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비만 오크-266화 (266/800)

# 266

기절한 륜이 마나를 더 흘리지 않도록 나는 륜의 뒤를 잘 닦았다. 샥스를 상대로 허리를 흔들던 루나도 라임과 떨어진 채 륜의 상태를 확인했다.

"잠깐 기절했을 뿐이야. 그냥 몸에 마나가 너무 많아서 그런 것 같아."

"중급 마석을 엄청나게 집어넣었으니 그럴만도 하지."

생각해보면 그레모리보다 더 많은 마석을 흡수한 것 같았다.

그레모리는 적어도 앞으로 마액을 받아들이면서 흡수하지 못하는 잉여 마나를 자궁에 한 가득 채워놓기는 했지만, 륜은 녹아내린 마나가 직장 전체로 역류했었다.

"그럼 이제 슬슬 가야지. 갤러해드. 나중에 솔라에게 물어봐다오. 마나가 늘어났는지. 던전의 부하들에게만 한정된 것인지 파악해야하니."

"물론입니다."

갤러해드는 침대위에 반듯하게 놓인 솔라의 머리칼을 단정하게 정리해주며 대답했다. 방금 전까지 솔라의 위에서 짐승처럼 때려박던 오크가 저렇게 아껴주고 있으니 참 보기가 좋았다.

'엘프는 오크랑 짝이 되는게 인지상정이지.'

그런 의미에서 우리 군단의 모든 오크들에게 엘프 짝을 만들어줄까. 나는 원대한 계획의 실행을 위해, 륜을 번쩍 들어올렸다.

"가자. 위로."

다행히 나의 소환시설은 두 개.

그레모리의 코쿤은 그레모리의 던전에 있는 만큼, 아직 나의 던전 소환시설은 비어있었다. 지하 1층을 빠져나온 나는 소환시설 앞에 선 라스투자드에게 통제령을 내렸다.

"지금부터 이 공동에 아무도 들이지 마라."

[알겠습니다. 축하드립니다.]

"뭘."

라스투자드는 인근의 구울들을 모두 동원하여 양쪽 통로를 틀어막았다. 이제 이 던전의 공동에는 나와 륜 둘뿐이었다.

에일라도, 라임도, 루나도, 샤이탄도, 그레모리도 없이 오직 둘만이 있는 공간. 물론 통로에 선 구울들이 있기는 했지만, 나는 오롯이 혼자서 륜의 진화를 옆에서 지켜볼 생각이었다.

"우웅...."

륜은 신음을 흘리며 눈을 떴다. 그리고 나를 보자마자 살포시 웃었다.

"저...드디어 되는 건가요?"

"그래. 축하한다."

1성 슬라임만도 못했던 순간이 엊그제같은데, 벌써 나와 거의 엇비슷한 수준까지 올라와버렸다. 물론 8레벨 정도 차이가 나지만, 이제 어쩌면 륜은 나보다 더 높은 경지에 오를 수 있을지도 모른다.

"륜아. 진화하고 나면 네가 어떤 모습이 될 지 모른다. 루나처럼 쭉빵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르고, 어쩌면 1성 때처럼 줄어들 수 있겠지. 하지만 나는 네가 무슨 륜이 되더라도 버리지 않을 것이다."

"주인님...."

"그러니 안심해라."

륜의 눈동자는 연신 불안한 눈빛으로 흔들렸지만, 나를 똑바로 직시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진화를 하게 되면 자연히 신체 나이마저 바뀌게 되어버리니, 여기서 어떤 식으로 자랄 지 무서운 것 같았다.

"불안한 게 있으면 여기서 털어놓고 가거라. 내가 들어주마. 여기는 아무도 듣는 귀가 없어."

"주인님. 저 불안한 거 있어요. 가슴이 안 자라면 어떻게 하죠?"

"네 가슴은 지금도 예쁘니까 괜찮다."

"주인님이 좋아하시는 복숭아 맛이 달라지면 어떻게 하죠?"

"괜찮다. 네가 변하더라도 그게 너의 맛이라는 건 달라지지 않으니. 나는 네가 두리안이 되어도 언제나처럼 맛있게 마셔주마."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륜은 진심어린 내 말에 슬며시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안심을 시켜놓으니 그런 건지 몰라도, 륜이 눈을 질끈 감자 시스템 창이 눈앞에 떠올랐다.

"〈부하 진화〉 륜 (★★★☆☆)을 진화시킵니다.

# 예상 결과 : 하이엘프 (★★★★☆)-???? ??

# 진화 조건

1) Lv 70 달성 ( 70 / 70 )

2) 고귀한 혈통 ( O / O )

3) 순결 ( O / O )"

길고도 긴 대장정이 드디어 터닝포인트에 다다랐다. 유니콘인 암두시아스는 륜이 처녀가 아니라고 연신 주장했지만, 시스템은 륜의 순결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었다.

'내가 저 순결 X로 만들고 싶어서 얼마나 벼르고 벼렸는데.'

O모양으로 된 처녀막 한 가운데에 귀두를 푹푹 찔러, X자로 만들어버리고 싶어서 얼마나 열이 채였는지 모른다. 자지가 고작 처녀막에 막혔다는 것에 얼마나 자존심이 상했는지 모른다.

"아, 저, 주인님. 저 불안한 거 또 하나 있어요."

"뭔데?"

"...4성이 되었는데도 처녀막이 더 단단해지면 어떻게 하죠?"

"그 때는 내가 너를 데리고 신수 앞에 갈 거다."

신수의 행위가 사실은 의료행위라는 걸 알게 되었으니, 의사가 막힌 처녀막을 뚫는다고 하여 처녀를 빼앗겼다고 생각해서는 안 될 문제였다.

"그치만 그러면 주인님이 직접 뚫어주시지는 않는 거 아니에요?"

"륜아. 다크엘프가 되는 조건이 무엇이냐."

"...간단히 요약해서 자궁구에 정액이 닿으면?"

"그래."

나는 륜을 소환진의 위에 세워놓았다. 내 명치 언저리에 오는 키로 나를 올려다보는 눈빛에는 나에 대한 믿음과 약간의 불안함이 섞여있었다.

"잘 들어라. 네 자궁에 뿌려지는 최초의, 최후의 정액은 오직 나 뿐이 될 것이니라. 너는 나의 아이를 임신할 것이며, 평생을 나의 아이만 낳을 것이다."

"......좋네요. 듣기만 해도 배가 욱씬 거릴 정도에요."

상큼한 복숭아 향이 내 코를 자극했다. 륜 또한 벌떡 부풀어오른 내 바지 앞섶을 보고 씩 웃었다.

"저도 어떤 존재가 되더라도, 주인님 평생동안 모실게요. 주인님은 약속을 지키시는 분이니까요."

륜은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나 또한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오직 륜만이 소환진의 위에 서서 진화를 기다리고 있었고, 나는 소환진의 밖에서 시스템창을 누르기만 하면 끝이었다.

"아오. 다른 놈들 할 때랑 긴장되는 정도가 확연히 다르네."

"흐흐, 그래서 안 하시게요?"

"이렇게 긴장될 때는 말이야. 륜아."

나는 주먹을 번쩍 들어올렸다.

"일단 지르는 거야. 승인---!"

〈알림〉 앗, 륜의 상태가...?

소환진에서 막대한 무지개빛이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 * *

〈그 시각, 엘프의 숲〉.

1장로는 엘프의 숲에서 높은 직책을 맡고 있다. 장로들 중 으뜸인 '1'의 장로라는 건 사실상 엘프 집단의 수뇌부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장로가 맡은 역할에는 엘프들이 타종족과 어떻게 교류하는가에 대한 것도 있다. 수백년을 1장로로 살아온 그녀에게 그런 일은 일상다반사에 지나지 않았다.

숲에 들어온 이종족은 잘 타일러 돌려보낸다.

숲에 침입한 이종족은 잘 죽여서 들짐승의 먹이가 되도록 한다.

그리고 인류 연합과 마왕군 사이의 전쟁에서 아직 중립의 역할을 하고 있는 엘프종이 어느 편에 설 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딸인 솔라를 새로운 시대의 여왕으로 만들고자 하는 개인적인 욕망도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1장로는 엘프 전체의 이익을 추구하는 자였다.

그런데 그 신념이 무너지기 일보직전이었다. 1장로는 자신에게 전해진 축전에 머리를 쥐어뜯었다.

-그간 평안하셨는지요. 여신교의 성녀이옵니다. 시절이 하 수상하여….제가 이번에 직접 방문하고자 하는 이유는 다름이 아니오라….

구구절절한 수사는 집어치우고. 1장로는 여신교의 성녀로부터 전해진 '축전'의 내용에 대해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수 없었다.

-...신탁에 따라, 새로이 나타난 엘프분들의 여왕님께 인사를 드리고자 합니다. 엘프 여왕은 인간으로 치면 성녀와도 같은 존재. 여왕님을 직접 뵙고 마왕군과의 전쟁에 대해 논의하고자….

"여왕이 없는데 지금 무슨 소리야!!"

1장로는 히스테리를 부릴 수밖에 없었다. 딸인 솔라는 루나를 대신하여 정찰을 나갔다가 소식이 뚝 끊겼고, 다른 엘프들도 저마다 루나의 흔적을 찾느라 혈안이 되어 있었다.

-...필히 여왕님은 저와 이미 안면이 있는 분이겠지요. 아무쪼록 좋은 만남이 되기를 기대하며...

"아아악!"

1장로는 축전이 적힌 양피지를 거대한 나무 앞에 내동댕이쳤다. 머리칼은 헝클어져 산발이 되었고, 마을에 남은 엘프들은 그 누구도 1장로를 진정시킬 생각을 못 했다.

"들리십니까! 신수시여! 엘프 여왕이 나타났다고 합니다!"

푸스스.

신수라 불린 거목은 사람만한 굵기의 나뭇가지를 뻗어 바닥에 글자를 썼다. 1장로는 바닥에 그려진 문구를 보고 입술을 깨물었다.

그래서?

"그래서? 그래서라니요! 엘프의 여왕이 태어났습니다! 당신께서 그리도 간절히 바라셨던 엘프 여왕이요! 우리의 숲에서 여왕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왔던 그 어떤 엘프도 아니라, 규율을 어기고 금기를 범해 밖으로 나간 어린 엘프가 말입니다!!"

1장로는 목이 찢어져라 소리쳤다. 신수는 조용히 미동도 하지 않았고, 1장로는 거목의 줄기에 성큼성큼 걸어가 주먹으로 나무를 두드렸다.

"안에 계시면 말씀해주십시오! 제발, 인간들이 거짓말을 한 것이라고!!"

"시끄럽네…. 잘 수가 없잖아."

나무 줄기가 세로로 길쭉하게 벌려지며 엘프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신수의 본체라고 할 수 있는 엘프는 졸린듯 하품을 하며 중얼거렸다.

"엘프 여왕이 나왔어. 그러면 그대로 따르면 되겠네. 그걸 가지고 뭘 자는데 깨우고 있어."

"그냥 여왕이 아닙니다! 금기를 범한 자가 여왕이라고요! 인간들이 뭐라고 하는 지 아십니까?!"

1장로는 바닥에 던진 양피지를 들어 추신 부분을 가리켰다.

"이 엘프의 숲 근처에 있다고 합니다! 그 문제의 던전에 산다고요! 여왕이 던전에 산다고 합니다! 아하하!"

1장로는 히스테리까지 부리며 얼굴을 붉혔다. 차라리 몰랐으면 이렇게까지 화가 나지도 않았을텐데, 신수는 대놓고 자신을 무시하는 태도를 보이며 중얼거렸다.

"여왕이 던전에서 나올 수 있지. ...흠, 잠깐만 기다려보거라."

신수는 땅에 손을 짚었다. 엘프의 숲 전체에 펼쳐진 신수의 마력은 숲 너머로 점차 뻗어나가기 시작했고, 신수는 씩 웃으며 다시 벌러덩 누워버렸다.

"결국 그렇게 됐나. 1장로, 너 분명 루나와 친했지? 같이 잘 만큼."

"그 얘기를 지금 왜...설마?"

1장로는 배신감에 치를 떨었다. 딸이 그렇게도 질투하느라 사이가 소원해졌던 그녀, 루나가 설마 여왕이 되었다? 하이 엘프는 커녕 일반 엘프로 태어나 수호대까지 밖에 못하게 된 자가?

"네가 생각하는 것이 정답이다."

신수는 바닥에 다시 벌러덩 누워 이죽거렸다.

"루나가 여왕이다."

"여신이시여…."

"참고로 다크엘프지."

"......."

1장로는 순간 신수가 농담을 지껄이는 줄 알았다. 그만큼 신수가 말한 내용이 믿기지가 않았다.

"다크...엘프요?"

"그래. 돌아올 때마다 오크 냄새를 풀풀 풍기길래 참 신기하다 싶었지. 루나가 강에서 자위할 때 몰랐느냐? 질내에 아주 작게 남아있던 오크의 씨를 손으로 긁어내던 걸."

"분명 마지막에 봤을 때도 피부가…."

"자세한 건 나도 모르고, 아무튼 루나는 다크엘프다. 여왕이야. 그렇게 숲이 이야기를 하고 있구나."

신수는 나뭇가지를 이용해 1장로를 뒤로 밀어냈다.

"너희의 일은 너희가 알아서 해결해라. 언제까지 장로들이 내 이름을 팔아먹는 걸 옆에서 보기 지쳤으니, 내가 굳이 말을 하지 않더라도 '신수님의 뜻'이라며 엘프들을 선동할 것 아니냐."

"그, 그건…."

1장로는 서서히 모여들기 시작하는 엘프들에 적반하장으로 나가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루나는 마족과 접촉한 존재입니다! 그런 자를 여왕으로 추대하라니, 인정할 수 없습니다!!"

"그럼 어쩌라고. 여신님이 여왕으로 점지하셨는데."

신수는 두손을 흔들며 축객령을 내렸다.

"나 졸리니까 지금부터 자도록 하겠…."

신수의 나뭇가지들이 일제히 흔들렸다. 신수는 흔들린 자신의 신체에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어…?"

신수의 표정이 기괴하게 뒤틀렸다.

"공주도 나왔네. 그것도 하이엘프."

"......."

1장로는 기절했다.

***

륜을 처음 만난 순간부터, 나는 운명이라는 걸 직감했다.

비록 만남은 갑작스럽고 최악에 가까웠으나, 나와 륜은 서로에 대한 필요를 느끼며 금방 가까워졌다. 나는 륜을 빠르게 성장시켰고, 륜은 날이 가면 갈수록 하루가 다르게 자랐다.

농사일을 하는 농부의 심정이 이럴까.

내가 1레벨부터 키운 륜은 어느덧 ★★★★☆이 되었고, 하얀 연가 속 4성 륜의 검은 실루엣은 나를 미치게 만들었다.

'시발, 대꼴.'

S라인 몸매라는게 저리도 완벽할 수가 있단 말인가. 허리는 잘록하게 들어가고 골반은 순산형으로 휘어지는게 무슨 예술 작품을 보는 듯 했다.

"주인님."

륜의 목소리는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는 달랐다. 청초하고 활발한 에너지가 넘치던 륜의 목소리에는 왠지 모르게 요염한 색기가 느껴졌다.

"저 처음 만났을 때 주인님이 약속하셨죠. 안 잡아먹는다고."

"...그랬지."

안개속에서 륜이 손을 내게 뻗었다. 활질을 하는 궁수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희고 고운 손은 마디의 형태마저 아름다웠다.

"이제 약속을 어기시게 되셨네요. 이제 잡아먹어주셔야죠."

안개가 가라앉았다. 륜의 눈높이는 어느덧 내 흉근에 닿을 정도로 키가 자라있었다. 안개가 거두어지기 시작했고, 륜은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당신이 키운 하이엘프에요. ...키우셨으니 잡아먹어주셔야죠? 여기로."

륜은 붉어진 입술을 핥으며 요염히 웃었다. 나는 륜을 와락 끌어안았다.

"주인님?"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야. 이상하게 되는 줄 알고 얼마나 걱정했는지 모른다."

"...후훗."

한꺼풀 더 성장한 륜과 나는 한참을 말없이 끌어안고 있었다.

"그래서 안 드실 거예요?"

"당연히 먹어야지."

나는 륜을 데리고 곧장 침대로 몸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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