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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비만 오크-372화 (372/800)

나 혼자 비만 오크 37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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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웅, 쿵!

투석기에 실린 바위덩어리가 성벽을 때린다. 성벽을 두드릴 때마다 토벌대의 병사들은 제발 성벽이 무너져내려라 기도하고 저주했다.

그러나 성벽은 야속하게도 굳건했다. 투석기 10대로 나무 울타리는 쉽게 넘었으나, 척 보기에도 단단한 성벽을 무너뜨리기는 계란으로 바위치기 수준이었다.

"꺄하하하! 올라와보라스!"

"약골이라스!"

거기에 성벽 위에서 토벌대를 조롱하는 마물, 안드라스들에 조준도 쉽지 않았다. 처음 토벌대와 마주하여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쳤던 놈들은 바위 성벽을 방패삼아 토벌대에게 갖은 모욕적인 언사를 내뱉고 있었다.

"오크보다 자지도 작은 인간들! 너희들 아내는 우리 오크들이 다 먹어치웠라스!"

"닥쳐라아아아아!!"

투석기로 쏜 돌덩이가 다시 하늘을 날아간다. 성벽의 윗부분을 때리다시피 날아간 돌덩이의 파편이 안드라스들을 스쳤다. 하지만 그들은 귀신같이 몸을 피하며 활을 들어올렸다.

"답례라스!!"

파바박.

안드라스들은 마치 성벽위를 지키는 궁병처럼 활을 쏘았다. 마물들이 인간들의 무기를 사용하는 것도 어이가 없었지만, 미쳐버릴 것 같은 것은 그들의 활 솜씨가 예사롭지 않았다는 것.

"방패--!!"

병사들은 급히 방패를 들어올렸다. 마법사들이 멀리서 마법을 쏴서 화살을 중간에 요격했다. 미처 요격하지 못한 화살은 투석기의 몸체에 박혔다.

"꺄하하하!"

안드라스들이 토벌대를 비웃었다. 투석기는 결국 사람이 직접 돌을 장전하여 날려야하는 물건인 만큼, 근처의 사람들이 화살을 맞으면 투석기도 멈추게 되는 셈이었다.

바위 성벽을 무너뜨리기 위해서는 한 시도 쉬지 않고 돌을 날려도 모자랄 판에 견제까지 받고 있다. 토벌대는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흠…."

당연히 레비즈도 초조해졌다. 이대로 계속 성벽을 두드려도 딱히 성과는 나올 것 같지는 않았다. 병사들은 괜히 눈 먼 화살에 다칠 것 같았고, 오히려 돌을 공수하는 병사들의 체력만 떨어질 것 같았다.

"거기, 자네. 자네가 저 도시의 출신이라고 했지?"

"예, 예!"

레비즈는 옆의 모험가에게 질문했다. 모험가는 마침 자비야바 출신으로 고향을 지키기 위해 보수조차 신경쓰지 않고 토벌대에 꾸준히 참가했던 남자였다.

"보고에 따르면 2차 토벌 와중에는 이런 성벽이 없었다고 하더군. 그 말이 맞나?"

"예. 성벽은 마물들이 급조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음…."

마물들이라면 빠듯하게라도 성벽을 지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전장의 일지를 정리한 기록에는 성벽이 하루 아침에 나타났다고 했다.

"어떤 마법적인 수단을 사용하고 있다면 느껴질텐데...그건 아닌 것 같고."

환상은 아니다. 투석기가 돌덩이를 날리니 조금이나마 부서지는 파편이 아래에 흘러내렸다. 그건 바위 성벽이 진짜임을 증명하는 셈이었다.

"건설에 특화되어있는 마물이 있다? 글쎄."

하루 아침에 넓은 면적를 지키는 성벽을 만들어내는 마물은 듣도보도 못했다. 그런 마물이 있다면 당연히 고위급 마왕들이 전선에서 활용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가능성은…."

레비즈는 자문자답하며 가장 가능성이 높은 한 가지 결론을 채택했다. 말도 안 되기는 하지만, 적의 기준을 그 오크에 두고 생각해보면 의외로 가능할 법도 한 이야기였다.

뚜벅, 뚜벅.

레비즈는 성벽을 향해 무작정 달렸다. 투석기를 날리던 병사들은 갑자기 앞으로 튀어나온 레비즈의 행동에 식겁하며 행동을 멈췄다.

"대체 무슨...!"

"솔로몬의 던전 14위, 레라지에가 자주 하던 짓이지."

레비즈는 손을 높이 치켜들었다. 손에서 터져나온 신성력이 점점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고, 곧 레비즈의 몸보다 세 배는 더 큰 거대한 창이 레비즈의 손에 생겨났다.

"만약에 맞으면 일격에 뚫는 거고, 아니면 족히 네 다섯 번은 날려야겠지만...."

척. 레비즈가 자세를 취했다. 명백한 투척의 자세에 안드라스들은 식겁하며 바위 성벽에서 안으로 뛰어내렸다. 레비즈는 그걸 보며 속으로 피식 웃었다.

"내 직감은 틀리지 않아--! 여신의 이름으로!"

레비즈는 정면을 향해 창을 투척했다. 레비즈를 향한 견제의 화살이 날아올 틈도 없이, 신성력 덩어리가 뭉친듯한 일격이 성벽을 향해 꽂혔다.

파사삭---!!

성벽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바위 덩어리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신성력이 찌른 성벽의 틈바구니로 자갈들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크어어어!!

괴성과 함께, 성벽 안에서 무언가가 튀어나왔다. 성벽만한 키의 거인은 누워있다가 가슴에 레비즈가 날린 창이 꽂힌 채 앞으로 달려왔다.

"스, 스톤 골렘?!"

성벽 안에서 스톤 골렘이 튀어나왔다. 신성력이 흘러넘치는 창에 가슴이 찔린 스톤 골렘은 괴로워하며 앞으로 비틀비틀 걸어오더니, 곧 무릎을 꿇고 앞으로 고꾸라졌다.

푸스스스.

스톤 골렘의 몸이 재가 되어 바람에 흩날리기 시작했다. 마족의 마기로 만들어진 골렘인 이상, 아무리 단단한 바위라도 신성력의 힘 앞에는 이겨낼 수 없었다.

"아주 보기 좋군."

레비즈는 손을 털며 시원하게 웃었다. 성벽 사이, 스톤골렘만큼의 공간이 말끔하게 비어있었다. 비록 아래에는 스톤골렘의 몸을 덮은 돌덩어리의 잔해가 남아있었지만, 충분히 사람이 지나갈 수 있는 높이였다.

"원래 도시의 나무 울타리 앞에다가 스톤골렘으로 성벽을 덮어씌우다니. 징글징글한 녀석이군. 레라지에가 보면 표절이라고 방방 뛰겠어. 이미 죽었지만."

레비즈는 적의 알량한 눈속임에 코웃음을 쳤다. 스톤골렘으로 성벽을 만든 건 분명 칭찬할만한 전술이지만, 마왕군과의 전쟁에서 레비즈는 이미 경험해 본 전술이었다.

"투석기, 원 위치로! 열린 곳을 향해 쏴라--!"

병사들이 다시금 움직이기 시작했다. 레비즈가 뚫어놓은 바위 성벽 사이, 익숙한 나무 울타리를 향해 투석기들이 방향을 틀었다.

"나는 다른 곳을 뚫겠다!"

레비즈는 호흡을 가다듬으며, 다시 신성력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 * *

"젠장, 어떻게 들킨 거지? 작전은 완벽했는데...!"

스톤골렘 성벽은 무위로 돌아갔다.

방어력은 단단하지만 마법과 신성력에 약해, 그 약점을 숨기기 위해 아예 가고일 바윗조각을 점액으로 붙여 성벽으로 위장했다.

"설마 예전 토벌대의 놈들 중에 살아남은 놈들이 있었던가? 그 놈들이 스톤골렘을 본 건가?"

"분석은 나중에 해도 늦지 않아요. 지금은 라스베가스를 지켜야 해요."

"그래, 그렇지. ...젠장, 미쳐버리겠군."

스피카 성을 점령했어도 단순히 점령으로 끝나지 않는다. 혹시나 모를 소요 사태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병사들을 남겨두고 당장 라스베가스로 회군해야했다.

"메어리! 서큐버스, 요정 부대는 그대로 라스피카에 남는다. 구울 200기도 함께 남기겠다. 라임과 함께 영지민들을 감시해다오."

"한 명도 허튼 짓을 하지 못하도록 잘 감시할게요."

구울 200을 라스피카에 남겼다. 이제 남은 건 오크, 하피, 안드라스, 슬라임들을 회군시킬 차례.

"돌아간다!"

단번에 많이 넘어가지는 못한다. 구울을 제외하고서라도 모두가 이동하는데 족히 1시간 30분은 훌쩍넘을 것이며, 심지어 충격과 공포를 보여주느라 한창 허리를 흔들고 있을 병력들이 돌아오려면 시간이 더 필요했다.

"영지민들이 낌새를 눈치채지 못하도록 싸고 난 다음에 바로 남작성으로 오도록 하면 될 것이다. 남작성의 지하로, 그리고 지하도로 아발론의 포털을 넘어오도록 하게 해라."

아무리 바쁘더라도 아발론의 정체는 들켜서는 안 된다. 그만큼 더 시간은 늦어지겠지만, 아발론을 숨겨야 메어리의 정체도 숨길 수 있었다. 마음같아서는 건물 위로 뛰어다니고 싶었지만, 하필 광장으로 모은 사람들이 중간에 있어 들킬 가능성이 높았다.

"가자, 륜!"

"네!"

나는 륜을 안고 포털을 향해 달렸다. 슬라미아들이 뚫어놓은 길은 여전히 폭이 좁았다.

"클리안, 니프란! 너희는 길을 넓혀다오! 뛰어서 올 수 있게끔!"

""네!""

슬라미아들이 슬라임 드래곤과 다시 합체하는 사이, 나는 륜과 함께 높은 포복으로 다시 토굴을 기어가기 시작했다.

"젠장, 륜! 마법의 주문을 해다오!"

"네, 네?!"

"내가 하라는 말 그대로 내게 외쳐라!"

나는 뒤따라오는 륜에게 소리쳤다. 륜은 잠시 멈칫하다가 나를 향해 소리쳤다.

"나 중대장은 군단장에게 실망했다---!"

"으아아악!!"

나는 젖먹던 힘까지 짜내어 포털을 향해 전속력으로 기었다.

* * *

우지끈!

나무 울타리가 무너져내렸다. 투석기의 집중포화를 견디지 못한 울타리는 곧장 무너져 내리고 말았다.

"여, 열렸다---!!"

토벌대는 환호성을 내질렀다. 도저히 넘을 수 없을 것만 같았던 성벽은 몇 시간에 걸쳐서 두드리니 결국 길이 뚫리고 말았다.

"후우."

레비즈는 손등으로 땀을 닦으며 심호흡을 했다. 자신이 다른 곳의 스톤 골렘을 두 마리 더 처치하는 동안, 결국 길은 열리고 말았다.

"......공병들은 계속 울타리를 집중 포격! 다른 곳도 길을 열어라! 그리고!"

레비즈는 여신교단의 군기를 단 창을 높이 들어올리며 소리쳤다.

"선두, 나를 따라 진격한다! 빼앗긴 우리의 땅을 되찾는 거다!"

"""우오오오오!!"""

"여신의 이름으로!"

"""여신의 이름으로!!"""

토벌대가 레비즈를 중심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던전과 달리 라스베가스의 길은 100명이 거뜬히 진격하고도 남을 만큼 넓었다.

"기사단장님! 성벽의 마물들이!!"

사제 하나가 성벽 위를 가리켰다. 안드라스들은 성벽 위를 급히 뛰어다니며 무언가 수작을 부리고 있었다.

크워어어어!!

바위 성벽이 꿈틀거리며 폭발하기 시작했다. 누워있던 스톤골렘들이 흙먼지와 함께 몸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토벌대의 병사들은 거대한 골렘들에 침을 꿀꺽 삼켰다.

"저, 저건...!"

"마법사---!!"

"모두에게 분명히 말한다!"

레비즈가 깃발을 펄럭이며 소리쳤다.

"이 전투로 얻는 마석과 부산물에 대해 교단과 남작령에서는 그 어떤 소유권도 주장하지 않겠다!"

"""우와아아아!!"""

모험가들의 눈에 불이 켜졌다. 자신의 전과가 곧 전공이 된다는 말만큼 모험가의 의욕을 불태우는 말이 어디 있으랴.

"우리는 저들을 죽여 인질들을 구할 것이다!"

"""우오오오!!"""

남작령의 병사들이 살기어린 포효를 내질렀다. 드디어 가족의 복수를 하고 포로가 된 그들을 구할 기회가 생긴 것이다.

"내가 길을 뚫겠다!"

레비즈가 깃대를 휘두르며 높이 뛰어올랐다.

서걱, 서걱!

공중에서 은빛의 호선이 그어지기 무섭게, 양옆에서 달려드는 스톤 골렘의 주먹이 순식간에 잘렸다. 길을 막기 위해 나선 스톤골렘들은 비틀거리며 옆으로 넘어졌다.

쿵, 쿠궁!

스톤 골렘들의 팔을 잘라낸 레비즈는 우아한 몸놀림으로 땅에 착지했다. 압도적인 무위를 보이는 성기사단의 단장에 병사들은 전의를 불태우며 뒤를 따랐다.

"전진---!"

울타리 너머는 곧장 시가였다. 레비즈는 머릿속에 익혀둔 지도를 떠올리며 대로를 향해 달렸다.

"사방으로 흩어져! 적을 찾아 죽이고 인질을 구하는 거다!"

레비즈의 뒤를 따르던 병사들이 흩어졌다. 모험가들은 안드라스들을 잡아 일확천금을 노리고, 징집병들은 붙잡힌 포로를 구하기 위해 제각기 흩어졌다. 물론 사제들과 유명 모험가들, 십장들이 붙어 병사들을 적절히 인솔하며 흩어졌다.

'오백, 삼백, 이백.'

시가지로 진입한 병사들이 오백이요, 스톤골렘 사냥에 나선 모험가들이 삼백이요, 투석기로 울타리를 부수는 공병들이 이백이라.

'모험가들이 재빨리 스톤골렘을 처리해야 할텐데.'

마음같아서는 레비즈가 직접 스톤골렘을 처치하고 싶었지만, 레비즈에게는 그보다 훨씬 급한 용무가 있었다.

'포털, 포털을 찾아야 해.'

마물들이 떠났다고 하는 포털을 찾아야 한다. 그 어떤 병사들보다 빨리 포털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닫아야 한다...!"

마물들이 포털로 어디로 갔는지는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레비즈는 과감하게 '남작령'을 포기했다.

포털을 닫고 성기사단이 도착할 때까지 휴식을 취할 진지가 필요하다. 자비야바는 수성에 적합한 곳은 아니지만, 아무렴 평야의 막사에서 몇 날밤을 지새우는 것보다는 낫다.

'여기서 바로 앞!'

레비즈는 직감대로 건물의 지붕을 박차고 뛰어올랐다. 눈앞에 훤히 드러나는 자비야바의 광장에는 레비즈가 찾던 '포털'이 있었다.

".....!!"

아니다. 또다른 포털이다. 포털은 맞지만 마물들이 사라진 포털은 아니라고 레비즈는 직감했다.

"인간, 혹시 그런 말 알아? 아끼다 똥 된다는 말. 여기 주인은 항상 최소 병력 남기는 걸 중시하지만...급할 때는 어쩔 수 없지 않겠어? 후후."

유려한 목소리에 어울리지 않는 저속한 말이었으나, 레비즈는 침을 꼴깍 삼켰다.

"너, 설마 그 화살...! 아니, 그보다 어떻게 엘프가...!"

"화살 얘기는 뭔지 모르겠는데, 내가 여기 있는 이유는 말이야."

엘프, 루나는 햇빝에 반짝이는 금발을 찰랑거리며 검을 들어올렸다.

"너희 '인간들'이 엘프의 숲에 무단으로 침범했거든. 그래서 우리 엘프는 '마왕군'과 협력하기로 했어."

"뭐, 뭐...?"

레비즈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 그럴 리가 없다!"

"아냐. 분명히 침범했어. 그래서 장로께서는 결단을 내리셨지. 너희들...."

루나는 비릿하게 입꼬리를 들어올렸다.

"어제 새벽, 우리 숲을 분명히 멋대로 들어갔잖아? 무려 천 명 넘게."

"그건 마족들이...!"

"마왕군은 우리 숲을 피해갔는데?"

"그, 그럴 리가 없다! 나는 여신교의 성기사단 단장, 레비즈 안! 여신께 맹세코 엘프의 숲에 무단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글쎄. 하지만...."

루나는 코웃음을 치며 손을 흔들었다. 포털의 뒤로 한 무리의 '하얀' 엘프들이 활을 들고 모습을 드러냈다.

"우리 여왕님께서 너희가 우리 땅에 멋대로 들어왔다고, 몹시 화내시던 걸?"

레비즈를 노려보는 루나의 눈은 웃고 있지 않았다.

"성기사단의 단장이라고 했지? 가서 성녀와 교단에 전해. 엘프는 마왕군에 협력하기로 했다고."

루나는, 일부러 호흡을 끊고 말을 이었다.

"너 때문에."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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