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비만 오크-256화 (256/800)

# 256

※ 본 화는 특정 캐릭터와 전혀 관련이 없습니다.

갈색 곰.

아니, 갈기가 모두 빠져버린 탈모 숫사자.

하지만 그 몸체는 근육질이 빵빵한 고릴라.

나는 어쩌면 최악의 적을 맞이하게 된 걸지도 모른다.

"그, 근육이...."

"저거 꼭 죽여야 하나?"

륜과 그레모리는 벌써부터 적-라이온의 외형에 침을 삼키며 괴로워했다.

머리는 아주 작지만, 그 아래의 몸은 어지간한 보디빌더를 쌈싸먹을 정도로 강력해보였다. 스테로이드를 때려박았다면 아마 저런 모습으리라.

"소, 속지마! 괜히 80레벨이겠어?!"

퀘스트까지 뜬 마당에 그냥 넘어갈 수는 없다. 나는 방패를 들어올리며 조심스레 라이온에게 다가갔다.

"근육 빵빵한 건 인정한다! 하지만 네게는 큰 약점이 있지!"

라이온은 직선으로 된 눈썹을 단 1mm도 움직이지 않고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이 대머리 새-"

쿠웅-!

방패를 잡은 손목이 저릿했다. 라이온은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방패를 주먹으로 내리쳤다. 문신을 켜고 달려들지 않았다면 분명 손목이 분질러졌을게 분명했다.

"큭...!"

"먼저 어그로 끌어서 싸우게 된 것 같지만...싸우기 시작했으니 어쩔 수 없나."

륜과 그레모리는 원거리에서 라이온을 견제하기 시작했다. 바람화살과 불덩어리가 총탄처럼 라이온에게 날아갔다.

카앙, 카앙!

라이온은 요상한 곰발바닥처럼 생긴 하얀 배에 손을 쑤셔넣더니, 곰발바덕처럼 생긴 장갑을 진짜로 꺼내 손에 착용하고 휘둘렀다.

곰발바닥 글로브에 핏빛과도 같은 기운이 서리기 시작했다.

"저거 무슨...?!"

"지가 곰이야?!"

"곰 아니다! 대머리 사자, 끄아악?!"

라이온은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나를 향해 드롭킥을 날렸다. 방패로 막았음에도 불구하고 몸이 뒤로 크게 밀렸고, 라이온의 공격은 그걸로 멈추지 않았다.

카앙, 카앙!!

라이온은 곰발바닥을 휘두르며 내 방패를 통째로 때려부수려 했다. 발바닥에 있는 날카로운 발톱이 방패를 긁을 때마다 쇳소리가 귀를 때렸다.

"왜 화를 내는 것이냐! 대머리 맞잖아!"

카캉, 카가강!!

라이온은 무념무상과 같은 얼굴로 팔을 휘둘렀으나, 점점 더 강해지는 힘에는 분명히 분노가 실려있었다.

"으아아악!!"

나는 방패를 앞으로 내던지며 몸을 옆으로 굴렸다. 라이온이 양팔을 높이 치켜들어 세로로 내리그으니, 무쇠로 된 방패가 반으로 쪼개졌다.

"80렙 수준 보게!"

"주인님, 무기가?!"

"괜찮아! 하나 더 들고왔다!"

나는 허리춤에 묶어둔 도끼 두 개를 양손에 각각 붙잡았다. 날카롭게 잘 벼려진 도끼에 라이온도 흠칫 놀라며 한걸음 물러섰다.

"흐하하! 생긴 건 그럴 지 몰라도 역시 마물은 마물이군! 이 도끼에 겁을 먹다니 말이다!"

도끼의 날에는 은은한 신성력이 흐르고 있었다. 사제인 기네비어에게 축복을 받아 온 도끼는 아주 미약한 신성력이지만 마물에게는 치명적으로 작용하는 독이 될 것이다.

'드럽게 따갑네.'

물론 그걸 쥔 내 손아귀도 지금 전기가 튄 것 마냥 따가웠다. 신성력이 다 닳기 전에 승부를 봐야했다.

"탈모는 약도 없다더라!!"

나는 라이온에게 먼저 달려가 도끼를 X자로 교차하며 휘둘렀다. 라이온은 앞발을 내딛으며 내 공격을 맞받아쳤고, 나는 연거푸 라이온에게 공격을 때려넣었다.

캉, 카앙, 카앙!!

도끼날과 곰발톱이 부딪힐 때마다 불똥이 튀었다. 순수한 힘과 힘의 대결에서 나와 라이온의 힘은 막상막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버프 끼고 50:50이면 안 되지!'

붉은 문신이 잠깐 해제되는 즉시 라이온에게 도끼가 잘려지고 머리가 붙잡힐 것이다. 나는 버프 시간이 다 끝나기 전까지 라이온을 잡아야했다.

물론 라이온을 잡는 사냥꾼은 나 하나만이 아니다.

파바박!!

륜의 바람화살은 사정없이 라이온의 살가죽을 찔렀다. 비록 꿰뚫거나 박히지는 않았지만, 라이온의 움직임을 잠깐이나마 멈추게 할 저지력은 충분했다.

"좋아! 잠시만!"

그레모리가 땅을 스태프로 내리찍었다. 라이온을 중심으로 바닥에서 석벽이 높이 솟아올랐고, 석벽은 라이온을 가운데에 놓고 가둬버렸다.

"휴우. 도대체 저게 뭐-"

콰--앙!!

그레모리가 호흡을 고를 새도 없이, 라이온은 석벽을 주먹으로 부수고 나와버렸다. 표정변화 없는 그 얼굴이 나는 슬슬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아니, 바퓰라는 어디가고 근돼 사자가 나오는 건데?!"

나는 우리에게 주어진 불합리함을 이해할 수 없었다. 하다못해 사자 머리의 키메라라도 나오면 그러려니 하건만, 이런 사자가 나올 것이라고 그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이게 사자인가?

'문제는 더럽게 강해.'

라이온은 자신의 몸에 묻은 흙먼지를 털어내며 제자리에 바로 섰다. 가만히 서있기만 하는데도 틈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압박감이 심했다.

'아무리 바퓰라 서브 던전이라고 하더라도 저런게 서브던전 보스라고?'

샥스야 인형탈을 쓰고 안에 사람이 있었으니 그러려니 하지만, 저 놈은 곰도 아닌 사자 그 자체인 주제에 너무나도 강하다.

"씨발, 외형으로 나를 현혹시키려고 하는 거지! 사기 치지 마라! 네 놈은 진퉁이 아니야! 짝퉁이다! 륜!!"

파바박!

륜의 화살은 라이온의 머리를 집중적으로 저격했다.

"화살로 머리카락 심어드려라!!"

카앙! 카앙!

라이온의 곰발바닥은 더욱 더 강력해졌고, 나는 순간 도끼를 놓칠 뻔 했다.

"야! 머리가지고 그만 놀려! 더 빡쳐하잖아!"

"그러길래 누가 탈모 걸리랬, 크윽!!"

카아앙!!

라이온은 곰발바닥을 도끼 사이를 피해 아래쪽으로 찔렀다. 너무나도 빠른 공격에 나는 그만 공격을 받아칠 타이밍을 놓쳤다.

"으아악!!"

나는 본능적으로 엉덩이를 뒤로 뺐다. 설령 배에 발톱으로 상처가 아우토반이 난다고 해도, 결코 자지가 세 갈래로 갈라져선 안 될 일이었다.

스륵!

라이온의 발톱은 내 배를 긁고 바닥을 향해 미끄러졌다. 아주 아슬아슬하게 바지 앞섶을 스친 곰발바닥은 바닥을 향해 떨어지기 시작했다.

"우오오!!"

나는 전력으로 도끼를 아래로 내리찍었다. 라이온은 황급히 곰발바닥에서 손을 빼냈고, 나는 곰발바닥을 도끼로 찍어 휭 날려버렸다.

"그레모리!!"

"머리 숙여!"

나는 한쪽 무릎을 굽혔고, 정수리 위로 날카로운 칼바람이 날아가 라이온을 덮쳤다. 그레모리가 잔뜩 모은 마나는 칼날같은 바람이 되어 라이온의 머리를 덮쳤다.

"가라, 그레모리! 저 놈의 모근까지 뿌리째 갈라버려!"

카앙!

라이온은 피부가 칼바람에 긁히면서도 남은 곰발바닥을 내게 찌르려했다. 이번에는 내 명치를 찌르려하길래 황급히 몸을 옆으로 굴렸다.

"크윽?!"

"주인님!!"

어깨가 화끈했다. 안드라스 천으로 만들어진 로브는 종잇장처럼 찢겨나갔고, 어깨에서 피가 길게 흩뿌려졌다. 화끈한 감각이 전신을 감도는 동시에, 내 시야가 온통 붉어지기 시작했다.

"이 새끼가!!"

나는 바로 도끼를 역수로 쥐고 곰발바닥 너머의 손목에 도끼를 찍어버렸다.

푸슈우욱!!

도끼가 박히자마자 피가 분수처럼 솟구치기 시작했다. 내 심장박동이 빨라지기 시작하니, 라이온의 가죽 안에 있는 혈관의 위치가 눈에 하나 둘 들어오기 시작했다.

"륜, 내가 찍는 곳을 저격해라!"

나는 도끼를 마구잡이로 휘두르며 라이온의 몸 구석구석에 도끼자국을 만들었다. 라이온 또한 발버둥을 치며 내 도끼를 주먹으로 맞받아치려 했으나, 그 틈을 가만히 두고 볼 내가 아니다.

파바박!!

도끼 자국이 X자로 깊게 패인 곳에 륜의 바람 화살이 꽂혔다. 라이온의 갈색 가죽은 점차 붉은 피로 젖어들어가기 시작했고, 나는 라이온의 공격을 도끼와 몸으로 받아내며 계속 혈관을 공격했다.

"이 새끼야! 근빵이면 다냐!!"

크아앙!

나는 라이온의 주먹을 도끼자루로 받아냈다. 입에서 울컥하는게 비린 피맛이 입안을 가득 채웠다.

"퉷!"

입안에 고인 피와 침을 앞에다 뱉으니 라이온은 화들짝 놀라 고개를 뒤로 젖혔다. 나는 그 틈을 이용해 앞으로 한 발자국 더 나아가 도끼를 꽉 쥐었다.

"내가 너같은 놈들 한 두 번 만나는 줄 아냐!!"

퍼----억!!

나는 라이온의 이마에 도끼 두 자루를 쌍으로 박아넣었다. 도끼의 자루까지 들어가겠다 싶을 정도로 깊숙히 찍었고, 두꺼운 가죽을 넘어 두개골 너머까지 찍은 느낌이었다.

캬아앙.

피를 철철 흘리고 있음에도 라이온은 눈썹하나 까딱이지 않았다. 나는 알싸한 고통을 참아내며, 주먹을 높이 치켜올렸다.

"세상에 없어도 되는 털이 두 가지가 있지."

키아앙!!

라이온은 다리를 뻗으며 나를 걷어차려했다. 하지만 그레모리의 마법으로 하반신이 아래로 훅 꺼져버렸다. 이미 너무 많은 피를 흘린 탓인지, 라이온은 쉽게 바닥에 만들어진 늪을 빠져나오지 못했다.

"잘 들어라. 이 머리털 없는 사자야."

나는 주먹을 도끼의 등에 대고 내리찍었다.

"털이 없어도 되는 경우는 겨털이랑 빽보 뿐이다!!!"

콰득!!

나는 도끼를 주먹으로 내리찍어 자루째로 라이온의 머리를 갈라버렸다.

푸스스.

방금 전까지 실체감이 느껴졌던 바퓰라는 허상이 되어 사라졌다.

"하하, 이겼다."

나는 바닥에 대자로 누웠다. 탈력감이 온몸을 짓누르기 시작했다.

"더럽게 세네...."

* * *

잠시 뒤.

나는 바닥에 누워 상처가 회복되기를 기다렸다. 라이온은 80레벨 답게 상당히 강했으며, 라이온의 공격을 대부분 피하지 않고 몸으로 받아낸 덕분에 온몸에서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진심 죽을 것 같군.'

셀프 부활이 가능하다면 진심으로 죽었다 살아나는게 낫겠다 싶을 정도로 힘들었다. 지금 할파스 군단에서 공격을 들어온다면 진짜 다 죽여버리고 싶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 정도였다.

'그래도 퀘스트는 깼다.'

"흐흐, 흐흐흐."

〈히든 퀘스트〉 전무님을 이겨라!!

# 달성 보상 : 최상급 마석 1개, 마정석 1개.

# 바퓰라 서브던전의 구성이 본래의 던전으로 변화합니다.

"역시 히든 던전이었구만."

슬라임 서브 던전을 돌다가 슬라홀이 나왔던 것처럼, 아마 지금 들어온 바퓰라 던전도 마찬가지로 히든 던전이었던 게 분명했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히든 던전이 나왔다고 한 적이 없었건만, 이렇게 또 나오게 되니 몹시 반가웠다.

'최상급 마석이랑 마정석도 반갑고.'

다른 서브 던전에서도 히든 보스가 나온다면 얼마나 좋을까싶기도 했지만 걱정도 되는게 사실이다. 바퓰라 던전의 히든보스만 하더라도 보스룸 안을 반파하는 힘을 가지고 있건만, 그 위의 놈들은 과연 어디까지 강해지는 걸까.

'어쨌든 클리어했으니 망정이지, 아니면 마석 손실 오지게 날 뻔 했어.'

나는 륜과 그레모리가 모아온 마석들을 살폈다. 처치한 화염사자들의 수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이기는 허나, 이 열다섯 개 가량의 보석들이 다 중급 마석이라는게 내 마음을 울컥하게 만들었다.

"모험가들이 인생 한 방이라면서 던전 드나드는 이유를 알겠군. 크흑."

단순히 10:1 교환비라고 하더라도 중급 마석은 최하급 마석의 100개 만큼의 값어치를 하는 물건이었다. 그리고 이제 나는 중급 마석을 이용하여 소환할 수 있는 부하들의 질도 상당히 올라갔다.

'★★★ 부하들을 바로 소환할 수 있으니.'

슬라임 드래곤.

슬라홀.

구울 나이트.

구울 매지션.

오크 전사.

아인 안드라스.

할퓨이어.

주축이 되는 주요 정예병들의 합성에 이용하기 위해 모두 3성으로만 소환하여 덧씌우는 방법도 있다. 평균적으로 3성 만렙이 55 수준이니, 중급 마석 하루치를 몰아주면 1레벨 마물도 55레벨까지 찍을 수 있지 않을까.

"주인님!"

"허탕이야."

내가 중급 마석을 이용해 전력을 어떻게 강화할 지 고민하는 동안, 륜과 그레모리는 던전을 돌아다니며 남은 마석이 있는지 살피고 돌아왔다. 유감스럽게도 그들의 손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마석이 있는 개체도 있고 없는 개체도 있어. 우리가 모은 15개가 끝이야."

"그래? 그럼 다음 걸 확인하도록 하지."

나는 힘겹게 몸을 일으켜 그레모리와 륜을 잡아당겼다. 긴 말 않고 곧장 음부로 손을 밀어넣었다.

륜, Lv.69.

그레모리, Lv.74.

"씁. 라이온을 내가 막타쳐서 그런가? 아직도 레벨이 안 올랐어."

"제법 많이 죽였다고 생각했는데."

"그만큼 강해지고 한계에 도달하기 어렵다는 거지."

레벨은 오르지 않았어도 아직 오를 기회는 많다. 나는 둘의 허리를 살포시 잡고 던전 밖을 가리켰다.

"한 바퀴 더 돌자. 이번에는 그레모리가 올킬 하는 거다."

"나보고 싹 다 죽이라는 거지? 그거야 가능하기는 하지만 너는 괜찮아? 많이 피곤해보이는데."

"오크 회복력 무시하지마라."

심각한 중상을 제외하고 자잘한 상처는 모두 회복되었다. 나와 비슷하거나 나보다 강한 놈은 이기지 못할 지 몰라도, 나보다 약한 놈을 이길만큼의 여력은 남아있었다.

"어차피 너희 둘 말고는 화염사자들 못 잡을 것 같다. 그러면 너희가 잡고 경험치 자연으로 올리고, 중급 마석들은 다른 요긴한 곳에 사용하는 것이 낫지."

"그러다가 지정 레벨 못 찍으면요?"

"마석 들이붓는 거지."

나는 륜에게서 중급 마석 하나를 받아 그레모리의 음부 안으로 푹 쑤셔넣었다.

"으히익?!"

그레모리는 마석이 질속에 들어가자마자 입술을 깨물며 가버렸다. 분신이 아닌 본체는 계란보다 훨씬 큰 중급 마석이 다 들어갈 정도로 헐렁했다.

"이제 이거 새삥으로 만들려면 고생 좀 해야할 거 아니냐. 읏차."

"너, 넣지마! 마석을 질끝까지 밀어올린다고 효과는, 흐앙?!"

그레모리는 내가 자지를 질속에 쑥 밀어넣자마자 몸을 떨었다. 질척한 귀두 앞의 중급 마석이 뜨겁게 달아오르며 주변에 마나를 뿌리기 시작했다.

"어...?"

"녹는데? 뭔진 몰라도 이러면 몸에 흡수되는 거 아니냐? 륜, 있는 거 다 꺼내봐."

효과가 있더라.

나는 자지를 빼냈다 넣기를 반복하며, 중급 마석 15개를 차례대로 전부 찔러넣었다.

========== 작품 후기 ==========

위험해서 수정했습니다.

0