘에서 그야말로 날벼락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은빛의 레이져. 하늘에서 여신이 직접 날린 것만 같은 날카로운 창이 나를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아.”

루나포보다 몇 배는 더 강한 위력의 신성력이다. 여기서 내가 몸을 비키면 루나마저 죽고만다. 아니, 이 곳의 모두가 죽고만다.

“이 미친 년이!”

동귀어진. 저 빛의 창이 떨어지는 순간 라스베가스 전체가 뒤집힐 것이다. 레비즈는 나를 비웃으며 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대를 위한 소의 희생이라고 하지.”

“그, 그건 뭐냐!”

“...텔레포트 스크롤.”

레비즈는 손을 흔들며 스크롤을 찢었다. 레비즈의 몸은 안개가 되어 흩어졌고, 여전히 하늘에서는 시간을 벌 틈도 없이 나를 향해 빛의 창이 벼락처럼 떨어지고 있었다.

“으, 으아아아!!””

여기서 죽을 수는 없다. 나는 목숨을 걸고 마지막 도박을 감행했다.

“듣고 계십니까! 미약 꼭 만들어드릴테니 살려주십시오!!!”

순간, 등 뒤에서 화끈하고 뜨거운 감각이 느껴졌다. 내가 어떻게 손을 쓸 새도 없이, 뒤에서 루나가 내 앞으로 뛰쳐나왔다.

“야, 그거-!”

“......!”

그게 뭔데, 라고 말할 틈도 없었다. 나는 루나의 하복부에서 흘러넘치기 시작하는 광채에 루나의 허리를 붙잡았다.

“루나포, 발사-------!!”

하늘에서 내려오는 빛의 창을 향해, 그보다 몇 배는 더 두꺼운 광휘의 폭격이 하늘로 용솟음쳤다.

***

“호오? 엄청난 힘이군요. 신성력인 게 조금 걸리기는 하지만...저러면 제가 굳이 안 가도 될 것 같은데.”

구름 속에 숨어있던 흑발의 여인은 도시를 향해 떨어진 빛의 창과, 도시에서 발사된 빛의 포격에 몸서리를 쳤다.

“혹시나 힘들면 도와줄까 싶어서 와봤더니...굳이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고.”

여인은 성벽 위에 형체를 갖추기 시작하는 여인을 보며 이를 갈았다. 마족으로서는 씹어먹어도 시원찮을 여신교의 성기사단장이 눈에 보였다.

“오늘은 저 망할 년이 한 방 먹은 걸 본 걸로 만족할까요…후후. 아 참, 보고.”

여인은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허공에 손가락을 그었다. 간단한 마법진이 생겨남과 동시에, 보라색 안개 속에서 또다른 여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군단장님, 보고드립니다. 예. 분노의 군단은 무사히 말씀하신 도시, 라스베가스를 지킬 것 같습니다. 말씀대로 엄청난 신성력의 힘을 이용해...예? 알고계셨다고요? 역시 저의 주인님. 대단하십니다.”

여인은 자신의 주인-군단장의 혜안에 혀를 내둘렀다.

“전쟁이 끝나는 대로 제가 직접 가서 동맹을 제안하도록 하겠습니다. 예. ...그런데 말입니다.”

여인은 난감한 듯 웃으며 물었다.

“정말 저 따위가 군단장인 척 해도 되겠습니까?”

[물론.]

뚝.

연결은 끊어졌다. 여인은 난감한 듯 웃으며 볼을 긁적였다.

“...나는 모르겠다, 이제.”

흑발의 여인은 구름위에 누워 우아한 손길로 옆에 놓인 무언가를 집어들었다. 그곳에는 엘프의 것으로 추정되는 귀가 잘려진 채 수북히 쌓여있었다.

“나는 구경이나 해야지.”

여인은 엘프의 귀를 씹어먹으며 전쟁을 구경했다.

***

“주인님!! 루나 언니!!!”

륜이 황급히 우리에게 다가와 우리를 부축했다. 나와 루나는 그대로 바닥에 대자로 쓰러졌다.

“와, 죽을 뻔 했다.”

“...그 년 뭐야? 인간이 어떻게 저런 힘을 사용해?”

레비즈가 사용한 기술이 무엇인 지는 알 수 없으나, 최소한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은 압도적인 힘이었다. 다행히 연달아 사용할 수는 없었는 지, 레비즈는 스크롤을 사용해 자리를 이탈했다.

“그 여자 멀리 안 갔어요!”

“뭐?!”

“이 씨발 것이 안 튀었다고?”

나는 루나를 부축해 바로 몸을 일으켰다. 루나의 하복부에는 은빛의 인장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지만, 당장은 이 사단을 일으킨 레비즈를 찾는 게 급선무였다.

“후퇴---! 후퇴하라---!!”

레비즈는 나무 울타리 위에 놓인 판자 위에서 병사들을 향해 소리질렀다. 토벌대 병사들은 하나같이 인질들을 데리고 라스베가스를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와...멀리 튄 줄 알았는데.”

“말이 텔레포트 스크롤이지 그냥 블링크 아냐?”

레비즈는 성벽 위에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회심의 일격이 무위로 돌아갔음에도, 레비즈는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나를 향해 창을 겨눴다.

"네놈, 여기 꼼짝말고 있거라. 내가 성기사단을 몰고 와서 네놈들 대가리를 싹다 효수해주마."

"......흐흐, 그래. 네가 누구인 지는 확실치 않아도 기대해라."

나는 레비즈를 향해 흉악해진 색스를 겨눴다.

"너를 꼭 포획해서, 내 알을 씀풍씀풍 낳게 만들어주마."

바로, 오늘 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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